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닉네임- Ð정령석Ħ 작가 메일- hansooji33@hanmail.net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1◀ [작가 시점] 코디의 말을 무시하고는 사장에게로 전화를 거는 매니저. 사장과 매니저의 통화소리가 들린다. "예, 지금 쓰러졌는데.." "[병원은 무슨 병원. 잠깐 눕혀 놔. 방송에 문제생기면 안 되니까..]" "..아, 그래도 많이 아픈 것 같은데.." "[여름이라 배탈이라 그래. 그냥 두면 괜찮아.. 아니면 손 따줄 사람 구해주던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딱 끊은 매니저. 코디들에게 말한다. "사장님이 병원에 보내지 말고 그냥 눕혀 노란다." "아니, 그래도 아픈 애를.." -유리 "하, 사장님이 정말 그랬어요? 이 아픈 애를 그냥 눕혀 노라 구요?" -미연 "어쩔 수 없잖아. 사장님 말씀인데..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사장의 대한 분노. 유리와 미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자꾸만 '허' 소리만 연발했다. 멤버들 또한.. 어이가 없는지 그냥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러다가 지천이가 정신을 번뜩 차리고는 시빈이를 들쳐업는다. "지천아.. 왜 그래.." -매니저 "전 아무래도.. 병원 가야겠어요." "생방송이야. 그리고 사장님의 말씀도 있고.." "생방이요? 생방이 뭔데요! 사람이 죽어 가는데! 그것도 멤버가 아프다는데!" "어쩔 수가 없잖아!" 매니저 또한 만만치 않았다. SA라는 기획사.. 참 독하기도 소문난 기획사이다. 사장의 이중성은.. 관계자들과 가수들만 아는 1급 비밀이다. 정말이지.. 이중성의 대가이다. "..그래 지천아. 일단 눕혀놓자." "욱이 형.." "그렇게 라도 안 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결국은 지천이의 등에 업혀 대기실 의자에 눕혀진 시빈. 뭐가 그렇게 힘든지 손으로 배를 감싸쥐고는 식은땀을 줄줄 흘린다. 결국 보다못한 후천이 옆 대기실로 뛰어가 누군가를 데려온다. 타 가수의 여자 매니저. 의학에 대한 기초 지식은 있었기 때문에.. 후천이가 데려온 듯 싶다. "..왜 그런 것 같아요?" 잠시 시빈이의 이마를 만져보고 배를 꾹꾹 눌러보던 여자 매니저. 수건으로 시빈이의 땀을 닦아주더니 말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그래. 오늘 처음 있는 뮤직비디오 촬영이.. 약간은 부담 됐나봐. 거기에다가 날씨도 더웠고.. 원래 체력이 여자체력처럼 약한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가수와 가수들의 스케줄에 익숙하지 못해서 그래. 시원하게 해주고, 잠깐 자게 두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런데 배는 많이 아플 거야." "얼마정도 쉬어야 되요?" -신 "한.. 적어도 2시간 이상은 자게 해야지." "저희 30분 뒤에 무대 올라가야 되는데.." -신 "어쩔 수 없어. 안 그러면 더 아프게 되는 걸.." 그렇게 말을 마친 여자 매니저가 문을 닫고는 대기실 밖으로 나간다. 가만히 시빈을 바라보던 본 매니저. 멤버들과 코디들에게 말을 한다. "생방 올라가기 2분전에 깨워. 사장님이.. 그러라고 하시네." "독하다 정말.. 그 사장.. 정말 독하다.. 매니저 아저씨.. 아저씨가 어떻게 좀 해 봐요.." -유리 "그냥.. 그대로 해." 매니저도 미안한지 문을 닫더니 대기실을 나가버린다. 그런 매너지가 나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시빈의 옆에 앉는 미연. 시빈이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안쓰러워 한다. [25분 뒤] ..아프다.. 아퍼.. 그렇게 나는 아직까지도 땀을 약간씩 흘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나 나 강시빈이 누구 던가. 이깟 고통에.. 죽을 인간은 아니란 말이다. 입술을 꼭 깨물고는 팔꿈치로 소파를 짚고는 몸을 일으켰다. "..시빈아, 괜찮아? 응?" "미연누나.. 방송.." "방송이 문제야 지금? 어? 이게 뭐야 대체.. 아프면 아프다고 진작 말을 하지.." "나도 몰랐다 뭐.. 그런데.. 애들 다 어디 있어?" "다들 올라갈 준비하러 밖으로 나갔어. 5명 이서 한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누나.. 나 나갈게. 알았지? 유리 누나 오면 잘 말해 줘.." "이 몸으로 어딜 나가!" "어쩔 수 없잖아. 나 때문에.. 방송에 문제생기는 거 싫어.. 누나.. 부탁해." 그렇게 나는 미연 누나의 어깨를 두 번 치고는 옷을 매만지며 뛰쳐나왔다. 그렇게 막 뛰어서는 생방송 무대 밑으로 갔다. 나를 보고는 놀란 듯 손가락질을 하는 후천이와 욱이. 그때 마침 MC들의 말이 들려왔다. "예, 다음은 가요계의 거대한 핵 돌풍의 무대인데요. 함께 만나볼까요? J-F의 멀어져 가는 그대 모습." "가, 강시빈.." -후천 "하아, 빨리 올라가자." 그렇게 마이크를 한 손에 쥐고는 무대에 섰다. 150여명이 넘는 사람들과 어지러운 색의 풍선을 보니.. 머리가 어질 했다. 자꾸만 한 쪽으로 넘어질 것 같아.. 옆에 있던 지천이의 어깨를 잡고는 노래를 불렀다.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라 음정이 약간 불안정했지만.. 그래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는 끝까지 다 부를 수 있었다. 정말.. 무대가 끝난 뒤 내려오는 순간.. 하늘에 감사하며.. 털썩 주저앉았다. "시빈이 형. 괜찮아요?" 뒤에 내려오던 지천이가 나를 일으켜 세워주며 물어온다. 나는 '괜찮아 임마' 라고 말을 하고는 무사히 그곳을 나갈 수 있었다. ...... [밴 안] 그렇게 밴에 올라타자마자 한 쪽에 드러누웠다. 말을 할 힘도 없고.. 그냥 배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더니 다가와 간호하는 미연누나와 유리누나. 멤버들은 곁으로 오지 못하게 아주 단단히 막아버렸다. "저기 유리 누나.. 나도 간호.." "유지천! 시빈이 너 보면 더 아플 테니까 저리가! 가!" "쳇. 별 걸 다 가지고.." 지천이가 입을 삐쭉거리더니 멤버들이 있는 앞자리로 자리를 옮겨버린다. 이럴 때.. 정말 유리 누나와 미연 누나가 고마워진다. "유리 누나.. 고마워요.. 미연 누나.. 고마워.." "말하지 마. 아프잖아.." -유리 "그래.. 말하지 마 시빈아.. 푹 자.. 숙소 도착하면 깨워줄게.." -미연 "고마워요.. 고마워.." 그렇게 난 싱긋 웃고는 눈을 슬며시 감았다. 머리를 쓸어 넘겨주는 미연누나의 손이 참 따뜻하다. 그리고.. 참 고마운 손이라고 생각하며.. 편하게 잠이 들었다. .......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2◀ [숙소] "시빈아.. 시빈아.." "흐음.. 누구야.." "나야 미연 누나. 빨리 일어나.. 숙소 다 왔어.." "..벌써? 아, 고마워.." 그렇게 난 비몽사몽 상태로 밴 문을 드륵 열고 나와서는 숙소로 걸어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때 어디서 나타나는 한 여학생. 내 앞을 떡 하니 가로막는 그 여학생 덕에 감겨있던 눈이 딱 뜨였다. "뭐, 뭐 에요?" "강시빈 오빠 맞으시죠! 새 멤버." "..아.. 네."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여학생. "강시빈 1호 카페 만들었거든요? 3일만에 회원 수 2000명이 넘었어요. 앞으로 더욱 더 많아 질 테니까 주눅들지 마세요. 시빈 오빠 사랑해요!!" 그렇게.. 'only 시빈이만을' 이라는 플랜카드를 흔들던 여학생과 뒤에 있던 그 무리들이 사라졌다. 그런데.. 많이 당황스러운 데에도.. 지어지는 미소가 뭘까.. 저 여학생들이.. 너무 고맙다. '오빠'라는 말이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오올, 인기 많은데요 형? 부러워요!" 신이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신이를 보고는 피- 웃고는 신이의 등을 떠밀며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숙소 안] 제각각 옷 갈아입고 메이크업 지우고 음식 먹느라 정신이 없다. 나 역시 옷을 갈아입고는 메이크업을 지우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는 피자 파티가 한창이었다. "시빈이 형! 빨리 앉으세요!" 한울이가 나더러 앉으라며 자리를 옆으로 옮겨 앉는다. 피자보다는 음료수를 좋아하는 나는 한울이의 옆자리에 앉아 피자 한 조각을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야, 강시빈!" 후천이가 놀라서는 한 입밖에 못 베어 문 내 피자를 빼앗아갔다. 머, 먹던 걸 빼앗는 게 어디 있어!! "야, 배아프다는 애가 피자를 먹냐? 이 느끼한 걸?" "아니 저기.." "빨리 들어가서 한 숨 푹 자!" 저, 저 얄미운 강후천. 내 피자를 네가 먹냐! 어? 결국 그 좋아하던 음료수도.. 피자도.. 입 한 번 대보고는 먹지도 못했다. 아아, 배고파.. 배가 고파서 잠이 오겠냐고.. 그렇게 축 늘어져서는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엎어졌다. "(꼬르륵)" 나쁜 자식. 강후천 나쁜 자식. 이제 배 안 아픈데.. ㅜ_ㅜ.. 피자도 안 주고.. 음료수도 안 주고.. 나쁜 자식.. 나쁜 자식! 그렇게 혼자 침대에서 온갖 발악을 다 하다가 지쳐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렇다고 창피하게 가서.. '나 이제 배 안 아프니까 피자 하나만..' 이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까 까지 쓰러질 정도로 땡기던 이 놈의 배는 왜 안 아픈 거야 왜! 그렇게 배를 툭툭 치고는 침대에 大자로 누워서는 먹을 음식을 생각해 봤다. "..피자.. 음료수.. 치킨.. 스파게티.. 햄버거.. 치즈스틱.. 아이스크림.. 감자튀김.." 줄줄줄 입에서 나오는 이런 음식들이 참 밉다. 흐으.. 배고파.. 나도 진짜 먹을 거 없에서 엄청 무어졌다. 그렇게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던 나는 두 눈을 꼬옥 감고는 주문을 걸었다. "너는 지금 생각하는 음식을 다 먹었다.. 빨리 자라.." 정말로 그 주문이 걸린 것일까.. 그 뒤로.. 나는 쿨쿨 꿈나라로 잠이 들었었다.. ....... [다음 날] "시빈아!! 빨리 일어나!!" 유리코디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렸던 나는.. 이불을 휙 걷어버리는 유리코디 덕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조금만 더 잘래요.." "빨리 일어나. 오늘도 뮤직비디오 촬영하잖아~" 아.. 맞다.. 아이 씨.. 졸려 죽겠는데.. "빨리 샤워하고 씻고 이 옷으로 갈아입어." 유리코디가 내게 준 옷은 어제와는 다른 풍의 옷이었다. 그냥 캐주얼 한 옷. 그러면서도 학생인 것 같은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옷이었다. 그렇게 옷을 한 쪽에 받아들고 욕실로 제일 먼저 들어간 나. 샤워를 시원하게 하고.. 붕대를 휘휘 감고 옷을 입었다. 그리고는 세수를 비누로 깨끗하게 한 뒤, 이를 닦았다. 유리코디가 준 옷을 입고는 노란 머리를 수건으로 탈탈 털며 나오는데.. 