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3구간 종주
[첫날 (2013년 9월 7일 토) 12.1km]
답운치-통고산-애미랑재,광비령
동서울에서, 전농동에서 따로 출발해서 낙동정맥 3구간 시작 지점인 답운치에서 만나 햇볕에 노출된 도로에서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말로만 들었던 낙동 구간 연결이 저쪽 산에서 내려 와 도로 건너 이쪽 산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산과 산사이의 마을을 지나며 가는 낙동정맥 산행이 그려지는 순간 입니다.
낙동 가자고 꼬드긴 명랑님은 낙동전지 훈련만 시키고 무릎이 악화되서 참석을 못하고(진정한 교관은 훈련만 시킨다나...어쩐다나...)
영희님을 꼬드긴 산내음님도 잘 다녀오라고 배웅만 하고 이래 저래 낚인 3명의 여인들과 10명의 배봉산장의 멋진 사내들 입니다.
우리는 낙동정맥 3구간을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을까요?
3구간 폭탄은 누가? ㅎㅎㅎ
산 바람은 없었지만 그늘진 오솔길을 걷으니 기분이 상쾌 합니다.
수풀이 많이 우거져 괜히 반팔을 입었나 걱정도 했지만, 낙엽이 쌓여 있고 흙길이어서 생긋 생긋 웃으며 산행을 시작 했습니다.
오직 데롱 데롱 매달린 리본만이 여기가 낙동정맥이라고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어디서 이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싶게 밝은 얼굴들 입니다.
산에서는 아내도, 엄마도 아닌 스무살 착한 마음을 가진 청춘입니다.
첩첩이 흘러 내린 산자락을 감상하며 족발에 김밥, 막걸리, 맥주까지 선상 만찬이 차려 집니다.
낙동 1,2구간을 오른 분들은 오늘만 같아라 하면서 신나 합니다.
배낭 무게를 최대한 줄이라는 명랑교관님의 지령을 받은 짱구님은 새벽부터 일어나 콩밥에 청량고추, 훈제오리,김치를 썰어 넣은 짱구님표 주먹밥을 만들어 왔습니다.
어찌나 맛있던지...다음에도 부탁해도 될까?
형님들이 하라면 뭘 못하겠습니까? 연우아빠님 바로 족발 다리 하나를 물고 포즈를 취합니다. ^^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든 냉막걸리 한잔 까지 걸치고 능선을 바라보며 걸으니 통고산 정상 입니다.
통곡하며 오른다는 통고산을 위풍당당 하게 만납니다.
1시간 가량을 계속 내려 오는데 패랭이 대장님 뭔가 이상한지 잠시 멈추라고 합니다.
GPS를 켜며 지도를 펼치며 상의를 하는 대장님들 입니다.
무쟈게 멋져 보이죠?
이때까지만 해도 참 해 맑은 솔길이었는데...
'이쯤이면 뭐' 했는데...
역시 통곡하며 오른 산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통고산을 왕복 오르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낙동정맥 산행에 처음 합류한 솔길과 짱구에게 낙동의 진수를 보여주기 위한 1시간 40분 알바였다고 얘기를 합니다.
믿어야 할까요?
숲이 우거져선지 어둠이 금세 찾아 듭니다.
길을 알 수 없게 자라 난 숲풀과 가시나무에 팔을 긇히고,
숨소리조차 들릴 만큼 바짝 붙어서 온 짱구님은 "언니, 이래서 낙동은 여럿이 해야하나봐" 하며 실감 난다고 얘길 합니다.
오직 렌턴불빛과 앞사람의 발걸음, 거친 숨소리로 서로를 확인하고,
간격이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반보,반보"라고 외치는 소리만이 우리가 여기 있다고 외치는 거 같습니다.
뭔가 울컥하는 기분마저 듭니다.
예상치 않은 알바로 하산 시간이 늦어지고
10시에 편의점과 숙박 식당이 문을 닫으니 미리 가서 준비하겠다며
산도깨비님과 소나무님 연우아빠가 선발대로 달려 갑니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고 가는 길이 주는 막막함과 조금씩 처지는 몸상태가 뒤 섞여서 마음이 심란해져 갑니다.
멀리 보이는 불빛이 어찌나 반갑던지. 차 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도 있다는 걸 경험했습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늘 산행 마무리 지점인 애미랑재로 봉고차가 들어 옵니다.
오후 2시에 산행을 시작해서 밤 10시에 끝났으니 8시간 산행을 꼬박 했습니다.
잘곳을 알아보고 차로 태워 나르고, 찬 술을 공수해주더니 시골 아낙네의 정성이 깃든 밥상까지.
배봉산장 연우아빠 총무님의 활약으로 더 즐거운 산행 입니다.
갓 딴 깻잎무침에 제육볶음 한점을 얹고 맥주 마시니 세상 부러울게 없는 아름다운 울진의 밤 입니다.
무사히 첫날 종주를 마쳤다는 안도에 술이 달기만 합니다.
블루진님은 "낼 뭔 산행이냐 영덕가서 대게 먹고 백암온천에서 놀다가 올라 가자"고 사람을 마구 흔들어 댑니다.
눈빛이 무쟈게 흔들리는 저를 보면서 짱구님은 "뭐든 언니랑 같이 할테니 결정을 하세요" 합니다.
'무서운 여인, 물귀신 작전이다' 꼼짝 없이 낼 산행을 아니 몇시간 뒤 산행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 집니다.
잘 할 수 있을까?
쏟아지는 별빛마저 말없이 바라보기만 봅니다.
첫댓글 솔길님 정말 대단했어요.
전지훈련으로 그치지 않고 낙동까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고 즐거웠습니다.
명랑님은 함께 하지 못 해 정말 아쉬윘지만 그래도 전지 훈련을 하게끔 해 줘서 편하게는 다녀올 수 있었던것 같아요. 명랑언니도 고마워요.
ㅎㅎ 첫날의 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다시 감동입니다
내말은 씨도 않맥혀......^^
고진감래하신 모든 분들 축하요.^^
영희언니랑 연우아빠 고맙고 미안하고요.
일을 벌여놓고 뒷일을 나눠드리지 못해 송구했어요.^^
영희언니께서 특히나 많이 힘드셨을텐데, 그냥 후미에서 따로 또 같이 버전이었는데~그만,,, 죄송합니다.
언니께는 즐겁고 가뿐한 산행에서 기쁨조 확실하게 하것어여~~ ^&~ ㅎㅎㅎ
도전하는 즐거움~^^ 그 쾌감은 도전하는자 만이 안다--------------------->도각 ㅋㅋㅋ
솔길님의 산행기를 읽다보니 어제 산행을 막 마친듯 생생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