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04. 숲은 자연광선 치료실 - 비타민 D 생성에 도움이 되는 음식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내추럴빙(natural-being)이 화두다. 인류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해 숲과 함께 진화 발전해 왔으니,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인 고향이며 모태와 같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내추럴빙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산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은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이고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산과 숲을 쉽게 찾아가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
햇빛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햇빛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생명체 에너지원이다. 숲에는 생명체 에너지원인 햇빛이 그득하다. 그것도 몸에 직접 내리쬐는 햇빛이 아니라 부드럽고 감미로운 간접 햇빛이. 잘 알다시피 몸에 직접 내리쬐는 강력한 햇빛은 피부에 주름살과 검버섯이 생기게 하는 등 피부를 노화시키고, 심지어는 피부암까지도 유발하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숲에서 즐기는 햇빛에서는 전혀 그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숲 속의 햇빛은 내 몸에 직접 내리쬐는 것이 아니라 나뭇잎 등과 같은 숲의 구성 요소들에 반사되어 비치는 간접 햇빛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상상해 보라. 숲 속에서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빛이 내 몸에 닿는 느낌을. 마치 어린아이의 부드러운 손이 내 몸을 만져 주는 듯, 솜이불이 포근하게 내 몸을 감싸는 듯 행복한 기분에 빠질 것이다.
숲 속의 햇빛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고, 몸 안에서 비타민 D를 합성한다는 것이다. 햇빛을 받는 양이 줄어들면 우리 몸은 활력이 떨어지고 심신이 위축되어 기분까지 가라앉게 된다. 봄과 여름엔 생기가 돌다 가을철이 되면 자꾸 외로워지고 의욕이 없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우울증을 앓게 된다.
실제로 우울증이나 불면증 치료에서 광선요법이 자주 사용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아키스칼(Akiskal) 교수는 겨울에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것에 주목해 광선치료를 시작했는데, 치료 후 전반적으로 우울증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연구에서도 광선치료가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주은연 교수팀은 수면시간증후군 환자 50명에게 광선치료를 실시했는데, 80퍼센트인 40명이 정상적인 수면 습관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수면제 등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광선을 쬐는 것만으로 5~10일 사이에 수면 습관을 정상으로 회복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광선치료 범위가 정신과적 치료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섭식장애, 비만, 학습장애, 황달, 여드름, 고혈압, 입원 환자의 욕창 치료 등에도 응용되고 있다. 미국 ‘환경건강과 빛 연구소’에서 주의력결핍장애 진단을 받은 플로리다 주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광선치료를 실시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업 성적이 더 좋았다고 한다. 이와 같은 햇빛의 여러 효과는 햇빛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파장이 각기 다른 역할과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숲 속의 햇볕을 쬐는 것은 모든 파장의 가시광선을 한꺼번에 쬐는 것이기 때문에 종합비타민제를 먹는 것과 같다.
숲의 햇빛이 주는 또 하나의 큰 선물은 비타민 D이다. 비타민 D는 가히 만병통치약이라 할 만큼 다방면에서 그 효과가 크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햇빛이 우리 몸에서 합성하는 비타민 D는 암뿐만 아니라 심장병, 다발성경화증, 류머티스관절염, 당뇨병, 치주염 등 각종 질병을 막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심장병과 일부 암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대장암에 걸린 쥐에게 비타민 D를 투여했더니 암 종양이 40퍼센트나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타민 D가 심각하게 부족하다. 연세대 의대 내분비내과 임승길․이유미 교수팀이 20대 이상의 성인 환자 1,242명을 대상으로 비타민 D 상태를 분석한 결과 30퍼센트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이와 같이 우리 몸에 유익한 비타민 D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까? 비타민 D는 음식으로 충분히 흡수할 수 없으므로 햇볕을 많이 쬐어야 한다. 이것이 숲에 자주 가서 햇살을 즐기라는 이유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갈런드(Garland) 교수에 따르면 햇빛으로 비타민 D 1000IU를 합성시키면 대장암 발병률을 절반으로, 2000IU를 합성시키면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비타민 D가 부족한 사람은 유방암, 폐암, 전립선암, 방광암, 식도암, 위암, 난소암, 신장암, 자궁내막암, 비호지킨림프종, 자궁경부암, 담낭암, 후두암, 구강암, 췌장암, 호지킨림프종, 대장암 등 18개의 암 발병률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비타민 D 결핍이 각종 암의 가장 큰 발병 요인이라는 것이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에 숲에서 햇볕을 충분히 쬐어 비타민 D가 체내에 생성되면 햇빛이 적은 겨울에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햇빛이 합성한 비타민 D가 어떻게 이처럼 놀라운 효능을 나타내는 것일까? 미국 보스턴대학 홀릭(Horlyck) 교수에 따르면, 비타민 D는 체내에서 유익한 호르몬으로 변해 뼈를 보호하고, 세포 증식을 조절하며, 암을 유발하는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모두 비타민 D 수용체가 있어 비타민 D가 있어야만 세포들이 제 기능과 역할을 최대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 이제 자투리 시간이라도 생기면 가까운 숲으로 나가 햇빛에 흠뻑 몸을 적셔보자. 기분이 상쾌해지고 온몸에 생기가 돌 것이다. 내 몸 안에 비타민 D도 축적하고 말이다.
신원섭.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