유리코디가 나를 급히 잡더니 방안으로 데리고 간다. "왜, 왜요?" "시빈아, 가서 지천이 좀 대신 깨워봐." "예? 그걸 왜.." "여자인 내가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알았지? 빨리 가서 깨워." 나는 등을 휙 떠미는 유리코디의 방정에 방으로 들어가서는 지천이를 깨웠다. 아, 유리코디가 못 들어가는 이유가 있었구만. 반바지만 입고 자는 지천이. 살결이 하얗긴 하얗구나.. 아,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0-; "야, 지천아.. 지천아 일어나 봐.." "..아, 형.." "빨리 일어나. 뮤직비디오 촬영 가야지.." "조금만 더 가면 안 되요? 지고 싶은데.." "빨리 일어나! 빨리!" 그렇게 지천이를 툭 친 후에 문을 닫고는 방을 나왔다. 지천이.. 그냥 동생으로밖에 보이지가 않는다. 내가 하도 남자를 많이 봐서 그런가.. "시빈아, 깨웠어?" "아, 네." "응, 고마워. 참, 빨리 미연 언니한테 가 봐. 머리 해준 데." "네." 그렇게 나는 미연누나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상한 기구들을 이용해 내 머리를 해 준 미연 누나. 역시.. 연예인의 머리를 무조건 삐쭉해야 되나 보다. 하나같이 삐쭉한 거 아니면 밑으로 다 내린 거.. 흐음, 공식인가? 그렇게 멤버들 모두 촬영장으로 갈 준비를 마쳤다. 오늘 뮤직비디오 촬영은.. 새벽 5시까지라지.. ..ㅠ_ㅠ..싫어요~ ...... [M/V 촬영현장]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특별히 만든 세트 장. 한 30분 정도를 캐주얼 차림의 복장으로 찍다가.. 그 뒤로는 정장, 교복, 무대의상 등으로 갈아입으며 촬영에 열중했다. 저 쪽에는 다섯 멤버들의 춤 연습이 한창이다. 나도 예전에 춤을 배운 적이 있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이번 후속곡 안무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안무 선생님에게 교육받는 중이다. "이 간주 부분에는 너랑 한울이만 앞에서 춤을 추는 부분이니까 각별히 신경 써야 돼. 알았지?" "네에." 그렇게 약 2시간 정도를 춤 연습에 허비해버렸다. 그 덕에 감독님께 혼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시간은 계속 흘러흘러.. 밤 12시를 넘기고 있었다. ......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3◀ 그렇게 새벽까지 촬영이 한 창이었는데.. 유리코디가 A4용지 한 장을 가져오더니 호들갑을 떤다. 무슨 일이지? "야, 야 유지천! 너 이게 무슨 소리야!!" 자기 파트 부분을 끝내고 나랑 의자에 앉아 쉬고있던 지천이에게.. 그 A4용지를 보여주며 따지는 유리코디. 그 용지를 받아들고는 천천히 읽던 지천이도 어이가 없었는지 피- 하고는 웃는다. "왜 그래?" 나는 지천이의 손에 있던 종이를 가져와 천천히 읽어내려 갔다. '인기그룹 J-F의 멤버 유지천, 핑크빛 스캔들' (인기그룹 J-F의 멤버 유지천이 같은 소속사 연기자인 하비(가명.18)와 핑크빛 열애 설이 났다. 평소 절친한 친분을 과시하던 그 둘은...) 뭐 이러이러한 내용. 하비? 하비가 뭐지? 아아, 그.. 그 연기자.. TV에서 몇 번 봤는데.. 흐음.. 스캔들이 난 건가? "유지천,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어?" "유리누나, 저거 다 거짓말이야. 내가 왜 걔랑.." "..정말.. 이야?" "당연한 걸 왜 물어. 절친한 친분? 웃기고 있네. 난 그냥 같은 소속사라 음료수 하나 준 것 밖에는 기억이 없는데.."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응?" "아니라니까 그러네." "휴우, 다행이다 정말. 다음에 인터뷰 할 때, 이 얘기 꼭 해야 돼. 알았지? 아니라고 말이야." "..알았어 누나." 그렇게 한숨을 푹 내쉬던 유리코디가 촬영장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 기사를 가지도 있던 나는 그냥 한 쪽 구석에 조용히 쳐 박아 두었다. 뭐, 스캔들이라는 게.. 연예인에게는 한 번쯤은 다 있는 거니까.. "형. 저런 거 어이없죠?" "..뭐, 그렇지." "기자 분들은.. 그냥 작은 걸 되게 부풀려서 쓰니까.. 골치 아파요." "뭐, 한 번쯤 나는 것도.. 괜찮을지도.." "왜요? 형도 나고 싶은 여자 연예인 있어요?" "미치지 않고서야.. 여자한테 난 관심 없음." 관심있으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피- 웃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쉬고 있을 게 아니라.. 다른 녀석들 촬영하는 것좀 보고 와야지.. "형, 어디가요?" "촬영하는 것 좀 보러.." "그래요? 갔다오세요." ...... ..흐음, 넷이서.. 꽤 잘하는 구나. 그렇게 팔짱을 끼고는 녀석들이 촬영하는 걸 계속 지켜봤다. 그래.. 뭐, 데뷔한지 꽤 된 애들이니까.. 나보다 잘하는 건 당연하지만.. 자꾸만 내가 작아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 좋지만은 않네. 후우, 뭐 작아져 봤자.. 얼마나 작아지겠어.. "자, 잠깐 쉬었다가 다음 촬영 들어간다. 백댄서들 준비하고.." 그렇게 멤버들이 내려온다. 그런 멤버들에게 수건을 건내는 코디 누나들. '들'이라고 해봤자, 뭐 몇 안되지만 말이다. "강시빈, 나 잘 봤어?" "강후천아, 그걸 왜 나한테 묻냐." "에이, 잘 좀 보지 그랬어~ 오랜만에 폼 나왔는데.." "별로 보고싶지도 않다 지금." "아, 그런데 지천이 스캔들 났다며.." "..응, 하비인가? 그 여자랑 났던데.." "아.. 걔? 지천이랑 걔..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선배한테 걔가 뭐냐?" "아무리 우리보다 1년 빨리 데뷔했어도.. 내가 더 나이 많잖아." "뭐, 하긴 그렇다." "지천이 지금 뭐하고 있는데?" "저기 보면 알 거야." 나는 턱으로 한 쪽에 앉아있는 지천이를 가르켰다. 유지천.. 완전 패닉상태. 얼굴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내가 왜 그런 애랑 스캔들이 나야 돼.' 라는 식으로.. -0-; 에휴, 불쌍한 놈. 얼굴도 별로 예쁘지 않은 애랑 스캔들이 났으니.. 쯧쯧쯧. 그래도 심성은 착한 놈인데.. 많이 충격 받았겠군. "그런데.. 너희 멤버들 참 편해 보인다. 한 놈은 패닉상태인데.. 나머지 놈들은.." "야! 류신! 그거 먹지마!" -욱 "욱이 형 것도 아니면서 나한테 그런다.. 칫." -신 "아, 둘 다 싸우지 좀 마라." -한울 "아 맞다, 한울이 너.. 저번에 가져갔던 CDP 어디다 뒀어?" -욱 "그거? ..음.. 어디다 뒀더라.." -한울 "이 자식, 빨리 찾아내!" -욱 아주 태평한 인간들이다. 어쩜 저렇게 태평할 수 있는지.. 후천이도 어이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바보 삼 형제와 패닉상태에 푹 빠진 왕자라.. 완전 꽁트군. 대박나겠어.. 대박이야 이건.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리면.. 팬들 다 떨어지겠구만. "야, 후천이 너라도 가서 지천이 좀 달래줘라. 아까 까지만 해도 괜찮던 놈이.." "원래 저 자식이 좀 둔해서.. 반응이 느려. 망치로 때려도 1분 뒤에 아프다고 할 놈이거든.." "어쨌든 형인 네가 가봐라!" 난 후천이의 등을 떠밀며 지천이에게로 보내버렸다. 물론.. 왜 내가 안 가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귀찮거든. 내가 뭐 하러 저 미운 놈을 달래줘야 되는데.. 그냥 이 가수일 3년하고.. 유길 오빠 편지랑 일기장만 받으면 되는 것을.. 차라리 이렇게 정을 안 주는 게 더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그 사장이라는 인간.. 참 야비하데. 지가 뭐라도 돼나? 왜 우리 오빠 일기장이랑 편지를 가지고 난리야 난리는. 확 애들한테 말해서 소속사고 기획사고 다 뒤집어 버릴라. 하, 아니지.. 아니지. 그래, 어차피 3년. 까짓 것 버리고 말지 뭐. 어디 남장 연예인이라는 게 쉬운 일인가? 일생에 단 한 번 해보는 거.. 좋게.. 좋게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한 번 뿐인 인생.. 재미있고 스릴 있게 살아보자고. 아자!! 아자!! ...... [AM 5: 15]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렇게 힘들던 뮤직비디오 촬영이 모두 끝이 났다. 아아, 힘들다.. 몇 시간 동안 춤만 추고 있었더니.. 어깨가 부셔질라 그래. 그렇게 멤버들 어깨를 서로 두드려주며 촬영장을 빠져나가 밴 에 타려고 하는데.. 하비라는 여자가 보인다. 그 옆에는.. 매니저들도 보이고.. 그런 하비를 바라보는 지천이의 눈이.. 심상치가 않다. 완전.. '뭐야 또' 라는 표정이다. 유지천 임마! 너한테는 그런 표정 안 어울린다고~ "..뭐죠?" 사라져있던 매니저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는 우리 앞을 가로막으며 그 매니저에게 물었다. "사장님께서도 얘기 들었더군요. 스캔들.." -하비 매니저 "예, 저도 들었습니다 그건. 그런데 무슨 일로.." -J-F 매니저 "..하비가 지천 군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매니저 뒤에 있던 하비라는 사람이 앞으로 걸어나오더니 지천이에게 말을 한다. 아주..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우리.. 이 참에 다 밝히자 지천아." ..허, 헐. 지, 지천아? 언제부터 친했다고 지천아야 지천아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내 표정은 일그러지고.. 나도 왜 그러는 지는 모르겠다. 지천이도.. 멤버들도 '쟤가 왜 저래?' 라는 표정으로 하비를 바라본다. "..바, 밝히기는 뭐를 밝혀?" -지천 "나랑.. 나랑 시빈이 오빠랑 사귀는 거 밝히자고! 너도 알고 있었잖아!!"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4◀ 뭐? 시빈? ................................나, 나아-? 나는 눈을 크게 뜨고는 '어버버' 말을 더듬었다. "야, 이게 무슨 소리야? 시빈아, 이게.. 이게 대체.." 매니저 아저씨.. 상당히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하비라는 애 쪽의 매니저도 '어버버' 거리며 나와 그 애를 번갈아 본다. 멤버들 또한 놀라 보였고.. 지천이는 뒷목을 잡고 있다. 이런.. 쓰러지지 마라. "야! 너 이게 무슨 소리야! 난 너 몰라! 모른다구!" "왜 몰라.. 우리 사귀는 거.. 오빠가 더 잘 알잖아.. 시빈이 오빠.." ..하, 어이가 없다. 그리고.. 자꾸 헛웃음만 나온다. 아니야, 웃으면 안 돼. 그럼 진짜 같잖아!! "오빠..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그 기집애가 내 손목을 잡아끌더니 뛰기 시작한다. "잠깐 오빠랑 얘기하고 올 테니까 기다려요 모두들!!" ...... 그렇게 힘만 무식하게 세고 얼굴 반반한 기집애 하비한테 끌려온 곳. 한 어둑어둑한 골목이었다. 대체 왜 날 끌고온 거지? "자, 잠깐. 그래, 여기 왔으니까 말이라도 하자. 너 나 알아?" "아니.. 몰라." "모, 몰라? 허, 그럼 아까 그 얘기는 대체 뭐야.. 뭘 말하고 싶었던 거야?" "그냥.. 시빈이 오빠가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 "무, 뭐? 