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받으소서]
80. 그러나 우리와 함께 일하기를 바라시며 우리의 협력을 기대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저지른 악행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실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거룩한 정신에 합당한 무한한 창조력을 소유하시어 가장 복잡하고 풀 수 없는 인간 문제의 매듭을 푸는 방법을 알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발전해야 하는 세상을 창조하실 때 하느님께서는 어느 정도 자제하고자 하셨습니다. 이리하여 우리가 이 세상에서 악이나 위험 또는 고통의 원천으로 여기는 많은 것들은 사실 우리가 창조주께 협력하도록 이끄는 산고의 일부가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피조물들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시면서 모든 존재의 가장 깊은 내면에 현존하시어 현세 사물의 합당한 자율성을 가져옵니다. 하느님의 거룩한 현존은 모든 존재의 생존과 성장을 보장해 주며, “창조 사업을 계속 이어 나갑니다.” 하느님의 성령께서 이 세상을 가능성으로 가득 채우셨기에 사물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언제나 새로운 것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연은 사물 안에 새겨진 어떤 예술, 곧 하느님 예술의 이성에 다름 없습니다. 이 이성을 통하여 사물은 특정한 목적을 향해 나아갑니다. 이는 마치 배를 만드는 사람이 나무에 스스로 배의 형상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과 같습니다.”
설명 : 창조주와 피조물을 구분하듯이 하느님의 방식과 인간의 방식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창세기 50장 20절에서 가족과 상봉한 요셉은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형님들은 나에게 악을 꾸몄지만, 하느님께서는 그것을 선으로 바꾸셨습니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현상에 매이지만 하느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까지도 내다봅니다. 이처럼 인간과 자연은 하느님의 도구입니다.
그리고 이 도구를 움직이는 분은 성령입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결국 인간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도록 만들기 위한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인간 스스로 만든 위험이나 고통의 원천을 올바로 풀어가려면 우리 모두 창조주께 협력하도록 이끄는 성령의 작용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하느님은 피조물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모든 존재의 가장 깊은 내면에 현존합니다.
(김대건 베드로 신부/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이사장, 대전가톨릭대학교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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