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당신이 이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친구에게 받은 축하의 말이다. 나를 진심으로 이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해 주는 마음이 고맙다. 생일을 잊고 있다가 늦게나마 전화를 해주는 친구가 고마웠다, 퇴근길에 딸기 사서 갈 테니까 내려오라고 한다. 나는 지금 ‘격리 중’이라고 했더니 놀란다.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이런! 어쩌느냐고 걱정하면서 나으면 함께 식사하자고 한다. 현관에 놓고 갈 테니까 가져가라고 하는데 날도 차가운데 오지 말라고 했다. 며칠 뒤에 보면 되는데 번거롭게 하기 싫었다. 요즘 친구가 컨디션도 안 좋아서 비실거리는데 어서 집에 가서 쉬라고 했다.
생일 때마다 남편에게 귀한 선물을 받는다. 미역국을 끓여준다, 장모님께 예쁜 딸 낳아서 주신 것 감사하다는 마음의 표시라고 했다. 신혼 때 평생 미역국은 끓여주겠다고 약조했는데 해마다 잊지 않고 미역국을 끓여준다.
미역국을 정말 맛있게 끓인다. 쌀뜨물로 끓이는데 구수하고 진하다. 남편은 어려서부터 자취생활을 해서 음식을 잘한다. 그 후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결혼해서도 주말부부로 사니 직접 음식을 해 먹으니까 요리 실력이 프로다. 미역국을 혼자 먹었다. 생일에 격리 중이니 웃음도 나오고 이만하니 감사하다고 기도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우리 이 여사,’ 우리는 장난처럼 엄마를 이 여사라고 불렀다. 예쁜 딸 낳느라고 고생했으니, 사위가 끓인 미역국 드셔보라고 상을 차려서 엄마에게 드렸다, 환하게 웃으며 맛있구나! 하신다. 보고 싶은 우리 엄마
오늘은 동지이기도 하다. 올해는 음력으로 11월 초순에 들어서 애동지라고 한다. 동짓날은 태양이 부활한다는 날이라고 한다.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아들이<본죽>에서 팥죽을 시켜주었다, 여러 가지 의미를 생각하며 먹으니 건강해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서먹했던 사람들과는 서로 화해하고 빚을 진 사람은 빚 청산을 하고 못 갚아도 독촉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 해를 돌아보며 새날에 대한 깊은 생각도 해봐야겠다. 동지에는 자시 전에는 잠을 자지 말라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새날에 각오나 다짐을 갖자는 의미 같다. 동지 다음날에는 일찍 일어나라고 한다. 새날 새 아침부터 게을리하지 말고 부지런히 새날을 시작하라는 말씀이다.
내일부터 구구소한도를 그려야겠다. 긴 겨울 매화를 그리며 봄을 기다릴 터이다. 새해에는 어떤 구구소한도를 그릴까? 아름답고 조금은 성숙한 구구소한도를 그릴 것 같다. - 2023년12월2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