오빠? 야! 내가 왜 네 오빠야!" "나보다 나이 많잖아!" "그.. 그래. 많지.. 응, 많지.." "그러니까 오빠지!" 그래. 나이 많으니까.. 오빠겠지. 그래.. 오빠. 근데 싫어!! "아, 그.. 그래." "어쨌든..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 "그런데.. 왜 하필 나야?" "얼빵해서 좋아 보여." "욕이야 칭찬이야?" "욕 일수도 있고.. 칭찬일수도 있고.." "어쨌든, 본론만 말해.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니까." "좋아, 이건 정말.. 믿을 만 하니까 알려주는 거야.." "..." 난 그렇게.. 믿을만한 인물은 못 되는데.. 더군다나.. 얘는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안 들어! 초면에 반말이라니.. 쳇. 어디 한 번 다- 말해봐라. 내가 그 비밀을 그렇게 잘 지켜주나.. "사실 그 스캔들.. 나 혼자 낸 거야." "..뭐? 혼자 내?" "응, 나 사실.. 지천이 좋아해." "지천이? 너.. 18살 아니었어? 신문보니까.." "시빈이 오빠.. 너 바보지! 그건 만으로 따지는 거잖아!" "이게 어디다 대고 바보래? 너 죽을래? 어?" "어쨌든.. 내 얘기 끝까지 들어." "..쳇." "나 지천이 좋아하고.. 많이 사랑해.." "그, 그래서." "나.. 오빠랑 사귀는 척 하면서.. 지천이랑 친해지려고.." "근데 왜 날 이용 하냐고 기분 나쁘게! 한 마디로 날 이용하겠다는 심보잖아 이거!"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그 눈치 빠른 멤버들을 이용해?" "..소, 소리지르지 마 싸가지!" "어쨌든.. 시빈 오빠. 부탁 좀 할게. 우리 스캔들 좀 내자." ..이게 말이나 되냐고. 갑자기 와서 '오빠오빠' 하질 않나.. 스캔들을 내자고 쇼를 하지 않나.. 어휴,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아아, 싸가지 왕 싸가지! 그런데.. 지천이를 좋아한다고? 지천이를? 내가 그나마 제일 아끼는 놈을? 흐음, 그래.. 좋아한다 이거지.. "그래, 스캔들 내는 일이야..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고.. 가짜로 사귀는 건.. 안 어렵지. 그런데! 내가 이 부탁 들어주면.. 넌.. 뭘 해줄 건데? 게다가 지천이는 내가 제일 아끼는 애란 말야!" "..음.. 글쎄. 생각 안 해봤어." "내가 하나 제안해도 돼?" "얼마든지.." "..음.." "그렇게 할 게 없으면 이 하비가 제안을 하지." "..뭔데?" "오빠 여자라는 거.. 비밀로 해줄게." "..뭐? 내가 왜.. 여자야? 너- 사람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순간 머리는 돌에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피가 줄줄 흐르는 것처럼 아팠다. (이건 과장) 난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며 식은땀을 찍찍 흘리고는 겨우 시치미를 뗐다. 눈치가 보통이 아닌데.. 하지만! 내 연기도 보통이 아니거든.. "장난하지마 싸가지. 안 그러면 부탁 안 들어준다!" "내가 설마.. 여자, 남자 구분도 못 할까봐?" "..뭐? 에이 씨, 난 아니라니까 그러네." "..사장님한테.. 얘기는 들었어." "..뭐?" "J-F의.. 새 멤버 강시빈 양을.. 자알 챙겨달라는 말." "..." "이래도 발뺌할래?" 뭐야.. 내가 이익 챙기려다가 오히려 당하게 생겼잖아.. 아오 이거 참. 재수 한 번 엄청나게 없는 인생이구만. 그 사장이라는 놈 마음에 안 든다고!! 애초에 비밀 지켜준다고 한 놈이 누구였는데.. 그걸 말해? 그것도 저 기집애한테? 아오, 진짜.. "조, 좋아. 그 비밀한 지켜준다면.. 약속하지." "헤헤, 고마워 시빈 양." 그러면서 내 허리를 꼭 끌어안는 왕 싸가지. 느낌이 이상하고 기분 나빠서 말했다. 아 솔직히 징그럽잖아! 어디 여자가 여잘 껴안아!! 난 그런 거 싫다고. "이거 놔.. 느낌 이상해." "연습 한 번 해 본 거야.. 그런데.. 진짜 웃기다. 겉모습은 귀엽고 예쁜 남자앤데.. 허리는 진짜 얇아.." "어쨌든 빨리 놔, 왕 싸가지." "왕 싸가지 아니다!" 그렇게 내 허리에 있던 손을 휙 치우더니 골목을 나가려고 한다. 어? 가, 같이 가야 되는데.. "싸가지! 야! 같이 가!" ....... [원래 있던 그 장소] 한 사람도 빼 놓지 않고 모두들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멤버들은.. 모두 밴 안에 있는 듯 보인다. 나와 하가지(하비+싸가지=하가지)를 보던 매니저 아저씨가 재빨리 뛰어온다. 아 이거 참 무섭네. "야, 시빈아.. 어떻게 된 거야! 빨리 설명 좀 해봐!" "저, 저기.." "그래, 그래." "저 사실.. 하비랑 사귀는 사이에요. 속여서.. 정말 죄송해요. 만나지는 얼마 안됐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어, 어이구.. 어이구.." 매니저 아저씨가 뒷목을 잡으셨다. 쓰러지면 안 되는데.. 하가지 쪽의 매니저도 마찬가지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거.. 알리지 마요. 그냥.. 멤버들하고 사장님한테만 밝혀주세요." 그렇게 나는 매니저 아저씨께 정중히 부탁했다. ..정중히.. 아주 정중히.. 진짜 정중히!! "그래.. 시빈이 너야 사장님께서 그냥 넘기시겠지만.. 하비는 아직 19살밖에 안된 애라고." "..죄송합니다." "시빈 오빠 잘못 없어요. 제가 먼저.. 제가 먼저 사귀자고 한 거 에요. 아저씨.. 사장님께 말 좀 잘해주세요.." "후우, 그래..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매니저랑 돌아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가지가 매니저 아저씨한테 인사를 꾸벅 하더니 자신의 매니저하고 차를 타고는 사라져버렸다. 가만히 그 자리에 남아있던 나.. 매니저 아저씨의 빨리 타라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는 밴 안에 올라탔다. [밴 안] "강시빈. 이게 무슨 소리야.. 말 좀 해 봐~" "그래요 시빈이 형. 말 좀 해주세요.." 나를 붙잡은 멤버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결국.. 또 한 번 거짓말을 해야겠군.. 하가지.. 정말 싫다.. 너 싫어!! "사실 나.. 걔랑 사귀는 사이야." "푸웃." 음료수를 마시던 지천이가 푸웃- 하고는 음료수를 흘린다. 에이, 더.. 더럽게.. 먹던 걸 참.. "형, 그게 무슨 소리 에요? 사귀는 사이라니요? 진짜였어요?" -지천 "미안해.. 속여서.." 이런 내 입이 정말 원망스럽다. 어쩜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이런 거짓말을 이렇게 잘 하는지.. 어쩌면 나.. 거짓말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건 아닐까? "어쩐지.. 아까 스캔들 얘기 할 때, 표정 안 좋은 이유가 이거였구나?" -후천 아아, 얄미운 후천이 놈. 네 놈이 뭘 안 다고.. 뭘 안다고 그렇게 얘기를 끼워 맞추냐.. 어쨌든.. 나 거짓말 천재인 가봐.. 어쩜 이렇게 말을 잘 하는지.. "그나저나.. 이거 사람들한테 알려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한울 "아니야.. 그냥.. 당분간은 비밀로 하려고.." 알렸다가는 내가 죽는다고 내가! 난 그런 애랑 사귄다는 소문 멀리멀리 퍼트리기 싫거든.. 하아. "아이고, 시빈이 형만 불쌍하게 됐네. 그런 애가 뭐가 좋다고.." -욱 한 쪽 구석에서 무태 안경을 쓰고 책일 읽던 욱이의 목소리였다. 그래, 하긴.. 내가 아깝지. 암, 내가 아깝고 말고. "형, 그럼 잘해보세요." 시원하고 예쁜 신이가 미소를 보여주며 내게 잘해보라고 한다. 신아.. 차라리 너랑 잘해볼래! 너랑! 어쨌든.. 내 인생은.. 이제 종쳤다. 왜 하필 걔랑 연결이 된 거지? 왜? 왜에!!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5◀ ...... [숙소] "10시에 또 스케줄 있으니까 미리 잠이나 좀 자둬." 그렇게 말한 매니저 아저씨는 한 쪽으로 가 스케줄 정리를 했고.. 유리코디와 미연코디도 지쳤는지 소파에 드러누우며 한숨을 푹푹 쉬어댔다. 나는 그냥.. 머엉~ 멍~ 아무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아까 저지른 그 만행이..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를 지금에서야 느껴버렸다. 그렇다고.. 내 비밀을 알고 있는 하가지를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씨, 이게 알고 보면 유지천 저 자식 때문이야. 으악! 여자 홀리는 향기 풀풀 풍기고 다니는 저 자식 때문이라고! "형, 안 주무세요? 나 들어가서 자려고 하는데.." -지천 "혼자 자라, 이 나쁜 자식아. 못된 자식아." 나도 모르게 뾰루퉁 해 가지고는 지천이를 휙 밀어냈다. 그런 나를 보더니 '왜 그러세요?' 라는 표정을 짓는 지천이. 나도 몰라! 나도 모른다고! 모른다고! 몰라!! "..미안해- 들어가서 자."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슬쩍 내 옆으로 다가와 앉는 지천이. 그러더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그렇게 바라보면 내가 부끄럽잖아. 강아지 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계속해서 묻는다. 대체 이걸 뭐 어떻게 말해야 되는 거야. "난.. 유지천 네가 원망스럽다.." "왜요? 뭐가 원망스러운데요?" "..그냥.. 그냥 원망스럽다고.." "제가.. 싫어요?" 상처받은 마냥 표정이 굳더니 진지하게 물어오는 지천이. 아, 아닌데.. 이게 아닌데.. 나는 당황스러운 마음에 손을 휘휘 저으며 아니라고 했다. "아니야 지천아.. 그런 건 아닌데.." "그럼.. 왜 그러는 건데?" 저, 저게 유지천의 특징이다. 특징 중의 특징. 화가 나면 반말이 나온다. 그래.. 너 답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하비 때문이지? 그렇지?" "..." 이렇게 된 이상.. 나 혼자 속 썩힐 이유가 없잖아. 저 녀석.. 눈치도 빠르고.. 오히려 하가지한테 복수를 해주고 싶으니까.. ..말해서 복수하는 편이 훨씬 나을지도 모르지. 그래, 복수를 하는 거야! 멋지게 복수를 하는 거야! "그게.." ........ [상황 정리] "그러니까.. 하비가 날 좋아해서.. 일부러 접근하려고 형한테 붙었다.. 이 말 이네요?" "응. 그러니까 네가 나 좀 도와줘!" "뭘 어떻게.." "나랑 친한 척 좀 많이많이 해줘라.. 부탁한다 지천아!" "뭐.. 한 번 그렇게 해볼게요. 근데 이게 될까요?" "성공한다니까!" 그렇게 지천이와 몰래 하비를 물 먹일 계획을 세우고는 옷을 얼른 갈아입었다. 아~ 너무나도 즐거운 방송이라니까~ [음악 프로그램 리허설] 그렇게 20분을 달려서 온 곳. 가수들의 리허설이 한 창이었다. 그렇게 멤버 녀석들과 돌아다니며 가요계의 선배들한테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멀리서 하가지가 보인다. 저, 저 하싸가지! 그런 하비를 봤는지.. 얼른 내 어깨에 손을 두르는 지천이. 멤버들 모두.. '쟤네 왜 저래' 라는 표정이다. 순식간에 이상한 놈이 되다니.. "..시빈 오빠. 여기서 만나네?" "응? 아, 아 응.." "지천이도 안녕?" "..어, 안녕." 지천이가 대답을 해주자 얼굴이 금새 붉어진다. 야! 나도 대답했잖아! 