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중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질문 중 하나가 이런 것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뭔지 아나?" 지금은 알고야 있지만, 그 때 당시 선생님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돈을 받고 안 받고 차이인기다. 알겠나?" 정답을 맞춘 사람은 없었다. 상식이 풍부했던 부반장녀석도 전혀 감을 잡지 못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고작 프로와 아마추어가 돈을 받고 안 받는 것이라니 내 어린 마음에는 그 것이 꽤 큰 충격이었다. 지금은 고작이라고 느끼지도 않지만
몇 년이 지나고 유창혁 九단이 아주 성적을 올릴 때, 한 기자가 질문을 했다.
"타이틀을 눈앞에 두고 계시는데, 이번에 우승을 해야 무관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명예를 찾으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프로 입니다. 명예를 생각해 본적이 있다면 국수전이 최고이겠지만, 상금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명예를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아주 화끈한 대답이었다. 몇 년이 지나 청년이 되었을 때는 그 확신에 찬 대답과 가치관에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는 돈이다. 많은 상금은 저절로 큰 명예를 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2. 지금부터 2년 전이지만, 2004년 세계 바둑 랭킹을 단지 상금으로만 따졌을 때, 1위는 누구일까? 맞춰 보시겠는가? 정답이다. 바둑팬 이라면 당연히 이창호 九단을 생각했을 것이다. 당연하고도 뻔한 이야기. 2년 전만 해도 이창호 九단은 국내 대회 5개, 국제 대회 3개를 휩쓸었다. 지금도 1인자를 지키고 있지만, 그 땐 지금보다 더 무서운 이창호 九단이었다. 2위는 누구일까? 맞춘다면 바둑계에 정말 큰 관심이 있음이 틀림없다.
'야마시타 九단' 이다. 세계 무대 4강? 아니 8강에서 야마시타 九단의 소식을 들은 지가 언제인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3. 대국 한 경기에 미화 11,000달러 이번 중국 리그에서 이세돌 九단은 귀주해속정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조건이 참으로 파격적인데, '지면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스폰서 입장에서 이렇게 화끈하게 선수가 주장하면 누구라도 그 계약을 할 것이다.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이세돌 九단의 파격적인 계약 조건도 그렇지만, 중국에서 지급하는 대국 상금도 화끈하다. 미화 11,000달러. 막말로 한판에 1000만원 짜리 내기 바둑이라니! 그래도 지면 한 푼도 없다.
예전 10회 LG배 16강전 야마시타 九단과 이세돌 九단의 기보 하나 보여드린다.
이세돌 九단(白)으로 다음 수가 궁금해 지는 장면이다. 거의 모든 바둑팬들은 A, B로 모두 생각했을 것이다. 분명이 저 자리가 큰 자리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프로 사범들의 검토실에서도 분명 상변 어느 곳을 두는 지를 검토하고 있었을 것이다. 분명히. 역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저쯤 어디를 예상 할 것이다.
역시 이세돌 九단이라고 해야 할지. 전혀 예상 밖의 백1로 흑 대마를 씌운다. 저 수를 씌운다고 말하기도 좀 민망하고 과한 구석이 있지만, 이세돌 九단은 야마시타 九단의 정수리를 꾹 눌러둔다. 그리고 이후 진행 백 13까지 좌상 흑 대마가 시원하게 잡혔다. 4억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야마시타 九단의 기가 눌린 수순이다. 아마 야마시타 九단은 이세돌 九단의 힘에 놀랐을 것이다.
4. 기성전 우승 상금 1800만원 기성전은 예선을 거쳐 본선 16강을 거치고, 다시 결승전에서 5번기를 펼친다. 우승을 하면 1800만원이다. 이세돌 九단은 금전적 입장으로 본다면, 기성전 5번기 보다 중국리그에서 두 번 대국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훨씬 이득인 셈이다. 도요타덴소배, 후지쯔배 세계 대회 2관왕 이지만, 국내대회에서 큰 힘을 못 쓰는 이세돌 九단을 보면 '국내 기전에서 힘을 못 쓴다라고 느끼기 보단, 큰 물고기만 건진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좀 심한 비약일는지 뭐 좀 더 말을 이어가자면, 일본의 1위 타이틀인 棋聖戰 상금은 4200만엔, 한화 4억원이다. 야마시타 九단의 상금 랭킹은 여기서부터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 우리나라의 국수전은 4천만원이다.
첫댓글 일본의 기성전이 규모가 대단하네요...
헐...국제기전도 아닌 국내기전우승상금이 4억이라니.놀랍군요,그래서 일본기사들이 국제대회보다는 국내대회에 역점을 두는가 보군요..
일본여행 가면...한국이랑.. 2배~3배정도로 물가 차이를 느끼는데.. 4억이면 확실히 엄청난 상금이죠..
일본에 기성전 명인전 본인방전에서 대삼관만 따면 12억원가량이죠.
ㅋ~ 화끈한 쎈돌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