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이 젊어지고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해치백, 컴팩트 세단에 눈을 돌리면서 수입차 내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향상되고 있다. BMW 3시리즈, 렉서스의 IS250처럼 일부 모델에 쏠리던 소비자들의 관심도 다양한 브랜드들의 모델로 분산되고 있다. 각 모델마다의 개성도 뚜렷하다. 인피니티 G37은 동급 모델 중 가장 강력한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성능, 아우디의 A4는 4륜구동을 기초로 하는 안정감과 터보차져 직분사 엔진의 넉넉한 토크가 자랑이다. 최근에는 가격서 유리한 캐딜락 CTS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벤츠 역시 C 클래스로 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으며 최근 엔진 성능과 연비를 대폭 강화한 직분사 가솔린 엔진(CGI)를 바탕으로 뒷심을 내고 있다.
최근 벤츠 모델들의 디자인은 남성다운 매력을 뽐낸다. 전 세대 C, E 클래스와 비교를 해보면 변화가 분명해진다. 강렬함을 자랑하는 전면 디자인은 도심과 잘 어울리는 스포티한 세련미를 보여준다. 고성능의 AMG 모델이 아니어도 역동적인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소비자들에게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스타일이다. 균형미가 돋보이는 측면부도 좋다. 타사의 모델처럼 부드럽다는 느낌은 적지만 탄탄함을 자랑하는 탱크처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바디를 흐르는 캐릭터 라인은 전진감을 강조해낸다. 벤츠 측은 C 클래스의 앞뒤 무게 배분에 대해 52:48로 발표를 한 바 있는데 우리팀의 전문 계측 장비를 통한 측정에서도 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면부의 강인함과 달리 후면부 디자인은 차분하다. 램프의 디자인 및 범퍼 역시 부드러운 느낌을 보여준다.
C 클래스의 실내 공간도 외관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구성이다. 과거엔 고급스러운 느낌을 보여주려 했지만 현재는 스포티한 매력을 뽐내도록 디자인 됐다. 적정한 사이즈의 스티어링 휠은 작동이 편하며 전동으로 위치를 조절 할 수 있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도 마련되어 고속도로 주행시 편하다.
시트는 조금 단단한 편이지만 유럽계 자동차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구성을 보인다. 거친 노면서는 일시적으로 단단한 승차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장거리 운전서 편하며 몸을 잘 지지한다는 장점을 가진다. 동급 모델서는 접하기 힘든 메모리 기능을 운전석 및 조수석 모두 갖췄다는 점도 장점이다.
센터페시아 상단 부분에 위치하는 LCD 모니터는 시원스럽게 정보를 보여준다. 사실 경쟁차 보다 큰사이즈를 가진 것은 아니다. 처음 벤츠가 선보였던 일부 모델에 적용된 조그만 모니터에 비하면 크다는 의미다. 버튼으로 패널 각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전자동 공조장치 컨트롤러 및 무난한 음질을 자랑하는 사운드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도 좋다.
각 기능을 기기별로 직접 컨트롤 할 수 있지만 통합형 컨트롤러인 커맨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다이얼과 버튼으로 구성된 컨트롤러는 처음 접하는 사용자도 쓰기 편하다.
뒷좌석 공간 및 시트의 구성도 무난하다. 최근 신차들이 실내공간을 키우는 추세이긴 하지만 현재 컴팩트 세단 시장서의 C 클래스 정도의 공간이라면 부족함을 느끼게 하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도 차체 사이즈 대비 무난하다.
C200 CGI에는 최신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탑재된다. 다양한 브랜드들이 직분사 엔진을 내놓고 있지만 벤츠의 CGI는 조금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압전효과(Piezoelectric Effect)에 의해 팽창과 수축하는 피에조 크리스털을 사용한 연료분사 장치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 필요한 만큼의 연료만 연소시킬 수 있어 연비가 좋아진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었다.
이처럼 직분사 가솔린 엔진 CGI에 친환경 컨셉 블루이피션시(BlueEFFICIENCY)의 기술력이 접목된 것이 오늘 시승하는 C200 CGI다.
C200 CGI에는 1.8리터 직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27.5Kg.m 수준으로 2.5리터급 가솔린 엔진과 맞먹는 수준이다.