뭘 바라는 건 아니지만 무시하진 말란 말야! 그렇게 우리 둘한테 인사를 한 하가지가 나머지 멤버들한테도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하면서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란. 이런 나쁜 이중인격 하가지!! "우리 리허설 해야 되거든? 먼저 갈게." -지천 "아, 그래? 그렇다면.. 할 수 없고. 그런데.. 둘이 친해 보여.. 많이 친해?" 하가지가 싱긋 웃으며 나와 지천이를 바라본다. 암, 친해 보일 수밖에.. 나 네가 자초한 일이란다 이 왕 싸가지야! "..그럼, 당연히 친하지." -지천 지천이는 얄미운 표정으로 하비에게 대답했다. 하비.. 아무리 그래도 지천이가 좋은지 실실 웃어댄다. 바보 같아.. 쳇. "그럼 우린 이만. 가요 형." 이 녀석 유지천! 그래!! 잘 하고 있어! 파이팅! ...... "야, 너네 둘 수상하다." 후천이가 탐정이라도 된 마냥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슥- 훑으며 심상치 않은 눈초리를 보낸다. 저 자식.. 예리한 걸? 내가 이 J-F 애들 중 가장 두려워하는 인물이 강후천이 1위, 민욱이 2위다. 후천이 저 녀석은 의외로 예리한 면이 너무 많이 들킬까봐 두려워하고.. 민욱 저건.. 그 자체가 두렵다! 언제 개길지 몰라서.. 나머지 애들은 착하디 착하다. 참, 지천이가 화날 때 빼고.. 저건 화나면 내가 형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반말부터 나오고.. 또 무섭다. 야, 강시빈! 너 잊었어? 너 보스야! 명색에 보스라는 애가 왜 이렇게 바뀌고 있는지.. 그러고 보니까.. 어쩌면 연예인이 되고 난 후로 다 바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 다 연예인이라는 것 때문이다. 표정관리 하느라 실실 웃어서 그런지 내 성격이 변해가고 있다는 걸 차츰 느끼게 된다. 그래도.. 조직 애들 앞에서는 언제나 무서운 강시빈이다. 후후. "형, 이제 저희 리허설 할 차례 에요." 한울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어, 알았어' 라고 대답을 해 준 뒤, 무대로 향했다. 많은 팬들이 모여있는 그 앞에서.. 리허설이 시작됐다. 아직은 타이틀곡만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후속곡은.. 좀 더 활동한 뒤에 부를 예정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뮤직 비디오는 왜 이렇게 일찍 찍은 거야! 곡 발표하기 1주일 전에 찍어도 되잖아! 그렇게 앞에 한 그룹의 리허설이 끝나고.. 우리 차례가 왔다. 무대에 올라가니 들리는 함성. 그런데 기분 좋은 건.. 내 팬들이 하나하나 늘어간다는 사실이다. 저기 보이는 '강시빈' 이름이 있는 플랜카드들이.. 유난히도 내 눈에 띈다. (시빈이마누라) (강시빈사랑해요) (강시빈파) (시빈이만을) 등등등, 꽤 많은 플랜카드들이 눈에 띄었다. 흐음, 역시 내 미모를 알아주는 것인가.. 아하하하. 그렇게 각자 자리를 잡고 리허설을 막 시작하려는데.. 들려오는 목소리. "시빈 오빠 아프지 마요!!" "오빠 아프지 마세요!!" "시빈아 아프지 마!" 어디서.. 그 얘기를 또 들었는지.. 아프지 말란다 나더러. ..아프지 말란다.. 나더러.. 처음으로 받아본 따뜻한 감정이었다.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나더러 아프지 말라며 소리친다. 그렇게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는 애써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런 나를 살짝 안아주는 옆에 있던 지천이. 아아, 짜식.. 여러 가지로 고맙다.. "리허설 시작합니다!" ...... 그렇게 리허설 무대를 끝나고 내려오는데.. 유리코디가 내 핸드폰을 가져오더니 내게 준다. "..시빈아, 전화 왔어." "..누군 데요?" "모르겠어.. 그냥 시빈 형님, 아니.. 시빈이 있습니까? 막 이러는 거 있지? 사촌오빠들이나 그런 사람들 장난 아냐?" 나는 아차 싶어서는 얼른 핸드폰을 받아들고는 한 쪽 구석으로 향했다. 보나마다.. 그 녀석들이겠지. "여보세요?" "[형님, 저 만식이입니다.]" "어, 네가 웬일이냐?" "[큰일났습니다 형님. 지금 막 상욱이 형님께서 쓰러지셨습니다.]" "뭐야? 뭐 때문에 쓰러졌는데!" "[..다른 파 애들이랑.. 약간의 시비가 붙었는데.. 그게..]" "그게 뭐." "[뒤에서 칼을 맞으시고는..]" "너희들 대체 뭐야, 어? 윗사람 하나 못 챙기냐고! 우리 파 인원이 몇인데!" "[정말 죄송합니다. 면목 없습니다.]" 그렇게 나는 주변에 눈도 있고 해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했다. "지금.. 수술 들어갔어?" "[예, 상처가 그리 깊지 않다고 해서.. 수술은 빨리 끝날 거라고 했습니다.]" "나 지금 못 간다. 가도 스케줄 끝나고 갈 수 있으니까.. 상욱 잘 챙기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일반병실로 옮겨지면 바로 연락하고." "[예.]" "그럼 끊는다." 그렇게 마지막 끊는다는 소리와 함께 핸드폰을 끊고는 얼른 주머니 속에 넣었다. ..상욱이.. 다쳤다고.. 최상욱 그 새끼는.. 그깟 칼 하나 못 피하고.. 안현민 그 자식 뭘 하고 있었던 거야. 후우, 오늘 병원가면.. 다 죽을 준비나 하고 있으라지... 하지만.. 형님 노릇 못한 내 잘못이 더 크니까.. 애들 하나 지키지 못하는 내 잘못이 더 크니까.. ..하- 면목 없다 정말..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6◀ ....... 그렇게 방송을 끝낸 뒤에도 굳은 나의 얼굴은 펴지지가 않았다. 이 방송이 끝났으니까.. 이제 숙소로 가면 되는 건가? 숙소 가는 도중에.. 슬쩍 빠져서 병원가면 되겠다. [밴] 그렇게 나는 알아서 나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밴의 생활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밴 → 음악프로그램 무대 → 숙소 언제나 같은 생활이 반복되면서도 즐거운 일이 많아 나는 행복하다. 날 지켜주면서 이해해주는 멤버들도 있고.. 고마운 코디 누나들도 있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써주는 매니저 아저씨도 있고.. 재수 없지만.. 이렇게 전화해주는 하비도 있고.. "왜 전화했어?" "[그냥, 잘 있나 해서.]" "..응, 잘 있어. 아까도 봤으면서.." "[지금 뭐하고 있어? 시빈 양? 응?]" "씨이, 너 조용히 안 해? 쉿!" "[알았어, 알았다구. 지금 숙소 가는 중이야?]" "응. 네가 사랑하는 녀석은 지금.. 자고있네." "[지천이? 자고있어? 뭐 좀 먹었나?]" "걘 그냥 둬서 잘 먹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네요."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너.. 언제까지 나 이용해 먹을 거야?" "[이용은 무슨.. 내가 언제 이용을 했다고..]" "지금 하고 있잖아." "[우리는 거래를 한 거야. 절대! 이용하는 게 아니라고.]" "뭐, 그것도 그렇지만 너무 비열하잖아." "[거 참, 말 많네. 난 사람 이용 같은 건 안 해. 다만 정당한 거래를 할 뿐이지.]" "어린 게 못 하는 소리가 없어요." "[난, 하나도 안 어리다 뭐.]" "네가 사랑하는 놈이나 너나.. 둘 다 나한테는 꼬맹이로밖에 안 보인다. 끊어라!" 그렇게 재빨리 핸드폰을 뚝 끊었다.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며 궁금해하는 한울이. 뭐, 뭐야.. 사람 민망하게.. 대체 그런 눈으로 쳐다보면 난 어떻게 하란 말이니.. "왜, 한울아?" "하비에요?" "응?" "하비냐구요." "아, 으응." "하비 본명 알아요?" "아니.. 나야 모르지." "이다빈. 다빈이에요." "..알려줘서 고맙다." "여자친구 본명은 제대로 불러주셔 야죠 형. 적어도 남자친구라면.." 한울이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하비의 본명을 가르쳐 준 뒤, 앞자리로 자리를 옮긴다. 한울이.. 갑자기 왜...... 설마.. 하비 좋아하나? 한울이가? 이, 이렇게 되면.. 내 스토리가 엉망이 되는데.. 하비는 사랑 사귀는 척 하는 중이고.. 지천이는 그걸 알고.. 하비는 지천이를 좋아하고.. 한울이는 하비를 좋아한다? 아, 아, 아.. 머리 아파. 그래, 아닐 거야. 설마.. 설마 한울이가.. ....... [숙소] 그렇게 숙소에 도착해서도 내 머릿속은 두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첫 번째는 상욱이 생각. 두 번째는 한울이 생각. 일단은.. 상욱이 문제가 더 중요하다. 상욱이는 내게 있어서.. 가족같은 존재 였으니까.. 그렇게 나는 옷을 갈아입은 뒤, 매니저 아저씨가 부탁을 드렸다. 친한 사람이 다쳐서 병원에 있는데.. 가면 안되겠냐고.. "안 돼요?" "아, 글쎄.. 넌 공인이라.. 가려면 모자나 선글라스 쓰고 가야 될 걸." "예, 그럴 게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렇게 걸려있던 신이의 흰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숙소를 나왔다. 뒷문으로 조심스럽게 빠져나와 현민이에게 전화를 거는 나. 신호음이 가고.. 현민이가 전화를 받았다. "현민이냐?" "[예, 형님.]" "무슨 병원 몇 호실이야?" ........ [병원] 그렇게 상욱이가 입원해있다는 병원으로 찾아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1202호실을 찾았다. 어디지.. 어디지.. 그렇게 막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검은 양복 차림의 애들이 보인다. 한 병실 앞에서.. "비켜."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는.. 누워있는 상욱 비롯해, 현민이와.. 그 바로 아래의 직속부하 5명이 병실에 있었다. 한 마디로 완전 암울한 분위기네. "혀, 형님." 의자에 앉아있던 현민 이 제일 먼저 일어나서는 인사를 한다. 그런 인사를 받아주고는 상욱 옆으로 다가간 나. 상욱.. 편하게 잠이 들어 있었다. 땀을 흘리는 걸로는 봐서.. 아직까지는 많이 아픈 듯.. "어떻게 된 일이야." "그게.. 무작정 쳐들어갔다가 그만.." "내 명령도 없이.. 누가 움직이라고 했어." "죄송합니다." "요즘 완전 허해졌구나, 허해졌어." "..." "나.. 이제 가수고 연예인이야. 이제부터 3년 간 너희 보스가 아니라고. 알아들어?" "..." "나 좀.. 걱정시키게 하지말고.. 제발 일 좀 터트리지마. 너희가 그럴 때마다 내 심장 하루에도 수십 번씩 떨어진다고!"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알지. 기자들 눈치 빠른 거.. 만일에라도 들키면.. 너희들이 알아서 변명 둘러대고 입 좀 막아 놔." "예." 그렇게 녀석들과 같이 병실에서 10분을 보냈다. 그간 우리 파의 재정은 어떻게 됐는지.. 돈과 다른 문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묻고 답했다. 신성그룹은 현재 애들이 잘 이끌어가고 있고.. 조직 또한 문제가 없다고 한다. 내가 없이도 잘 돌아가는 모든 것이.. 정말 고마웠다. 고맙다 얘들아. 우리 할아버지의.. 마지막 희망을.. 난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할아버지의 희망이자.. 나의 희망인.. 마지막 강유길의 유품을.. 