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 뉴타운에 가장 큰 대단지를 짓고 있는 가람 건설 담당과장과의 저녁 약속 시간이
잡혔다. 금요일 저녁이었다. 가람 건설은 은평 뉴타운에 모두 3천 세대를 짓고 있었다.
가람 아파트에 밥솥을 빌트인할 수 있다면 동해 건설에 납품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람 건설 담당자는 몇 차례나 약속을 어겼다. 사정해서 겨우 약속시간과 장소를 잡았던 것이다. 변강호는 한숨 돌리기 위해 휴게실로 향했다. 막 담배를 입에 무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동해 건설 오주영입니다."
뜻밖의 전화였다. 변강호는 한 달 내내 그녀에게 장미를 보내고 있었다.
아무런 연락이 없어 변강호는 동해 건설 납품을 마음속으로 포기하고 있었다.
오주영은 마포의 휠라 휘트니스에서 만나자고 했다. 변강호는 득달같이 서울로 달려갔다.
휠라 휘트니스는 회원제였다. 막무가래노 안으로 들어가려던 변강호가 경비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사정을 설명하자 경비원이 카운터에 확인을 했다.
잠시 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오주영이 스쿼시 라켓을 들고 로비로 나왔다.
"정각 7시, 칼 같군요. 늦게 왔으면 다른 남자랑 스쿼시치려고 했어요."
그녀는 여전히 까다롭고 어려운 여자였다. 까다롭고 자존심 강한 여자일수록 강하게
대적해야한다는 게 변강호의 생각이었다.
운동복을 갈아입은 변강호는 그녀가 혼자 공을 치고 있는 박스로 다가갔다.
오주영은 변강호를 마중 나오기 위해 허리에 걸쳤던 스웨터를 벗은 상태였다.
변강호는 한동안 문밖에 서서 그녀를 감상했다.
그녀는 엉덩이 살이 보일 정도로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공을 따라 뛰어갈 때마다 근육질의 허벅지와 엉덩이가 씰룩거렸다.
둔부에 반바지가 딱 달라붙어 있음에도 팬티 라인이 보이지 않았다.
'T 팬티? 아님 노 팬티?'
변강호의 마음이 괜히 뒤숭숭해졌다.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 하자는 대로 다 하는 겁니다."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좁은 박스 안을 종횡무진 누볐다. 야생마처럼 뛰어다니는
그녀의 몸은 한 점의 군살도 없었다. 뛰어다닐 때마다 출렁거리는 그녀의 가슴을 구경하느라
몇 차례나 공을 놓쳤다.
"그래서 어디 제대로 납품 하겠어요?"
오주영이 라켓을 힘차게 휘두르며 말했다.
변강호는 오주영의 가슴골에 맺힌 땀을 쳐다보느라 벽 맞고 되돌아온 공을 눈에 맞고 말았다.
오주영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비틀거리는 변강호와 얼결에 안고 말았다.
그녀는 땀에 젖어 촉촉했다.
"그렇게 정신 안 차리고 칠래요? 지면 납품도 없어요."
"그럼, 이기면 납품할 수 있는 겁니까?"
게임이 끝난 후 오주영은 바닥에 벌렁 누워버렸다. 변강호도 녹초가 되어 그녀 곁에 눕고 말았다.
"제법 잘하네요."
"납품해야한다는 그 정신으로….
변강호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오주영을 쳐다봤다. 땀에 젖은 그녀는 색스럽고 야성적이었다.
오주영의 번들거리는 가슴골과 쇄골 그리고 긴 목이 변강호의 눈에 들어왔다.
먼저 일어난 변강호가 오주영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손을 잡고 일어서려다 비틀거렸다. 변강호는 그녀를 부축한다는 게
그만 끌어안고 말았다. 바로 코앞에 오주영이 있었다. 상큼한 땀 냄새가 물씬 풍겼다.
변강호의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는 갈등했다. 오주영은 빈틈없는 여자였다.
