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탁은 결국 숙희와 이혼했다. 숙희의 부친인 강 회장도 양동탁을 버렸다.
이혼을 하면서 사업도 갑작스럽게 휘청거렸다.
양동탁은 변장수에게 끌려 다니는 자신이 한심했다.
"벗으란 말이야!"
양동탁은 나정희의 뺨을 후려쳤다. 나정희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그녀에게 달려든 양동탁은 블라우스를 사정없이 뜯어버렸다.
"다, 당신은 점점 더 포악하게 변해가는군요."
나정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원래 이래. 변강호 그 자식은 부드럽게 오입질 하는 모양이지? 더러운 년!"
양동탁은 그녀의 치마를 찢어버렸다. 삽시간에 나정희의 눈부신 육신이 드러났다.
"저,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그 사람과 난…. 이, 이건 강간이에요."
나정희의 입에서 강간이라는 말이 흘러나오자마자 양동탁은 마지막 남은
그녀의 속옷도 찢어버렸다.
"강간? 내가 왜 너 같은 년을 좋아하는 지 모르겠어."
양동탁은 씩씩거리며 바지를 벗었다. 나정희는 앉은 채 뒤로 물러났다.
"동탁씨, 이렇게는 더 이상 안돼요."
이 경황에도 그녀는 흰 가슴과 딱딱하게 솟아오른 유두는 매혹적이었다.
"안돼? 내 사전에 안 되는 건 없어."
양동탁이 갑자기 바지에서 벨트를 빼 들었다. 그리곤 나정희가 미처 방비할 틈도 없이
그녀의 등을 향해 후려쳤다. 금방 선명하고 붉은 자국이 그녀의 등에 생겼다.
그녀는 이를 다물고 고통을 견뎠다.
"너만, 너만 만나지 않았으면…."
양동탁은 나정희의 몸을 향해 정신없이 벨트를 휘둘렀다.
그녀는 몸을 새우처럼 말고 앉아 그의 매질을 견뎌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녀가 기절했다.
"정희야, 정희야!"
그제야 정신이 든 양동탁이 허겁지겁 그녀를 안아들고 침대로 옮겼다.
"이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이러려고 그런 게…."
양동탁은 나정희의 나신 위에 이불을 덮어주고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양동탁의 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양동탁의 오른팔임을 자처하는 독고와 양동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이강재였다.
독고는 양동탁이 무너지고 있다는 걸 간파하고 신촌 쪽에 자신만의 컨설팅 사무실을 개설했다.
물주도 생겼다. 머잖아 양동탁의 사무실까지 접수를 하게 될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양동탁은 이런 모든 불행이 변가 형제들과 나정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런 양동탁의 몰락은 곧 이강재의 몰락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강재는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강재야, 독고를 정리해야할 것 같다. 그런 다음 당분간 필리핀에 나가 있어라."
이강재는 얼마 전 양동탁을 배신한 수하를 은밀하게 처리한 일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독고는 그 일로 양동탁과 이강재를 한꺼번에 엮어 정리할 심산이었다.
양동탁은 독고의 비열한 계획을 간파하고 이강재를 불렀다. 이강재는 생각에 잠겼다.
양동탁의 말대로 독고를 처리하고 한국을 떠나야만 할 상황이었다.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긴자의 양초선….
이강재는 초조한 심정으로 양초선을 기다렸다. 양초선이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강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를 보는 순간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저를 보자고 하신 분이 댁인가요?"
이강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술잔에 가득 술을 채운 이강재는 단숨에 술을 비웠다.
"무슨 일로?"
이강재는 할 말이 없었다. 양초선은 아름다웠다. 서울을 떠나게 되면 다시는 못 볼 지도 몰랐다.
어느 남자의 첩이 되거나 아내가 되어버리고 나면 어쩌면 그녀를 보는 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몰랐다.
"부탁이 있소."
"저를 아시나요?"
"그쪽은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그쪽을 쭉 지켜보았소."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앉아 있는 양초선을 앞에 두고 이강재는 애만 태웠다.
