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을 느끼고 눈을 떴다. 발코니에서 밖을 내다보자 꽤 이른 아침에도 태양은 눈부셨고,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옥빛 바다에 눈이 시렸다. 이래서 괌이구나,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 리조트 바로 앞 해변을 거닐기로 했다. 이상했다. 부산 바다와 달리 해변으로 파도가 밀려오지 않는다. 현지인의 말을 들어보니 해변에서 떨어진 곳에 형성된 자연제방 때문이다. 마치 신이 인간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것처럼 바다 저 멀리서 파도가 친다. 덕분에 아이들도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왜 괌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족 휴양지 중 하나인지 슬슬 의문이 풀려 가는 참이다.
사실 괌은 제주도보다 작다. 제주도의 4분의 1 정도로, 거제도와 비슷한 크기다. 그래서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자동차를 빌려서 둘러보기도 좋다. 인구가 16만 명 수준이라 교통 체증이 별로 없고, 해안을 따라 도로가 형성돼 드라이브하기에도 최고다. 1번 국도와 연결되는 이른바 '마린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해변을 한 바퀴 일주하는 데 2시간 30분~3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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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워드 비치 리조트 안 워터파크 전경. |
■차모로족과 사랑의 절벽 원주민인 차모로족은 눈이 마주치면 '하파 데이(Hafa Adai)', 우리말로 '안녕'이라고 먼저 인사를 건넨다. 붙임성이 참 좋다. 좋은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느긋하게 살아서인가 보다. 찡그린 차모로족을 본 적이 없다. 주로 관광객을 상대해서 그럴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인지 응용력(?)도 좋아진 것 같다. 사랑의 절벽이나 아가냐 전망대 같은 관광지를 가면 차모로족이 '코코넛 사시미'를 판다. 코코넛으로 만든 회라니. 5달러를 주고 코코넛 1통을 샀다. 코코넛 과즙으로 타는 목을 진정시키자, 차모로족이 웃으며 코코넛을 돌려달라는 시늉을 한다. 칼로 열심히 과육을 발라내더니 간장과 와사비를 함께 내놓는다. 이래서 코코넛 사시미구나, 웃음이 터진다. 놀랍게도 생선회 맛이다. 그냥 과육을 씹으면 아무 맛도 안 나는데 간장, 와사비를 찍어 먹으니 대놓고 광어회 맛이다. 누가 발명한 음식인지 모르겠지만 참 기발하다. 아마도 괌이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에게도 사랑 받는 여행지라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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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가 떼를 지어 유영하는 모습. |
사실 차모로족은 비운의 민족이다. 300년 넘게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고, 1898년 스페인과 미국의 전쟁 끝에 또다시 미국의 통치를 받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한때 일본군이 점령하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 자치령이다. 오랜 기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서인지 그에 얽힌 슬픈 전설이 있다. 그 전설은 '사랑의 절벽(Two lovers point)'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많은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페인 장교가 차모로족의 추장 딸에게 반해 결혼을 종용했다. 하지만 소녀는 이미 차모로족 소년과 사랑에 빠져 영원을 맹세한 몸이었다. 소녀와 소년은 이렇게 헤어질 바에는 영원히 함께하자며 도망친다.스페인 장교가 쫓아오고 둘은 죽어서도 함께하자며 머리를 묶고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을 가진 곳이 바로 '사랑의 절벽'이다. 과연 '사랑의 절벽'에 가니 없던 전설도 생길 것 같은 절경이다. 하늘과 바다는 각각 다른 농도로 푸르고 붉은 히비스커스 꽃이 지천이다. 뒤늦게 알고 보니 차모로(Chamorro)는 고결하고 숭고하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사랑을 맹세한 신혼부부가 고결하고 숭고한 결혼 생활을 하길 빌어 본다.
■그래서 괌에 간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 왔으니 이제 물에 들어갈 차례다. 리조트가 있는 타무닝 지역에서 자동차로 남쪽으로 30분쯤 달리면 아가트(Agat) 지역이다. 유럽 어느 고급 요트 정박지에 있을 법한 새하얀 요트가 즐비하다. 들뜬 기분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중 가장 새하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곧 돌고래를 보게 되리라는 기대를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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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알루팡 비치의 환상적인 노을. |
선장과 직원도 차모로족이다.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상대해 봐서인지 꽤 한국말이 능숙하다. 친근하게도 반말로 모두에게 한두 마디씩 말을 건다. 15분쯤 바다를 달렸을까, '쉭~ 쉭~' 하는 생명체의 소리가 들린다. 설마 하고 바다를 보니 윤기가 반들반들한 돌고래 몇 마리가 고개를 내민다. 10번 중 7번꼴로 돌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관광객의 환호성이 커질 때쯤 요트에 가속도가 붙는다. 떼 지은 돌고래는 마치 경주하듯이 요트가 만든 흰 물거품을 따라 쫓아온다. 어린 시절 동물원에서 처음으로 돌고래를 봤던 날이 떠올랐다.
