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가 소개하는 예수 그리스도
성탄절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온 세상은 성탄절을 기쁜 날이라고 부르고 즐거워한다. 그리스도의 탄생이 왜 기쁜 일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구원과 관련된다. 그런데 예수님의 탄생을 소개하는 복음서 기자들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기록한 복음서는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이다. 나는 마태복음을 읽으면서 마태가 소개하는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새롭게 깨달았다. 마태는 예수님을 ‘이스라엘’로 소개한다. 이 점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헤롯의 유아학살령을 피해 애굽으로 피신했을 때 마태가 호세아의 예언을 인용한 대목이다. 마태는 애굽으로 피신한 일을 ‘애굽으로부터 내 아들을 불러내었다’(호 11:1)는 예언을 이루어지게 하려 함이라고 설명한다.
호세아는 이스라엘 백성에 대하여 그들이 어렸을 때 하나님이 그들을 사랑하여 그들을 자기 아들이라 부르시고 애굽으로부터 불러냈다고 말했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기원이며 정체성을 가리킨다. 하나님이 그들을 애굽에서 건지시고 아들이라 부르시며 제사장 나라로 삼기 위하여 시내산으로 이끄시고 거기서 언약을 맺으셨다.
출애굽기 19장 6절과 7절에 나오는 언약선언문은 이스라엘과 하나님 사이의 언약이 체결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제사장 국가로서 열국을 축복하는 일을 맡았다. 이와 비슷하게 예수께서는 애굽에서 돌아오신 후에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하늘로부터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셨다. 그것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선언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이스라엘이 시내산에서 하나님의 대리인 국가로 공식적으로 선포된 것처럼 예수님도 세례를 통하여 하나님의 상속자로 선포되셨다.
그런 일이 있은 후에 예수께서는 바로 광야로 이끌리셔서 40일 동안 시험을 받으신다. 그 40일간의 광야 시험은 이스라엘의 40년 광야생활에 비견된다. 이스라엘의 경우 40년이 지나고 마침내 가나안 땅에 들어가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로 세워진다. 그들은 땅을 분배 받으며 12지파로 이루어진 나라로 세워진다. 이는 예수께서 광야의 시험을 마치시고 본격적으로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파하시고 12제자들을 모으시고 자기 백성 공동체를 세우시는 모습으로 재현된다.
마태의 예수님 이야기는 과거 이스라엘의 선택과 소명과 칭의와 영화의 과정이 재현된 것으로 그려진다. 이는 마태복음의 초두에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라’는 첫 문장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마태복음의 마지막에서 제자들에게 모든 민족에게 가서 그들을 제자로 삼아 주님이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명령이 주어진다. 이는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인 이스라엘이 시온의 백성으로서 행해야 했던 바로 그 과제와 임무였다.
마태가 소개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분인가? 하나님이 그 옛날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대로 이스라엘을 세우시고 그들과 언약을 맺으시고 약속의 땅으로 들이셔서 시온의 영광을 세상 만민에게 비치게 하실 것이었는데 그 일을 완성하시려고 보내신 분이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사명을 이어서 완성하신 분이며 새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를 세우시는 분이다. 그 공동체가 바로 교회다. 그런 점에서 교회도 이스라엘의 소명과 소임에 동참한 새 이스라엘이 된다.
베드로가 교회를 가리켜 택하신 족속이며 왕 같은 제사장이며 거룩한 나라요 하나님의 소유가 된 백성이라고 말하면서 하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해야 할 소임이 있다고 말한 것은 교회가 이스라엘임을 정확하게 지적한 말이다(벧전 2:9). 그런데 교회를 세우신 예수님이 바로 그런 신분과 목적을 가지고 오신 분이라고 마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분명하게 드러내어 설명하려는 것 같다.
마태가 예수님을 소개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다윗의 자손이라는 개념이다. 다윗의 자손이라 함은 이스라엘의 왕이라는 뜻이다. 마태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동방박사들에 대하여 들려준다. 그들은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분’을 찾아 경배하러 온 사람들이다. 요셉은 다윗의 가문에 속한 사람이다. 마태의 복음서에서 사람들은 예수님을 부를 때 ‘다윗의 자손’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예수님은 바로 그 이름 때문에 미움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서문에서 예수님을 혈통으로는 다윗의 가문에서 나셨고 부활하심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포되셨다고 소개했다. 마태가 소개하는 예수 이야기에 따르면 백성들이 예수님을 다윗의 자손으로 부르며 따랐고 기득권자들은 바로 그 이름 때문에 예수님을 죽였다. 그런데 하나님이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심으로 하나님의 아들로 선언하셨다. 예수님은 부활을 통해서 비로소 하나님의 아들로서 영광의 보좌에 앉으셨다.