양초선은 기억을 떠올리려고 눈살을 찌푸렸다가 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술잔을 든 이강재의 팔뚝에 그려진 문신을 본 후 초선은 그가 양동탁의 수하 중
하나라는 사실을 기억했다.
"부탁이 뭐죠?"
긴자는 이강재같은 똘마니가 드나들 만큼 만만한 술집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호기롭게 와서 다짜고짜 자신을 보자고 한 이강재가 초선은 왠일인지 싫지 않았다.
"난 얼마 있으면 서울을 떠나게 됩니다. 언제 돌아올지는… 나도 모릅니다. 부탁입니다만,
그쪽을 한번만 안아볼 수 있게 허락해 주겠습니까?"
"나를 안겠다구요?"
지금까지 초선 앞에서 이토록 정색을 하고 자신을 안고 싶다고 말한 사내는 한 사람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초선을 품은 사내들은 대부분 돈이 많고 늙은 남자들이었다.
그에 비해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이 사내는 혈기 왕성하고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은 사내였다.
초선은 거절해야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강재가 앉아 있는 쪽으로 몸을 옮겼다. 이강재는
기다렸다는 듯 초선을 와락 껴안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그녀의 향기를 한껏 만끽했다.
초선은 조용히 이강재의 등을 끌어안고 그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신기하게도 사내의 품은
따뜻하고 편안했다. 낯선 사내에게서이토록 편안함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당신, 이상한 사람이군요."
"처음 본 순간부터 그쪽은 내 희망이고 미래였습니다." 말을 끝낸 이강재가 초선을 품에서
밀어낸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초선이 이강재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한편으론 비밀스러운 슬픔 같은 게 느껴지는 남자였다.
이강재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쪽을 사랑합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더... 내 말 잊지 마십시오.
언젠가 돌아와서도 그쪽이 혼자라면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들 겁니다."
긴자를 뛰쳐나온 이강재는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그는 반드시 초선에게 어울릴만한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이강재가 차에 올라타자마자 양동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믿을 만한 놈은 너 하나다. 자정까지 신촌역 앞으로 나와."
이강재는 양동탁과 둘이 차에 앉아 불길이 치솟고 있는 독고의 사무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수하들은 대동하지 않았다. 오른팔이라고 믿었던 독고도 배신한 판국이니
다른 수하들까지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마무리 잘했지?"
"가스렌지 위에 냄비 하나 올려놓고 가스를 틀어놓았습니다. 누가 봐도 과열로 인한 화잽니다."
이강재로서는 두 번째 살인이었다. 양동탁의 몰락을 방관할 수 없었던
이강재는 스스로 깊디깊은 늪 속으로 발을 깊숙이 들이밀고 있었다.
"상처는?"
"…바늘 하나 들어간 자국인데 불에 타면 아무 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양동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자신이 의지할 사람은 변장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휘청거리는 사업을 다시 제 궤도에 올리려면 그의 자본이 필요했다.
양동탁이 주머니에서 돈 봉투를 꺼냈다.
이강재는 사양했다.
"밖에 나가 있으려면 돈이 필요해. 받아. 돈이 의리인 세상이다.
독고를 따르던 놈들도 결국 돈 때문에 나를 배신한 거지.
필리핀에 있는 놈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아. 너와 나 사이는 아니지만
우리 세계는 이제 돈 없으면 의리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어. 받아!"
이강재는 자신을 그토록 믿어주는 양동탁이 존경스러웠다.
독고의 사무실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위층으로 옮겨 붙고 있었다.
잠시 후 소방차의 사이렌이 어둔 밤을 요란하게 뒤흔들며 달려왔다.
독고의 사무실에서 연신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소방차가 골목에 들어온 다음 양동탁과 이강재는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내가 전화할 때까진 연락하지 말고."
양동탁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강재는 주머니에서 비행기 표를 꺼냈다. 아침 7시 비행기였다.
이천에 홀로 계신 어머니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길이었다.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강재는 소방차의 사이렌과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뒤로 하고 막막한 어둠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양 사장님, 믿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이강재가 비행기를 타던 그 시각.
