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차박 2

[언더최]

5007호에는 14명이 들었다. 초반에 일부가 좀 시끄럽긴 했지만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에티켓을 잘 지켰다. 실내에서 마스크 쓰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잘 때도 써?

짐이 있어서 돌아다니기 불안하다. 누워있는다. 불이 밝아서 잠들기 어려웠는데 언젠가 눈을 떠보니 불이 꺼져있다.

침구로는 좀 딱딱한 스폰지를 레자커버로 씌운 매트리스와 같은 소재의 베개와 이불이 제공된다. 생각보다 덜 딱딱하다. 어제 매트리스 위에 누웠는데 10시 넘어서부터 배가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혹시 사람들이 다 타서 미리 배가 떠나나 싶어 현재 위치를 확인했으나 여전히 항구다. 미리 엔진을 가동하는 이유가 있나? 진동은 마치 헬스장에서 가볍게 벨트마사지하는 정도다. 이렇게 덜덜 떨리는 상황에서 과연 잠이나 잘 잘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엔가 잠이 들었다.

새벽에 깼는데 코고는 사람 없이 조용하다. 이 정도 인원이면 2명 정도가 화음을 넣을 만한데..

5시 경에 일어나서 선실을 나왔다. 밤새 비가 왔는지 갑판이 젖어있다. 잔뜩 흐려서 일출을 보지 못했다. 비가 조금씩 내린다.

6시에 제주항에 닿았다. 접안에 꽤 시간이 걸린다. 어차피 난 시간이 많으니 상관없다.

완도로 가는 카페리 실버클라우드에 차들이 선적을 하려고 배옆에 대기하고 있다. 3시간 전에 차를 싣기 시작하니 이 배는 9시쯤 떠날 듯하다. 오션비스타는 실버클라우드 옆에 접안한다. 배가 부두에 댈 때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가 거대하다. 또다른 선박 퀸제누비아도 멀리 정박해있다.

갑판에 바람이 있어서 좀 쌀쌀하다. 긴바지를 하나만 가져왔는데 추우면 어쩌나.

인터넷으로 제주카페 프리패스를 9000원에 샀다. 3잔 쯤 마시면 본전이다. 10잔 쯤 마시지 않을까 싶다. 당일부터는 안되는지 내일부터 유효하고 제주 내 150 카페에서 일주일 동안 3시간마다 1잔씩 마실 수 있다. 한번 사용한 곳은 다시 사용할 수 없다. 내 동선에 가맹점 카페가 얼마나 많이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마셔서 카페인에 중독되지나 않을까.

화물차주부터 내려보낸다. 화물차들은 제일 아래칸에 주차시켜 제일 먼저 나가게 하나보다. 놀러온 사람보다 일하는 사람이 우선이어야지. 제법 시간이 걸린다. 일반차량은 30분이 지나고 나서 차주를 차로 보낸다. 인부들이 바퀴에 묶은 쇠줄을 제거한다.

드디어 출발. 함덕해수욕장으로 행선지를 설정. 16 킬로. 그런데 앞차를 따라가다가 보니 검역소에 도착한다. 국내에서 와도 검역해야 하나? 어리둥절 하고 있는 중에 일부 차들이 유턴한다. 아 잘못 왔네. 아까 네비에서 안내하는 길이 아니라 앞차를 따라온 것이 잘못된 것이다. 띨띨한 선두 차 때문에 여럿 고생이다.

20여분 걸려 함덕에 도착. 찜해둔 곳으로 이동. 메인 해변에서 산쪽으로 더 가면 나오는 작은 주차장인데 바로 앞에 에메랄드 바다가 펼쳐져있고 오른쪽에 산책로가 나있다. 맘에 딱 든다. 여기서 하루 여유롭게 쉬자. 여유로운 건 내 여행스타일이 아니지만 이번엔 색다르게 여유를 가져보자.

일기예보는 오후에 조금 비가 온다고 했지만 비가 조금씩 오고있다. 맑으면 더 좋겠지만 비가 오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다.

