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작 영화 <고백>
<고백>
장르: 드라마, 스릴러
영화 감독, 각본: 나카시마 테츠야
원작: 미나토 가나에, 《고백》, 2018.08.23
주연: 마츠 다카코, 오카다 마사키, 키무라 요시노
개봉일: 🇯🇵2010.06.05
🇰🇷2011.03.31
《고백》은 미나토 가나에 소설 고백을 원작으로 하는, 2010년에 개봉된 일본 영화입니다. 제목만 들어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일 것 같지만 이 영화는 드라마, 스릴러 장르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합니다. 저도 처음에 표지만 대충 보고 주인공인 마츠 다카코가 4월 이야기에 이어 아련한 사랑 영화를 찍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봤는데, 살인 이야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유코”는 어느 날, 자신이 근무하는 중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곧 교사를 그만두게 될 그녀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학생들 앞에 서서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고백합니다.
“여러분 중에 제 딸을 죽인 범인이 있습니다.“
유코는 학생들에게 사고로 죽었다고 알려진 자신의 딸이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진실을 밝히고, 두 명의 남자아이를 용의선상에 올립니다. 유코는 소년법 때문에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지 않는 두 소년에게 직접 복수할 것을 공포합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용의자로 지목된 인기 많은 남자아이 A와 왕따였던 B는 교사인 유코를 골탕먹일 생각으로 학교에 놀러 온 그녀의 딸, 마나미를 표적으로 삼습니다. 내심 마나미를 죽이고 싶었던 A는 전기충격기를 심은 장난감을 마나미에게 건냅니다. 장난감에서 튀어오른 스파크로 인해 마나미는 기절하게 되고 A는 자리에서 벗어납니다. 혼자 남게 된 B는 기절한 마나미가 죽었을 것이라 판단하고 두려움과 혼란에 빠집니다. 그리고 이를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마나미를 수영장에 빠뜨려버립니다. 그로 인해 마나미는 정말로 목숨을 잃게 된 것입니다. 죽일 마음을 갖고 그녀에게 장난감을 주었지만 죽이지 못한 A, 죽일 마음은 없었지만 결국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B. 영화는 초반에 "누구의 잘못이 더 큰가."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저도 이 논제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와서 친구와 이에 대해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코는 두 사람을 똑같은 살인자로 보았으며, 그들을 간접적으로 위협하고 서서히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앞서 말한 고민들은 애초에 필요도 없었다는 듯 말이죠. 저는 이 부분이 조금 통쾌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어찌 됐건, 그들은 마나미를 죽이는 것에 가담했고 실행했으니까요.
이 두 소년이 삐뚤어지게 된 근원은 가정환경에 있습니다. 소년 A는 자신을 학대하고 방치한 부모의 관심을 원했기 때문이었고, 소년 B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과보호로 인해 자아를 상실하고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왕따였던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A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게 됐던 것이죠. 결국,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는 것에 부모의 가정교육이 꽤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분명 A와 B는 큰 죄를 지었고, 유코의 복수를 통해 벌을 받는 것에 통쾌함을 느꼈지만 만약, 그들이 사랑받는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랐다면 이렇게까지 망가진 모습으로 자라지는 않았을것 같아 한 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소년 A와 B는 각자의 방식대로 처참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저는 영화를 먼저 보고 난 후에 스토리나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소설을 찾아 보게 되었는데, 읽는 장면마다 그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졌습니다. 불쾌한 분위기와 이야기의 구성 등 영화가 전체적으로 원작을 잘 따라갔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챕터마다 주인공이 있고, 모든 챕터가 각 주인공의 독백과 상대가 없는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느 한 인물의 독백에서는 몰랐던 사실과 감정을 다른 인물의 독백을 통해서 알게 하는 방식이 신기했고 무엇보다 그들이 경험했던 일을 직접 제게 이야기 해 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더욱 이야기를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소년법은 정당한 것인지,
직접 행하는 복수가 정당하다고 볼 수 있는지,
소년이 품게 된 삐뚤어진 마음이 온전히 그들만의 잘못인지,
범죄자에게 응징이라는 이름하에 가해지는 학급 아이들의 괴롭힘은 타당한지,
인간이 인권을 함부로 유린할 권리가 있는지
영화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와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 영화를 통해 이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과 영화는 참 잘 만들어진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도 영화를 보는 내내 가해자에게 직접적으로 통쾌한 복수를 하고, 가해자가 매도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냥 시원하기 보단 찝찝한 느낌이 더 들었으니까 말입니다.
비록 가벼운 주제와 행복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러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다루는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이 작품이 아주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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