괜히 그녀를 희롱했다간 그 동안 들인 공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몸 속 깊은 곳에서
들끓어 오르고 있는 욕정을 가라앉히기엔 오주영이 너무도 야성적이고 섹시했다.
'인생이란 게 늘 선택의 연속이잖아. 에라 모르겠다.'
변강호는 오주영의 허리를 잡고 끌어안았다.
"어머, 뭐하는 거예요?"
"먼저 제 열정을 납품하면 안 될까요? 부장님께서 바란 게 저 아니었나요?"
순간, 아랫도리를 접촉해 있던 오주영이 윗몸을 뒤로 젖힌 후 세차게 변강호의 뺨을 후려쳤다.
눈앞에 별이 반짝였다.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나? 동해 납품은 물 건너가겠군.'
볼이 불처럼 뜨거웠지만 변강호는 그녀의 허리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두 달 가까운 동해 건설 납품을 위해 바친 시간이 아까워 물러설 수 없었다.
어쨌든 여기서 물러서면 결국 죽도 되지 못할 판이었다.
'어차피 망가질 거면 끝까지 망가지자.'
변강호는 그녀의 허리를 더욱 바짝 당겨 안았다.
그러자 다시 한 차례 오주영의 손이 하늘로 치솟았다. 변강호가 그 손을 잡았다.
"부장님이 이기면 뭘 하시려고 그랬죠? 제가 이러는 건 다만 대일을 살리자고
그러는 것만은 아닙니다.
야성적이고 매력적인 부장님을 이대로 둔다는 건 부장님에 대한 모욕이고
저에 대한 모욕이기도 합니다."
말을 끝낸 변강호는 기습적으로 그녀의 목에 키스세례를 퍼부었다.
그런 후 거칠게 그녀의 상의를 위로 말아 올렸다. 그러면 오주영은 결사적으로 상의를 끌어내렸다. 변강호는 아예 상의 안으로 머리통을 들이밀었다.
"여…긴 공공장소…."
"사랑을 나누기에 부적합한 장소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강호는 땀에 젖은 브래지어 위로 입술을 가져갔다.
두 손으로 변강호의 머리를 강하게 밀어내던 그녀의 손에서 스르르 힘이 빠져나갔다.
"사람들이 볼 텐데…."
불안하게 눈을 굴리던 오주영이 눈을 감았다.
오주영은 유달리 큰 유두를 가진 여자였다. 브래지어를 벗긴 변강호는 하의를 벗겼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노팬티였다. 그녀의 몸은 흘린 땀으로 이미 축축했다.
결사적으로 변강호를 밀어내던 오주영이 어느 순간부터 변강호의 엉덩이를 부여잡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비비기 시작했다. 그녀의 여성은 여느 여자들보다 뜨거웠다.
'동해엔 더 이상 매달리지 말자.'
변강호는 단념하고 그녀의 몸에만 몰두했다. 그러자 변강호는 자신의 남성이 걷잡을 수 없이
팽창하는 느낌이었다. 변강호가 허리를 격렬하게 놀리자 그의 팔뚝을 잡은
오주영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변강호와 오주영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 그 시각,
동교동에 있는 호국 전자 본사 건물에서 호국전자 사장인 맹순희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 위로 봄 노을이 빨갛게 깔리고 있었다.
"오주영, 그 여우가 변강호를 만났단 말이지?"
맹순희는 통화를 끝낸 후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 그녀 앞으로 까만색의 벤츠가 다가와 멈췄다.
"오늘은 갈 데가 있으니까 혼자 돌아가세요."
맹순희는 차를 돌려보낸 후 택시를 탔다.
그녀가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신촌의 '맥'이라는 일식집이었다.
그녀는 맥으로 들어서기 전 뒤를 한번 살핀 후 쏜살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웨이트리스의 안내를 받아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자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고길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 선배, 오랜만이에요."
고길수는 맹순희가 내미는 손을 선뜻 잡지 못했다. 대일에 있을 때의 맹순희가 아니었다.
