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려심
‘하나님! 이런 대접받아도 됩니까?’
목양 수필의 격려가 날아들었다.
1)‘이 목사님! 예수님께서 자주
새은혜교회 권사님 같은 모습으로 목사님을 찾아가시네요.
목사님은 그런 사랑, 그런 대접받으시기에 충분합니다.’
2)‘하나님이 목사님을 넘넘 사랑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목사님이 성도들을 사랑으로 섬기시는 것,
잘 아셔서 대접받게 하시니 감사드려요.
좋은 글 보는 게 행복입니다.’
3)‘목사님, 이렇게 귀한 말씀 보내 주시니 너무 행복합니다.
혼자 읽기 아까운데 목사님 허락하시면
대광동문 밴드에 옮기고 싶습니다. 괜찮으시죠?’
4)‘주님의 발걸음 따라 섬김의 자리에 늘 서 계시는 목사님~~
믿음의 귀한 분들의 친구가 되어 주신
목사님의 삶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5)‘목사님이 어렸던 저에게 하셨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사람을 통해 일하심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참 감사하고 귀한 일에 기쁨이 큽니다.’
6)‘나도 칼의 노래 읽고 잡다~’..
사소한 삶을 쓴 내용이지만 달게 읽고 귀한 일로 여겨 부담스러웠다.
그 배려심이 문서 사역을 지속할 동력이었다.
더 잘 쓰고 싶어 도서관을 찾았다.
게시판 인문학 베스트 순위에 ‘공간의 미래’가 들어왔다.
책 대여로 종합 자료실에 갔는데 글쓰기 책 두 권 들고
또 어떤 책을 고를지 모르는 아주머니에게
‘글쓰기 최전선’를 추천했다.
작은 배려에 고맙다는 인사였다.
여상고 출신 저자의 필력도 강하지만
사회적 약자 앞에서 글쓰기 가르치는 삶이 아름다웠다.
창가에 따뜻한 볕이 드는 학습실은 책장 넘긴 소리만 들렸다.
다음 날, 식전 어머니 전화였다.
밤새 어깨가 아파 잠 못 주무셨는지 신음소리가 컸다.
어떤 치료가 나을지 고민 중에 친절하게
말벗 삼아준 임광모 한의원으로 결정하고 모시러 나섰다.
중흥벧엘교회 앞을 지나 신호등에 멈췄다.
자전거에서 내린 할아버지가 눈발 날리는
차도에 굴러다닌 스티로폼 상자 뚜껑을 치웠다.
다사로움 아파트 일방통행로에 두 여인이 집게로 휴지를 주워 담았다.
어머니 아파트 지하 주차장 인도를 쓰는 경비원도 계셨다.
그 수고의 손길에 깨끗함을 보고 온기를 느꼈다.
엘리베이터 앞을 쓰는 아줌마를 만났다.
‘수고하십니다.’ 인사에 ‘여기 타세요.’
버튼을 눌러 주셨다.
어머니 모시고 내려왔더니 청소부 아주머니가
‘할머니 안녕하세요.’ 반갑게 맞았다.
가끔 어머니가 커피를 타 드린 결과였다.
한의원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원장이 입구까지 나와 영접하며 안부를 물었다.
‘어르신은 총이 밝다’는 말에 기분 좋은 진료였다.
평소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가 많아 핸드폰 가게에 들렀다.
시답잖은 말로 통화가 길어지면 연락이 어려웠다.
일반 전화 설치를 권해도 싫어한 내색이라 어쩔 수 없었다.
통화 중 대기를 신청하여 기능을 가르쳐 드렸다.
핸드폰을 깨뜨려 스마트 폰으로 바꾼 할머니가 옆에 계셨다.
손녀가 있으면 가르쳐 주는데 쓸 줄 몰라 태산 같은 걱정이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목소리를 키웠다.
나이 많은 탓이라는 변명에 어머니 번호로 걸어 보시라 권했다.
두 분 통화에 내 폰을 눌러 어머니 통화 중 대기 법을 알려 드렸다.
가르치면 따라 하는데 어르신들의 스마트 폰 사용이 쉽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집에 찰밥과 대봉, 마가린을 챙겨 주셨다.
오는 길에 배 집사님 다리 다친 소식을 늦게 들고 찾아갔다.
참 부지런한 분이라 밖에서 계셨다.
‘목사님, 괜찮습니다. 많이 좋아졌네요.’
준비해 간 것 내려 드리고 차를 돌리는데 안전하게 봐주셨다.
좁은 주차장에서 차 꽁무니가 사라지도록 지켜보셨다.
작은 배려를 크게 받았다.
교회 현관에 택배 상자 두 개가 보였다.
감사 문자를 날렸다.
‘오 권사님! 보내주신 과분한 선물 달게 받았네요.
상자가 너무 무거워요.
미안한 마음 들지만 잘 먹을게요.
귀한 가정 위해 기도할게요.
명절 뜻깊게 보내며 행복한 삶 이어 가세요.’
‘아유 목사님~~^^ 직접 문자 주셔서 감동이어요.~~^^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데 죄송해요~~
제가 받은 사랑이 더 크네요~~^^
약소한 선물에 좋아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건강하시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미선이에게 톡을 보냈다.
‘선물 잘 받았다.
귀한 것이라 체중관리가 어려울 것 같다.
농협 들려 감사 헌금이 찍혀 뒤로 자빠질 뻔했다.
교회 재정에 많은 보탬되어 힘이 난다.
큰 누나 뷔페? 일취월장 위해 기도할게. 너도 힘내라.’
‘목사님, 잘 도착해서 다행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우리 결혼 3년 만에 베트남 신혼여행 다녀올게요..’
그날 저녁, 집안 정리한 아내의 일손을 도왔다.
아내는 혼자 먹는 밥이면 안방에서 TV 보며 편하게 먹는 스타일이다.
자식들이 명절 전, 온다는 말에 냉장고를 정리했다.
묵은 때를 닦고 유통기간 지난 양념은 버렸다.
무화과 잼과 담근 오디는 서재 냉장고에 넣었다.
식초로 세재를 만들어 아내가 그릇을 닦으면 헹구는 일을 거들었다.
냉장고 숨소리가 편하게 들렸다.
어젯밤, 아들과 전대 운동장에서 10킬로를 달렸다.
혹한기라 추웠다.
마라톤 입문 초보인 아들이 힘겨워 한 모습이었다.
몸이 반응한 대로 밀어붙였다.
‘아빠, 10킬로미터를 한 시간 내 달린 기록은 처음이어요.
포기하지 않고 뛰어 감사하네요.’
뿌듯한 성취감에 다시 달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손자 녀석이 ‘배고프다고 빨리 오시라’는 연락에 멈췄다.
그것도 기다리는 가족을 위한 작은 배려심이었다.
설 명절, 밑 둥이 튼튼한 참나무처럼 바닥을 넓게 끌어안길 바란다.
2023. 1. 21 서당골 생명샘 발행인 광주신광교회 이상래 목사 010 4793 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