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우쿵이 온다고 해서 다정회 콧바람 쐬러 가는데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했다. 다행히 일기예보에서 군산 선유도 쪽을 거치지 않고 북상한다고 하니, 한시름 놓기는 했지만, 아침 출발부터 날씨가 저녁굶은 시엄씨상처럼 험상궂다. ‘그래도 착하고 이쁜 다정회 회원들이 모처럼 콧바람을 쐬러 가는데 알아서 은총을 베풀겠지.’ 하는 심정이었다.
집합장소인 무등경기장에 수덕이랑 차를 타고 오니 다정회원 서방님들이 배웅하러 여러 명이 나와 있다. 순덕이 서방님, 수덕이 서방님, 양임이 서방님 형완이, 순연이 서방님 등등
야, 역시 다정회 가시내들은 서방님 잘 모시고 유사시에는 언제든지 지원사격 받을 수 있는 철통같은 수비대를 거느리고 있다.
어제 닷근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인터넷 보고 알았다면서 자기도 군산선유도 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동행하고 싶다고..... 오고 싶으면 오라고 했다. 혼자오기 뭐하면 바지동무를 구해서 같이 오라고 하면서 양임이 신랑 형완이랑 통화를 해보라고 했다.
저녁에 양임이랑 통화를 하니 “나, 형완이 가면 절대 안 갈랑께 그리 알아라.”하면서 협박 내지 선전포고를 했다. 그래서 참석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동창바지들 중 형완이, 놀기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닷근이, 경찰청장 말쟁이 채홍이가 참석했다. 치마들만 가는것보다 그래도 바지들이 끼여 가니 그림풍경이 훨씬 보기 좋다. 다정회 회원 100% 참석 대단한 성원이다.
가장 말을 재치있고 유머스럽게 잘한 말쟁이 동창은 누구일까? 다정회에서는 양임이를 따라갈 인재가 없고, 송우회에서는 채홍이를 따라갈 인재가 없다. 전 세계에도 눈 씻고봐도 찾을 수 없는 송우회 다정회 보물 1호다. 우리들을 웃겨주고 재미를 듬뿍 안겨줄 보증수표 두 사람이 참석했으니 오늘 야유회는 보나마나 대성공임을 예감했다.
선유도가 너무 좋다고 옆 동료교사가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해서 한번쯤 가볼려고 벼루고 있던 중, 광고지가 신문에 끼여 있어 이번 행사를 추진했는데 결론은 별로였다.
동창들이여, 절대 패키지 관광여행은 하지 마시라.
뭣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했을까? 어쩐지 관광여행비가 싸다고 했더니 싼게 비지떡이다. 우리들을 곧바로 선유도로 데리고 간게 아니라 먼저 금산인삼공장부터 데리고 갔다. 인삼의 효능을 설명하는 안내원의 말에 홀딱 속아 넘어가 너도나도 천년만년 벽에 똥 바를 때까지 살고 싶어 홍삼보다 9배 더 효능이 뛰어나다고 선전한 흑삼엑기스를 다정회 회원들만 기백만원워치 샀을 것이다. 양임이 부부는 우리들보다 더 오래 살고 싶은지 부부용을 사고 다른 회원들은 부부용(2인용)을 사서 반으로 나누었다. 나 역시 이제는 몸이 예전같지 않아 덥석 샀다. 하지만 사가지고 집에 와서 생각하니 과연 이게 얼마나 효험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먹고 올 겨울에 감기 오지 않으면 효능이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짜가식품이다. 똑순이 양임이가 “흑삼이 아니라 우리들이 봉이니 봉삼이다.” 하면서 신조어를 만들어내어 한바탕 웃었다. 흑삼이든 봉삼이든 먹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이 흑삼을 산 다정회 회원들이여, 일단 믿고 정성껏 복용하여 천년만년 살고지고 날마다 놀러 다니자.
군산항에서 처음 유람선을 타고 출발을 하는데 주변의 자연환경을 너무 훼손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항구 곳곳에 우뚝우뚝 세워진 공장들, 여기저기 아름다운 해변가를 마구 파헤쳐 세우고 있는 공장들, 시커멓게 오염된 바닷물, 유람선이 바다 가운데 나올 때까지 이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하고 괜히 이런 곳을 왔나 하는 한숨이 나왔다. 일단 방파제를 벗어나, 항구를 떠나 바다 가운데로 오니, 틉틉하고 시커먼 바닷물이 아닌 진초록빛 바닷물이 햇빛에 반짝거려, 어릴시절 큰집 언니 시집갈 때 반짝이비단 혼수감 같다. 한쪽에는 멀리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폭의 수채화가 그려져 있고, 한가로이 왔다갔다 하는 고깃배들을 따라 갈매기들이 먹이 찾아 모여서 따라다니고, 다른쪽에는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졌다. 이제사 좀 숨통이 트인다.