세련되고 섹시했다.
늘 펑퍼짐한 옷만 즐겨 입고 다녔던 그녀였는데
오늘 맹순희는 허벅지가 살짝 드러나는 치마에 풍만한 가슴이 느껴지는 정장차림이었다.
고길수가 머뭇거리자 맹순희가 그의 손을 잡았다.
"매, 맹 사장, 오랜만입니다."
"맹 사장은 무슨…. 그냥 순희라고 불러주세요."
그녀는 재킷을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그녀는 비단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블라우스 겉으로 유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고길수는 얼른 눈을 뗐다.
"수, 순희씨 전화 받고 당황했습니다."
"호국과 대일이 경쟁업체라서요?"
"그게 아니라 호국 전자 사장이 대일의 일개 대리한테 전화를 해서죠."
맹순희가 희미하게 웃었다.
"지난 년 초 회식 때 호텔방까지 나를 데려가선 조용히 나가줬던 일,
두고두고 잊지 않고 있었어요."
고길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변강호가 맹순희를 호텔로 데려갔다가 그냥 나온 일을 두고
맹순희는 그 남자를 아직까지 고길수로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무슨 말인지…. 호텔은 뭐고 그냥 나간 건 또 뭔지…."
"시치미 떼지 마세요."
맹순희는 자신을 업고 호텔방까지 간 사람이 변강호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지금도 그때 그 남자가 바로 고길수였다고 철썩 같이 믿는 맹순희였다.
맹순희는 애정이 잔뜩 담긴 눈길로 고길수를 바라보았다.
"제가 그랬나요?"
고길수도 어쩌면 진짜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맹순희의 은근한 눈길을 보자 고길수는 그녀가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고 대리님 스카웃하려고요."
맹순희는 아주 자연스럽게 가슴을 가리고 있던 블라우스 단 추 두 개를 풀었다.
가운데로 단단하게 모인 그녀의 가슴골이 고길수의 눈앞에 펼쳐졌다.
고길수는 술잔을 든 채 맹순희를 빤히 쳐다봤다.
"…간단해요. 빌트밥 설계도와 기획서만 갖고 나오시면 되는 겁니다."
맹순희가 술잔을 들고 고길수의 곁으로 옮겨 앉았다.
"그러니까 저 보고 대일을 배신하라는 말이죠?"
고길수가 약간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부장 자리에다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의 세 배를 더 드린다면 매력적이지 않나요?
그리고 비전 없는 대일 전자보다 비전 있는 호국 전자로 옮기는 건 당연한 순리 아닐까요?"
"저보다 기획서가 욕심이 난다고 솔직히 말씀하세요."
고길수는 바짝 당겨 앉은 맹순희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사실 탐이 나죠. 하지만 그보다 하버드를 나온 고길수씨가 더 탐이 납니다.
당신 같은 재원이 왜 그런 곳에서 썩고 있죠. 대일은 밥솥이나 만들지만 우린 다르다는 거 아시죠.
에어컨 빌트인 시장에서 호응도가 좋다는 거 알고 계시죠?"
"그럼, 밥솥이나 만드는 대일을 왜 경계하세…."
맹순희의 손이 고길수의 허벅지 위로 올라오는 바람에 그는 흠칫 놀랐다.
"우리도 실은 밥솥도 빌트인하려고 준비 중이거든요."
맹순희의 입에서 흘러나온 입김이 고길수의 귀를 간질였다. 고길수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맹순희는 고길수가 자리를 옮긴 만큼 바짝 다가가 앉았다.
"전, 처음부터 고길수씨가 마음에 들었어요. 학벌, 우직함, 치밀함 그리고 여자에 대한 매너."
고길수는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맹순희의 손이 그의 허벅지를 연신 쓰다듬었다.
"사실은 그날 호텔에 데려간 건 제가 아닌 것 같은…."
"어머!"
