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노랗게 보였습니다. 땅이 마구 흔들려 발을 자꾸 헛딛었습니다.
마늘쪽같이 매끈하게 생긴 의사가 감정에 흔들림없이 말하더군요.
갑상선 암이라구요, 갑상성암중 가장 지독하고 승질 더러운 미분화암이라구요.
갑상선암중 여포암. 유두암은 완치율이 높은데 이건 어렵다는군요.
슬픔보다 분노가 앞서더군요.
살면서 뭘 그렇게 잘못했나? 인생에 복병이 숨어 있는 건 알겠는데 이건 너무 하다구요.
아버지 일찍 돌아 가시고 가난한 딸많은 집 맏딸로 태어나 일하러 나가신 어머니 대신 동생들 업어 키우느라고 한 여름 허리가 짓무르고 또래의 친구들은 절 왕따 시켰지요.
제 몸에서 드런 냄새난다구요. 그렇겠지요. 허구헌날 똥기저귀 달고 사는 어린 동생들 때로 쩔어 있는 포대기로 업고 살았으니까요. 친구들이 재미나게 고무줄놀이 하는 거 손가락 빨면서 지켜 볼 수 밖에요. 참 부러웠어요. 나도 끼워주면 고무줄 놀이 아주 잘 할 것 같았는데..
생활이 너무 힘들고 몸이 고단한 어머니는 늦은 밤 소주를 마셨지요. 맏딸인 제 앞에서 푸념하시면서..
.. 사는 게 왜 이렇게 모질고 힘드냐? 새끼들때문에 살긴 살아야 하는디...
그때마다 저는 동생들 봐주기 싫다는 말을 꿀걱꿀걱 삼켰지요.
그래도 여자도 배워야 산다는 굳은 신념을 가진 어머니 덕분에 가까스로 여고를 졸업하고 서울 휘경동에 있는 작은 출판사에서 교정일을 봤지요. 골목이 너무 많은 동네라 미로같아서 길을 잃어 버린 적도 있었어요. 그때마다 전 생각했지요. 인생의 길은 잃어 버려선 안된다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면 길이 보일 거라고..
그런데 쉽지가 않았어요. 처음으로 설렘을 느끼고 마음을 연 남자친구가 제가 직장을 그만 두니까 떠나더군요. 그때 그친구는 휘경동 근처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었는데 제가 번 돈을 나눠썼어요, 적은 월급으로 시골집에 보내고 그 친구 책 사주고 그러면 남는 게 별로 없어 전
출판사에 딸린 작은 방에서 먹고 잤지요. 라면도 참 맛있었어요.
젊고 꿈이 있었거든요. 전 시인이 되고 싶었지요.
근데 실연 당하니까 서울이 너무 춥고 무서웠어요. 그래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갔지요.
다행히 읍네 사진관에서 일하게 됐고 결혼도 했지요. 중매로요. 다시 서울 로 왔어요
남편은 별 말이 없었어요. 그냥 덤덤하게 살았지요. 그런데 예쁜 딸을 나으니까 세상이 달라 보였어요. 너무 행복했어요. 전 부업으로 무청을 말려서 음식점에 배달햇지요.
딸은 잘 키우고 싶었어요. 그런데 남편이 이혼하자고 하는 거예요. 전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남편한테 여자가 있었는데 남편은 그 여자를 보며 박꽃같이 환하게 웃더라구요. 저한텐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웃음..
그래서 이혼하고 열심히 딸 키우는데...
이런 날벼락이 떨어졌어요. 게다가 남편이 딸 을 달라는 거예요. 사는 형편이 좋아졌다고..
친권은 아버지한데 있다나요.
전 갑자기 맥이 탁 풀렸어요. 삶이 저한테만 너무 가혹하고 엄격한 것 같아 싫었어요.
한번 싫다고 느끼니까 증말 진저리치게 싫더라구요. 그래서 죽기로 맘 먹었지요.
딸, 내 생명같이 소중한 딸은 다행히 즈이 아빠가 키운다니까.
