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47) 한밤중에 부친 산소에 다녀온 사연...

[잠실 베레모]

알콩달콩(47) 한밤중에 부친 산소에 다녀온 사연...

이제는 모두 지난 이야기가 되었지만 나와 결혼한 사실 아내의 마음 고생은 많았다.
이미 결혼 직후에 살림을 아내에게 맡길 때와 석관동 혜유네집에 살때에 고부간의 갈등을 회고했지만 그러한 갈등은 일상적으로 계속되었다.

그러니 애꿎은 아내의 위장과 이 잠실 베레모의 애간장 만 바싹 바싹 타들어가고 녹아내리는 거라...

나는 고부간의 갈등이 있을때면 늘 아내에게

- 당신이 먼저 이해를 하고 좀 참아요.

라고 하면서 아내를 달랬지만 아내는 항상

- 왜 당신은 나보고만 참으라고 해요?

하며 반말을 하였었다.

간혹은 그것이 얼마나 심한 것인지 또 한번 들어보소. ㅎㅎ

다만 이 글은 내가 어머님과 아내 어느쪽을 편애하든가 더 미운 마음을 가지고 쓰는 것이 아니요 전통적으로 지속되어 온 우리사회의 고부간의 갈등을 한번 묘사하고 싶은 것 뿐이다.

내가 보기에도 어머님께서는 일상생활에서 며느리에게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아니 하셨다.
그러기에 마음이 여리고 내성적인 아내는 그 속내를 들어 내놓고 매번 시어머니와 싸우지도 못하고 속을 태우며....진짜로 속을 태우며 위장이 안좋아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 결과 결혼 후 두 아들을 출산하고 나서도 계속 몸은 야위어 갔다.

- 자네들은 왜 그렇게 몸이 야위는가 ? 하루에 피죽 한그릇도 못 먹는 사람들같이 ....

우리가 처가에 가면 몸집이 비대하고 대식가이신 장인께서는 우려를 하시면서 소식을 하는 우리 내외에게 핀잔을 하셨고 그럴 때면 나는 남의 집 귀한 딸을 데려가서는 북어처럼 바싹 마른 몸집을 만들어 놓은 죄로 얼굴을 못들었다.

그렇게 아내는 젊은 시절을... 아니 지금까지도... 속이 쓰리고 더부룩한 느낌의 신경성 위장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때 나는 보다 못하여 한약을 한첩 사다 달여 먹도록 했는데 이것 또한 시어머니의 눈에 거슬려 보인 모양이었다.

부엌에서 한약 달여 이를 약탕기에서 꺼내 천에 넣고 약을 짜는 며느리를 보시더니 대뜸,

- 아니, 젊은 것이 시건방지게 무슨 한약이냐?

라고 하셨다.
그 말을 하시는 어머님의 매서운 눈매와 또 그말을 듣고 낭패하던 아내의 얼굴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된다.

아마 어머님께 먼저 한약을 지어드리고 그 다음에 아내에게 차례를 주었더라면 괜찮았을 것을 하고 후회를 해본다.

아무튼 그러한 상황이니 아내가 그 한약을 마시고 위장병이 나을수 있을 턱이 없었다.
이렇게 셋이 모두 불편하고 자꾸 상황이 악화만 되는 틈바구니에서 아무튼 해결방안을 찾아야했다.

- 혹시 어머님 용돈을 좀더 드리면 마음이 풀리지 않으실까?

내가 아내의 의중을 묻자,

- 그럴수도 있지요.
- 그럼 오늘 저녁에 한번 그렇게 해봅시다.

하고는 나는 그날 저녁에 약간의 용돈을 봉투에 담아 아내에게 넘겨주면서

- 내가 드리는 것보다는 당신이 드리는 것이 좋겠어요.

하였더니 가짜기 아내의 안색이 변하면서

- 아니, 당신은 나에게는 용돈 한번도 안주면서 어머님만 생각해요!?

....!?

그때 나의 낭패감은 어떻게 형언할 수 없었다.
나는 평소에 매우 차분하고 냉정한 성격이지만 순간에 열을 받으면 스스로 제어를 하지 못한다.

나는 아내로부터 이말을 순간 그동안 어머님과 아내 사이에서 겪었던 온갖 갈등이 한꺼번에 머리속에 떠오르며 혈압이 폭등하고 말았다.

나는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고는 어디를 가느냐고 붙잡고 묻는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는 시내버스와 전철을 갈아타고는 서울역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호남선 하행열차에 몸을 실었다.
논산역에서 내려 택시로 연무읍 안심리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

날씨는 차가웠고 이미 밤 12시를 넘어서였다. 아버지 산소 바로 앞에는 형님 산소가 있었다.
나는 아버지와 형님 산소에 절을 한번씩하고 나니 두 분께서 내 심정을 이해하여 주시는 것 같았고 기분이 좀 가라앉았다.

가까운 곳에 내가 살던집 - 당시에는 형수님과 조카들이 살고 있는 집이 있었지만 들리지도 않고 곧바로 되돌아 나와서 연무읍에서 대전역까지 택시로 다시 대전역에서 서울까지는 봉고차로 오고 다시 택시로 부천 집까지....

나는 밤을 새워 헤매고 다니고서는 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보통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였다.

어머님과 아내 모두 나에게는소중한 가족이었지만 아무튼 시어머니와 며느리로서는 그러한 냉전을 수없이 되풀이하고 지금껏 살아왔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은 자꾸만 터지고...ㅎㅎ

이제는 어머님께서는 노환으로 자리에 누워 며느리에게 의지하여 생활을 하시며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 성현이 엄마 ! 성현이 엄마 !

며느리를 부르시고....

아내도 시집살이 하던 생각은 모두 잊어버렸는지 시어머님 식사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온신경을 다 쓰고 있다.

모두가 좋은 시어머니셨고 좋은 며느리였는데...

그래도 우리집은 매우 양호한 편이고 주변에 우리집보다 더한 고부간의 갈등은 얼마든지 있다는데 스스로 위안을 해본다.

잠실 베레모

[이미숙]

풀지 못할 영원불변의 숙제로다.

[잠실 베레모]

맞아요... 앞으로도 계속될.... 하기는 이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한집에 사는 경우도 드물어지겠지만....***

[채리]

정말 힘드시였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