맹순희도 놀라고 고길수도 놀랐다. 그녀의 손이 불쑥 고길수의 중심을 잡은 때문이었다.
"맹순희씨!"
"이것이 사람의 물건이 맞나요?"
맹순희는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제지하는 고길수의 손을 밀치고 그의 남성을 부여잡았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막대기나 그런 거 아니죠?"
"그게 좀…."
고길수는 난감했다. 매력적으로 변한 맹순희, 게다가 호국 전자의 사장이었다.
그녀의 제안 역시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신라 22대 왕이 누군지 알아요?"
느닷없이 맹순희가 물었다.
"신라 22대 왕이요?"
"신라 22대의 지철로 왕. 그 왕의 음경 길이가 한 자 다섯 치였대요."
"한 자 다섯 치면…. 45cm?"
"혹시 길수씨가 그 분 후손이 아닐까요?"
그녀가 고길수의 남성을 쓰다듬는 통에 그의 물건이 서서히 발기하고 있었다
벗고 있는 모든 여자는, 특히 물에 젖은 여자는 섹시하다는 걸 남자들이라면 다 안다.
신정하의 젖은 몸을 품에 안은 변강호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내심 이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날 마다한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어요. 변 대리님이 유일해요."
"신정하씨, 아직 우린 회사 동료랍니다."
변강호는 그녀의 볼에 살짝 입술을 맞춰준 후 문을 열었다.
신정하는 그제야 가슴과 중심을 가린 채 서서 변강호를 바라보았다.
"푹 쉬었다 내일 출근해요."
변강호는 전혀 미련이 없다는 듯 멋있게 문을 닫아주었다.
문에 등을 기대고 섰다. 문 저편에 싱싱하고 아름다운 나신이 아직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자 진저리가 났다. 그러나 잘한 결정이었다.
한 사무실을 쓰는 여자와 깊은 관계로 갈 수는 없었다. 신정하가 아니라 이소정이었으면 달랐을까?
변강호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모텔을 나섰다.
그런 날이 있는 모양이다. 하루 종일 여자 때문에 고민하게 되는 날.
도로가에 서서 택시를 잡으려고 할 때 변강호의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왔다.
'개새끼, 오늘 일을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오게 될 거다. 내가 서울로 입성할 때까지 기다려라. 멋지게 복수해 주마.'
누구지?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전화번호 역시 낯설었다. 잘못 온 메시지인 듯했다.
미친놈. 변강호는 택시에 오르며 문자 메시지를 지워 버렸다.
변강호는 홍대입구역 사거리에서 내렸다. 바에서 맥주 한잔 걸치고 집으로 향할 요량이었다.
택시 요금을 지불하고 막 내리려는 순간 우연히 나정희를 보았다.
나정희는 검정색 양복을 입은 키 큰 남자 곁에 서 있었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변강호는 멀리 떨어져 나정희를 살폈다. 웬일인지 나정희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나정희 옆에 선 남자는 다른 사내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꽤 깔끔하고 여유 있어 보이는 차림새였다.
잠시 후, 일행과 헤어진 두 사람이 서교 호텔로 들어갔다.
변강호의 가슴이 괜히 뛰기 시작했다. 미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이미 나정희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카운터에서 키를 받은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변강호는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계단으로 뛰어올라가며 멈추는 층을 확인했다.
변강호가 막 7층에 도착할 무렵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복도를 걷고 있었다.
변강호는 고개를 푹 떨어트린 채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방문 앞에 섰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든 나정희가 변강호를 쳐다봤다. 변강호는 나정희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는 사람이야?"
나정희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그녀에게 물었다.
"아뇨."
나정희가 창백해진 얼굴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
변강호는 두 사람 곁을 말없이 지나갔다. 복도 끝에 다다른 변강호는 한 차례 벽을 후려쳤다.
주먹만 아팠다. 첫사랑이 뭐 길래…. 여자로 인해 웃고 울게 되리라.
늘 아리송한 오늘의 운세가 오늘만큼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것 같았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즐감하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