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보니 근처에 차가 1대 있다. 차박하는 차인 듯. 무인등대는 주기적으로 빨간 빛을 낸다. 트렁크문을 열어두어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게 한다. 새벽 2시라 계속 깨어있을 수는 없어 다시 잠들었다.
새벽 5시에 깨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새벽에 있던 차는 가고 없다. 쓰레기 처리를 하고 5시 20분에 보목항을 떠난다. 성판악까지는 23킬로에 30여분 걸린다.
5시 53분에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 그런데 차들이 많아 보인다. 내가 일찍 떠나서 반 정도 찼을 거라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다. 주차장에 들어가니 안내 요원이 만차라고 한다. 이런 미친.. 6시도 안되서 만차라니. 한번도 만차인 걸 본 적이 없는데.. 등산인구가 늘긴늘었나 보다. 그러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돌아나오면 알려준다고 한다. 차 몇 대가 돌아나간다. 나가면서 들으니 10킬로 가서 국제대 주차장에 세우고 택시를 타던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란다. 아이구야.
전에는 길가에 세우게 했는데 요즘에는 못 세우는 걸로 방침을 바꿨다고 들었다. 그러다보니 주차하려고 사람들이 점점 더 빨리 오나보다. 이런 정도로 심각한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된 김에 관음사로 간다. 서귀포쪽에서 출발하다 보니까 관음사는 제주에 가까운 쪽이라 아예 고려를 하지 않았었다.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 차는 얼마 없고 주차장은 거의 비어있다. 관음사코스가 힘드니 사람들이 기피하나보다. 주차장에 들어가면서 성판악에서 예약이 돼 있다고 하니 관음사에서는 QR코드가 달라 성판악 것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뭣이라? 안된다니 일단 주차장에서 되돌아 나왔다
예약한 것을 취소를 해야 될 것 같다. 예약할 때 무단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패널티가 있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페널티내용을 보지 않았지만 혹시 일정 기간 동안 한라산 예약 금지 같은 것이 아닐까? 어차피 성판악으로 올라갈 수 없으니 취소하는 것이 좋을 듯하여 사이트에 들어가 취소했다. 취소버튼만 누르다보니 취소사유를 선택하지 못하고 취소되었다. 디폴트가 변심이다. 나 변심해서 안가는 거 아닙니다. 오해없기를.. 남들보다 덜 부지런해서 주차를 하지 못해서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에 차가 별로 없으니까 관음사에서 출발하는 것을 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이트에 다시 글어가보니 당일 예약이 가능하여 오늘 날짜로 예약을 했다. 다시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사실 한라산 등반은 관음사코스가 성판악코스보다 더 좋다. 우선 경치가 좋고 등산하는 것 같다. 그리고 불규칙하게 생긴 돌이 적어서 발목 다칠 위험이 줄어든다. 다만 관음사 시작점이 성판악보다 고도가 낮아서 정상에 가기 위해 더 높이 고도를 올려야 한다. 그리고 관음사 코스는 두번의 내리막 길이 있다. 탐라계곡목교 직전에 한번 용진각현수교 직전에 또한번 내리막이 있다. 그래서 그만큼을 더 올라가야 된다. 아마 성판악에 비해 200미터 정도 더 올라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가파른 구간도 몇 곳 있어서 성판악보다 힘들고 오래 걸린다.
여섯시 반에 출발한다. 그러고 보니 등산 차림이 며칠 동안 갈아입지 않은 옷차림이다. 잘 때는 잠옷이고 평상시는 평상복이고 돌아다닐 때는 외출복이며 오늘은 등산복이다. 마누라가 알면 잔소리할거다. 등산하고나서 목욕하고 갈아입어야겠다.
슬링백에 물 2통과 초코바를 넣고 나선다. 입구에서 QR코드를 찍고 들어간다. 코드를 찍고 입장하면 관리 측면에서 좋을 듯하다. 개인정보가 전달되니 누가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다던가 몇 명이 들어갔는지 얼마나 걸렸는지를 원하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직원이 물은 얼마나 가져가냐고 묻는다. 2통이라고 하니 3통을 추천한단다. 사실 일부를 어제 마셔서 1통과 반통을 가져간다. 추천양의 반만 가져가니 괜히 찝찝하다. 목말라 죽는 일은 없겠지? 나중에 마지막 구간에서 약간의 갈증을 느끼긴 했다.
등산을 마치고 나중에 출입구 쪽을 보니 예약시간을 놓친 사람이나 예약을 안한 사람은 직원에게 문의하라고 써있다. 예약 없어도 인원이 차지 않으면 등산할 수 있나보다.