라면포트로 라면을 끓여 아침을 먹는다. 야외에서 먹는 라면은 별미다. 커피믹스도 타먹는다. 여유롭다.

주차장 옆에 와이파이존이 있고 제주프리와이파이가 잡힌다. 관광객에 대한 배려. 화장실과 개수대도 있다. 함덕해수욕장 옆에 나즈막한 산이 하나 있다. 서우봉이고 오르는 길과 올레 19코스가 겹친다. 서우봉 가까운 쪽에 야영장이 있고 텐트가 이곳에만 허용된다. 함덕해변 주변에 넓은 잔디공원이 있지만 야영이 금지된다.

해안길을 따라 걸었는데 데크길이 망가져있고 못가게 줄이 쳐져있다. 돌아와서 서우봉으로 오르다가 차문을 잠그지 않은 것이 생각나 되돌아왔다. 문을 잠그고 다시 오르다가 이번엔 급한 볼일이 생겼다. 다시 내려와서 해결했다. 3번째 서우봉 도전. 험난한 도전. 가는 길에 진지동굴을 들른다. 2ㅡ30미터 쯤 길이의 굴이다. 일제강점기 말에 일본군 1개대대가 머무르기 위해 팠다고 한다.

서우봉 주변에 숲길이 여러 개 있다. 숲이 주는 신선한 공기가 좋다. 기온도 적당하고 촉촉히 비가 내려 청량감이 더해진다. 적당한 산책을 마치고 차로 돌아와 쉰다.

마트를 찾아가다가 편의점이 가까이 있어서 거기서 계란을 샀다.

카페패스를 다시 보다가 등록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바우처 코드를 입력하면 바로 사용가능하다. 가능한 카페를 지도에서 보니 좀 멀다. 슬슬 걸어 버거307이라는 곳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받았다. 같은 카페는 또 갈 수 없다. 12시 쯤이니 3시 쯤 커피를 다른 카페에서 받을 수 있다.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걸음수가 제법 많아졌다.

내 차가 있는 해변에서 서핑강습을 하는지 여러 명이 서핑을 하고 있다.

내 차에서 두자리 옆에 있는 레이 차에는 커플이 차지붕위에서 와인을 마시는지 분위기를 내고 있다.

사온 계란으로 오믈렛을 와플기로 만들어 먹었다. 와플기까지 차박에 가져간다고 마누라가 엄청 웃어댔다.

낮잠도 자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다른 카페에서 커피를 받을 시간이 되었지만 걷기에는 멀고 차까지 몰고갈 정도로 커피가 고프지 않아 오늘은 커피 마감을 하기로 한다.

차에서 읽을거리로 도서관에서 책을 5권 빌려왔다. 독서도 한다.

취사가 허용되는 곳이면 고기를 구워먹거나 할텐데 여기는 주차장이라 스텔스차박만 허용된다. 저녁을 먹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녔지만 썩 땡기는 것이 없다. 한참을 헤매다 생선구이집에서 고등어구이를 먹었다.

노을을 보러 해변에 나온 사람들이 많다.

선박 내 오락실

육지가 보인다

충격흡수 튜브

함덕

야영지

서우봉 산책로

올레길 표시

인증도장

카페패스 가맹점

서퍼

지붕위 커플. 주차장인데 좀 그러네

오믈렛 점심

독서도 하고

주차장 옆에 와이파이존

잔디공원

카페델문도

[한병운]

본인 스타일이 아니라도 색다른 여유로움을 멋지게 즐기시길... 근데 차안에서 취사하면 위험한가?
암튼 부럽습니다.

[언더최]

시간은 많고 할일은 적으니 강제로 여유로울 수밖에.. 차안에서 취사하면 위험한 것보다 냄새가 차에 배는 문제가 더 크겠지. 화기를 쓴다면 소화기가 비치해둘 필요가 있겠지. 나는 전기를 주로 쓰니 비화식이라고 해야하나?

[김성태]

삶을 즐기며 사는구나

[언더최]

다리힘 있을 때 부지런히 즐겨야지.

[박일명(19)]

살아있네. 요새 잠수 모드네.

[언더최]

쏴라있따. 집들이 잘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