나는 버릴 수가 없다. 3년 뒤에는.. 제대로 된 보스 노릇 해줄게. 3년 만.. 기다려.. "이만 갈게. 숙소로 가야 되거든." "..그러십니까? 바쁘신가보네요. 밥 잘 챙겨 드시고 건강 조심하십시오." "너희들도 애들 잘 챙기고.. 몸 보신으로 고기 좀 사다 먹이고.." "예." "그럼.. 상욱이 깨면 나 왔었다고 전해라. 간다. ......... [숙소로 돌아가는 길] 상욱이의 깨어난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온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이렇게.. 딱딱하게 굴려고 찾아간 병원이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에 그냥 후회가 밀려왔다. 모든 게 미안하기만 한데.. 오히려 무게를 잡고 애들은 혼 낸 내 자신이.. 너무 싫다. "저기.. 오빠."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더니 나를 부른다. 그 소리에 뒤를 살짝 돌아본 나. 중3 정도 되 보이는 여학생들이 나를 잡고는 볼펜과 수첩을 내민다. "사인해 주세요!" "예? 아, 아 네." 얼떨결에 7개의 수첩에다가 모두 사인을 하게 된 나. 여학생들의 부탁에 '보라야, 건강해라.' '미니야 건강해라' 라는 말까지 일일이 써가며 7장의 사인을 마쳤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서는데 날 뒤에서 껴안고는 도망가는 여학생들. 아, 당황스럽다. 원래 연예인이라는 사람들은 밖에 나오면 안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여학생들 때문인지 '강시빈이야? J-F?' 하면서 수군거리는 사람들. 어쩔 수 없이 숙소까지 빠른 스피드로 줄행랑을 칠 수밖에 없었다. ...... [숙소] "하아, 하아." 그렇게 숙소 안으로 들어가 현관에 대자로 뻗어버린 나. 그런 나를 보고는 혀를 차던 욱이가 물 한 잔을 내게 준다. "그러게, 밖에 나가면 고생이라니까." 무테안경을 슬쩍 올리며 내게 그런 말을 해주는 욱이가.. 얄미웠다! 우씨, 누구는 고생고생해서 뛰어왔더니 이런 할아버지 같은 얘기나 하고 말이야.. "자!" 나는 욱이에게 다시 컵을 주고는 벌떡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그렇게 방에 들어가니 한울이와 지천이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는 게 보인다. 들어온 나를 보더니 '왔어요?' 라고 말을 하고는 계속 게임에 열중하는 그 둘. 저것들이 형을.. 아니, 나를 물 취급 한 거야? 아, 오늘 왜 이러냐. 오늘은 정말.. 불행한 날 인 것 같다. 아! 불행해!!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7◀ "..시끄러워." 괜한 투정을 부리며 침대에 드러누웠다. 나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에는 열중하는 저 두 녀석. 심심해죽겠다. 뭐 달리 할 일도 없고.. 하고싶은 일도 없고.. ..아, 나 완전 폐인 같잖아. 폐인모드 진행 중. "..뭐 좀 먹고 올게." 그렇게 슬쩍 말을 던지고는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한 쪽 방에서는 후천이와 욱이와 신이의 춤 연습이 한창이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서로 웃고는 난리도 아니다. 왠지.. 이 다섯 명은 역시 다섯 일 때가 가장 어울린다.. 라는 생각이 든다. 뭐, 내가 정식 멤버로 들어갔지만.. 3년 지나면 어차피 나갈 거니까.. 그런데도.. 쓸쓸함과 질투가 묻어 난다. 나는 그 어디에도 낄 수 없는 신분이라는 사실에.. 그렇게 주방으로 자리를 옮겨서는 냉장고를 뒤졌다. 뭐가 있나.. 하면서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데.. 미연코디와 유리코디가 날 갑자기 휙 끌어당긴다. "뭐, 뭐야?" "시빈아. 너 피부 관리해?" -유리 "아니.. 안 하는데.." "그럼.. 누나들이 피부관리 해줄까?" -미연 "아, 돼, 됐어. 피부관리는 무슨.." "아이 씨, 빨리 와보라니까!" ....... 아마도 제일 만만한 나를 끌고 온 것 같다. 자신들의 임시 방으로 나를 끌고 가서는 얼굴에 뭔가를 붙여주는 그 둘. ..으으, 냄새가 참.. 아마도 오이인 것 같은데.. 난 오이냄새 싫어한단 말이야.. "누, 누나.." "입 움직이지마! 오이 떨어지잖아!" 쳇. 완전 자기들 멋대로 구만. 내가 아무리 여자라도 피부관리는 거절이라고. 어차피 필요도 없는데.. 이 먹을 음식을 뭐 하러 얼굴에 붙이고 버리는지.. "너, 오이 하나 떨어질 때마다 먹일 줄 알아." "으으." 참, 무서운 벌이다. 얼굴에 붙인 오이를 먹이다니.. 내 얼굴 그렇게 안 깨끗한데.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는 오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가만히 있었다. 발에 쥐가 나서 흔들기도 하고 손도 움직이기도 했지만.. 얼굴만은 그대~로. 코디들은(반말) 얼굴에 무언가를 바른다. 흙인가? 진흙인가? 머드? 하여튼 갈색의 무언가를 얼굴에 바라는 그 둘. 뭐가 그렇게 웃긴지 서로 얼굴을 보며 막 웃는다. 그런데.. 진짜 웃기다. 푸하하, 무슨 괴물들 같아.. 그렇게 그 둘은 얼굴에 팩을 발라두고는 15분 정도 뒤에 잠이 들었다. 이때다, 라고 생각한 나는 벌떡 일어나 오이를 다 떼어버렸다. 아, 이제야 살 것 같네. 그런데.. 오이는 어떻게 할까.. ...... 결국 얼굴에 있던 오이는 유리코디와 미연코디 팔에 다 붙여주고는 나왔다. 팔도 마사지하라고 일부로 붙여준 거다.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 걸? 그렇게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야! 시빈이 너! 너 누나들이 붙여준 거 누가 떼래!" -유리 "왜 그걸 우리 팔에 붙이냐구~" -미연 아, 둘이 깼구나. 아이스크림! "누나들~ 나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응?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 결국 내 부탁에 못 이겨서는 코디들과 함께 길거리로 나왔다. 아직까지는 어둑어둑만 한 거리. 유리코디와 미연코디는 아무 걱정 없이 얼굴을 쫙 펴고 다니고.. 나는 이제 뭔 고생인지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는 걸었다. 옷은.. 그냥 민 소매 티에 반바지 입었는데.. 들키면 이게 웬 망신이야. "저기 가서 먹을래?" 미연코디가 유명 아이스크림 가게를 가르키며 내게 묻는다.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는 아이스크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 시원해..>_< 시원하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는 아이스크림을 시킨 우리 셋. 돈은 유리코디가 낸다고 하니.. 많이 먹어야지! ....... 유리코디는 아이스크림 하나. 미연코디도 하나. 나는 세 개. 너무 차가운 걸 먹어서 입이 얼얼하다. 허어- 차가. "너, 그러다가 배탈난다. 응? 저번처럼 방송사고 나!" "에이, 유리누나는 걱정도 많네." "근데.. 이게 말끝마다 반말이네. 유리누나 걱정도 많네요~ 해봐 빨리." 요즘 따라 유리코디가 만만하게 보여서 존댓말을 쓰고 싶지가 않다. 미연코디한테는 원래 반말 썼지만. "아, 잘먹었다. 나가자고!" 그렇게 벌떡 일어나는 나를 보며 입을 씰룩거리는 유리코디. 미연코디는 어색하게 우리 둘을 보며 웃는다. 막 돈을 내고 나가려고 하는데, 아르바이트생들이 수군거린다. '강시빈 같은데? 강시빈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손님들은 듣지 못하게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는 아르바이트생들. 그렇게 수군거리던 사람들 중 한 명이 볼펜과 수첩을 가지고 와서는 조용히 사인을 부탁한다. 그래도 큰소리로 말하지 않는 걸 봐서 날 위해준 것 같았다. 그렇게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인할 준비를 한 나. 연예인는 유명하던 안 유명하던 이렇게 사인을 해야하는구나.. 하는 생각이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지, 지현이요." 그렇게 사인을 한 뒤, 날짜와 밑에 '지연씨 건강하세요'를 쓴 뒤, 사인을 주었다. 감사하다고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내게 묻는 그 사람. "옆에는.. 누구에요?" "코디 누나들이에요. 그럼-" 이미지 관리상 싱긋 웃어주고는 코디들과 재빨리 아이스크림 가게를 뛰어 나왔다. 그렇게 아이스크림 가게를 나오자 입을 씰룩거리는 유리코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으........ 진짜 느끼했었어. 원래 성격으로 돌아와!" "내 성격이 뭐 어떻다고.. 안 그래 미연누나?" "하하, 그, 그래." 어쨌든, 오늘도 실패다. 정말.. 언제쯤이면 안 들킬 수 있을까.. 3년 지나면 안 알아봐 줄라나. 그렇게 시내 한 복판에서 기지개를 쫙 펴던 나는 코디누나들과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한.. 40분은 보낸 것 같다. ....... "시빈이 형, 어디 갔다와요? 누나들은?" "응? 아, 시빈이가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해서.." -미연 "에이, 나도 먹고 싶었는데.." "신아, 너도 얼굴에 오이 붙여봐. 그럼 사줄 거야." 그런 소리에 의아해하는 신이와.. 표정이 '=_=;' 이렇게 변하는 코디누나들. 아하하! 신아, 너도 오이 붙여! 그렇게 하품을 하며 방안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게임을 하고있는 저 두 녀석. 정말 대단하다. 컴퓨터 폭발한다! 폭발! 이러면 끌려나. 아 참, 그러고 보니.. 학교를 그 동안 많이 안 갔었네. 내 목표는 졸업장인데..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해도.. 학교는 가야 될 거 아냐. "야, 한울아. 우리 학교는 언제가?" "학교요? 아마도 내일 갈 걸요? 내일은 스케줄이 저녁 타임에만 있으니까.." 게임을 막 끝낸 한울이가 뒤를 돌아보며 대답해 준다. ..음.. 내일이면.. 가방 같은 거 챙겨야 될텐데.. "형, 그러고 보니까 연예인 되고 나서 처음 가는 거네요? 아, 그때 생각난다." 한울이가 마치 옛 생각에 빠진 듯, 피-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보니까 저 녀석도 꽤 남자 같은 얼굴이구나.. 말라서 기집애 같기만 했는데.. 이런 한울이 녀석이.. 하비를 좋아하다니.. 뭐, 확실한 건 아니지만 여자의 직감이라고 할까.. 만약에 이 녀석이 하비 좋아하면.. 난 뭘 어떻게 해줘야 되지? 그렇게 뭘 어떻게 해줘야할까..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짜증나는 하가지' 하비한테 온 전화였다. 목을 가다듬은 뒤, 폴더를 열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데 또 전화야?" "[내일 학교가지?]" "그, 그렇지." "[나, 내일 그 학교 간다?]" "왜? 네, 네가 왜 거길 와?" "[사장님이 그 쪽으로 학교 옮기라고 해서.]" "야, 말도 안 돼! 오지마!" "[사장님 말씀이야. 