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아침
허형만 세월의 머언 길목을 돌아 한 줄기 빛나는 등불을 밝힌 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아직은 햇살도 떨리는 1월의 아침 뜨락의 풀 뿌리는 찬 바람에 숨을 죽이고 저 푸른 하늘엔 새 한 마리 날지 않는다. 살아갈수록 사람이 그리웁고 사람이 그리울수록 더욱 외로와지는 우리네 겨울의 가슴, 나처럼 가난한 자 냉수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깨끗해진 두 눈으로 신앙같은 무등이나마주하지만 나보다 가난한 자는 오히려 이 아침을 만나 보겠구나. 오늘은 무등산 허리에 눈빛이 고와 춘설차 새잎 돋는 소리로 귀가 시려운 1월의 아침, 우리의 기인 기다림은 끝나리라. 어머니의 젖가슴같은 땅도 풀리고 꽃잎 뜨는 강물도 새로이 흐르리라. 우리의 풀잎은 풀잎끼리 서로 볼을 부비리라. 아아, 차고도 깨끗한 바람이 분다. 무등산은 한결 가즉해 보이고 한 줄기 사랑의 등불이 흔들리고 있다.
허형만(許炯萬): 1945년 전남 순천 출생. 중앙대 국문과 및 숭전대 대학원 국문학과 졸업. 『월간문학』으로 데뷔하여 <목요시>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으로 『청명(淸明)』『풀잎이 하느님에게』가 있으며 목포대학 국문과 교수 역임. 일상적인 사물을 대상으로 다루되 전혀 난해성의 부담을 주거나 생경한 표현 따위로 곤혹감을 주지 않는 시를 쓰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