암 치료하는 길고 외롭고 고통스러운 과정도 생략해버리고 참 편할 것 같아서요.
어떻게 죽을까 생각했어요... 수면제를 먹고 잠자듯이 죽는 게 젤루 나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약국을 돌며 약을 모으기로 했지요. 근데 날씨가 너무 화사한 봄이더라구요.
예쁜 빛깔의 봄옷 한벌 사입고 싶었어요. 아주 비싼 걸루요.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명동 롯데로 갔지요. 저는 깜짝 놀랐어요.
너무 비싸서요. 그래도 옷사기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열심히 살았지만 늘 너무 춥고 배고프고 외로웠던 제게 봄날같이 따뜻한 옷 한벌 마지막으로 선물하고 싶어서요.
눈 딱 감고 사려고 했는데 그래도 너무 비싸더군요. 결국은 남대문 시장에 가서 투피스 한벌 샀어요. 구두도 샀구요. 잠안온다고 약도 샀구요. 소량이라 더 많은 곳을 다녀야 할 것 같구요.
그런데 전 약을 버렸어요.
암치료하느라 알게 된 친구 순영이가 그 친구도 갑상선암이예요
책 한권을 선물했어요. 제목이 아주 긴..
엄마는 물방울 무늬 커튼을 만든다. 딸의 유쾌한 인생을 위해서 엄마는 물방울 무늬 커튼을 만든다 였는데 표지에 써 있는 문구가 제 맘을 당겨서 읽어 봤어요.
제 나이와 비슷한 여주인공도 말기암이고 투병하면서 이제 겨우 일곱살인 딸한테 남기는 편지글이더군요.
저는 그 책에서 희망을 봤어요
암[cancer]은 할 수 있다.[can sir]라는 군요. 그리고 어린 딸을 둔 엄마는 뭐든 함부로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그렇지요.내 딸이 살면서 엄마가 얼마나 많이 필요하겠어요
전 살기로 했어요. 암과도 싸우고 남편과도 싸워서 제 딸을 지키고 그리고 제게 가혹한 제 운명과도 싸워보기로요...
딸이 혼자 긴 머리를 빗을 줄 알 때까지만 살았으면....
첫댓글 세상은 불공평해 보일때도 있지만 공평할때가 더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그래야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갈 힘이 생기잖아요.님,힘내세요.당신을 위해,그리고 당신의 딸을 위해...언젠가는 봄햇살과 같은 날이 올거예요...
칙칙했던 오늘, 오늘하루에 감사하며 살자 생각하니 힘이나네요..님, 힘내세요...말기암 환자중에도 여럿 살아난 사람얘기 들었어요....마음먹기에 달려있는것 같아요..님도 주님을 알고 있었으면 좋으련만요..주님께 기도하겠습니다.
아..힘내세요..응원합니다.
님의 얘기를 읽고나니 눈물이 나네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님 힘내세요. 꼭 좋은날이 올거예요. 딸도 키울 수 있고, 돈도 많이 벌수 있고, 나쁜암도 꼭 이겨 낼 겁니다. 화이팅입니다.
로사님 글을 읽으며..옆에서 조잘거리며 뛰어다니는 딸의 목소리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요..로사님 꼭 암도 이기시고 딸도 지키시기를 진심으로 기도 드릴게요..부디 힘내세요..
갑자기..처음에 진단받았을때가 떠올랐어여...지금..저도 동위원소 치료중이지만....다~~~~~잘될꺼예요.... 맘 차분히...하시고..........힘네세요...............
로사님, 힘내세요. 꼭 님을 간절히 원하고 필요로 하는 분이 있습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그리고 님에게 모질게 했던분들에게 보란듯이 사는 것입니다. 님의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나네요. 로사님은 잘될거에요. 하느님을 한번 찾아보세요. 님을 위해 기도할게요...
