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산업 경계 빠르게 허물어져
이미 과거에도 카페에서 빵을 먹고, 베이커리에서 커피를 먹는 문화는 있었다. 하지만 최근 산업적인 측면에서 두 산업의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커피매장을 운영하는 회사들도 단순히 구색 맞추기식의 빵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경쟁력 있는 베이커리를 표방하고 있고, 베이커리들도 스페셜티 커피를 비롯해 커피전문점 뺨치는 커피를 팔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커피전문점이 베이커리를 강화하고, 베이커리가 커피를 강화하고 있다. 카페와 베이커리의 이종격투기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베이커리 쪽으로 먼저 움직인 것은 커피전문점이다. 1990년대 말 할리스커피·스타벅스 등 에스프레소 기반 커피전문점의 등장으로 국내에 카페문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케이크 등 디저트를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다 점차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베이커리류는 샌드위치·크루아상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매장규모가 큰 커피전문점의 경우 베이커리를 넘어 샐러드 등 푸드 메뉴 전체로 확대되는 추세다.
할리스커피는 최근 미니라운드케이크, 파운드케이크, 데니쉬식빵 등 커피와 어울리는 베이커리 9종을 출시했다. 할리스커피 관계자는 “최근 음료에 어울리는 베이커리 메뉴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어 디저트 케이크 외에도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한 미니라운드케이크, 파운드케이크, 데니쉬식빵 등을 출시하며 베이커리 라인업을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맛있는 커피로 유명세를 탄 소규모 카페들도 베이커리로 큰 성공을 거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2002년 강릉에서 출발한 테라로사다. 테라로사는 일찌감치부터 매장 내에 베이커리를 만들고 빵과 함께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현재 강릉과 광화문·코엑스 여의도·서종·서귀포점 등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커피가 아니라 빵을 사기 위한 목적으로 오는 고객이 많다.
2015년 공덕에서 시작한 프츠커피는 출발부터 커피전문가와 제빵전문가가 손을 잡고 시작했다. 3개 매장마다 별도의 제빵시설을 갖추고 현장에서 직접 빵을 굽는다. 커피생두 수입업체인 엠아이커피에서 운영하는 카페인 ‘페이브’도 베이커리로 더 유명하다. 작은 커피집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커피와 베이커리의 시너지 효과는 강력하다. 최근에는 테이크아웃 중심 커피전문점도 베이커리를 강화하고 있다. ‘골목식당’ 등 방송으로 유명한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은 한남대교 건너 3호선 신사역 5번출구 앞에 ‘빽스커피 베이커리’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냈다. 더본코리아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통 빽다방이 큰길을 피해 골목에 있고 좌석도 10여 석에 불과한 데 반해 ‘빽스커피 베이커리’는 50여 석의 자리가 있다.
무엇보다 다른 빽다방과 가장 큰 차이점은 베이커리라는 이름답게 매장 내에서 직접 빵을 굽는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이면 신선한 빵들이 깔리는데 대부분이 오전이면 매진된다. 식빵, 초코소라빵, 스콘 등 20여 종의 빵을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는 빽다방 베이커리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들을 전국 560여 개 빽다방 매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더본코리아 측은 빽다방 베이커리가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뛰어난 빽다방 베이커리의 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저가커피 이미지가 컸던 이디야커피는 빽다방보다 먼저 베이커리 부문을 강화했다. 2016년 베이커리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연구개발(R&D)에 나섰다. 플래그십 매장인 논현동 ‘이디야커피랩’에서 먼저 내놔 성공을 거둔 제품을 가맹점에 보급하고 있다. 디저트 메뉴인 ‘에클레어’가 이를 통해 가맹점에서 성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