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컬(Curl) 이라는 전술은 농구 경기에서 한 경기에 수십번도 더 나오는 기본적인 오프 더 볼 무브입니다.
공을 원하는 위치에서 잡지 못하게 하는 수비수를 뿌리치기 위해 스크리너를 이용한 움직임이죠.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은 이 컬이라는 전술이 클러치 타임에서 쓰일 때 입니다.
컬을 이용해 클러치타임 오펜스를 만들어낸다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평소에 컬은 바로 슛을 노리는 것이 아닌,
좋은 위치에서 공을 잡아 슛 뿐만 아니라 드라이브인, 픽앤롤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서 쓰이는 전술이지만
클러치 타임에서 이 오펜스를 사용할 경우 제대로 수비를 벗겨내지 못할 경우 시간만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지요.
게다가 원래 마크맨 뿐만 아니라 스크리너를 수비하던 상대 빅맨이 순간적으로 스위치 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해서 써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번에 슛을 못하거나 볼을 못만지느니 그냥 처음부터 슈퍼스타가 공을 잡고
처리하는 경우가 훨씬 많죠.
이 부분의 지존은 역시 레지 밀러와 레이 앨런이겠죠.
두 선수 모두 역대 최고의 3점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프더 볼 무브에 매우 능해 클러치 타임에 컬을 이용한
빅샷을 수십번도 넘게 꽂아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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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입장에서 클러치 타임에 컬을 써먹으려면 훌륭한 슈터의 존재 뿐만 아니라, 패스 타이임을 정확히 읽는 패서,
그리고 훌륭한 스크리너가 반드시 있어야만 합니다.
사실 스퍼스가 밀러나 앨런급의 슈터를 보유한 적은 없기 때문에 이 전술을 전통적으로 써 먹던 구단은 아니었습니다.
(스티브 커가 뛰긴 했습니다만 커는 조금 다른 유형의 슈터죠)
제가 알기론 스퍼스가 본격적으로 컬을 잘 써먹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마이클 핀리가 팀에 합류하면서 부터였습니다.
모멘텀이 필요해 반드시 좋은 오펜스가 필요한 순간에 스퍼스는 컬을 이용해 핀리를 써 먹기 시작합니다.
핀리는 사실 독특한 버릇이 있었는데 본인의 오른쪽으로 돌아나와 볼을 받아 쏠 때 훨씬 더 높은 적중률을 보여줬습니다.
암튼 몇년간 이 전술에 익숙해진 핀리는 마침내 2008년 피닉스와의 플옵에서 아마 본인 생애 가장 유명한 샷인
클러치 3점을 터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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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리 이야기를 굳이 한 건, 핀리가 없었다면 올 시즌 이렇게 자유자재로 컬을 써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컬이라는 전술적인 움직임에 스퍼스 모든 선수가 익숙해졌고 올 시즌 벌써 두 번째의 클러치 샷을 성공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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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개가 불과 8게임 밖에 치루지 않은 현재 스퍼스가 보여준 완벽한 전술적 움직임입니다.
두 경기에서 나온 샷을 쏜 선수와 패스를 한 선수가 모두 다르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인데요,
첫번째 영상에서 파커의 마크맨은 웨스트브룩이었고 처음에 파커는 (우리가 화면에서 볼 때)오른쪽으로
가려는 훼이크를 줍니다. 이때 웨스트브룩을 잘 보시면 패서인 대니 그린을 보면서 파커의 움직임을 예측하는데
대니 그린은 시선도 오른쪽으로 줄 뿐만 아니라 슬슬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웨스트브룩 낚시를 시작합니다.
마침내 웨스트브룩이 파커를 놓치고 그대로 파커의 빅샷이 터지죠.
해설을 하고 있던 밀러가 이야기합니다. "Where is Westbrook? "
두번째 영상에서 이번엔 카와이 레너드가 패스를, 대니 그린이 슛을 터뜨립니다. 잭슨에게 다운스크린을 걸어 준 뒤
곧바로 던컨의 픽을 받아 코비의 수비를 뿌리치고 위닝샷을 성공시켰네요.
두 영상 모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혼신을 힘을 다하는 던컨의 스크린과
빅맨들의 스크린을 받아 어떻게 움직일지를 정확히 알고 움직여주는 선수들 그리고
무엇보다 클러치타임에 활약할 압도적인 슈퍼스타 없이 완벽한 오펜스를 짜 내는 스퍼스 코칭스텝의 능력입니다.
첫댓글 제가 쓴 글을 제가 스크랩하는거라 민망하긴 한데 암튼 여기에도 올리고 싶어서 올립니다 ㅎㅎ
잘봤습니다. 정성을 많이 들이셨네요.
이전까지 저는 스크린 타고 나와 캐치 후 바로 슛을 쏠 능력이 있는 애는 팀 중에 닐을 최고로 봤는데 (최고라기 보다는 유일), 파커랑 그린이 이런 무빙 후 캐치앤슛으로 결승 득점을 올렸다는 것이 너무나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중추 시간을 뛰는 그린이 이런 성과를 낸 것은 앞으로 큰 소득이라고 생각해요.
닐이 이것을 잘 하긴 하는데 승부처에서 쓰기는 다소 느리다는 단점이 있죠.
그린의 경우 슈팅 리듬 자체가 이 작전에 딱 맞는 리듬감을 가지고 있어서 (레이앨런과 비슷합니다) 본인의 슛감만 유지한다면 더할나위 없을 듯 합니다.
좋은 글 감사 드립니다. 일단 추천부터... ^^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우왕 이런 글 너무 좋아요 ㅋ
파커의 왼쪽으로 한탬포 페이크주고 서버럭을 속인담에 칼같이 오른쪽으로 빠져나오는모습이 멋지네요.
컬앤컷이 부쩍 늘은건 탈제퍼슨 효과랄까요...
스윙해줄 윙맨들이 많아지면서 시도하기 좋아진 전술인것 같습니다.
얼마전 지노빌리가 보여준 v컷도 멋있었는데 말이죠.
원래 코비가 수비력은 뛰어나지만 상대팀의 스크린에 반응하기 보다는 패싱 레인만 차단하려는 습관이 있죠.
그리고 오늘 같은 경기의 마지막 샷은 파커나 덩컨이 날려야 정상이었는데...
마지막 플레이가 저런 스크린 속에서 그린에게로 떨어졌으니... 코비가 꼼짝없이 당한 것이죠.
포포비치 감독의 천재적인 전략의 쾌거였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