원래 우리 기획사 가수들이 거의 다 그 학교 나왔거든.]" "말도 안 돼. 내가 사장한테 말 할 거야!" "[우기셔도 소용없네요. 그럼 내일 봐~]" 그렇게 무심한 전화가 뚝 끊겼다. 아아, 열 받아.. 진짜 생각할수록 열받네? 왜 먼저 끊냐고! 나 그거 싫어하는데!! 이 여우같은 기집애! 여우같은 기집애!! "형, 누구 에요?" "아, 하빈데.. 내일 우리학교로 전학 온다고 하더라?" "예? 하비.. 우리학교로 온데요?" -한울 역시 제일 크게 반응하는 한울이. 한울아.. 하비 좋아하지마. 난.. 너랑 지천이를.. 공경에 빠트릴 생각이 없거든.. 쓸 때 없는 삼각관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지천이를 위해서라면 말이야..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8◀ ...... [다음 날] 아, 정말 어제는.. 스케줄이 많이 없어서 그런가.. 두 다리 쭉 뻗고 잤었지. 아아, 행복한 하루를 또 시작해 볼까? "시빈아! 학교 갈 준비해!" 라는 유리코디의 말. 아, 맞다.. 학교.. 아아, 학교다.. 학교.. 아- 이게 얼마 만에 가보는 학교냐.. 음, 가방은 저기 있으니까 됐고, 교과서는 저번에 갔을 때, 책상에 넣어뒀고.. 흐음, 교복! 나는 숙소에 올 때, 가져온 짐 가방에서 교복을 꺼냈다. 다려달라고 해야지. "미연누나! 나 교복 좀 다려 줘!" ...... "그럼 잘 갔다 와." -미연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유리 "잘 가라 동생들아. 그리고 시빈 형." -욱 "..학교 가서 좋겠네. 우리는 내년에 대학 들어가는데.." -후천 "자, 빨리 가자 얘들아." -매니저 "그럼 다녀올게." -지천 "갔다올게." -한울 "잘 있어들." -시빈 그렇게 한마디씩 인사를 하고는 매니저 아저씨의 차를 이용해 학교로 향했다. 오늘도.. 한 바탕 뒤집어 지겠군. 새롭다.. 연예인이 되어서 학교를 가니까..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 [3학년 7반] 그렇게 1교시 수업을 시작한 뒤, 10분 뒤에서야 몰래 교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에 들어가면 학생들 때문에 못 들어간다는 말에.. 일부로 10분 뒤에 들어간 것이다. 우리들의 등장에 떠들썩해지는 교실.. 덕분에 선생님은 애들을 조용히 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끝에 있던 세 자리에 조용히 앉은 지천이와 한울이와 나. 조용히 책상에서 교과서를 꺼내서는 수업을 들었다. 그런데.. 수업시간 내내 받는 눈초리를 피할 수가 없었다. 다들 우리만 바라본다.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학생들도 많았다. 얼마 전 학교에 왔을 때랑 은 다른 분위기니까.. 머리도 바뀌고.. 얼굴도 귀티 나게 연예인답게 바뀌었을 것이고.. 그러니까 신기하고 부러울 수밖에.. 덕분에 오늘 수업 듣기는 글렀다. 아니, 그렇게 생각한다. ...... "오빠! 여기 좀 봐요!" "어머, 어떻게!" 쉬는 시간은 완전 함성소리의 극치를 보여주는 시간이다. 덕분에 선생님들의 경호 아닌 경호를 받으면서 교무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 머리카락도 몇 개 뽑히고.. 옷도 늘어지려고 그러고.. 엉덩이를 치는 사람도 있고.. 정말.. 민망하다. 연예인이 돼서.. 이렇게 바뀐 나의 모습을 바라보면..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연예인이고 가수이겠지만.. ...... [교무실] 그렇게 교무실에 앉아서 수업이 없는 선생님께 수업을 받았다. 간간이 사진을 부탁하는 선생님들과 사진도 찍어 드리고.. 무엇보다도 아주 열심히 인 지천이와 한울이가 참 자랑스럽다. 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녀석들이 참, 대견스럽다. 자랑스러운 동생들. 후훗. 그러나.. 항상 중간에서만 공부하던 나는 이해 가는 거 반, 안 가는 거 반.. 결국에는 옆에 있던 지천이의 설명을 들으며 이해했다. 아, 이게 무슨 꼴이야.. 어린놈들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 21살 먹은 내가 19살 놈들한테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 상당히 더러운 기분이다. 느끼고 싶지 않은 기분.. 한 마디로 별로다. "저기, 권 선생님. 오늘 전학 온다던.. '하비'양이 왔는데요." "아, 그래요? 참, 너희들도 알지? 하비라고.. 같은 소속사로 알고있는데." "아, 예. 알아요." -한울 "..아, 알아요 하비." -지천 "..아, 알죠." -시빈 "그래, 김 선생. 들어오라고 해요." 잠시 후, 예쁘게 교복을 차려입은 하가지가 예쁜 척을 하며 교무실로 들어왔다. 어우, 예쁘지도 않은 게 예쁜 척 하면 예뻐 보이나? 뭐, 예쁘기는 하지만.. 화장 발에 성형 발에.. 쳇. 하가지. 성형해서 붓기도 안 빠졌다. 코 성형했다는데.. 하려면 티 안 나게 하지. "이다빈? 여기 좀 앉지." 선생님이 한울이 옆자리를 가르키며 하가지를 앉으라고 시킨다. 표정관리 안 되는 한울이. 역시.. 좋아하기는 많이 좋아하나 보네.. 그러나 하가지의 표정은 '아쉽다' 라는 표정이었다. 왜냐하면.. 내 바~로 옆에 지천이가 앉아있었으니까. 하가지! 어떠냐. 날 이용해 먹은 값이. 난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네가 이용해 먹을 만큼 둔한 상대가 아니라고. 한마디로 잘못 골랐다 이거야. 새 멤버라고 무시한 결과라고 할 수 있지 아마? 발칙한 고양이의 대가라 이거야. 후후. "자, 다들 국사 책 89페이지 펴." 그렇게 그 뒤로도.. 한.. 두시간 정도는 더 공부했던 걸로 생각된다. 두 시간? 머리가 아픈 것 같은 두 시간과 더불어.. 이다빈 양의 향수 냄새에 질식할 것 같던 두 시간이었다. 무슨 향수를 그렇게 독한 걸 쓰냐? 몸에 한 100번은 뿌릴 것 같네. ..오우, 난 향수 싫어. 차라리 베이비로션을 쓰지 그래. 이다빈 아기 양. 내게는 그저 어린애로밖에는 안 보인다. 뭘 하든.. ....... 그렇게 결국에는 4교시까지만 끝내고 스케줄 때문에 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중간에 팔목을 잡히는 바람에 휘청거렸지만.. 팬이라 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이 학교에는.. 아무래도 내 팬이 많은 것 같다. 여기저기에서 플랜카드가 보이는 걸 보면 말이다. 학교에 플랜카드라.. 으흐. 참, 예쁘신 팬들이야. 그렇게 학교 본관을 빠르게 나와 운동장에 대기 중이던 밴에 재빨리 올라탔다. 무슨, 땅파는 일도 아니고.. 더운 여름에 이리저리 경호를 받으며 뛰어다닌 덕에 땀이 줄줄 흐른다. 그런데.. 왜 하필 이 밴에 이다빈이 앉아있냐고!! "너, 너 왜 여기 타?" "왜 긴, 오늘 같은 방송 있으니까 그러지." "우리는.. 숙소 갔다가 갈 거야. 안 그래 지천아?" "맞아. 우리는 숙소 들리는데.." "뭐 어때 지천아. 같은 소속사 가수끼리.." 저 눈웃음 좀 봐라. 아주 꼬리 100개 달린 구미호가 따로 없네. 네 그 눈웃음에 한울이는 좋아할지 몰라도 나는 싫단다. 나와 지천이는 널 싫어해! 지천이 또한, 아니꼽다는 눈빛으로 다빈이를 바라보더니 나를 끌어당긴다. "왜, 왜에." 나는 모기 만한 목소리로 지천이를 향해 물었다. 나의 물음에 내 목소리보다 작은 목소리로 대답해주는 지천이. "자꾸 붙으려고 하잖아요. 형이 대신 붙어요." 그 소리를 끝으로 나를 자기 쪽으로 더 확 잡아당기는 지천이었다. 이 자식, 나이는 어린 게 힘은 되게 세네. 무서운 놈. 그렇게 나와 지천이가 옆에 붙어서는 딴청을 피우자 민망했는지 '흠흠' 하며 목을 가다듬는 이다빈. 허, 정말이지 유지천 요 놈의 성격을 모르겠단 말이야. 평소에는 장난 끼 많더니 꼭 이럴 때만 남자가 된다니까. 정말.. 2FACE의 사나이. 유지천! 너를 2FACE의 사나이로 인정한다! 응?! "여기 앉아." 한울이가 한 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있던 다빈이를 자기 의자에 앉으라고 하고는 뒷자리로 넘어간다. 자식,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 거야? 같이 앉으면 되잖아. 같이 앉아라! 앉아라! 앉아라! 흠흠. ..이렇게 보니까.. 늘 귀엽고 여리여리하던 한울이가 꽤 남자답게 보이기도 하다. 역시 남자를 여자를 사랑할 때, 진정한 남자가 되는 법인가? 뭐,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신한울'이 남자로 보인다. ..제발.. 이다빈 양. 한울이한테 상처주지 마쇼. 널 싫어하는 유지천보다.. 널 사랑하고있는 신한울을 사랑해주란 말이야. 한울이 같이 잘난 녀석 만나는 거 보통 힘든 일 아니다. 유지천 좋아하다가는 나한테 맞아 죽는다! 이 녀석은 내가 아끼는 동생이라고. 적어도 널 좋아하는 한울이를 말릴 생각은 없어. 다만.. 상처 주면 내가 가만 안 둬. 우리 J-F아가들 상처주기만 해봐! 아주, 묵사발을 만들어 줄 테니까. J-F는 너와 같은 소속사 가수이기 전에.. 나에게 '따뜻함'을 알려준 예쁜 애들이니까. ..이다빈 양. 제발 날 진지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난 진지한 게 싫다고!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9◀ [숙소] 그렇게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내려서는 얼른 숙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다행히 팬들은 없었다. 다들 학교에 있을 시간이라서.. 그렇게 숙소 안으로 들어가 보니 뭐 때문인지 후천이와 욱이의 들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 강시빈! 빨리 왔네?" "응. 스케줄 있다면서.." "아마도.. 1시간 뒤에 출발일 거야. 시간 꽤 남아." "그런데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들 떠 있어?" "아아, 우리 오락프로그램 출연하거든. 정말 재미있지 않겠어?" 뭐야, 겨우 그것 때문에? 에이, 오락프로그램이 별건가. 그냥 재미있게 노는 쇼프로 정도.. 난 또 대단한 거라도 하는 줄 알았네. 하흠, 관심 없어. "그래? 아, 재미있겠네. 출연 잘 하고 와." 그렇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다음 스케줄을 대비해 조금만 자려고 방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뒤에서 후천이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나랑 욱이랑 너랑 셋이서 출연이다!!" ......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뭔 놈의 오락프로그램이야. 그것도 갑자기 결정 난 거라니.. 거기 가면 이상한 게임 많이 할텐데. 그 오락프로그램 출연에 앞서 그 프로그램 작가가 준 지난 주 녹화 테이프를 보는 중이다. 완전.. 사람 하나 잡는 프로그램이 구만. 저러다 사람 하나 죽겠어. 옆에서 한울이랑 지천이랑 어느새 학교를 다녀 온 신이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데 웃어가면서 테이프를 보는 중이고.. 후천이와 욱이는 저 게임을 연습해고 있는 중이다. 그 이름하여.. 말뚝박기. 으으, 뭐냐고 대체. (모 프로그램의 모 오락프로그램!) 이다빈 양은 그냥.. 앉아서 우리들만 관찰하고 있다. 에휴, 왜 따라와서 사서 고생인지.. "야야, 다들 일어나 봐." 