돌고래를 떠나보내고 좀 더 육지에 가깝고 수심이 깊지 않은 바다로 이동했다. 선장이 바다로 먹이를 뿌리자 열대어가 요트 주변으로 몰린다. 이제 스노클링을 할 차례다. 맑은 바닷물 색깔과 경쟁이라도 하듯 투명하면서 선명한 색의 열대어가 가득하다. 호주 케언스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했던 스노클링이 그야말로 '인생' 스노클링이었다면 괌 바다의 스노클링은 인생 두 번째쯤 되겠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니모보다 더 예쁜 노란색 줄무늬 물고기가 거침없이 바닷속을 유영했다. 이래서 괌에 오는구나, 확신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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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사시미'를 만드는 차모로족. |
바다에서 보낸 일정을 끝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부산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는 오전 3시 55분. 그런데 걱정이 없다. 괌 하면 쇼핑 천국 아니던가. 괌 최대 번화가인 투먼 지역에 있는 DFS 갤러리아 괌은 오후 11시까지, 괌 프리미어 아웃렛(GPO) 내 할인잡화점 로스(ROSS)는 오전 1시까지 영업한다. 우리나라 대형마트 격인 K마트는 24시간 문을 연다. 휴양과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가족 친화적인 리조트가 즐비한 곳, 아이들과 함께하기 안전한 곳. 그래서 괌이다.
괌/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여행 팁
■항공편
부산과 괌을 잇는 정규 편은 제주항공, 대한항공, 에어부산이 주 4회씩 운영한다. 제주항공은 수·목·토·일요일 오후 10시 부산 출발, 오전 2시 55분 괌 도착, 오전 3시 55분 괌 출발, 오전 7시 15분 부산 도착 편을 운영한다. 대한항공은 화·목·금·일요일, 에어부산은 수·목·토·일요일 운항하고, 시간대는 제주항공과 비슷하다. 제주항공은 최근 괌 최대 번화가인 투몬지역에 괌 라운지를 열었다. 짐 보관 무료 서비스, 간이 유모차 대여, 투어 예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통
해안 일주를 하는 자유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렌터카를 빌리는 것이 좋다. 소형차를 빌리는 데 보험료 포함, 1일 70~80달러 선이다. 휴양과 쇼핑을 목적으로 한다면 꼭 차를 빌리지 않아도 괜찮다. DFS 괌 갤러리아 면세점이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면 호텔과 리조트에서 투몬 시내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외에도 K마트, 괌 프리미엄 아웃렛(GPO), 차모로 빌리지 야시장 등 웬만한 쇼핑센터와 관광지를 가는 8개의 버스 노선이 있어 편리하다. 1회 탑승에 4달러, 하루 무제한 승차권이 12달러다. 일행과 나눠 낸다면 현지 택시나 한인 택시를 이용해도 대중교통과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숙소
온워드 비치 리조트는 호텔과 리조트가 밀집한 투몬 지역에서 10분쯤 떨어진 타무닝에 있다. 리조트 앞 알루팡 비치에서 한적하게 바다를 즐기기 좋다. 워터파크 시설이 잘돼 리조트 안에서 놀기도 좋다. 집라인, 만타 슬라이드 등 시설은 무료다. 리조트에서 무인도인 알루팟(Alupat) 섬까지 카누를 타고 갈 수 있다. 카누 같은 무동력 스포츠 시설은 투숙객에게 무료로 빌려준다. 바나나보트 등 동력 스포츠는 할인 가격에 제공한다. 온워드 비치 리조트 본관은 2011년 리모델링을 거쳐 쾌적한 시설을 자랑한다. 신관인 타워동의 디럭스룸부터는 욕실이 바다 쪽으로 향해 해변을 보면서 반신욕을 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숙소 문의 온워드 비치 리조트 한국지사 HNM 코리아 02-747-7263. 여행 상품 문의 보물섬투어 부산지사 051-464-8899.
조영미 기자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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