시동이 걸렸을 때의 정숙성은 동급 모델 대비 아쉽다. 특히 렉서스의 IS250과 차이가 많이 난다.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에 비해 열이 많이 발생하는 터보 엔진인 만큼 냉각 팬이 자주 회전해 소음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세단으로서는 보편적인 수준인 만큼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는 많지 않을 듯 하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가속 페달을 밟는다. 제법 스포티한 엔진 음색과 발맞춰 차체가 부드럽게 움직인다. 초반 토크감이 좋아 대배기량 세단을 타는 느낌도 느껴진다. 승차감도 무난하다. 물론 출렁거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럽차 특유의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적당히 어우러졌다고 보면 된다. 저속서 스티어링 휠(핸들) 조작시 부드럽게 반응해 여성운전자들도 쉽게 다룰 수 있겠다.
시내 주행시 편안하다는 것은 C200 CGI의 경쟁력이지만 아쉬움도 있다. 시승차 만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저속 구간서 일시적으로 진동과 소음이 생긴다는 점이다. 마치 디젤 엔진 같은 소음을 내며 부르르 떠는 진동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매번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었지만 후진 기어를 넣을 때 및 저속 주행 중 이따금씩 이 문제가 나타났다. 만약 소비자들의 차량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온다면 발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겠다.
시내 주행시의 연비는 평균 9km/L 수준으로 좋은 편에 속했다. 정체가 심한 도로를 주행해도 7km/h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아 연비에서도 좋은 면모를 과시해냈다.
고속도로에 오른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 최고 출력을 끌어내자 터보차져 엔진 특유의 지연현상(터보래그- Turbo lag)가 느껴진다. 1초 정도로 생각보다 길다. 특히 쉬프트 다운이 동시에 이뤄질 경우는 2초 가량 지연돼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는 아쉬운 점이다. 반면 가속이 시작될 때의 느낌은 매우 좋다. 고속으로 치고 나가는 힘도 넉넉하고 실제적인 속도 상승도 빠르다. 1.8리터급 엔진으로서는 불가능한 힘이다. 5단 자동변속기는 매끄럽게 반응한다. 기어간의 연결감도 좋다. 상급 모델에 장착되는 7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아쉬움이 있지만 실제 주행시 불만은 나오지 않는다. 넉넉한 토크와 적절히 조율된 기어비가 발을 맞추기 때문이다.
산길 도로에서 본격적인 C200 CGI의 능력을 체감해 보기로 한다. 임시적으로 주행 안전 장치도 해제한다. 주행 안전 장치는 일반 주행시 도움을 주지만 빠르게 코너를 돌거나 할 때 엔진 출력을 낮춰 안정화를 꾀하기 때문에 제 성능을 느끼기 어렵다는 아쉬움을 보이기도 한다.
변속기 모드는 스포츠와 컴포트로 바꿀 수 있는데 스포츠 쪽을 선택해 RPM을 높여 쓰도록 셋업한다. 가속 페달을 밟자 약간의 터보 지연현상 이후 본격적인 가속이 이뤄진다. 체감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상당한 수준이다. 계측 장비를 통해 알아본 C200 CGI는 정지상태서 100km/h 까지 8.5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보였다. 정지 상태서 60km/h 까지는 3.7초. 이는 2,5리터급 자연흡기 엔진과 유사한 수준이다.
코너에 돌입하기 전 속도를 낮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조작한다. 조금은 묵직한 페달이지만 운전자의 조작량에 따라 정확히 반응을 해준다. 오랜 테스트에서도 지치지 않고 일정한 성능을 보여준 것도 좋았다. 코너에 돌입하며 스티어링 휠을 감는다. 짧은 프론트 오버행과 후륜구동 특성이 어우러져 빠른 반응을 보이며 코너에 진입한다. 타이어의 성능도 무난하며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감각도 좋다. 코너 탈출을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아도 흐트러짐 없이 속도를 올려 나간다.
주행 성능 부분에 있어서는 전혀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 동급 모델인 BMW 320i 보다 월등하며 배기량 큰 렉서스 IS250과 유사한 성능을 보였다. 물론 고속주행을 비롯한 종합 안정감에서는 앞섰다. 시장서의 직접 경쟁모델인 BMW 320i는 가격을 제외하고 C200 CGI를 능가하기 어렵겠다.
동급 모델들의 가격이 5천만원대 중반까지 포진한다는 것으로 볼 때 벤츠 C200 CGI는 동급 최상의 모델로 불릴 만큼 막강한 성능과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벤츠라는 네임 밸류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시승 도중 간혹 느껴졌던 저속 구간서의 진동과 소음만 나타나지 않았다면 감히 동급 최고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차가 C200 CGI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