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초보 농사꾼
최 순 태
나는 고향에 부모님이 물려준 조그마한 전답이 있다. 그동안 직장생활 때문에 농사에 전념할 수 없어서 대리 경작을 시켰는데 농사를 짓던 어르신이 고령이어서 다음부터는 경작이 불가하다고 하였다.
따라서 공직을 정년퇴직하고 집에서 소일하는 내가 직접 맡을 수밖에 없었다. 그 중 논은 위탁영농을 하는 초등학교 선배에게 맡겨 벼농사를 하도록 권유하였고, 밭은 내가 전담하려고 작정하였다.
밭에는 30여년이 지난 오래된 자두나무가 심어져 있었는데 당장 작년에 자두를 수확한 후 무성하게 자란 가지를 겨울철에 잘라내는 것이 시급하였다. 시간을 내어 인터넷을 검색하니 전지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거기서 공부한대로 전지를 시작하여 나의 기준으로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농사를 하는 둘째 형님이 작업한 나무를 보더니 전지가 잘못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형님의 설명을 들어보면 꽃눈은 살리고, 웃자란 가지는 잘라내야 한다고 얘기하였다. 형님의 도움을 받아 전지를 끝낼 수 있었다.
전지를 끝내고 나서 3월이 되자 꽃눈이 생기더니 4월경 뽀얀 자두 꽃이 개화하기 시작하였다. 향기로운 꽃향기가 밭 주변에 그윽하게 퍼졌다. 역시 계절이 바뀜에 따라 어김없이 온갖 만물은 꽃이 피고 향기를 품어내는 현상이 자연의 이치인가 보다.
굵고 좋은 과일을 수확하려면 병충해 예방이 필요하여 방제작업을 서둘러야 했다. 겨울철에 동면하는 해충의 번데기를 퇴치하기 위해 나무에 유황 소독제를 살포해야 하였다.
나는 처음 하는 일이라 직접 농약을 치지는 않고, 경험이 많은 형님을 도와 농약 살포기의 줄을 잡아주며 어떻게 약을 살포 하는지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농약 치는 방법을 배웠다.
봄이 되자 밭에 잡초가 올라와 무성해졌다. 직접 뽑으려고 하니 감당이 되지 않아 관리기로 땅을 갈아엎어 제초작업을 하였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비가 온 뒤 우후죽순처럼 번지는 잡초와 한바탕 전쟁을 벌여야 한다.
꽃이 떨어지자 나무에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였다. 바로 이 시기가 두 번째 농약을 살포하는 시기이다. 진딧물을 없애고, 각종 병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농약을 살포하였다.
바람이 부는 방향이 아닌 역방향에서 작업을 실시하며 조심스럽게 일을 하였으나, 간혹 내 몸으로 농약이 날라 오기도 하였다. 일을 해 보니 요령이 생겨 곧 숙달되었다.
어느 정도 과실의 알이 굵어지자 본격적으로 적과를 하게 되었다. 가지에 여러 개의 열매가 달리면 충실한 과일을 수확하기 어려우므로 육안으로 보아 헐거울 정도로 솎아 나갔다. 하루가 다르게 열매가 굵어지므로 수시로 관찰하면서 지속적으로 작업을 해야 했다.
자두나무 밑의 공터에는 콩과, 호박, 가지, 토마토 등을 심었다. 겨울철 김장용 고춧가루 생산을 위하여 종묘상에서 고추 모종을 구입하여 여러 줄 심었다. 모종이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받침대를 설치하고, 줄을 이어 놓았다. 가을이 되면 새빨간 고추를 따는 상상을 해 본다.
농사는 정성을 들인 만큼 소득을 본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곡식이나 채소를 정성껏 돌보면 수확기에 반드시 보답을 한다. 고랑과 이랑을 지어 내가 심어놓은 콩 종자가 싹을 틔웠다. 참으로 신기하였다.
과거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가 농사하는 모습을 구경만 했으나, 내가 손수 심은 씨앗에서 싹이 나니 뿌듯하였다.
아내가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먹고 싶다고 하여 뽕나무 1그루를 구입하여 심었다. 처음에는 과연 싹이 나서 살 수 있을까 걱정하였으나, 가지에 잎이 생기고 열매가 달리는 모습을 보니 달콤한 열매를 맛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해 본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제철에 생산한 싱싱한 나물과 채소를 생산하여 충당한다. 다만 고기류 등은 사 먹어야 한다. 도시민들이 일일이 모든 식재료를 사는 것에 비해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 올해부터는 내가 손수 기른 채소를 먹고 싶다.
자두의 수확철인 6∼7월이 되어 추수기가 되면 과연 얼마나 수확을 하여 살림에 보탬이 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둘째 형님의 말대로 농사를 하니 불편했던 몸이 좋아지고 건강도 회복되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이것만 해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처음으로 하는 농사이다 보니 아무래도 서툴러서 형님들과 누님으로부터 가벼운 핀잔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옳은 농사꾼이 되지 않겠는가! 라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잘 모르면 물어가면서 하면 될 일이다.
아내는 가끔 내게 농사를 하려고 김천으로 왔다 갔다 하는 차량유지비(연료비)가 많아서 오히려 손해가 난다고 말하지만 어릴 때 지내던 고향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항상 설렌다. 그 곳에는 학창시절 같이 놀던 친구와 동네 어르신들 나의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일하는 중간에 새참으로 막걸리를 들이키기도 한다. 갈증을 씻어내고 허기를 채워주는 막걸리를 마시는 즐거움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고향은 나의 영원한 안식처이며 내가 돌아갈 곳이다. (2022. 5. 26)
첫댓글 땀 흘리며 농사일을 하시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수확의 기쁨도 즐거운 일이지만 건강을 챙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늦깎이 텃밭 일을 하는 친구들 모두가 얘기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이 수 영
초보농사꾼의 일기를 읽는 느낌입니다.
서투른 솜씨와 실수가 묻어나는 내용이 잘 함축된 글인 것 같습니다.
숙련된 농사꾼으로 거듭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