변강호와 고길수 그리고 은수는 도쿄 공항에 내리고 있었다.
수속을 끝내고 나가자 다나카 회장이 마중 나와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공연 초대에 응한 것이고
빌트밥의 프리젠테이션이었지만 그의 속셈은 달랐다.
다나카는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의 차 문을 열며 은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변강호와 고길수는 은수와 달리 그의 회사 본사로 향했다.
다빈치 건설은 세계 굴지의 기업답게 도쿄 중심가에 있었다.
다빈치 건설의 임원들이 변강호와 고길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빌트밥에 대해 하루 종일 프리젠테이션을 했지만 그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다나카 회장의 말만 믿고 일본까지 건너온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한 차례의 프리젠테이션으로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은수와 다시 만난 변강호는 다나카 회장 일행과 함께 카네기 홀로 향했다.
음악 홀로 들어가기 전 강승혜로 부터 전화가 왔다.
"회장님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 아무래도 빨리 들어와야 할 거 같다."
변강호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한 3주일쯤 전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제 발을 밟으신 적이 있는데….
미인에게 발을 밟혔는데 제가 그 일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어머! 바로 그…."
그녀도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 반쯤은 성공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형식적이지만 변강호는 대일 전자의 밥통과 청소기에 대해 전반적으로 질문을 하고
성실히 받아 적었다. 이름과 연락처도 받았다.
그녀의 이름은 장금련. 친구는 김미정이었다. 장금련은 김미정 곁에 앉아 속닥거렸다.
짐작해보니 두 여자는 술 한 잔 걸치고 클럽에 갈 폼이었다.
"정말로 술, 남자, 클럽 다 책임지시는 거죠?"
"물론입죠. 설문에 답해준 보답으로 그 정도는 해야죠.
남자들은 대기업에 근무하는 놈들로 상납하죠. 마침 친구 놈들하고 근방에서 약속이
되어 있는데 전화하면 곧바로 달려올 겁니다."
장금련과 김미정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깔깔거렸다.
멀리서 쳐다보던 멤버에게 변강호가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였다.
변강호는 성대근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며 능청을 떨었다.
이제 장금련을 모텔까지 데리고 가는 일만 남았다. 그래야 성대근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을 터였다.
성대근을 비롯한 멤버들도 선수답게 10분 남짓 지난 후 변강호가 앉아 있는 자리를 찾아왔다.
삼송그룹이나 다다미디어 GL전자라면 우리나라에서는 알아주는 대기업이었다.
변강호가 근무하는 대일그룹이 그나마 처지는 축이었다. 어쨌든 장금련과 김미정 역시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변강호가 장금련을 꼬드겼다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다른 남자에게 한 눈 팔지 않고 마지막에는 변강호와 남아야 호색한 클럽에서
인정하는 꼬드김이 되는 것이었다.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여자들을 사이에 두고 남자 셋이 시중을 들었다.
"여긴 물수건 같은 건 없나 봐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변강호는 주방으로 달려가 물수건을 다발로 만들어왔다.
친절과 봉사는 바람둥이의 기본이다. 공략해야할 여자라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딸기를 넣으면 더 맛있는데."
안주를 보고 장금련이 그 말을 하면 변강호는 어느새 딸기를 준비해왔다.
일행은 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클럽으로 들어서자 요즘 유행하는 '텔미'가 흘러나왔다.
장금련과 김미정이 비명을 지르며 좋아했다. 덩달아 변강호와 멤버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텔미 댄스는 춰 본 적이 없는 변강호지만 어설프게라도 장금련의 춤을 신나게 따라 추었다.
장금련이 몸을 흔들 때마다 가슴이 출렁거렸고 치마가 펄럭거려 허벅지가 아찔하게 드러났다.
변강호는 그녀 주변을 맴돌며 허리나 엉덩이를 슬쩍슬쩍 건드렸다. 싫지 않은 눈치였다.
술자리가 끝났을 때 장금련은 몸을 반쯤 변강호에게 의지해 걷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짝 없는 세 사람이 슬그머니 빠져나갔다. 남은 건 성대근과 변강호 그리고 두 여자였다.