이렇게 보면, 예수님은 새로운 이스라엘로 사셨고 새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인 교회를 세우셨고 죽음에서 부활하심으로 친히 다윗의 자손으로서 하나님이 영원히 세우신 왕이 되셨다. 그래서 초기 교회는 시편 110편을 인용하여 하나님의 영광의 오른쪽에 앉으셨다고 소개했다. 예수님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가지고 세상 만국을 통치하시는 만왕의 왕이 되셨다.
예수님이 세우신 교회는 예수님의 승천 이후에 새로운 이스라엘로서 예수님의 사역을 이어간다. 그리고 예수께서 지상에서 사역하실 때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좇아 순종하신 것처럼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시고 그 뜻을 펼쳐 나간다. 그런 점에서 교회는 예수님의 삶을 재현한다.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런 점에서 적절하다. 몸은 그 사람을 세상에 나타내는 실재요 실존이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로서 소임을 감당함으로 아브라함의 언약에 동참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을 ‘이스라엘 1.0’이라 부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새 이스라엘로서 아브라함의 언약을 실현하신 분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그분을 ‘이스라엘 2.0’[1]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아브라함의 언약에 동참하도록 부름을 받았다는 점에서 우리는 교회를 ‘이스라엘 3.0’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스라엘의 독특성은 그들이 아브라함 언약의 상속자이며 계승자라는 점이다. 그런데 아브라함 언약의 원형은 창세기에서 아담과 노아에게 주신 하나님의 축복선언에서 발견된다. 그것은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다. 생육, 번성, 충만은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축복선언이며 동시에 궁극적인 계획이기도 하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몸인 교회의 머리로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분이라고 소개했다(엡 1:23).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의 실체도 이스라엘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세상일 것이다. 그것은 만민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제사장으로 살며, 만민이 자신에게 주어진 구역을 잘 다스리는 왕으로 사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이루어지는 풍요와 번영의 세상은 다윗의 통치시대와 같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완성된 하나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원한 왕으로 통치하시는 세상이다.
마태는 예수님의 이름을 소개하면서 그 의미에 대하여 설명하기를,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하실 분’(마 1:21)이라고 했다. 그 백성이 죄에서 구원받을 때 어떻게 되는가? 그 백성은 하나님과 새 언약을 맺음으로 새 이스라엘로서 세워질 것이다. 그것은 열국을 위한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가 되는 영광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영원한 왕이신 주님을 섬기면서 다윗과 같은 번영과 풍요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받는 구원이다. 성탄절에 우리는 세상의 구주로 오신 주님을 환영한다. 그런데 그 구원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나는 예수님을 통하여 새 이스라엘로 다시 세워지며 이 세상을 향하여 하나님이 전에 계획하신 선한 일인 아브라함의 언약에 동참하는 것이며 이스라엘 3.0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열리는 충만하고 번영하는 세상이 하나님 나라다. 그 세상을 물려받는 것이 구원의 최종 목적이 아닐까?
이런 점을 생각하고 나서 내가 전에 구원에 대하여 이해한 것을 반성해 본다면, 나는 구원을 이 세상으로부터 건짐을 받아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은 성경 전체를 통하여 끊임없이 소개되고 강조되는 아브라함의 언약이나 이스라엘과 다윗 언약과는 동떨어진 개념이다. 그런 개념은 이 세상에 대한 책임 있는 관리자로 살아가도록 우리를 이끌지도 못하며 매우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며 내세적인 세계관으로 기독교인을 잘못 길들인다.
성탄절을 앞두고 마태가 소개하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이번 성탄절에 설교할 제목은 ‘난민 예수’다.
<끝>.
설교안 전문:
https://cafe.daum.net/Wellspring/Vhg4/20
[1] ‘이스라엘 2.0’이라는 단체는 미국의 청소년들에게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유대교를 소개하기 위하여 설립된 비영리단체다. 내가 말하는 개념은 이들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들에 대하여 소개하는 사이트를 소개한다(https://www.israel2point0.org/abou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