2024. 6. 25.
무엇이 대박일까
공희진
나에게도 대박이 될만큼 길어낼 깊은 물이 있을까? 내 속에 잠재하는 영의 세계에 두레박을 내려본다. 나의 우물은 얕은 물일까 깊은 물일까?
나는 글자만 보면 졸음이 몰려와서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글을 쓰기위해서는 좋은 글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데 여전히 글자만 눈에 담으면 졸음이 온다. 긴 세월 아이들을 키운다고 부엌을 떠나질 못했고 매일 침대 위에 가득 쏟아 놓은 빨래를 개면서 세월을 보냈다. 가족들이 잠이들면 늦은 시간이어도 나에겐 그 때부터 밀린 일을 하나하나 정리 할 수 있는 시작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지 못했고 아침에는 가족들 식사 준비에 일찌감치 일어나야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아마도 잠이 모자라는 나에게 글자는 자장가 악보처럼 느껴졌었는가 보다.
책꽂이에 있는 시집과 수필집을 꺼내보았다. 친구들이 선물로 준 책도 있고 언젠가 책방에 들러서 챙겨 온 간증집과 수필집이 있다. 대부분은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방문 기념으로 준 책이다. 나의 일터가 되는 식탁 위에 책꽂이에서 가져온 책들을 쌓아 놓았다. 졸지 않을 만큼씩만 조금씩 읽어보리라 결심을 한다. 시작이긴 하지만 대박이 될만큼 나의 영의 두레박이 가득 물을 길어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대박이라는 말과 함께 생각나는 일이 있다. 요즘에 우리 집에는 꽃이 만발한다.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일이다. 사돈이 생일 선물로 준 난이 집에 오자마자 며칠되지 않아서 우수수 꽃잎이 떨어지는가 했는데 두갈래 가지에서 세 개씩 꽃잎이 가지를 꼭 붙잡고 떨어지지 않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새로운 꽃봉오리가 계속 달리면서 얼굴을 내밀고 고개를 든다. 난을 좋아해도 키울 때 끝까지 달린 꽃봉오리가 백퍼센트 꽃을 피운 일은 결코 없었다. 네 달전에 사온 난도 꿀물이 뚝뚝 떨어지듯이 꽃이 달린 줄기 사이로 맑은 물들이 데롱데롱 달려 있다. 교인이 작년에 방문하면서 가져온 Arum-lily가 완전히 화분에서 사라져서 죽은 줄 알았는데 잎이 하나 둘 올라오더니 화분안에 수북하게 채워지고 두 송이의 노란 꽃이 싱싱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화분의 꽃을 간수 못하고 늘 죽게 하였던 터라 신기하기만 하다. 뒷마당에는 천하 대장군처럼 키가 큰 선인장이 우뚝 서있다. 겨울 내 슾한 땅에서 누렇게 뜬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선인장이 잘리워진 자국마다 시커먾게 곰팡이가 피어 죽을상이었다. 마늘을 짖이겨서 물에 담갔다가 그 물로 스프레이를 해주면서 ‘제발 죽지말고 살아만다오’ 하면서 단단한 가지 모양이 된 잎을 등 두드려주듯 토닥거려 주었다. 이제는 새끼를 얼마나 많이 치는지 전정을 해주어야 될 모양새다. 한가지 더 신기한 일은 Sanservierias는 일명 Mother-in-law's tangue 또는 snake plant라고 불리우는데 꽃이 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플랜트이다. 그렇듯 보기 드물게 피는 그 꽃이 우리 화분안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다 말라 죽은 아들 집의 난을 가져왔다. 비비꼬인 마른 잎 하나만 남은 난이었다. 이제 다섯 개의 잎과 여러개의 싱싱한 뿌리가 하늘을 치솟아 올라가고 있다. 모두 대박이다.
이럴 때 나는 대박이라 말할 수 있는 지난 날 한 사건이 머리에 떠오른다. 루선벨리라는 하이 데저트에 살던 때 일이다. 새로 이사온 그곳에서 남편은 직장을 얻을 수 없어 매달마다 전기세 낼 일이 까마득한 시절이었다. 그곳으로 이사를 간지 삼년째 친정어머님이 조그만 플랜트를 가져오셨다. 그 플랜트에서는 어디에서고 꽃을 본 일이 없는데 가지와 잎 사이에 꽃봉오리가 올라오더니 꽃이 피고 꿀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고 향내가 얼마나 짙은지 차고로 옮겨 놓을만큼 향이 강했다. 그 당시 남편은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사업이 얼마나 잘되었던지 평생 그만큼 넉넉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그 꿀물이 뚝뚝 떨어지던 꽃이 대박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오늘날 집안과 밖의 모든 나무들이 생명을 틀고 올라오고 드물게 피는 꽃들이 우리 집 화분에서 꽃을 피우니 이것은 당연히 내게 대박이다.
남편에게 제의를 했다. “보아하니 대박의 상징이 우리 집에 가득하니 복권을 하나 사러 갑시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앞으로 치루어야 될 일이 많아서 늘 염려로 마음을 태우는 남편은 신이나서 바로 일어선다. 드라이브로 제일 가까운 세븐 일레븐으로 갔다. 몇가지 복권 종류가 있는데 옃십 밀리언의 상금이 걸려 있다. 아무래도 그 많은 금전을 손에 쥐게 되면 우리의 삶이 무너져서 대박이 아니라 저주가 되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복권이 당첨이 되면 십일조를 내야 되는데 그런 돈을 교회에 내면 받아줄까?“ 타기도 전에 김칫국물부터 마시고 있다. 남편은 이불짜리 두 개와 일불짜리 한 개의 복권을 샀다. 나도 한번 사보자고 일불짜리 매일 두 번씩 추첨을 하는 dailysmart라고 하는 복권을 샀다. 많이 타면 오천불정도 받는다고 하는데 숫자 일에서 아홉중에 세 숫자를 맞추면 된다고 한다. 복권을 타도 일용할 양식에 맞추어 지금 내게 필요한 만큼으로 기뻐할 금액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것을 선택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브라함을 생각했다. 자녀가 없던 아브라함에게 자식을 주시겠다던 하나님의 말씀은 얼마나 대박이었을까!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시는 방법으로가 아니라 내가 그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려다가 큰 봉변을 당하고 말았다. 오천불이건 밀리언 달라건 하나님께서 주실 대박을 내가 이루어 내려고 한다는 것이 마음에 석연치 않았다. ”몇시에 추첨을 하지?“ 저녁 여섯시 반이라고 한다. 두시간정도 남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 남편에게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꽝이야 꽝!“ 애석하게도 세 숫자중에 두 개는 맞추었는데 한 숫자가 틀렸다고 한다. 당연히 그렇겠지 나에게 그런 것이 오겠는가 싶어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도 은근히 틀려버린 숫자가 아쉽기만하다. 남편 것은 주말에야 추첨을 하니 며칠 시간이 남아 있었다.
주말이 되어서 잊고 있던 복권이 생각이 났다. 어떻게 되었느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큰 소리로 ”꽝이야 꽝!“하고 소리내어 웃는다.
대박으로 받을 복이 있다면 역시 금전보다는 깊이 길어낼 영의 생수가 더 낫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생명수이며 영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쌓아놓은 책자를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깊은 곳의 생수를 맘껏 길어낼 수 있는 지혜를 얻기위해 영감있는 작가들의 글을 읽으려한다.하늘의 지혜를 구하며 너절한 상념은 툭툭 털어버린다. 어느 날 ”대박이야!“라고 외칠만한 글을 두레박을 내려 깊은 우물에서 길어낼 것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