화장실에 같이 선 성대근에게 변강호가 호기롭게 물었다.
"모텔은 잡아 놨겠지?"
그 와중에도 성대근은 변강호의 물건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일본에서 돌아온 변강호는 급히 한국병원으로 향했다. VIP병실 앞에는 변일수를 비롯해
오탁번과 회사 중요 임직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한 구석에 앉아 있는 변정아와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공미라가 보였다.
변가 형제들은 변강호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변강호는 병실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복도 끝에서 서성거렸다.
때마침 공미라가 변강호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설마 했는데 변 실장이 회장님 막내아들이셨더군요."
"전 무늬만 아들일 뿐입니다."
변강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회장님께서 오로지 변 실장만 찾으셨어요. 얼른 들어가 보세요.
다행히 지금은 정신이 맑으시다니…."
변강호는 한쪽 가슴이 시렸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아버지라고 불러보지 못한 아버지가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다.
변강호가 복도를 지나가자 변가 형제들과 임원들이 순순히 길을 터주었다.
병실로 들어서자 의사와 간호사가 변승우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산소마스크에 온갖 기계장치들이 변승우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정신이 드세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회장님, 대일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뿐더러 대일이 무너진다고 해도
제가 무슨 힘으로 살리겠습니까?"
"강호야, 명심해라. 대일은 다른 누구보다 네게 소중하다는 걸. 반드시 살려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이 늙은이가 편하게 눈을 감아." 변승우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부탁이 있다. 나를 한번만… 아버지라고 불러 줄 수 있겠니?"
변강호는 당황했다. 단 한 번도 자신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변승우의 힘없는 눈동자가 변강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아…버…지. 아버지!"
"고, 고맙다. 강호…."
변승우는 그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아버지! 아버지!"
변강호는 30년 가까이 쌓인 설움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오열했다.
그 소리에 변가 형제들이 후다닥 들어왔다. 변가 형제들은 변승우의 몸을 잡고 있던
변강호를 떼어냈다.
변가 형제들의 드센 힘에 밀려 변강호는 병실 밖으로 밀려나갔다.
변강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는 복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렸다.
반대편 복도 저 끝에 강승혜가 서 있었다.
변승우가 퀭한 눈으로 변강호를 쳐다봤다. 그는 손가락으로 의사와 간호사들마저도
나가라고 지시했다. 그런 후 변강호에게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가, 강호야…. 내가 죽고 나면 대일은 분명히 와해될 것이다.
난··· 누구보다도 대일을 너에게 물려주고 싶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 같은 놈이 어떻게…."
"그래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지. 강호야, 대일이 와해되더라도 반드시 네가 다시 살려야 해.
너라면 할 수 있다.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너 자신을 위해서 대일을 끝까지 지켜내도록 해야 한다…."
변승우가 죽기 전부터 그의 뒤를 이을 사람으로 세 사람이 거론되었다. 변일수와 변장수
그리고 오탁번이 그들이었다. 회장 자리를 두고 은밀한 거래들이 오갔지만 결국
대일 그룹의 회장은 변장수가 되었다.
변장수는 이날을 위해 준비한 많은 정보들을 임원들에게 은밀하게 알리며 협박했다.
비자금, 여자, 공금 횡령….
변장수는 내부의 암투 없이 순조롭게 회장 자리에 올랐다. 대일 원단의 사장으로
승진한 지 1년도 채 안되어 회장으로 승진한 것이었다.
문제는 유산이었다. 죽은 변양수의 부인까지 나서서 유산 문제를 거들먹거렸다.
변장수는 자신의 지분이 가장 많아야 대일이 순조롭게 굴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돈만 밝히는 흉악한 것들!"
무엇보다 강승혜와 변강호에게 돌아갈 유산이 아까웠다.
"빨리 찾아내란 말이야."
"그렇다면 변강호가 진짜 회장님의 자식이었다는 말입니까?"
양동탁이 놀라 그를 쳐다봤다.
"누가 그래? 그 놈은 아냐. 그러니까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야 해. 그것만 찾으면
그 놈한테 돌아갈 몫에서 한 몫 떼어 챙겨주지. 아니면 스스로 유산을 포기하게 만들던가."
