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가 깃든 삶, 초극한 직업
삼짇날부터
쭉, 초가 제비집 옆에
새끼를 밴
어미거미 베틀에 앉았다
북도
씨줄도 없이
―김춘추(1944∼ )
한국인에게 제비는 낯설지 않다. 제비를 본 적도 없는 어린애들도 이 새를 안다. 심지어 좋아한다. 이게 다 ‘흥부와 놀부’ 때문이다. 이야기 속의 제비는 은혜와 원한이 확실할 정도로 똑똑하고 사람을 부자로 만들 정도로 능력이 있다. 이야기 바깥의 이미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통적으로 제비는 삼짇날에 찾아와 중양절에 떠난다고 해서 영험한 새라고들 말한다.
이 시 맨 앞에는 떡하니 ‘삼짇날’이라는 단어가 놓여 있다. 이 강력한 단어는 제비가 돌아오는 날을 연상하게 만드니까 우리는 주인공이 제비인가 잠시 헷갈린다. 그런데 주인공은 따로 있다. 제비집 옆에 사는 거미가 바로 시의 진짜 주인공이다. 길조 제비에 비하면 상당히 하찮다. 게다가 제비 옆집에 사는 신세라니. 언제 잡아먹힐까 조마조마하다.
상황이 이미 극한인데 거미는 엄마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거미는 ‘초극한 직업인’이 되었다. 북도 씨줄도 없이, 그러니까 도움도 밑천도 없이 엄마는 살기 위해 열심히 거미줄을 치고 있다. 엄마가 살아야 배 속 새끼도 사니까 살 일이 까마득해도, 가진 게 없어도 열심이지 않을 수 없다.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엄마’가 되는 순간, ‘엄마’라는 단어가 끼어드는 순간 길조는 사라지고 응원만이 남는다. 고된 상황에서 저렇게 애쓰는 엄마는 살아야 한다, 그것도 잘 살아야만 한다. 저 짧은 시에 우리 엄마, 그 엄마의 엄마, 그리고 수많은 엄마의 엄마들이 겹쳐 보인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 늦 가을, 장미향(薔薇香)의 계절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 〈혁신적 디자인으로 호평받은 ‘업(UP)’ 의자〉, 1969년 대표작/
가에타노 페세 홈페이지
✵ '보테가 베네타 쇼'를 장식한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
이탈리아의 디자인 거장 가에타노 페세(Gaetano Pesce)가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의 런웨이 쇼를 위해 400개의 새로운 의자를 만들었다. 9월 24일 밀라노에서 2023년 여름 컬렉션을 선보인 보테가 베네타는 최근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선보이는 2번째 컬렉션을 발표했다. 블라지는 다양성을 기리는 페세의 테마에서 영감받아 이번 컬렉션을 구성했다고 한다.
● https://youtu.be/_-8_QdAqxsM
[참고문헌 및 자료출처: 《동아일보 2022년 10월 15일(토), 〈詩가 깃든 삶, 나민애(문학평론가)〉》, 《Daum, Naver 지식백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