후천이가 갑자기 애들을 다 일으켜 세운다. 그 녀석의 성화에 못 이겨 나도 일어났다. "우리.. 말뚝박기 하자." .....장난하십니까 강후천 씨. 장난 해? 어? 나랑 장난 쳐? 어? 그런 나의 속마음과는 다르게, 얄미운 강후천은 계속해서 연습 할 것을 강요한다. 아이 씨, 내가 왜 이런 민망한 놀이까지 해야 돼? 응? 내가 왜 해야 돼? "자자, 빨리 줄 서 줄." 저 다섯 녀석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빨리 하자면서 가위, 바위, 보까지 한다. 가만히 그 녀석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나. 보다못한 욱이가 내게 말한다. "시빈이 형! 뭐해, 빨리 안 와?" "저, 저기. 야! 솔직히 내가 너희랑 그런 걸 왜 하냐? 내 허리 망가트릴 일 있냐?" 그런 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내 허리를 봐서 나는 그냥 올라타기만 하란다. 그래, 저 녀석들 고집을 누가 꺾겠어. 올라타는 거야.. 자신 있지. 그렇게 금방 풀어진 나는 준비를 하고있는 녀석들 뒤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결국 가위, 바위, 보를 해서 결정 난 자리는.. 일단 그나마 제일 여자 같은 한울이를 배려해 한울이를 세웠고, 그 밑에 지천이가 박고, 지천이 뒤에는 욱이가 박았다. 후천이랑, 나랑 신이는 달릴 준비중이다. 후후. 너희들 다 죽었다 이제. "자, 누구부터 달릴래?" 그런 후천이의 말에 제일 먼저 달리겠다고 나선 나. 흐흐, 일단 내가 하고 싶었다. 지천이랑 욱이가 안 다칠지 모르겠네. 어쨌든, 일단 타고 봐야지. "간다!" 그렇게 말한 나는, 빠르게 달려 붕 하고는 날라 지천이의 등에 올라탔다. 윽- 소리를 내면서 휘청거리는 지천이. 그러나, 이내 지도 남자라 그건지 아픈 걸 참고는 빨리 다음 사람 타라고 외친다. 에이, 시시해. 좀 무너지지.. "그 다음 나 탄다! 시빈이 형, 저 가요!" 그렇게 말한 신이가 붕- 날라서는 내 뒤에 안전하게 착지했다. 지천이의 등에 올라 탄 신이. 지천이는 더욱 강한 충격에 또 휘청-. 그러나 이내 '버텨' 라는 욱이의 말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에이, 아까워라. 그렇게 마지막 후천이가 준비체조를 약간 하더니 빠른 속도로 달려와 욱이의 등을 내려찍었다. 그 덕에.. 말은 우르르 무너져버리고.. 결국 우리가 이기고 말았다. 아하하! "와와, 이겼어!" 그렇게 우리 셋은 얼싸안고 기뻐했다. 정말, 저런 자존심 강한 녀석들을 쓰러트렸으니 오죽 기뻤겠는가. 그런 우리는 잠깐 노려보더니 제안을 하는 욱이. 우리더러 말 한 번 해보란다. "그럼 시빈이 형하고 너희들이 한 번 말해봐. 우리가 탈게." 어라? 이거 아까랑 얘기가 다른데? 나는 분명 안 끼기로 했는데.. 뭐야 이게. 그렇게 분위기에 휩쓸려 어떻게, 어떻게 하다 보니까 첫 번째 말이 되어버렸다. 아, 이게 뭐야. 이러다가 내 허리 망가지면 책임 질 거냐 이것들아! "그럼 나간다!" 제일 먼저 들려오는 자신의 찬 한울이의 목소리. 아, 이런. 큰일이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한울이를 밑으로 살짝 바라보다가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잠시 뒤, 전해져오는 엄청난 충격.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충격이었다. 으윽- "으윽-" "어, 형. 괜찮으세요?" "아, 으응." 그렇게 한 번 걱정스럽게 묻고는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는 한울이가 참 얄미웠다. 아아, 그 다음은 유지천이냐. 갈수록 태산이라 더니.. 그렇게 살짝살짝 다가오다가 끝에 와서 세게 달려오는 지천이. 그리고는 붕 떠서 내 허리에 착지했는데.. 결국 우려하고 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 "너희들 대체 뭐 어떻게 하려고 이 지경까지 만든 거야. 시빈이만 스케줄 취소 됐잖아!" 결국은 우려하고 있던 허리가 망가지는 사태가 찾아와 버렸다. 평소 허리가 많이 안 좋던 내 허리에 갑자기 무리가 와버렸다. 심하게 아프지는 않았지만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있는 지라. 나만 스케줄을 취소해버렸다. 욱이와 후천이는 그 방송을 찍으러 매니저 아저씨 차를 타고 갔다. 아, 참고로 하비도 그 방송이라 따라갔다. 그러나 지금쯤이면 유리코디에게 한소리 들으면서 가고 있을 것 같다. 지금 나머지 세 녀석은 미연코디에게 한 소리 듣는 중. 나는 너무 아픈 나머지 '혼내지 마' 라는 소리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불쌍하게 누워있을 뿐.. "형, 정말 죄송해요. 형 끌어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지천이가 굉장히 죄송하다는 말투로 나에게 사과를 한다. 아니, 그럴 필요 없는데.. 그렇게 지천이가 사과하자 덩달아 사과를 하는 한울이와 신이였다. 이러면 내가 더 미안해지잖아 얘들아.. 흑. 이 착한 것들. "미연 누나. 그만 해. 애들 잘못 없어." "잘못이 없기는. 허리 다치면 춤도 못 추고 활동에 얼마나 큰 지장을 주는데.. 게다가 너 지금 무지 아프잖아." "아프기는 해도.. 애들 잘못 아니잖아. 같이 한 내 잘못이지. 애들 혼내지 마." "하, 그래. 혼내봤자 뭐 남는 게 있겠냐. 어쨌든.. 너희들 반성해!" "알았어 누나." "..그런데 이걸 어쩌냐. 사장님한테 너희들 혼나게 생겼는데." 미연코디의 걱정은 '사장님' 이었다. 그 사장.. 독하기로 소문난 사장이 아니던가. 그런 사장이 이런 일 일어난 걸 알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겨우 멤버들의 장난질에 이미지 올릴 수 있는 스케줄을 깨트려 버렸으니.. 이것 또한 큰일이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애들더러 뭐라고 하지마." "그래, 나 커피 좀 마시고 올게. 조금 있다가 이사 님 오시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그렇게 한소리 늘어놓던 미연코디가 커피를 마신다며 부엌으로 향했다. 미연코디가 없어진 걸 확인한 후에서야 숨을 제대로 쉬는 한울이와 신이. 역시 아직은 어린애들이다. 그렇게 '죄송해요.' 라고 몇 번을 말 한 뒤, 내가 괜찮다고 하자 신이의 방으로 들어가는 한울이와 신이. 내 허리를 이렇게 만든 결정적 주범인 지천이는 아직까지도 뭐가 그렇게 죄송한지 내 옆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소파에 누워있는 내가 더 민망하다. 그렇게 잠시 후에, 그 이사라는 사람이 왔고.. 단단히 화가 났는지 욕설을 하며 일단은 코디누나를 야단 쳤다. 그런 미연코디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서.. 결국 가만히 있던 내가 일어나 나섰다. "이사 님. 미연 누나 아무 잘못 없어요. 그 방송 펑크낸 거 저 에요." "뭐야?" "일부로 펑크냈어요. 요즘 너무 피곤해서.. 일부로 냈어요. 됐어요? 왜 쓸 때 없이 코디누나 붙잡고 울려요 울리긴. 다 내가 한 거라구요. 내가 피곤해서 했다구요!" "제 정신이야 너? 새 멤버고 신인이면.. 이래도 되는 거야? 어?" 나를 툭툭 밀던 그 사람은 결국 나에게 온갖 욕설을 해버렸고.. 그 옆에서 지천이는 어쩔 줄 몰라하며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이번에 펑크낸 방송이 어떤 건 줄 알아? 우리 회사 이미지가 걸려있고, 네 이미지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 그런데.. 그걸 뭐? 일부로 펑크내? 이 새끼야, 너 제정신이야? 어?" 역시 더러운 곳이다. 겨우 이미지 덕에 나를 이렇게 혼내는 걸 보면.. 정말 더럽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를 퍽- 하고 밀친 사람 덕에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음부터 이런 일 생기면 알아서 해. 매니저고 코디고, 다 잘라 버릴 테니까." 그렇게 이사라는 사람이 같이 왔던 사람들과 밖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지천이는 날 일으켜주러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나, 그런 지천이 보다는 먼저 와 나를 세워주는 미연코디. 나를 많이 걱정하는 모습이다. "시빈아, 괜찮아? 안 아파?" 넘어질 때의 충격으로 다시 금 허리가 아파 왔지만 억지 미소를 지으며 난 일어났다. 그렇게 흥분한 미연코디에게 '괜찮아' 라고 말을 한 뒤, 미연코디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아 진짜.. 꼭 이런 수모까지 당하면서 가수를 해야될까 내가.. ==========================================================================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20◀ 그렇게 미연코디의 부축을 받아서는 방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엎어졌다. 그렇게 허리를 부여잡고는 아파하는 나를 보더니, '얼음찜질 해줄까?' 하며 묻는 미연코디. 나는 '아니야' 하며 가만히 베개를 허리 뒤에 넣고는 천장을 보며 몸을 돌려 누웠다. 천장만 보고 있자니, 갑자기 배가 고파오는 건 왜일까. 이 놈의 배! 이 놈의 배! "저기.. 미연누나. 나 있지.. 아이스크림하고 빵 먹고 싶은데.." "아아- 아이스크림하고 빵? 아하하, 아, 그, 그래. 잠시만 기다려. 가서 사올게." 그렇게 어색하게 웃으며 내 방을 나가는 미연코디. 그렇게 미연코디가 나가자마자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우와, 다치니까 모든 게 해결되네? 미연코디가 내 심부름을 다 해주고.. 앗싸. 웬 떡이냐." 앞으로 며칠 간은 많이많이 부려먹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코디들을 부려먹을 수 있겠어.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몸부림치다가 결국 허리 통증으로 인해, 나의 몸부림은 잠잠해졌다. 그나저나.. 유지천 그거는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거야. 사람 걱정 되게.. 그래, 신경 안 쓰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녀석들이 혼날 일들 다 내가 그랬다고 하고 내가 혼나면.. 어차피 3년 뒤에는 다 끝나는 거니까.. 그렇게 가만히 누워만 있자니, 뭔가가 답답해서 허리를 부여잡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컴퓨터를 켜서.. J-F 1호 카페라는 곳을 들어가 보았다. J-F 팬들의 모습을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다. "..." 그렇게 가만히 '후기' 방에 들어가 글을 읽었다. 아무래도 며칠 전 음악방송 후기인 것 같았다. 후천이가 자기를 쳐다봤다느니, 한울이랑 지천이랑 손이 스쳤느니 어쩌니.. 내가 플랜카드를 보고 웃어줬다느니.. 하여튼 이런 말들이 많았다. 그냥 노래를 불러서.. 즐거워서 웃은 것뿐인데.. 이렇게 받아들이는 팬들이 참 재미있었다. 그렇게 여러 이야기가 있는 그 게시판을 나와 자유 게시판으로 들어가 보았다. 나의 관한 얘기들이 꽤나 많았다. [나는 아직까지 익숙하지가 않아서..] [나는 좋던데.. 