"그걸 어떻게…."
"그런 걸 내가 일일이 말해줘야 하나?"
회장이 된 변장수의 얼굴은 근엄하고 차가웠다.
"회장님, 그건 그렇고 지난번에 회장님이 되시면 주시기로 하셨던…."
"안 그래도 내가 자네 몫을 따로 챙겨 두었지."
변장수는 차갑게 웃으며 서랍 속에 있던 봉투를 하나 꺼냈다.
"그거면 자네 식구들, 평생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야."
"그게 아니라 호텔을…."
"호텔이라니? 자네가 뭘 잘못 알고 있군 그래. 난 자네가 처리한 사건의 증거물을
가지고 있다는 말만 했었지."
'비열한 놈!'
양동탁은 그만 머리를 조아렸다.
"증거만 찾아내. 변강호가 회장님 자식이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
그렇게만 되면 양 사장의 딱한 처지도 한 방에 해결이 될 거야. 문제는 돈이니까."
양동탁은 그의 집무실에서 조용히 물러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탄 양동탁이 봉투를 뒤져보았다.
'1억? 누굴 바지저고리로 아나.'
양동탁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속주머니에서 펜 녹음기를 꺼내 재생 시켰다.
변장수의 말이 그대로 녹음이 되어 흘러나왔다.
'두 번 다시는 너 같은 놈들한테 속지 않는다.'
대일 본사 사무실을 나서는 양동탁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정희가 사랑하는 변강호가 변승우의 막내아들이었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졌다.
'변가 형제놈들, 반드시 복수한다.'
양동탁이 차를 몰고 사라질 때 그의 뒤를 누군가 은밀하게 따라붙었다.
그 시각, 변강호는 강승혜와 함께 변승우의 유해가 묻힌 여주 선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슬픔에 젖은 강승혜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매사 조심해야 해."
강승혜를 '궁'에 내려주고 공항으로 향하려는 변강호에게 그녀는 신신당부를 했다.
공항으로 달려간 변강호는 가장 빠른 비행기 표를 끊어 일본으로 향했다.
공항에는 그때까지 일본에 머물고 있던 고길수가 마중 나와 있었다.
"홍 마담은?"
"어제 다시 일본으로 들어와서 다나카 회장하고 온천 여행 간다고 갔습니다."
"온천?"
"회사 분위기 어떻습니까?"
"회장님 없어도 잘 돌아가던 회산데 뭘. 그나저나 그룹에서 우리 전자는 떨어져 나올 거 같아."
"그럼, 자본금을 회수해 간다는 말입니까?"
"그렇겠지."
고길수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다나카 회장에 대한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
"뭔데?"
"1년쯤 전에 부인과 사별했다더군요. 금슬이 매우 좋았답니다. 우연히 사진을 봤는데
다나카 회장 부인과 홍 마담이 분위기가 많이 닮았습니다."
변강호는 임시 지사로 마련해 놓은 도쿄의 한 오피스텔로 향했다.
시시콜콜 문제를 삼는 다빈치의 임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장만한 오피스텔이었다.
오피스텔로 들어간 변강호는 그 동안 고길수가 보고하는 내용들을 하나 둘 점검하고 있었다.
그 시각 삿뽀로로 온천 여행을 떠난 홍은수는 수영복 차림으로 온천에 몸을 담고 있었다.
잠시 후 다나카 회장이 나왔다. 적당한 살집의 몸매였다. 다나카 회장은 멀찌감치 떨어져 앉았다.
"아직도 제가 어려우세요?"
"그게 아니라…. 홍 마담 곁에 가까이 다가가기엔 내가 너무 늙어서….
게다가 와이프가 죽은 지 아직 1년도 안됐는데…."
"그러면서 저를 왜 자꾸 보자고 하셨죠?"
"안 보면 못 견디겠으니까."
물 속에 몸을 담고 있던 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나카 회장이 앉아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가슴과 허리 그리고 중심을 타고 물이 흘러내렸다. 다나카는 애써 못 본 척했다.
