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 류경일
엄마 시집올 때 따라와서
지금까지 식구들 밥을 챙기던
사기 밥그릇 하나가 깨졌다
말없이 따스함을 전해주던 그릇은
우리 곁을 떠날 때서야
“쨍강”
우는 소리를 낸다
헤어지는 건 다들 힘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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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올 때 가져 왔던 그릇이
너무도 유행에 뒤떨어져
비우는 차원에서 골라냈다.
꽃무늬가 자잘한 유리그릇
둘째 언니가 특별한 이유를 가득 채운
결혼 선물로 사주었던 그릇이다.
사연이 담긴 그릇이어서
아껴두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어기며 사용하기엔
어울림에 벗어났다.
결국, 수북이 쟁여
분리수거통으로 들어간 그릇은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다.
난 한참을 들여다보며
그릇이 부르짖는
지난 시간을 회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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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그릇...
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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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
22.04.09 06:58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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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가 아끼는 아주 작은 술잔~. 책상에 두고 작아진 지우개를 담는~~ㅎ
어머나..
볼 때마다 술을 담고 싶지 않을까요!.ㅎㅎ
흰 점도 둘~~. 저 뒤엔 작은 점~~. 5년 전쯤 전시장에서 이거 하나에 5만원에 샀답니당~ㅎ
우와!!
귀한 종지그릇이네요..
두고두고 간직하면 가보가 될 수도 있겠어요..ㅎ
싱크대 손 안 닿는
맨위칸에 엄마 쓰시던 컵잔들.
유행이 한참한참이나
지났지만 보낼수가 없네요ㅎ
그렇지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도 버리기 아깝고
두고두고 보고싶은 그릇에는사연이 세월을 담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ㅎ
어려서 어른들이
큰그릇이 되라 하셨는데
어른이 되어 보니
작은 그릇도 쓸모가 많네요 ^^
ㅎㅎ..맞아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만큼의 그릇이 요소마다 적절히 필요한 그릇이니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