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서화, 〈헤엄치는 물고기(游魚圖)〉와 〈산수도(山水圖)〉 감상 - 요가 입문을 망설이는 그대에게

[이영일]

[문화의 향기] 조선 시대 서화, 〈헤엄치는 물고기(游魚圖)〉와  〈산수도(山水圖)〉 감상

｜ 현재 국립중앙박물과 2층 서화실에서 전시 중인 작품 입니다.

〈헤엄치는 물고기(游魚圖)〉, 작가 모름, 조선 19세기 후반,

종이에 엷은 색, 증 9876, 국립중앙박물관 손창근 기증

누가 그린 그림인지 누가 쓴 글인지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고려 하지만,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서화도 꾀 많다. 엷은 색을 능숙하게 사용하여 물속에서노니는 물고기를 그린 이 그림 왼쪽 위에 시 한 수와 ‘열초洌樵’가 적혀 있다. ‘열초’는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사용한 호 중 하나다. 그러나 ‘열초’라고 적혀 있다고 정약용이 글을 직접 썼거나 그림을 그렸다고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그림을 그린 사람과 글을 지은 사람, 글을 쓴 사람이 서로 다를 수 있다.

渏渏藻茶動靑漪(기기조다동청의)

아름다운 수초에서 헤엄치며 파란 잔물결을 일으키고

雪白之膄雲黑鰭(설백지수운흑기)

살이 하햫게 올랐는데 지느러미는 검구나.

咫尺遠生濠濮趣(지척원생호복취)

호수(濠水)에서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고 복수(濮水)에서 낚시질하며

自疑新卽頫淸池(자의신즉부청지)

유유자적하게 산 장자(莊子)의 운치가 생겨나는 듯하니 이 몸도 맑은 못을 굽어본다.

洌樵(열초).

* 인문 印文: 「부마도위(駙馬都尉)」(부마도위: 임금이 사위에게 내리는 칭호)

* 흑기(黑鰭) : 검은 지느러미라는 뜻

* 지척(咫尺) : 한 자의 거리라는 뜻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작가 미상 산수도(作家未詳山水圖)〉, 조선 19세기, 종이에 엷은 색,

증 9985, 국립중앙박물관 손창근 기증

이 그림에 적힌 글과 〈헤엄치는 물고기〉에 적힌 글의 세체가 동일하며, 두 글 모두 ‘열초洌樵’라는 서명이 있다. 그러나 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 다르게 보여, 같은 화가가 그린 것인지 판다하는 데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만일 화가가 다르다면, 이 두 작품은 동일 인물이 소장했고, 그가 어느 시기에 각각의 그림에 시를 적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림 오른쪽 아래에 찍힌 ‘약헌(約軒)’ 인문으로 그림을 그린 사람이나 소장자를 홍현주(洪顯周, 1793-1865)로 보기도 한다.

碧瓦低深樹作籬

낮고 그윽한 푸른 기와집에 울타리를 만드니

古松奇崛倒垂枝

우뚝 솟은 고송이 가지를 거꾸로 드리웠네,

小橋歸路春山晩

돌아가는 작은 다리에 봄 산이 저무니

正値詩園酒解時

시가 원만하고 술이 깨는 바로 그때를 만났구려.

洌樵열초.

* 위 시는 정약용이 지은「영명위의 화첩에 절구 네 수를 쓰다題永明尉畵帖四絶句」중 한 수이다. 약헌(約軒)은 정조(正祖)의 부마 영명위(永明尉) 홍현주(洪顯周, 1793-1865)의 호다.

✺ 요가 입문을 망설이는 그대에게[요가 라이프

요가의 후굴 동작 자세.

이 세상에는 크게 두 부류 사람이 있다. 요가 수련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 요가 수련을 하지 않는 사람 또한 둘로 나뉜다. 아예 생각도 없는 사람과 생각은 있는 사람. 건강에 좋다고 하니 관심은 있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못해서’ 부끄럽다는 경우가 많다. 살을 빼기 위해 수영을 하고 싶으나 수영복을 입으려면 다이어트부터 해야 한다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요가 구루만 할 수 있다는 아슈탕가 6번째 시리즈도 바르게 선 기본자세에서 들숨에 양손을 모아 위로 뻗어 올리며 시작한다.

잘하려고 하면 세상 모든 일의 시작도 지속도 어렵다. 어느 날 문득 나의 독서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계약서, 법률의견서, 판례나 관련 기고문만 보다 보니 기본 시사, 인문학 상식이 빈약했다. 상식의 빈약은 사고, 인지의 퇴화로 이어진다. 신체 노화 방지를 위해 요가를 수련하듯, 뇌를 위한 요가인 독서를 해야겠다 싶었다. 과학 발전과 철학적 사색을 엮어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집어 들었다. 내가 그래도 변호사이고 더 어려운 글도 읽는데 이 정도 책은 읽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머리말만 몇 번 반복해 읽다가 치웠다. 너무 두꺼웠다. 재미가 없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경쟁하고 평가받는다. 그러다 보니 뭘 해도 ‘잘’ 하지 못하면 창피하다. 직장 회의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못할 바에는 가만히 있는다. 좋아요 수백 개를 받지 못할 바에는 글을 안 올리고 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보는 화려한 자세가 안 나오면 요가를 그만두고 싶다. 그런데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내가 회의에서 낸 허접한 의견, 무플 포스팅, 혼자만 낑낑대서 없어 보이는 요가 자세는 나만이 곱씹는다. 의식적으로 종종 되새기자.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요가, ‘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보면 된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 새로 장만한 내 요가팬츠 핏이 보기 좋은지, 어제 과식했는데 내 배가 나와 보이는 건 아닌지, 내 후굴 자세가 충분히 우아해 보이는지, 모두가 자신에게만 주목하고 있다. 자세를 정확하게 할 필요도 없다. 요가 자세를 잘못된 정렬로 하면 다칠 수 있다고 하는데, 10년 수련해 보니 그렇지 않더라. 흉추보다 요추를 많이 쓰는 어긋난 후굴 자세도 반복해서 하다 보면 문득 흉추를 더 쓰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일도 요가도 독서도 인간관계도 힘 빼고 쉬운 것부터 해보자. 요가 유튜브 동영상을 따라하거나 근처 요가원에 등록해 출석해 보면 된다. 한 달이면 습관이 생기고 반년이면 새로운 인생 태도가 형성될 수 있다. 나는 코스모스 책은 와인 잔 받칠 때 쓰고, 10분 안에 한 단원 끝낼 수 있는 가벼운 에세이 책을 읽고 있다.

[참고문헌 및 출처: 문화재청 국립중앙박물관 작가 미상 '헤엄치는 물고기'와 '산수도' 전시 정보 사진: 이영일/ 동아일보 2022년 10월 12일(수) 오피니언 (글: 서여진 맥킨지코리아 변호사·요가지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