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올렸든 글입니다.. 다시 되짚어볼 부분이 있어서요~ 특히나 모임이후 노인네들 계신 곳이 있으면
방문하여 위로해드리는 부분이 행사내용이 됐으면 싶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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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가슴을 떠나지않는 잔상이 자꾸 되뇌여져서리....
눈도 오는데.... 어줍쟎은 글을 끄적여봅니다..
엇그제 아리님댁 모임후 노송님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길을 떠났지요~
무주군 설천면 두길리 ..이름하여 방제마을..
무주구천동이 오지라고했습니다만.. 이젠 아니죠~
그 방제마을은 참 오지였습니다..
깊고 깊은 산골짝 너럭바위많은 그곳에 바위를 집터삼아...참으로 옹색한(?) 마을이
옹기종기 들어 앉아있더만요~
우선 주위를 둘러보니.. 그 풍광과 기후조건등 살고싶은 동네이긴 합니다만..
얼추....열댓가구쯤 되 보이는 동네엔... 대부분이 빈집들이였습니다..
사람이 있다해도 외지를 오가는지 문을 잠궈둔 집들이 많고...
사람의 기척이 별로 없는.. 겨울바람같은 황량함이 있더만요
차라리 빈집이란건 없으믄 나은데.. 예전부터 그자리를 지키든...
수십대 이어져 온 생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
주인 떠난후 외로움인지 슬픔인지.. 기울어가고있는 그런 집들을 볼때마다
맘 한구석이 쨘~ 한 느낌이 들더이다..
이집 저집 둘러보면서.... 사람이 사는데 많은 평수의 집이 필요없겠다는걸 다시한번 느꼈고..
어쩌믄 그 옹색한(?) 집들 속에서 우리네 친구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추억을 쌓았을터...
지금 얘기하고자 하는 8순 할머니도 가슴두근거리며 그 동네에 시집을 갔을겁니다..아마..
아들딸 낳고 부지런히 일하며 오손도손 살든 그 새댁.....은 어디가고..
구부러진 허리에 주름진 얼굴로 외로움을 이미 넘어선 체념같은 그런 느낌을 풍기는
할머니 한분이...... 내 맘을 자꾸 되끌고 있습니다..
노송님 사시는 바로 앞집 할머니...
첨 가자말자 인사를 드렸고.. 동네사람 반기듯 반갑게 대답해 주시는 그 모습에서
외롭구나.... 하는 맘이 느껴져서리..
조금 마을을 돌다가 다시 그집을 갔습니다..
추운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마당(마당이래야 손바닥만 합니다) 에서 무쇠솥에 아궁이를 걸어두시고
계속 불을 때고 계십니다..
"할머니 .. 뭐 하세요?"
"응... 그냥 불때고 있어~"
"솥엔 뭐가 들어있어요?"
"으응... 아무것두 없어~ 걍 심심하니까.. 불때는거야~"
"추운디.. 그러고 계시믄 감기드시쟎아요~"
"아녀~ 난 그래도 바깥이 좋아~"
그러고는... 묻지도 않았는데... 할머니 지신의 얘기를 계속하십니다..
금년에 83세? 이시고.. 자식은 아들 하나 있는데 ..서울 있다....
서울 사는거보다는 난 여기가 좋아...............
멍 해집니다...
저도 94세되신 노모가 계신데..
정신이 맑으실때까지..아마 87세까진 시골서 혼자 사셨습니다..
이 할머니의 외로움이 가슴속에 싸아~ 하게 들어오면서
내 어머니가 오버랩 되는건 왠지 모르겠습디다...
오죽이나 말동무 없으시고. 외로우시믄 헛불을 때면서 불과 대화를 하고 계실까요
그리고 나중 노송님께 들은 얘기로는
바깥에 사람기척만 있으면 아무리 추워도 바깥에 나오신답니다..
사람들이 갈때까진....................
집 안은 비교적 깨끗하고 깔끔하게 관리해 놓으신걸 보면..
여자들 늙으믄 깨가 서말이고..남자들 늙으면 이가 서말이라는 말이 맞는거 같습니다..
자기주관으로 오지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덜 외롭겠지요만..
세월이 흐르다보니.. 젊은이는 다 떠나고 친구들은 저세상 가버리고..
이제 말벗 하나없이 외로움을 이기시려는 그 몸부림같은걸 느끼면서..
참 가슴이 .... 많이 아팠습니다..
헛불을 때시다가 자기 무릅을 두손으로 탁탁 치면서.. 무료함을 달래시는 그 할머니..
묻지도 않은 얘기를 줄줄이 계속 하시든 그 할머니..
근데... 반찬은 어떻게 해 드시는지...
김장은 해 드시는지...
여러가지가 많이 궁금했습니다...
노송님께 물어보고..
혹여 도움될 수 있는게 뭔지...(어줍쟎은 도움이라는 말이 좀 그렇습니다만....)
나중.. 곧은터에가면.. 김장이라도 몇포기 보내드려야겠습니다..
그나마 노송님이 앞집에 계시니 다행입니다만..
안그러면.. 앞뒤 모두 빈집인데.. 그 외로움을 어케 감당 하실수 있을지..
아직도 맘이 쨘~ 합니다..
2006. 0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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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학때 자원봉사를 했었는데.. 동사무소에서 생활보호대상자에게 나오는 쌀과 보리가 있는데.. 독거노인분들은 그걸 줘도 가져가질 못하니.. 동아리에서 자전거를 사서.. 수업마치고 달동네로 배달다녔던 적이 있어요.. 전기세 아까워서 빛도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불도 안켜고.. 한겨울에도 찬물에 빨래하시고.. 쌀배달한다는 보람보다 그걸 보고 돌아설때 마음이 아파서.. 중요한건 자식들도 다 장성해서 살림차려 사는데.. 왜 부모님을 그렇게 놔두고 사는지.. 못먹고 못살아도 가족이면 껴안고 살아야하는게 아닌가.. 그런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뭐가 이쁘다고 자식사진 손주사진 먼지앉을까봐 옷소매로 연실 닦고..
입가에 침이 고이도록 자랑하시는지.. 부모의 이런 마음을 왜 자식인 우리는 헤아리지 못하는건지.. 참 그랬었던 적이 있네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마음이...항상 평안하세요
"할머니 .. 뭐 하세요?" "응... 그냥 불때고 있어~" "솥엔 뭐가 들어있어요?" "으응... 아무것두 없어~ 걍 심심하니까.. 불때는거야~" 할머니께서는 타오르는 아궁이 속을 보시며..여러가지 생각을 하십니다. 먼저 가신 할아버지...그립고 보고싶은...자식들...손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