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메르는 황궁의 높은 발코니에 올라서서 멀리서 붉은 먼지를 일으키며 세카이의 영광스러운
성문을 지나고 있는 마차를 보았다.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르메르는 간만에 차려입은 황금색의 화려한 옷자락을 펄럭거리며
곧 도착할 자신의 '며느리'를 맞이하기 위하여 황궁의 정문으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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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침착하자.. 침착해...
애써 자신을 향해 주문을 외듯 중얼거리며 나는 천천히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시종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마차에서 내려 상아색 바닥 위에 섰다.
그리고 여기 오기전에 엘렌시안에서 귀족부인들이 가르쳐 준대로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고개를 살짝 치켜 들며 눈을 살짝 깔며 정면을 응시했다.
쿵-쿵-쿵---
어디선가 북소리가 엄숙하게 들려오고 지금 내가 서있는 셀르시드 황궁의 정문의
양쪽에 서있는 군중들이 소리를 높여 환호하고 있었다.
상아색의 바닥은 저 멀리 보이는 높은 계단 위의 황궁으로 들어가는 웅장한 입구를
향해 이어져 있었고 그 끝의 정 가운데에 서있던 나는 시종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치렁치렁한 드레스 자락과 높은 구두에 우아하게 걷기란 거의 불가능이었다.
시종의 손을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고 머리 위에 올려놓은 수킬로그램은
됨직한 보관과 보관 위로 늘어뜨린 반투명한 베일 천 아래 수겹으로 땋아올리고
온갖 보석으로 장식한 머리칼들 사이로 식은 땀이 비질비질 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십 센티는 되는 징을 박은 신발을 신고 벌이는 이 곡예와도 같은
나의 셀르시드에서의 첫 공식적 워킹 중, 대자로 넘어지는 초유의 사태만은 막고자 온 신경을
집중한 탓에 난 별달리 쫄거나 위축되지 않고 무사히
무사히 군중들 사이를 지나쳐 황궁의 계단을 올라 셀르시드의 황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정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시오, 여왕!"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황족들에게 시선을 돌리려는데
그 황족들의 무리 중에서 왠 비쌱 말라빠진, 보이는 것이라고는 검은 비단옷 위에 번쩍거리는 황금 자수와
온몸에 두른 보석 장신구와 그리고 무섭도록 커다란 검은 눈의 중년의 사내가 번쩍 팔을 벌리고
내게 다가와 덥썩-
나를 끌어 안는다.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그리고는 잠시후 자신에게 닥칠 일을 예감하고 슬금슬금 본능적으로 꽁무니를
빼려는 내 오른손을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물듯 덥썩- 자신의 뼈마디가 앙상한 손으로
붙잡고 강제로 들어올리더니 오른손 등위에 쭈욱- 하고 입을 맞춘다.
순간적으로 온 몸의 털과 신경이 모두 곤두서는 듯한 오싹한 느낌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고 지나갔다.
그 사람은 내 입에 조금 길게 입을 대고 있다 입을 떼며 흘끔 하고 눈을 위로 치켜올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순간적이었지만 뼈마디만 앙상한 누리끼리한 빛깔의 얼굴에 유난히 두드러지는 그 검고 커다란
눈동자는 내게 마치 입을 쩍하고 벌리고 있는 검은굴을 연상시켰다.
그 사람이 입을 맞추었을 떄와는 다른 오싹함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갔다.
더이상 손등에 입맞춤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내 손을 붙잡고 있던 그 사람이 왠지 가식적으로
보이는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휙-하고 놓더니
다음 순간 내 어깨위에 팔을 두르고
마치 반은 강제로 끌고가듯 황궁으로 들어가는 입구로 끌고 가고 있었다.
"자, 자, 이제 곧 우리의 식구가 될 터이니 인사를 해야지.
여행이 고되어 피곤할 터이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인사만 나누고 쉬시지요"
"에.. 예..!"
뼈마디가 앙상해서 그런가?
내 어깨를 감싼 그 손이 너무나도 불쾌하고 아프게 느껴졌지만
차마 뭐라 하지도 못하고 나는 그저 끽끽거리는 소리로 대답하고는 그 사람이 이끄는 대로
끌려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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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차를 드시오"
르메르는 란이 따른 향긋한 향이 풍기는 찻잔을 여왕의 앞으로 밀었다.
"예.. 감사합니다"
낯선 장소에는 쉽게 익숙해지는 타입이 아닌듯 몸을 움츠리고 어정쩡하게
푹신한 소파 위에 엉덩이 끝만 걸치듯 앉아 있던 여왕이 어깨를 움칠하며 자신이 내민
찻잔을 받아들었다.
확실히 누군가를 아래로 부리는 윗사람 타입은 아니로군.
르메르는 차를 마시며 찻잔 너머로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리며 차를 홀짝거리는 여왕을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왕이 도착하면 황족들이 정문에 나가 그녀를 반기는 것은 예정된 순서였다.
그리고 그녀는 도착한 직후에 황족들로부터 인사를 받을 예정이었지만 르메르는
일부러 갓 도착한 그녀를 필요이상으로 부산스럽게 맞이하며 그런 중간절차 없이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왔다.
"먼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지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르메르는 마치 정말로 시아버지가 자신의 며느리에게 대하듯
다정히 물었다.
"아닙니다, 별 고생 없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여왕은 자못 어색한 어조로 딱딱하게 답하였다.
