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결과 및 논의
본 연구의 목적은 요가 아사나를 기반으로 한 쁘라띠야하라 프로그램 연구 참여자들이 인간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인 신체, 정서, 인지의 차원에서 쁘라띠야하라를 어떻게 체험하고 이해하는지 의미를 탐색하는데 있다.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질적 연구방법에서 현상학적 체험 기술로 연구하고 연구 분석은 지오르지 분석방법을 선택하였다. 신체, 정서, 인지 차원에서 연구 참여자들이 쁘라띠야하라를 체험한 공통된 현상을 분석하고 체험의 의미를 도출하였다.
체험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어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연구 참여자들이 체험 일지와 인터뷰를 통한 자료에서 세부경험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체험의 중심 의미와 일반적인 주제(하위주제), 나아가 본질적 주제(주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세부경험은 연구 참여자들이 체험일지와 인터뷰를 통해 표현한 경험을 연구 참여자들이 기술한 언어를 토대로 주제화한 것을 말한다. 의미단위가 서로 중첩되는 경험들은 하나의 문장이나 같은 의미로 구성하였다. 중심의미란 세부 경험 내용들의 의미를 연구자의 학문적 언어로 주제를 구체화한 것이다. 경험의 맥락을 살피면서 되도록 일관성 있는 진술로 통합하였다. 하위주제는 통합된 중심의미를 토대로 상황적 구조에 근거하여 본질적 주제를 세분화한 단계이다. 또한 주제는 경험의 핵심 의미와 본질을 의미하며 연구 참여자들의 전체 경험 속에서 잠재되어 있는 경험의 본질을 상황적 맥락과 연구 참여자들의 진술을 통해 통합된 언어로 도출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체험의 구조는 신체적 현상에서는 5개의 중심의미, 3개의 일반적 주제, 1개의 본질적 주제가 도출되었다(표 22 참조). 정서적 현상에서는 8개의 중심의미, 4개의 일반적 주제, 1개의 본질적 주제가 도출되었다(표 23 참조). 인지적 현상에서는 6개의 중심의미, 3개의 일반적 주제, 1개의 본질적 주제가 도출되었다(표 24 참조).
본 연구자는 인간의 본질적 요소를 4개의 차원으로 보았기에 영적인 측면에서도 쁘라띠야하라의 현상을 보고자 하였으나 연구 참여자들이 보고한 영적인 측면에서의 체험내용은 '영적인 현상'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을 확보하기 어려워 결과에서 따로 구분하여 기술하지 않고 종합논의에서 다루어보기로 하겠다.
1.신체: 생기의 몸에 대한 자각
요가 쁘라띠야하라의 신체적 체험에서 나타난 본질적 주제는 몸의 생기의 층에 대한 자각이라는 현상으로 해석하였다. 신체는 감각, 정서, 인지가 존재하는 기본 틀이지만 주로 감각의 상태가 확인되는 영역으로 사실적인 근원이 된다.
연구 참여자들의 세부경험을 통한 중심의미로는 '수축 이완 반복을 통한 신체감각 민감성 확장', '신체의 유기체적 연결성 자각', '호흡에 대한 새로운 경험', '의식적 호흡과 신체 조율', '근육 이완을 통한 니드라 상태', '깊은 이완의 니드라 상태'라는 의미단위가 추출되었다. 이 의미 단위를 분석하여 하위주제로 '신체 내부 자각의 섬세화', '호흡의 자각 및 조율', '신체 이완과 체화'가 도출되었다. 그러므로 본 연구의 목적을 탐색하기 위한 신체적 측면에서 본 쁘라띠야하라 체험의 연구 결과, 본질적인 주제는 '생기의 몸에 대한 자각'으로 도출되는 해석을 하였다.
'생기의 몸에 대한 자각'에서 생기의 몸은 신체의 물적 측면(Body)에서 소마(Soma)로 자각층이 변화되었음을 의미한다. 감각 지각 쁘라띠야하라를 통하여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몸의 미세한 층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섬세해진 신체내부를 자각하면서 호흡을 알아차리고, 호흡을 의도대로 조절하면서 깊은 이완의 상태인 요가 니드라 상태를 쉽게 경험하는 것이 나타났다.
