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꾼을 세우는 교회
2023년은 봉평교회 창립 80주년 되는 해다. 1943년 일제가 종말로 치 닿던 때에 산골 깊숙한 곳에 구원의 종소리가 울린 지 어언 여든 해 성상이 되었다. 어둠의 권세 아래에서 신음하던 영혼들을 긍휼히 여기신 하나님의 섭리요, 이 땅을 포기하지 않으신 주의 사랑이다. 그동안 세월의 풍상을 헤쳐 오면서 상흔도 많았고, 굴곡진 산등성을 넘으면서 발도 부르텄었다. 그러나 주신 사명을 감당하며 말없이 충성하던 일꾼들을 통해 주님이 일하시고 오늘에 이르렀으니 여든 해를 맞는 마음은 감회와 감동이 잔잔한 호숫가 물결처럼 찰랑거린다. 싫으나 좋으나 관계없이 주신 사명이 있어 붙들고 달려온 시간의 군상들을 들쳐보면서 수고했다고 위로하시는 주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특별히 80년을 맞이하는 올해는 그 수고가 더 많았음을 감지할 일들이 많았다.
80주년이 되는 이 해 첫 문을 통해 장로 두 분이 교회 일을 넘어 지방회 산하 평신도 단체의 중책을 맡은 일꾼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원상(李元尙) 장로는 장로회 평창지방연합회 총무로 발탁되었고, 박영균(朴英均) 장로는 남선교회 평창지방연합회 총무로 세워졌다. 자고로 모든 기관의 총무는 그 회 모든 일의 총책임자다. 신발이 타도록 동분서주(東奔西走)하며 맡겨진 일에 충실해야 할 일꾼이다. 위로는 회장을 보좌하며 아래로는 각 부서의 책임자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느라 이마에 땀이 마를 날이 없는 자리다. 총무는 일자리의 꽃이라 할 만큼 업무가 다양한 위치라서 이 직무를 거치지 않고서는 큰 일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런 자리에 우리 교회 두 명의 장로가 임명을 받았으니 일하는 교회의 진상을 보여준 실화다.
문득 내 지난 인생 가운데 총무 이력이 떠올랐다. 중등부 시절부터 총무의 이력을 시작하더니 고등부 때 인천기독학생연합회, 모 교회 청년부와 본성가대 총무 직을 수행했다. 그 후 목회현장에서는 선교부 총무만 두 번이나 감당했으니 나는 총무 팔자로 태어났다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았다. 그런 총무의 수고를 아신 하나님이 내게도 회장을 맡겨 주셨는데 그나마 정상적인 회장의 자리가 아니었다. 청년부 때는 보궐로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때우는 회장이었고 또 하나는 중앙연회 동문회장을 맡았는데 그 또한 목회지가 바뀌는 바람에 임기를 1달 남겨 두고 마치지 못한 불명예를 안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회장 자리는 내 몫이 아닌 듯싶었다. 그래서일까? 이런 일은 담임하던 교회마다 성도들에게도 나타났다. 2016년 지방회 선교부 총무로 일하던 때 전국장로회, 지방 장로회, 남선교회, 교회학교 연합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무가 배출되어 그야말로 ‘총무교회’를 이룬 적도 있었다. 총무 목자가 돌보는 목장에서는 총무 양들만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애써 위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우리 교회에서 또 두 명의 총무가 세워진 것은 그 역사의 연장선이 아닐까 싶었다. 총무가 많다는 것은 일을 많이 하는 교회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교회의 전형(全形)이다. 게다가 정연경 장로는 연수과정을 마쳤는데 하필 창립 80년 되는 이 해에 장로 안수를 받아 죽도록 충성하라는 메시지를 안고 일하는 교회의 위상에 아름다운 헌신의 색으로 덫 칠했다. 이렇게 주님이 믿고 일을 맡기는 교회이니 얼마나 좋은 교회이랴?
뿐만 아니라 평창지방 내 원로장로회에서도 일하는 교회 위상은 어김없이 나타냈다. 그동안 지방 원로장로회는 형태는 있었으나 서로 잘 꿰어지지 않아서 유명무실(有名無實)했었다. 그런 원로회가 2022년부터 제대로 틀을 갖추고 서 말이나 되는 구슬을 예쁘게 꿰서 백발을 아름답게 휘날리며 하나님께 영광이요 뒷사람들에게는 존경의 모양을 갖춘 원로장로회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 일의 숨은 공로자는 초대회장을 지낸 봉평교회 조송암 원로장로다. 그는 올해 1년의 임기를 마치고 다음 사람에게 바통을 넘겨주면서 일하는 교회의 아름다운 상을 한껏 보여주었다. 또한 여선교회 평창지방 연합회 회장으로 봉평교회 원문자 권사가 피택을 받고 3월 11일에 취임식을 거행했다. 올해 제1 계삭회를 봉평교회에서 개최하여 회장을 배출한 교회로서의 역할을 잘 감당했다. 보통 계삭회는 3, 4년 만에 개 교회에서 열리는데 우리 교회는 작년에 담임자 부임으로, 올해는 회장 배출로 개최하여 2년 연속 계삭회 개최하는 교회가 되었다. 비대면 모임이 해제되고 처음 맞이하는 계삭회여서 역사상 최대 인원이 모여 이들을 잘 대접했으니 이 또한 일하는 교회, 주님이 기뻐하는 교회의 위상을 만방에 나타냈다.
올해 교회창립 80주년을 맞아서 6명의 권사와 3명의 집사를 세웠다. 이들을 보면서 여전히 주님은 우리 교회를 통하여 일하고 싶은 속내를 여실히 나타내고 계신다는 확신을 지울 수 없었다. 앞으로 100주년이 되고 그 이후까지 변함없이 하나님의 일에 쓰임 받는 일꾼이야 말로 진정 복 받은 사람이다. 일을 맡기심은 능력은 물론이요 하늘의 상급까지 약속이 보장된다. 사용하시려니 약하게 할 수 없으며 가난하게도 못한다. 항상 건강하고 부요하게 나누고 베풀며 섬김의 도를 다하게 하신다. 약하다고 주저앉지 않고 병들어 눕지 않으며 부지런히 불철주야(不撤晝夜) 뛰어다니며 쓰임 받음은 진정 큰 복이다. 일하는 자가 진정 복이 있는 이유다.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힘쓰면 이 땅에서는 자녀 손자 대대로 받을 복이 있고, 저 하늘에서는 영원한 상급이 보장된 사람이다. 이처럼 끊임없이 일꾼을 세워 일하는 교회가 진정 좋은 교회다. 봉평교회가 그렇다.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로마서 12:11).
제51회 평창지방회에서 인사하는 평창지방 원로장로회장 조송암 원로장로
평창지방 단체장 합동 취임식(2023.3.11)
취임사하는 평창지방여선교회장 원문자 권사(봉평교회)
취임식 마친 후 온 교인들과 함께 기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