은수는 부드럽게 그의 팔짱을 끼며 곁에 앉았다. 온천물에 따스해진 은수의 살이
다나카의 어깨에 느껴졌다.
"저한테 왜 이렇게 잘 해 주시죠?"
"홍 마담을 사랑하게 되었어. 홍 마담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지만…."
은수는 그가 너무도 쉽게 사랑을 말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는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제가 누구를 좋아하는데요?"
"변 실장. 그런 줄 알면서도 마음이 시키는 일이라 그런지…."
은수는 그동안 그가 보인 배려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의 배려는 치밀하고 칼 같기만 했다.
매우 세심하지만 열정이 없는 건조한 사막 같은 느낌이었다.
네 사람은 자연스럽게 모텔로 향했다.
장금련과 김미정은 마지막 순례가 섹스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강호야, 난 아무래도 오늘은 힘들겠다. 내일 새벽같이 일도 있고 말이야."
속닥거리며 따라오는 장금련과 김미정을 뒤돌아보며 성대근이 나지막이 말했다.
"천하의 대물이 왜 빼고 그래. 혹시 물건 긴 놈들 중에 토끼가 많다는데 너도 그런 거냐?"
그 말에 성대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토끼라니? 너 인마, 내 물건 보고도 그딴 소리를 할 수가 있어?"
"어라, 흥분하는 거 보니 정말로 토끼 아냐? 1초면 끝난다는…."
변강호는 성대근의 옆구리를 찌르며 계속해서 농담을 지껄였다.
그럴수록 성대근은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
"이 자식이 진짜… 야,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냐? 너 이 자리에서 당장 내기 해 볼래?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아니면 아니지, 왜 열을 내고 그래. 얌마, 길어야 1시간이야. 설마 저 여자가 밤새
덤벼들까봐 겁나는 거 아냐?"
"그, 그건 아니고."
"너, 너무 오래 굶어서 긴장한 거야. 그럴수록 실전이 중요한 거 아니겠냐."
변강호는 성대근의 팔을 강압적으로 잡고 이끌었다. 변강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건 쉽지 않다.
이천의 이강재 역시 변강호의 악력에서 못 벗어난 전력이 있지 않은가.
"너의 그 훌륭한 물건을 많은 여자들이 누릴 수 있게 해줘야하는 거 아냐?"
말씨름 하는 사이 네 사람은 이미 모텔 앞에 도착했다.
의기양양하던 성대근의 얼굴이 창백했다. 네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성대근과 김미정이 앞에 서고 변강호와 장금련이 뒤에 섰다.
변강호는 술 취한 김에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본격적으로 장금련의 치마 속을 더듬기 시작했다.
손끝이 짜릿했다. 장금련이 변강호의 손을 잡았지만 거부의 뜻은 아니었다.
장금련의 엉덩이는 토실토실하고 탄력이 있었다.
손바닥만한 팬티로 가리기엔 너무 큰 엉덩이였다.
변강호는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다가 슬슬 밑으로 침투해봤다.
장금련이 몸을 비틀며 변강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라
잘 익은 사과 같았다. 그녀의 입에서 이미 뜨거운 숨이 흘러나왔다.
반면 성대근은 앞만 묵묵히 본 채 경직된 자세로 서 있었다.
변강호는 내친 김에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의 중심은 이미 미끈미끈했다.
변강호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짧은 치마가 손 드나들기 쉽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애무를 한다는 게 이처럼 짜릿하리라고는 상상해보지 못했다.
그녀가 단내를 뿜었다.
방문 앞에 섰다. 성대근이 주저하다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을 본 후 변강호도 맞은 편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이 닫히자마자 변강호는 장금련을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금련의 몸은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변강호는 벽으로 금련을 밀어붙인 채 셔츠를 벗겼다.
가려져 있던 금련의 젖가슴이 훌러덩 변강호의 눈앞에 나타났다.
변강호는 숨이 멎는 듯했다. 까만 브래지어를 걷어내자 빨간 앵두 두 알이
변강호의 눈앞에서 까닥거렸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