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서別墅의 나무들
나는 퇴임 후에 텃밭을 하려고 우리 아파트에서 그렇게 멀지않은 곳에 자그마한 땅을 하나 마련했다. 퇴임 후에 드나들면서 각종 채소를 비롯한 먹거리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재미가 솔솔 했다. 첫해는 계획이 부족해서 고추 생산을 많이 하여 말리느라 고생이 심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말리니 장마철에 고추가 잘 마르지 않고 썩는 냄새가 고약했다. 이듬해부터 농업기술센타를 드나들면서 각종 농업에 대한 연수를 받았다. 귀농귀촌에 관한 연수와 도시농업에 대한 연수는 농촌과 농업을 이해하고 텃밭을 경작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텃밭은 규모가 크면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 가족의 수에 따라 생산하는 과일이나 채소의 양을 고려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량을 생산하게 되면 처리가 쉽지 않다. 텃밭 3년차에 과채류 생산을 20평정도로 줄이고 대부분 과일나무와 조경수를 심었다. 한결 텃밭관리가 수월해졌다. 텃밭에는 조경수는 묘목을 심었고 과일나무로 매실 두 그루와 자두 한 그루는 조금 큰 나무를 심었다. 매실과 자두는 심은 이듬해부터 열매가 달렸다. 특히 자두는 해를 거듭할수록 열매가 많이 달려서 이웃에 나누기도하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도 했다.
봄부터 가을 까지 우리 집 채소는 거의 텃밭에서 생산해서 먹게 되니, 가족들이 심적으로 안전하다는 생각과 직접 농사지어 먹는 다는 즐거움이 컸다. 처음은 텃밭에 집을 지을 수 없었는데 몇 년 후에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건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가족들이 조금 반대하는 데도 내가 고집을 부려서 자그마한 쉼터를 하나 지었다. 쉼터는 여러 사람들이 와서 쉴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문우文友들이 와서 보고는 별서別墅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동안 키우던 나무들을 전부 정리 할 수 있었다. 근 10년 가까이 키웠던 측백나무 100그루는 희망하는 농장에 팔았다. 나머지 나무들은 집 부근 울타리 등으로 옮겨 심었다. 나무 옮겨심기는 감독을 철저히 해서, 나무 배치를 잘해야 하는데 소홀히 해서 나의 생각대로 잘 되지 않았다. 조경업자를 불러서 나무를 다시 배치하여 심었다. 좁은 공간에 나무가 많아졌다. 원래 있는 나무도 적지 않은데 여기저기 나무를 선물 받기도하고 내가 묘목 시장에 가서 사다 심기도 했다. 이제 10년이 훌쩍 넘은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키를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나무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려해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별서에 심어진 나무가 근 200그루가 넘으니 너무 많다. 나무 마다 애착이 간다. 소나무가 근 30그루 정도 심어져있다. 집을 지을 때 조경업자가 소나무 농원이 폐업을 하게 된 곳을 잘 안다고 나와 함께 방문하여 시가보다 사게 24 그루을 심었다. 소나무는 옮겨심기가 쉽지 않다. 옮겨 심어서 3-5년이 지나야 완전히 살았다고 한다는데 2년차 거의 반이 죽어버렸다. 그해는 너무 가물어 아무리 물을 주어도 허사였다. 마음이 아팠다. 다음해 봄에 누렇게 서있는 소나무가 보기 싫어 모두 제거했다. 잘 아는 지인이 소나무 농원을 하는 친구가 있다면서 소개해주어 좀 작은 것으로 다시 심게 되었다. 큰 소나무는 올해 전지를 강하게 해서 키가 많이 커지 않도록 해두었다. 작은 소나무는 모양이 좋으며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소나무는 여러 그루 중에 내가 가장 아끼는 두 그루가 있다. 하나는 고향 할아버지 산소 옆에서 옮겨온 것이고 하나는 영천댐 안에 하절리 명당에서 옮겨온 것이다. 올해 3년차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할아버지 산소 곁에서 가져온 소나무를 ‘조송祖松’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할아버지 소나무다. 할아버지는 내가 장손이라고 늘 기를 세워주셨고 사랑해주셨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기억이 새롭다. 마당에 할아버지를 모셔두고 자주 뵙는 것 같아 엄청 좋다. 그리고 하절에서 가져온 소나무는 ‘영송永松’이라고 이름 지었다. 영천永川댐 안에서 가져왔으며 나의 고향 소나무다. 하절에는 왕릉 같은 묘가 여러 기 있다. 영천지역에서 명당이라 하며 내가 학창시절 농촌계몽을 갔던 인연이 있는 지역이다. 별서에 자고 아침 일직 일어나서 조송과 영송을 바라보게 되면 고향에 들려서 할아버지를 뵙는 것 같아 무척 좋다. 두 소나무는 각별히 보살피고 있다. 아마 내년 쯤 되면 완전히 자리 잡을 것 같아 마음을 쏟고 있다.