3키로까지는 거의 평탄한 길이다. 탐라계곡목교를 지나며 가파른 계단이 나타난다.
누군가 나를 추월한다. 보니까 한쌍의 남녀다. 여자는 물병 하나를 들고 있고 남자는 배낭을 메고 있다. 남자의 숨소리가 거칠다. 여자는 등산하기에 적당한 체격을 갖고 있는데 남자는 좀 통통한 편이다. 이렇게 빠르게 추월하는 것을 보니 혹시 초고수셔요?
또 한명이 나를 추월한다. 여자 핸드백같이 작은 가방을 뒤로 메고 다부지게 걸어간다. 오르막길을 빠르게 올라간다.
가다보니 익숙한 엉덩이가 보인다. 초고수님들이다.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해서 지쳐버린 듯.
삼각봉 대피소에 도착. 8시반이다. 2시간 걸렸다. 여기에 1시까지는 와야 정상으로 갈 수 있으니 4시간반 여유가 있다. 신사적으로 좀더 자고 느즈막이 와도 되는데 그렇게들 악다구니를 부리나?
마지막 2킬로가 힘들다. 그리고 나무 계단이 망가져서 공사하고 있다. 우회로를 옆에 만들어 두었는데 다니기 좀 불편하다. 나중에 내려오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
정상에 여러 명이 와있다. 이른 새벽에 성판악에 온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한 아가씨는 정상에 올라온 스스로가 대견한지 누군가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주변 배경을 보여준다. 본인은 재수좋은 사람이란다. 아마 물이 고인 백록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그런 말을 한 거 같다.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7ㅡ8명 기다린다. 평상시에는 줄이 제법 긴데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적다. 그렇지만 굳이 기다려 찍지는 않는다. 그건 처음 올라온 사람이나 하는 일이다. 사진 몇 장 찍고 바로 하산.
내려올 때 외국인들을 많이 보았다. 가족도 있고 단체도 있고 개인도 있다.
17킬로에 5시간반 걸렸다.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인증서 기계가 출구 근처에 있어서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정상에서 찍은 사진을 업로드하면 승인이 되고 1000원 결제하면 머신으로 출력할 수 있다.
차박지로 이동하려고 주차장을 나온다. 그런데 차에 기름이 떨어져간다. 주유소를 검색해보니 한라산 산간지역에는 없다. 제주나 서귀포 근처로 가야 많고 최소한 산간지역을 벗어나야 있다. 오늘 차박지는 화순 금모래해변이라서 가는 길에 가까운 주유소를 검색하여 찾아갔다.
주유소에서 가까운 카페가맹점을 검색하여 찾아간다. 웨딩카페라고 되어있다. 예식장에 속한 곳인가 했지만 웨딩관련 상점 앞에 있는 카페다. 주위에 아무것도 없어서 장사가 될려나 모르겠다. 변함없이 보온병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받았다.
화순에 들어서 목욕탕에 갔다. 옛날식 목욕탕이고 입욕료가 4000원으로 엄청 저렴하다.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나중에 보니 한 명이 안에서 자고 있었다. 온탕과 냉탕만 있다. 오랜만에 씻는다. 손톱때도 머리 감으면서 없어졌다.
금모래해수욕장은 썰렁하다. 사람들도 거의 없고 차도 많지 않다. 썰물이라서 그런가 바다가 저 멀리 보인다. 녹슨 배들이 떠있어서 조경을 해친다. 다른 데 갈 걸 그랬나.
카페가맹점이 산방산 아래에 하나 있고 올레 10코스 상에 있다. 올레길 걷는 셈으로 걸어다녀온다. 길은 꼬불거리고 산 위로 올라갔다 오솔길이 되었다가 해변모래길이었다가 바위돌들이 널려있는 길이 되기도한다. 굉장히 변화가 많은 올레길이다.
어렵사리 원앤온리라는 카페에 도착. 산방산과 황우치해변 사이에 자리잡고 있고 제법 크다. 주차된 차들도 많고 손님도 많다. 주문하려고 줄을 길게 섰다.
돌아올 때는 찻길로 갔다가 결국 올레길로 연결되어 아까의 그 산길을 넘어야했다.
남학생 서너명이 때이른 해수욕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공용화장실 세면대에서 씻어서 모래가 세면대에 잔뜩 쌓여있다. 지가 싼 똥은 지가 치워야지.
첫댓글 17km를 5시간반만에...
뭐라도 보고 오셨나?
경치를 봤지. 5시간쯤 예상했는데..
이제 밧네
멋쟁이
항상 건강유의 하시길
ㄸㅋ 인수. 유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