고군산열도 20여개의 섬이 선유도를 중심으로 서로 가까이 있다. 빙둘러 싼 섬들이 서로 이어져 마치 송우회 다정회원들이 손을 잡고 늘어서있는 것 같다. 섬의 절반은 무인도고 절반은 사람이 산다고 하니, 이 무인도에 와서 우리 동창들 신선놀음도 한번 해볼만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층 선상에 올라와 봉덕이랑 명당자리를 잡고 앉아 바다에 떠있는 섬들을 구경했다. 씽씽 바다를 가르면서 달리는 유람선이 만들어낸 하얀 포말을 보는 것도 희열을 안겨주었다. 그리 덥지도 않고 시원하면서 화창한 날씨,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섬들을 둘러보는 기분은 그런대로 좋다. 착하고 성실한 다정회원들의 나들이를 하늘도 알았는지 배를 탈 때는 햇님이 구름속에 숨어 뜨겁지 않게 해주고, 바다 가운데로 나오니 햇님이 고개를 내밀어 멀리 떠있는 섬들의 형상을 뚜렷이 보이도록 비추어 주었다.
한시간 반을 달려 선유도에 오니 조그마한 항구에 피서객들과 관광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일까? 사람들이 많고 복잡한 곳은 싫다. 넓고 한적하고 편안한 곳으로 빨리 가고 싶다. 선유도 관광 1시간이 허락되었다. 8인용 오토바이 자동차를 타고 선유도 육지관광을 했다. 촉박한 시간에 소음공해인 오토바이 자동차를 타고 잠깐 마을을 돌아주는데 1인당 5천원 내면서 우리들을 짐짝취급 한다. 그나마 제코스를 달려주지도 않는다. 앞에 탄 일행들 이야기는 운전기사가 설명도 잘하고 선유도와 장자도를 연결한 다리도 갔다왔다고 하는데 우리들을 태운 기사는 장자교도 가지 않고 설명도 없었다. 이 엉터리 기사, 두 번 다시 오토바이자동차는 타지 말자고 캠페인을 벌여야겠다. 오죽했으면 수덕이가 “이사람 아주 나쁘니까 이사람 오토바이 타지 마세요.”라고 줄지어 서있는 손님들한테 큰소리로 말을 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랴? 여기까지 왔는데 소주에 회 한사라 먹지 않고 간다면 두고두고 후회하리라. 좀 크다는 횟집에 들어갔다. 바글바글거리는 사람들로 인해 정신이 없고 촉박된 시간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없다. 그 또한 왕짜증. 뭘 먹었는지? 맛이 있는지? 없는지? 회가 입으로 들어갔는지? 코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게 게눈 감추듯 먹고 배타러 달려 나왔다.
우리 고향 송림, 옹포, 관쟁이, 장선포 바닷가보다 못하다. 모르겠다. 혹시 차분히 시간을 가지고 둘러보았으면 선유도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을지.......
돌아오면서 차안에서 다정회원들의 섹시함과 춤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육체미를 과시하면서 땀으로 목욕을 할 정도로 온몸을 흔들어댔다. 짜증스러웠던 선유도 관광을 한방에 날려버리듯 흔들어댔다. 충분히 보상받았으리라.
무슨 행사든지 마지막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이게 없었다면 다정회 야유회는 빵점이었을 것이다.
저녁 늦게 광주에 도착하여, 구 시청옆 미연복집에 와서 복탕으로 지치고 굶주린 배를 채웠다.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예전에도 여기 와서 복탕을 먹어봤건만 오늘 국물맛은 끝내줬다. ‘이 국물맛이 아니었다면 오늘 다정회 콧바람은 영 아니올씨다.’ 였다. 다정회에서 저녁식사비를 지불할라고 했는디 요즘 송우회정형완회장님께서 사업이 순풍에 돛을 단 듯 잘된다고 거하게 한턱 팍팍 쏘았다. 우리 송우회 회장님 사업에 무한한 영광과 발전이 있기를.... 그리고 또 우리 다정회 회원들에게 더 멋지게 또 한턱 쏘기를 바라면서.....
100%만족이란 없는 법, 깨복쟁이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여서 즐겁고 행복했다.
첫댓글 글을 읽고 스트레스 받는다. 이 스트레스 보상은 누구한테 받아야 하나..... 어이! 서울 회장 9월9일 어디간다고? 크게, 크게, 더 크게 광고하소. 그것이 송우회나 다정회에서 주는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여 ㅇ ㅣ ㅇ ㅣ ㅇ
양임이 친구 누가본볼까 겁나네 ..... 그래 난 제주도 포기할려고 회장도 내가 오는것 보다 은히오면 친구들좋아항데 근데 왜 이인분 인삼은 왜구입하셨을까 열심히 운동하면 되는데
순옥아 재미있게 잘 읽었네!나도 동행을 한느낌! 동창회때 사진도잘찍어주더니 재미있는 글도남겨줘서 재미있었다 늘 다른사람을위해서 봉사하고 수고하는 너가 더욱아름답구나 고마워!친구야!
미인들 나들이하는데 보호 차원에서,잠 설쳐 가면서 따라 가 줬더니 누굴 술꾼으로 만들어 버리네 내가 그토록 얘기 했잖아 "처음엔 작전이었다고" 좀더 재밌고 아름다운 표현이 있었을텐데,,,,,다음부터 보호를 해줘,,말어?~~~~
세잎크로바는 누구니? 오근이 채홍이 형완이 바지동창들 다정회랑 동행해줘서 고맙고 정말 재미있었어. 만약 너희들이 없었다면 훨 심심했을거야. 오근이 술 별로 많이 마시지 않은 줄 알아. 궂은 일에 앞장서고 같이 놀다가도 일하러 간다고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성실한 동창이란것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