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훈련병의 위문 편지
박 철한
우리는 국방색 전투복을 입고 검정 군화는 신고 있었으나 계급은 없었다. 이렇게 이백오십여 명의 동료가 목적하는지도 모르고 연병장에 대기 중인 M60 트럭 십여 대에 나누어 승차하였다. 나 또한 그 중의 일원이었다. 어디로 가는 걸까? 궁금증과 긴장감에 두 눈 크게 뜨고 살피는 태도를 본 인솔자가 군가제창을 지시하였다. 모두 목이 터지라 군가를 부르며 약 이십여 분 흘렀을까? 푸른색 기와 모자를 쓰고 이마에 춘천역이라는 명찰을 찬 건물이 반가운 듯 달려오고 있었다. 광장에 주차한 차량에서 전원 하차하여, 그 후 부대에서 임대한 비둘기호 객차 두 량에 나누어 환승하였다. 출발한 열차가 소나무들로 빼곡한 산을 넘고 넘더니, 태백산의 강력한 흡입력에 깊숙이 빨려들고 있었다, 그러자 전방부대 배치 확신에 두려운 눈빛 교차함 차 내에 가득 찼다. 이렇게 긴장 속의 너덧 시간 이동하여 도착하자 치악산의 높은 봉우리의 푸른 팔을 넓게 벌려 환영하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대한의 남성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그 유명한 백호 부대인 36사단이다.
이곳 신병교육대에 도착 즉시 받은 주기표가 보충대에서 받은 숫자100과 같은 일빵빵을 받고, 일치감에 묘한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무엇보다 물설고 낯 설은 고장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얼굴 마주하고 생활하기란 보통 서먹한 기분이 아니었다. 특히 야간에 그들과 어깨를 맞대고 취침하는 기분 모든 남성분의 공통적 경험일 것이다. 누구나 이러한 환경에서 제일 먼저 가족과 친구들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나 또한 가족과 친구들이 몹시 그리웠다. 그때마다 준비해온 친구들의 주소록의 순서대로 편지를 써 군사우편으로 발송하였다. 일주일 정도의 기간이 지난 것으로 기억된다. 조교의 호명에 관등성명 복창과 동시 달려 나가 조교 앞에 부동자세를 취하였다. 그러자 조교가
“편지가 무거운데, L이 누군가?” 하며 물었다.
80년도 당시 여성들은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취업이나 결혼으로 본가를 떠남이 많았다. 특히 학창 시절 커피 거절당한 사례가 있었기에 편지를 쓰면서 답장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녀의 편지가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이다. 이것이 이변 아니면 무엇일까? 놀라움에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애인입니다!”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그러자 조교가 편지를 든 한쪽 팔을 내무반 천정을 향해 높이 쳐들고 흔들자, 동기들이 일제히 “우~“하는 환호가 내무반의 유리창을 사정없이 때리며 연병장까지 울렸다.
나의 손에 전달된 편지가 매우 두툼하였다. 무슨 이야기들이 적혀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침상 끝 선에 엉덩이를 얻어 앉은 채 봉투를 열자, 검정 볼펜으로 무려 세 장의 편지지에 깨알 같은 글씨체들이 반짝이이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장 밑에 심심할 때 씹으라는 안내문 아래 붙어있던 아카시아 껌의 맛! 그 달콤함이 아직 입안에 남아 맴돈다.
어느덧 훈련이 끝날 무렵이 되자, 그동안 편지가 모두 끊이고 말았다. 매주 금요일마다 부대에서 편지를 나누어주는데, 그때마다 그녀의 편지가 있었다. 자신의 생활에 바쁠 텐데 거르지 않고 보내주는 고마운 위문 편지가 힘이 되어 평일에는 열심히 훈련으로 고단함을 말끔하게 날릴 수 있었다.
그래서 편지를 나누어주는 매주 금요일이 다가오면 이번 주는 그녀가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자못 궁금증 앞섬이 사실이었다. 나 또한 고마운 마음에 매주 토요일 오후 개인 정비 시간을 이용하여 즉각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추억으로 오래 간직하려는 마음으로 받은 편지를 순서대로 더플 백 하단부위에 차곡차곡 모았다. 이렇게 흥미와 기다림 속에 어느덧 6주의 훈련과정을 어려움 없이 마치게 된 원동력이 이었다. 퇴소식 하루 전으로 기억된다. 부대장이 초대한 가족들이 참석한 구령대 중심으로 열병으로 시작 그동안 연마한 총검술과 태권도의 품새와 겨루기 그리고 격파 시범을 마지막으로 모든 훈련과정이 끝났다. 당일 가족들과 1박 외박하였다.
어젯밤의 어두움이 아침 안개에 젖어 무거워 떠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훈련소 퇴소식에 참석하신 부모님과 여동생과 함께 탄 택시가 안개를 밀치며 훈련소에 도착하였다. 그 즉시 자대로 배치 결과 방송을 듣고 분리되었는데, 우리 조가 10명이었는데, 그동안 같은 내무반을 사용하던 동기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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