부드러운 움직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고전의 라자 요가에서 뿐 아니라 현대 몸학의 하나 소매틱스(Hanna Somatics), 펠든크라이스(Feldenkrais Method), 타말파의 무브먼트 리츄얼(Tamalpa Movement Ritual), 알렉산더 테크닉(Alexander technique) 등에서 공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체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지고 고요해지면 몸을 인지하는 것이 용이하게 된다.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감각이 고요해지면 이완이 일어나고, 신경계는 안정이 되며 몸의 불편한 곳이 뚜렷이 인지되는 상태가 나타난다. 또한 깊고 오랜 세월 잠재되어있던 긴장이 해소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이렇게 긴장의 해소와 깊은 이완이 일어나면 세포의 변화로 고유수용감각 기능이 회복된다.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난 것은 아사나 동작수행을 할 때 '천천히, 부드럽게, 무리하지 않게'라는 소매틱 움직임의 원리를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지며, 특히 기지개(Pandiculation)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하는 원리를 활용한 몸의 방법으로 SMA를 회복하는데 유효하였다. 이상의 신체적 현상의 결과를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다음은 일반적 주제를 중심으로 중심의미와 세부경험을 연결하여 분석하고 해석한 내용이다.
1)신체 내부 자각의 섬세화
신체 내부 자각의 섬세화라는 주제는 연구 참여자들이 동작을 수련하면서 부드러운 움직임과 호흡을 통한 근육의 수축과 이완의 반복이 긴장을 해소하고 신체를 더욱 예민하게 느끼게 되고, 신체의 연결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신체내부를 섬세하게 자각하게 되는 것은 첫째, '수축과 이완을 통한 신체감각 민감성 확장'이였고 둘째, '신체의 유기체적 연결성 자각'이란 중심의미로 이어졌다. 연구 참여자들은 신체 자각을 근육의 '이완과 수축' 등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통해 자각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이 부드럽고 느린 몸의 움직임을 통한 요가동작수련 단계를 통해 초기에 경험하는 신체적 변화는 주로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것을 통해 감각작용이 예민해지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수축과 이완을 통해 신체의 근육에 더 섬세해지는 것은 수련에 대해 깊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두 가지 중심의미에 해당하는 연구 참여자들의 구체적인 경험사례는 다음과 같다.
(1)수축과 이완을 통한 신체감각 민감성 확장
이 부분은 연구 참여자들이 수축과 이완의 동작을 반복하면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통증의 시작점이나 몸의 무게감, 근육 질감, 감각을 전류 흐름처럼 체험하면서 감각을 예민하게 느끼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연구 참여자들의 구체적인 경험은 다음과 같다.
See: 발목과 무릎과 고관절의 수축과 이완의 반복은 몸이 조직체라는 인식이 들고 고관절과 다리가 좌우로 긴밀하게 연결된 유연한 실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3회기 체험일지에서>.
You: 평소 발목 관절 운동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었는데 방향성의 변화를 느끼는 것은 새로운 변화였다. 발목에 이어 무릎관절을 싸고 있은 타이트한 근육의 통증이 다른 감각을 압도하였고 고관절의 공간에 집중을 할 때 주변의 근육이 예민하게 느껴졌다. 평소 느끼지 못했으나 발목 관절을 늘리고 줄이고를 반복하면서 어마어마한 긴장이 고관절을 꽉 쥐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3회기 체험일지에서>.
One: 바닥과 닿아있는 몸의 뒷면, 허리커브와 바닥과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몸의 무게감을 점점 내려놓게 되고 호흡의 질감을 부드럽게 유지하며 근육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피부의 감각은 온도와 촉감으로 근골격의 이완과 수축은 나의 몸의 무게를 가볍게 느끼게 해주었다<5회기 체험일지에서>.
Mee: 물고기자세 이후 척추 끝의 꼬리뼈 위, 왼쪽 엉덩이 뒤 골반으로 연결되는 부위에 강한 통증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계속 지켜보았더니 서서히 잦아들었다. 스틸동작에서 오른쪽 무릎 중간에서 발목까지 아래로 이어지는 뼈를 둘러싼 근육이 결이 거칠고 단단한 나무토막 같은 통증으로 인해 너무 아프다. 한 동안 통증을 흘려보내는 데 집중하였다. 그러자 통증의 시발점이 몇 년 전에 담에서 뛰어내리다 삐긋해진 인대 쪽임을 깨달았다<10회기 체험일지에서>.
Jung: 조이는 듯한 느낌은 서서히 안면 쪽으로 전해졌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으로 변했다. 허리 근육을 길게 혹은 짧게 할 때 쭉 뻗은 다리와 상체가 가볍게 느껴졌는데 대조적으로 등을 말아 바닥 쪽으로 숙인 머리는 쇳덩어리처럼 단단하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스틸에 두 번째로 접근했을 때는 경추를 중심으로 뒷목의 오른쪽 한 지점에서 찌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5회기 체험일지에서>.