매실나무 두 그루는 하나는 키가 3미터가 넘는다. 텃밭을 처음 조성할 때 심은 것이다. 열매를 따기보다 꽃을 보고 수돗가에 기념 수처럼 두었다. 하나는 청매실이다. 작년부터 제법 열매가 튼실하게 열고 있다. 애석하게도 광양 홍싸리 집 부근에 가서 가져온 매실 두 그루가 관리 잘못으로 죽어버렸다. 앵두나무는 처음 텃밭을 만들 때 거의 열 그루 정도 있었는데 다시 옮겨 심으면서 한그루만 남고 모두 없어졌다. 한그루에 열매가 초봄에 제일먼저 꽃이 피고 열매도 붉고 달콤하게 선물해준다. 한 그루가 외로워 보여서 작은 것을 한 그루 옆에 사다 심었다.
산수유 세 그루는 잘 살아 남았다. 초봄에 꽃이 희미하게 핀다. 광양 산동마을농장처럼 군락을 이루면 보기 좋지만 세 그루가 떨어져있으니 꽃이 희미하다. 하지만 가을에 열리는 붉은 열매는 눈길을 끈다.
석류꽃이 좋다. 세 그루의 석류는 두 번이나 추운 겨울을 못 이겨서 몸체는 죽고 다시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서 열매를 열게 되었다. 석류는 꽃도 붉게 잘 피지만 열매도 열려서 익을 때까지 기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병충해에도 강한 편이다. 서리가 내리고 석류가 벌어지면 가을이 깊어 감을 느끼게 된다.
세 그루의 자두는 열매를 잘 맺지 않는다. 내가 관리를 잘 하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작년에는 한 그루에서 과분한 수확을 했다. 밑거름을 조금 잘해준 덕인 것 같았다. 자두는 까치를 비롯한 새들이 좋아한다. 조금 익게 되면 녀석들이 새벽부터 와서 쪼아댄다.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한다. 나만 다 먹을 수는 없다. 일정량을 아예 새들의 먹이로 놓아둔다. 크게 생각하면 그들도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잘 대접은 못해도 굳이 먹으려는 것을 그대로 두면 서로가 좋다.
두 그루의 대추는 해마다 그런대로 열매를 잘 맺는다. 첫해는 잘 몰라서 열매가 완숙이 될 때까지 두었더니 벌레가 없는 열매가 없을 정도로 흉작이었다. 농약을 거의 하지 않은 결과였다. 대추나무를 비롯한 뒤뜰부근에는 모가나무 살구나무 배나무 오디 호두나무 밤나무가 있다. 오디나무는 제법 키가 크고 열매도 잘 열린다. 밤나무도 열매가 작년부터 몇 개 열리고 있다. 다른 나무들은 아직 어리고 열매도 이제 조금 씩 열린다. 해를 거듭할수록 열매는 잘 열릴 것이다.
뒤뜰부근에 구지뽕나무가 한그루 크게 자란 것이 있다. 별서 전체에 구지뽕나무가 세 그루인데 뒤뜰에 있는 것이 제일 커다. 열매도 잘 열린다.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 구지뽕나무를 약 100그루 정도 묘목을 심었다. 묘목 상 주인이 약재로 좋은 묘목이라고 권해서 많이 심었다. 특히 성인병이 있는 사람에게 효험이 있다고 일러주었다. 몇 해를 지나도 잘 커지도 않고 가시가 탱자나무 가시 보다 더 예리하고 웬만한 운동화를 뚫고 들어와서 깜작 놀라기도 했다. 어떻게 정리를 할까 고심하던 중에 집을 짓고 몇 그루만 남기고 모두 잘라서 약재가 필요한 사란들에게 선물했다. 구지뽕나무는 줄기 뿌리 잎 등 버릴 것이 없는 좋은 차 재료이며 특히 닭이나 오리백숙에는 궁합이 잘 맞는 재료이다. 구지뽕나무가 정리되고 세 그루는 옮겨 심었는데 뒤뜰에 심은 것이 키가 훌쩍 크고 열매가 많이 열리기 시작했다. 옮겨 심은 지 3년차 그 동안 고생하고 기다렸던 보람인지 열매가 꽤 많이 달렸다. 아내가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내는 건강이 좋지 못해서 건강에 관련된 약초에 관심이 많다. 해마다 상당한 열매를 수확 할 수 있으리라 예감된다.