귀엽잖아요.] [시빈이 오빠에 대해 알고싶어요] 뭐, 이런 글들이 주 내용이었다. 나에 대해 이름만 알지 성격까지는 모르는 팬들이 많았다. 그래서 자기 PR도 할 겸.. 팬들과 친해지는 계기도 만들 겸.. 멤버들만 쓸 수 있는 게시판으로 가서 글 쓰기 버튼을 눌렀다. 일단 목록을 보니까, 멤버들은 글을 몇 번 쓴 것 같았다. 적어도 3번 이상은 다들 쓴 것 같은데.. 쓸 수 있는 회원 등급이 주어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음, 제목을 뭐라고 할까.." 컴퓨터 앞에서 그런 걸 고민하는 나의 모습이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게다가 허리가 아파서 의자와 허리 사이에 푹신한 베개를 하나 넣고 있는 꼴이란..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나의 관한 이야기들을 쭉쭉 써 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제목은.. '안녕하세요. 강시빈입니다~' 로 결정을 했다. 뭐, 어때. [안녕하세요. J-F의 신입생 강시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잠깐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글 남기게 됐는데.. 정말 기쁘네요. 아직까지 저의 대해.. 이상한 감정도 있겠고.. 나쁜 감정도 많이 있겠지만.. 일단 저는 그 모든 팬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 정말.. 이렇게 몇 주 방송 같은 거 하고.. 뮤직 비디오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정말 J-F는 대단한 동생들이고, 친구 에요.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죠. 팬 분들이 왜 J-F를 사랑하는지 알 것도 같고 하네요. J-F 팬클럽 이름이.. 엔젤 보이스. 아, 영어로 angel boys. 정말 angel boys 여러분 사랑하구, 앞으로 노력하는 J-F의 강시빈 될 테니까 기대해주세요. 지금 후천이랑 욱이는 이번에 찍을 오락프로그램 촬영하러 갔어요. 그 프로그램 꼭 보세요! 후천이랑 욱이 많이 연습하고 갔답니다. 말뚝박기 하다가 저는 허리 다쳤지만 뭐. ^^; 그리고 한울이랑 신이는.. 한울이 방에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요. 둘이 꼭 붙어서 나오지도 않으니.. 이거 원. 그리고 지천이는.. 지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네요. 제가 가서 풀어줘야 겠습니다. 그럼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시빈 이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고는 등록 버튼을 누르고 컴퓨터를 꺼버렸다. 하음. 이 정도면 됐겠지? 처음 쓰는 글치고는 잘 쓴 것 같아서 '하하'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저 글에서.. 일부로 오늘 있었던 그 일은 빼버렸다. 괜히 나쁜 기획사 만들었다가는 내가 볼 손해가 더 컸기 때문이다. '기획사 사람들이 욕하면서 때렸다.' 이러면 팬들 사이에 오르내릴 거고, 분명 신문에 날 게 분명했다. 그러면 난 분명.. 하. 괜히 팬들한테 고자질하는 속 좁은 가수는 되기 싫었다. 난 솔직히 실력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춤도 못 추는 것 같고.. 다른 멤버들에 비해 딸리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자책 해봤다 돌아오는 것도 없고.. 그냥 머리만 심란하다. "시빈아! 거실로 나와!" 미연코디가 돌아왔나 보다. 배가 고팠던 나는 심란한 생각을 집어치우고 얼른 거실로 나갔다. 내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먹고 있는 멤버들. 특히 유지천! 몇 십분 전의 그 심오한 표정은 어디로 간 거야! "어? 형. 빨리 오세요. 아이스크림 녹아요!" 그런 유지천이 참..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태, 태연하게.. 태연하게 아이스크림 먹으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그렇게 심각하게 눈빛으로 '죄송해요.' 하면서 울려고 할 땐 언제고.. 나 강시빈.. 한 마디로.. 지금 삐쳤다. 많이 삐쳤다. 유지천한테.. 삐쳤다. "됐어. 빵이나 줘." 그렇게 나는 얼굴을 살짝 굳혀서는 미연코디 손에 있던 빵 봉지를 휙- 낚아채서는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이내 할 말이 있어서는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는 신한울과, 류신과, 유지천과, 미연코디를 향해 소리쳤다. "..나 삐쳤다!" 그렇게 문을 쾅 닫고는 들어와 침대에 풀썩 엎어졌다. 그래, 나 삐쳤다. 심각하게 삐쳤다고. 뭐냐, 대체 뭐냐. 나는.. 일부로 지천이가 삐친 줄 알고 달래주려고 했더니.. 대체 이게 뭐냐. 그렇게 난, 입을 삐쭉- 내밀고는 빵 봉지를 뜯어 한꺼번에 입에 집어넣었다. 예상했던 대로 목이 메어온다. 그렇게 목구멍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수하고는 끝끝내 다 삼켜버렸다. 그렇게 빵에게도 삐쳐서는 빵이 들은 까만 봉지를 옆에 휙 던지고는 가만히 천장만 보고는 누워있었다. 아직도 허리가 아픈데.. 그걸 위로해준다는 사람들이 저기에서 아이스크림 따위나 먹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 난.. 아이스크림 보다 못한 존재였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뭐야 이게.. 난 한 조직의 보스인 데다가 신성그룹의 회장인데..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돼! 그렇게 훌쩍이며 괜히 억울한 마음에 입술만 삐쭉삐쭉. 정말 싫다.. 그렇게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핸드폰을 삑삑- 거리며 가지고 놀았다. 문자 보낼 사람도 없는데.. 괜히 모르는 수신 번호를 입력하며 문자를 썼다가 모두 지웠다가.. 이게.. 외로움이 아니면 무엇일까. 문자 하나.. 전화 한 통 당장에라도 보낼 사람이 없다는 게 외로움 아니면 뭘까.. 그렇게 이 방에 딸려있는 밀실로 들어가 의자 하나 딸랑 있는 그 곳에 앉아 창을 열었다. 창을 열자 밝은 빛이 창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창을 열면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반대편 집 창문과 마주보고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가족? 친구들끼리 모여 사는 사람들? 아니면.. 할머니나 할아버지?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쪽 집 창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약 3분쯤을 멍하니 햇빛이 드는 창가에서 보내고 있었을까.. 그 반대편 집 창이 확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수건을 털기 시작한다. 그러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더니 그 큰 눈을 깜빡인다. "..아." 그렇게 순간 당황한 나는 창문을 얼른 닫아버렸다. 놀라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다. 나이는 한.. 14살? 15살? 하여튼.. 그 정도로 보이는 꼬마였는데..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정말 나의 순간 관찰력이 뛰어난가? 그렇게 약 1분 정도를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다가.. 다시 금 살며시 문을 열었다. 여전히 이 쪽 창가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 꼬마 아이. 나는, 가만히 인형 같은 모습으로 이 쪽만 바라보는 꼬마를 향해 말했다. "..왜 여기만 보고 있는 거 에요?" "연예인 구경이 어디 쉽나요?" 당돌하면서도 한 쪽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는 그 아이가, 아이 같지 않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요." "새 멤버인가 봐요? 친구들 말 들어보면.. 새 멤버가 하나 있다고 하던데.." "아, 그렇게 됐어요. 어쩌다 보니까.." "..왜 팬들이 당신을 싫어하는 줄.. 아세요?" 그 아이의 그런 말에.. 가슴 한 구석이 살짝 아파 왔다. 팬들이 나를 싫어한다.. 라는 말에 자꾸만 아파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말 들었으니까.. 그 이유를 안다고 하니까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왜.. 그런데요?" "J-F 신인 시절에.. 원래 한 멤버가 더 있었어요. 서정우 라고.." "더 있었어요? 몰랐는데.." "그런데.. 죽었어요 그 사람. 1.5 집 뮤직비디오 찍다가.. 죽었어요." "..주, 죽어요?" "불쌍하게 됐죠 뭐.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위험했었나봐요. 대역 없이 그냥 하다가.. 사고로 죽었어요 그 분." "..." "팬들은 그 분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거 에요." "..." "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부모님 때문에 중간에 가수 활동 접고 미국으로 갔다는 소문도 있는데.. 기획사 쪽에서는 죽었다고 밝혔으니까.. 죽은 거겠죠." "..아, 그랬구나.. 몰랐어요 전. 그런 멤버가 있었을 줄은.." "그런데.. 미국에 여행 갔던 한 팬이 서정우를 봤다는 소리가 있어서 한 때, 팬들 사이에서 서정우가 살아있다, 라고 뒤집힌 적이 있었죠." "..."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네 요. 아직도 서정우가 살아있다고 믿는 팬들이 있을지는.." 그렇게 나는 잠시.. 그 아이의 얘기를 되짚으며 서정우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죽었다는 게 확실치도 않은 사람이고.. 게다가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결국 난.. 그 사람 대신이라는 소리밖에는 되질 않았다. 나 대신 그 사람의 역할이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우울해지는 나였다. "그런데.. 서정우 살아있어요." -여자아이 "..그걸.. 어떻게 아세요?" "..제, 하나 뿐인 사촌 오빠였거든요. 서정우가.." -여자아이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답글
수정
삭제
스팸처리
[남장소설]
●○보스는 21살 고등학생이었다○●[부제-남장 가수] [11 ~ 20]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
첫댓글 ㅋㅋㅋ 사촌 이라 좀 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