프로그램 초기단계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바닥과의 연결감, 몸의 각 부위 간의 연결감, 근육의 긴장감, 수축감, 이완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통해 몸의 무게감, 근육의 결의 질감, 에너지의 몸인 전류가 흐르는 감각으로 경험이 나타났다. 이러한 일련의 감각들은 자각이 점차 예민하게 되면서 통증뿐 아니라 통증의 시발점이 어디인지, 근육의 조임, 열감 등의 감각을 한층 더 또렷이 체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함에 따라 신체감각이 섬세해지는 연구 참여자들의 경험은 소매틱에서 몸의 긴장을 해소하는 토마스 하나의 SMA(sensory-motor amnesia; SMA)원리에 의한 과학적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SMA는 오래된 몸의 긴장으로 감각과 운동의 신경 피드백 회로에 문제가 생겨 느끼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분리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연구 참여자 중 어마어마한 긴장이 고관절을 꽉 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소매틱 원리를 적용한 아사나를 통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몸이 조직체라는 인식, 몸의 무게를 가볍게 느낌, 뼈를 둘러싼 근육의 결이 거칠고 단단한 나무토막 같음, 조이는 것 같은 느낌이 서서히 안면 쪽으로 전해짐 등으로 신체감각을 섬세하게 알아차리게 되었는데, 이것을 SMA에서 말하는 '풀리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2)신체의 유기체적 연결성 자각
신체의 유기체적 연결성 자각은 연구 참여자들이 동작을 하면서 따로따로 떨어져 있다고 인식해 왔던 근육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구 참여자 Sun의 '몸이 그물망을 당기는 듯하다'라는 체험보고는 이를 적절히 설명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연구 참여자들의 구체적인 경험은 다음과 같다.
Sun: 등근육의 압축적인 수축으로 경추, 흉추 상부 영역을 당겨 세우는 움직임에서 승모근에서 전거근까지 활짝 펼쳐졌던 부채꼴 모양의 근육 면적이 그 부채꼴을 유지하면서도 길이나 넓이가 죄어지며 압축되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각각의 방향대로 형성되어 있는 여러 근육이 마치 바다에서 큰 고기잡이 그물망처럼 펼쳐 던져 있다가 잡힌 고기를 가득 담고 어부의 손에 수습되어 고깃배 쪽으로 당겨 모아지는 느낌!! 근육의 방향성, 힘의 작용점 및 경로가 다 느껴졌다.<5회기 체험일지에서>.
See: 하나로 알던 척추가 여러 마디였다는 사실을 체험한 것과 호흡과 생각에 따라, 각 마디를 자극하는 동작이, 몸이 하나의 중심을 가진 유연한 전체라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는 듯했다<2회기 체험일지에서>.
Mee: 처음에는 굳은 고관절과 다리, 발바닥을 어깨가 강하게 붙잡으면서 어깨도 힘이 들었는데, 롤링베이비가 진행됨에 따라 어깨 긴장이 풀리면서 어깨와 다리가 한 몸이 되었다<8회기 체험일지에서>.
One: 가라앉고 정제된 감각들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는 느낌이 들면서 척추는 바닥을 누르고 몸이 양옆으로 확장되면서 몸 안의 공간과 바깥의 공간이 하나로 연결되는 공기층의 포근함이 나의 몸을 감싸 주었다<11회기 체험일지에서>.
신체가 하나의 유연한 유기체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는 과정에서는 섬세해진 감각으로 근육의 질감 변화와 함께 신체 전반의 경로가 자각되는 연결감이 하나의 근육 그물망으로 느끼거나, 전체 몸이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지거나, 몸의 안과 밖이라는 구분이 희미해지고 하나로 연결된 것이라는 확장경험이 나타났다. 몸통의 연결감과 공간감, 공간으로의 호흡 유입 등이 일어나면서 신체의 통합적 자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Hanna, 1970)는 인간의 몸은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스스로 균형이나 조화를 이루려는 기능적인 체계라고 보았다. 이러한 통합 방식을 중심으로 몸이 움직인다는 것을 관찰하게 되면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을 별개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위와 같이 연구 참여자들은 신체 내부를 섬세하게 자각하면서 몸의 부분과 전체를 통합시키며 감각 지각 쁘라띠야하라 체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감각 지각이 섬세해지고, 연결감을 느끼는 것은 실체적인 해부학의 관점으로 보면 근막의 이완과 자율 신경계의 안정이 이루어진 상태로 해석할 수 있다(이정희, 2017). 또한 빤쨔코샤 이론에서처럼 몸 층에서 쁘라나 층으로, 또는 더 깊은 초월 층으로의 길을 열어가는 것이라 본다. 신체 이완과 하나의 통합된 유기체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이 '신체 내부 자각의 섬세화'라는 신체적 현상을 체험하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요가 쁘라띠야하라 체험의 현상학적 연구/ 이정희 명지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