로사님.. 어떤말로도 위로가되진않겠지만.. 인생에 있어서 누구나 십자가라는건 있는것같아요.. 평생 지고가야할 십자가가 있지만 그 고통안에서 더큰 은총과 사랑, 행복이 준비되고 있다는걸 생각하세요..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저희 어머니께서도 5남매중에 맡딸로 자라서 평생 고생만 하셨답니다.ㅠㅠ
그당시 어머니집에서 돼지를 키우고있었는데 맨날 돼지뜸물(?)나르고, 집안청소며, 빨래 다하고, 학비를 못내서 학교에서 쫓겨나기 일수고.. 그렇게해서 어렵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을 포기하고 일하면서 동생들 학비 내주고.. 그렇게 사시다가 저희 아버지와 결혼하셨는데 저희 할머니께서 보통이아니세요 ㅠ.ㅠ
아직까지도 할머니께서 살아계시지만 제가봐도 보통이 아니셨을듯 싶을정도로 시집살이가 대단하셨습니다. 그러다가 31살의나이로 우울증에 걸리셔서 정신과치료받으시고 무지 힘드셨어요.. 그리고는 1년뒤인 32살때 위암2기로 서울대에서 수술받으셨구요.. 지금이야 아무걱정없이 예전일 생각하면서 웃을수있지만...
그때 저희어머니께서도 저랑 제 동생만 아니셨으면 다 포기하셨을거라고 말씀하셨어요.. 기운내세요 로사님. 정말 평탄하게 걱정없이 사는사람들도 있지만.. 알고보면 그런사람들조차도 다 자신의 십자가가 있답니다. 로사님 어려울때일수록 더 하느님께 감사하면서 사세요.. 언젠간 그 고통보다 더 큰은총을 받으실거예요
님의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앞으로도 몇번 더 읽어볼 겁니다..읽으면서 기억하고 기도하겠습니다.
마음이 쓰리네요. 절망의 끝자락에서 친구분의 소개로 만난 작은책 한권을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 책을 절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그것이 희망으로 반사되는거라 생각합니다. 주변에 또 다른 희망이 있을 겁니다. 힘든 눈빛으로 라도 절대 감지마시고 꼭 돌아 보시길 바랍니다. 또다른 희망들이,
님의 힘없는 발길을, 힘없는 몸짓을, 눈가의 눈물을 ,육체적 고통을 차곡 차곡 접어줄 겁니다. 포근히......
사람들에게는 각자 자기의 운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현재 내게 주어진 운명을 부정할수 없습니다.내 운명을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그리고 많은기도가 마음의 평화에 많은도움이 될것입니다.저도 님의 생활이 밝게 유지되도록 기도드리겠습니다.편안한 마음으로 오늘을 마주하세요.
님의 글을 읽고 눈물이 났습니다... 어떤일이 있어도 님을위해 따님을 위해 꼭 힘내셨음 좋겠어요,,, 맘속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참 맘이 아프네요..살아 오신 삶도 착하게만 사신것 같은데 어려움만 닥치시고..하지만 이번 고비만 잘 넘기면 좀더 좋은 미래가 있을 것 같습니다. 힘내시길 바랍니다.
아..오랫만에 들렀는데 눈물이 주륵..ㅠㅠ 저도 기억하고 기도할게요..힘내세요 ㅠㅠ
로사님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주님은 로사님의 눈물을 헛되게 하지 않으실겁니다. 확실합니다. 우리부부도 벼랑끝에 몰려 주저하던중에 하나님을 다시 만나게 되고 우리 인생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도 새로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절대로 물러나지 마세요. 부탁합니다. 기도할게요.
성경 어딘가에 나온 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 날개 아래 보호를 받으러 온 네게 온전한 상 주시기를 원하노라 "
세상 무엇보다 강한 어머니란 존재이기에 꼭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갑자기 마음이 간절해지네요 ㅜㅜ...힘내세요..
로사님...각자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 있나 봅니다. 모두들 힘든 이 공간에서 힘도 얻으시고 같이 잘 살아 보자구요...힘내시고 잘 살아 봅시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