키위 나무를 암수 두 그루를 철근받침대를 해서 올려두었다. 그런데 첫해에 열매가 열렸는데 다음 해 부터 열매가 열지 않는다.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봐야겠다.
포도는 세 그루 심었다. 3년차부터 열매가 달린다. 적과를 잘 해주고 병충해 방지도 하고 거름도 적절히 주어야 하는데 게으른 탓으로 수확이 시원찮다. 포도나무 싸인머스캣을 두 그루 지인으로부터 얻어 와서 심어두었다. 2년 후 정도 되면 열매가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집 좌우에 복분자가 여러 그루가 제법 크게 번져있다. 금년에 열매를 상당히 수확했다. 달콤한 맛이 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농업기술센타에 연수를 다니면서 세 그루 분양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여러 그루로 번졌다. 지인들에게 선물도 했다.
감나무는 단감 두 그루 대봉 세 그루가 있다. 작년부터 열매가 달린다. 아직 나무가 어리니 수확량은 많지 않다. 무화가 한그루는 겨울철을 이기지 못하고 윗가지는 죽고 뿌리가 살아서 다시 움이 트고 가지가 올라 와서 작은 열매를 맺었다. 백일홍 두 그루는 늦여름 분홍색 꽃을 잘 피워주어 감사하다. 박태기 두 그루도 초봄에 분홍색 꽃을 잘 피워준다. 능소화도 대문 부근에 여름이 되면 큰 꽃을 피운다. 나라꽃 무궁화도 네그루가 흰 꽃과 엷은 자주색 꽃을 피운다. 잦나무 두 그루도 잘 자라고 있다. 올해 잣 열매가 하나 열렸다. 앞뜰에 북한강 부근에 친구들과 함께 가서 차를 마시고 찻집부근에 마로니에 나무의 열매가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어다가 심었더니 네 개가 움이 트고 올라왔다. 한그루는 지난해 남양주 부근에 친구가 별장을 지어서 선물로 주었다. 뜰에 세 그루가 자라고 있다. 두 그루는 필요한 사람에게 선물하려한다. 지난해 앞뜰에 내가 좋아하는 자귀나무 한그루와 이팝나무 한그루를 심었다. 자귀나무는 꽃이 피는데 아직 이팝나무는 꽃이 피지 않는다. 자귀나무는 일명 부부나무라 한다. 밤이 되면 잎사귀가 마주보고 붙어버린다. 뒤뜰부근에 울릉도에서 가져온 보리수 한그루가 멋있게 자리 잡고 있다. 울릉도를 떠나올 때 화분에 담아 와서 아파트 뜰에 20년 넘게 키웠다. 이제는 2미터가 넘게 자랐다. 꽃은 피는데 아직 열매는 맺지 않는다. 좀 더 적응이 필요한 것 같다. 울릉도에서 화분에 담아온 동백은 이제 겨우 자리를 잡고 작년부터 꽃을 피운다. 3년 전에 울릉도를 방문해서 나리분지에 갔더니 주목 묘목을 팔고 있었다. 작은 것 두 그루를 사 와서 화단에 심었는데 죽지는 않았는데 크게 자라지 않는다. 아마 환경이 잘 맞지 않은 것 같다. 앞뜰에 마가목 두 그루가 있다. 한그루는 서울 친구들이 별서에 방문 기념식수를 한 것이고 한그루는 내가 심었다. 마가목은 울릉도에 가면 나리분지 부근에 자연적으로 많이 자생하고 있다. 열매가 붉고 수형이 좋다. 열매는 약재로 쓰기도하고 담금주로 사용하기도 한다. 마가목 옆에 흰 목단이 두 그루 있다. 자주색 목단을 두 번이나 심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백 목단도 자태가 아름답다. 집 좌우편에 단풍나무 세 그루가 있다. 한 그루는 아파트 뜰에 심어서 키우던 것이고 두 그루는 은해사 부근 이모님 댁에 있는 것을 얻어 와서 제법 자랐다. 봄날에 짙은 자주 빛깔 단풍잎이 곱고 선명하다. 대문부근 아가페[Agape] 표식 돌 둘레에 선물 받은 금송한그루와 은청가문비 한그루가 잘 자라고 있다. 또한 연산홍이 50그루 정도 초봄에 꽃을 피운다. 무엇보다 울타리에 잘 조성된 50여 그루의 붉은 장미는 5월의 여왕답다. 오가는 이들이 우리 집을 꽃집이라 할 만큼 아름답게 피어준다. 또한 작약은 약 30포기 정도가 짙은 자주색 꽃을 봄날에 피워준다. 그 외 여러 종류의 꽃과 어린 나무들이 자리를 잡고 점차 잘 자라서 텃밭 전원 아가페 별서를 빛내주기를 염원한다.(202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