르메르는 그런 여왕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여왕은 훨씬 더 어리숙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대화를 통하여 르메르는 대강 여왕의 속을 자신의 손바닥 보듯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자, 그럼.. 오늘은 많이 피곤하실 터이니 이만 가서 쉬시지요.
여왕을 위하여 임시거처가 마련해 놓았습니다. 당분간 혼례 전까지는 거기서 머무르시며
혼례를 준비하시지요. 란-!"
어느 정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게된 르메르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쳐 란을 불렀다.
란은 기다렸다는 듯이 르메르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방 안으로 걸어들어오는 란의 뒤를 따라 검은 머리의 시녀 하나가 들어왔다.
"앞으로 여왕의 시중을 들 아이입니다. 특별히 말수가 적고 책임감이 강한 아이를 고르고
골랐으니 앞으로 여왕이 이곳에서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수 있을 것입니다."
검은 머리의 시녀는 겉 외양은 깔끔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얼굴 한 구석에 그늘이 진듯한
표정이었다.
"시란이라고 합니다."
여왕을 향해서 고개를 꾸벅 숙인 시녀는 자신의 이름만 말한 후 다시 입을 꾸욱 다물었다.
"자, 시란. 어서 여왕페하를 모시지 않고 무얼 하느냐?
어서 모시고 가거라"
시란은 선황제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여왕에게 자신이 모시겠다는 제스처를 취하였다.
그리고 여왕은 머뭇머뭇 거리는 듯 하다가 곧 시란을 따라서 르메르의 방을 나갔다
그런 여왕의 뒷모습을 르메르는 끝까지 놓치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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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여왕 폐하가 임시로 머무실 곳입니다"
시란이라고 한 그 시녀의 뒤를 따라 넓고 넓은 황궁 건물을 몇 개는 지나고 지나
도착한 내가 앞으로 혼례식까지 머무를 곳.
"이곳의 이름은 마리아쥬 궁으로 황제폐하께서 정사를 보시는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아직은 국혼을 치르기 전이시니 모든 것이 어수선하여 불편한 점이 있으실 테지만 저희가 최선을
다하여 모실 터이니 부디 부족한 점이 있떠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폐하, 오늘은 피곤하실 터이니 쉬십시오. 필요한 것이 이쓰잇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과묵한 시란은 딱 자기가 할 말만 마치고 곧 방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넓은 방에 혼자 남았다.
쿨레 시에서 하루 머물렀던 방과 비슷한 양식이지만 더욱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외관의 방이었다.
레나는 지금 앞으로 나를 위해 시중을 들것이므로 미리 셀르시드의 황실에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라든지 황궁의 구조에 대해 교육 받으러 갔고 지금 방 밖에 대기하고 있는
낯선 셀르시드 시녀들을 제외한다면 나는 혼자였다.
뭐, 사운드가 꽤 외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롭지 않으니까 너무 이상하게 생각은 하지 말자구.
"흠... 결국에는 왔네."
갑자기 피로감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지금 이곳에 도착한 그 시점을 기준으로 갑자기 모두
아주 오래전에 일어났던 일처럼 생각된다.
예를 들어..... 카무엘과 있었던 일이라던지.
"뭐.. 지나간 일이잖아.. 난 괜찮아"
난 괜찮아.
봐 그 증거로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그 일이 오늘 여기에 도착한 이후로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잖아.
"아이고~ 어쨌든- 간만에 편히 쉬어야 겠다... 남의 나라고 뭐고... 요 며칠 새에 제대로
잠도 못잤어..."
기지개를 쭈욱 펴며 몸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나는 철푸덕 침대 위로 몸을 던졌다.
"기왕 이렇게 된거.. 정략 결혼이니 뭐니 생각하지 말고, 그냥 결혼이다-
맞선 보고 결혼하는 거다 하고 생각하자! 뭐 설마 황제가 진짜 소문처럼 괴물이겠어?
선황제는 인간이었잖아, 그러니까 그건 루머라고, 루머-"
스스로에게 세뇌시키듯 말을 중얼거리며 나는 운동장만한 침대위를 뒹굴거렸다.
"으음- 나는 지금 이제 며칠 후면 보게될 나의 미래의.... 남편!... 님의 얼굴을 볼 생각에
설레이고 있다... 설레이고 있다... 설...으...! 진짜 걱정된다!!!!!!"
결국 나는 소리를 꽥 지르며 커다란 베개를 집어 내 얼굴위로 푹 덮어버리고 말았다.
"선황제 얼굴 보면 진짜 인물은 기대 못할것 같던데...
아니야.. 엄마 닮았을지도 모르잖아? 아냐~
아들은 대체로 다 아빠 닮는다던데... 아 진짜 걱정된다..."
외모로 사람 평가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나...
그래도 결혼에 대해서는 조금은 환상이 있었어...
오, 하느님.
제가 불쌍하지도 않으시나요? 갑자기 이런 곳에 끌려와서 이제는 정략결혼의
노리개가 되었는데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 정략결혼이라도 결혼은 결혼인데.
그 상대방 얼굴정도는... 제가 지금까지 감당한 이 모든 일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좀
잘생긴... 너무 잘생긴 것도 안 바래요.
적어도 평균 수준은 되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흐으으으~~~~"
아 머릿속이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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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왜 인소닷에 사람이 없나 했더니 개학이네요!
전 것두 몰랐삼...-_-;;; 다들 바쁘나? 했을뿐...
어쨌든, 모두들 새학기의 시작이니 열공하시고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