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했던 일은 복지관 앞마당을 정비하는 일이었다. 장갑을 끼고 잡초를 뽑고 죽은 메리골드를 뽑으면 되는 것이었다. 메리골드 끝에는 씨가 있는데, 그것을 털어주고, 뽑은 것들은 다 모아 퇴비장에 가져다 놓으면 됐다.
나와 동갑이자 신입직원인 쌤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혼자면 심심했을 것 같은데, 함께라 수다 떨며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일은 힘이 많이 필요했다. 메리골드는 숭덩숭덩 생각보다 잘 빠졌다. 오히려 작고 끈질긴 잡초 캐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예은이는 손이 빨랐고 나는 그거의 반이었던 것 같다. 밭을 매기란 쉽지 않았다. 오전 내내 일했지만 1/5도 못 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시작했다. 어르신 한 분이 “그거 다 하게? 못 혀~”라고 정겹게 말씀하고 가셨다. 거의 4시가 되었을 즈음 겨우겨우 4/5정도 마무리했을 때, 한 선생님이 ‘여기 기계 들어올 수 있다’라고 말하셨다. 기계로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 울타리와 가까워 기계가 못 들어오기에 수작업을 했던 것인데..!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작업을 멈췄다.
농업은 시기를 잘 계산해야 하고, 작물 특성과 알맞은 재배 환경도 알아야 하는 등 공부할 게 많아 배경지식이 전무한 나와 맞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치만 본질적으로 공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육체 노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농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는데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튿날에는 비가 많이 왔다. 이날은 신입 쌤과 하우스에 있는 식물 모종을 포트에 옮겨 담는 일을 종일 했다. 먼저 수레에 흙과 비료를 적정량 섞었다. 골고루 섞여야 뿌리가 상하지 않는다. 흙은 냄새가 좋았고, 쿠키같이 바삭해보였다. 섞은 뒤엔 포트에 흙을 채우고, 포트에 물을 뿌려 흙을 단단히 고정시킨다. 그리고 모종을 하나씩 뽑아 심으면 끝.
말은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종판에 자라난 새싹들의 양은 상당했고, 그 새싹들의 뿌리가 상하지 않게 하나하나 뽑아 옮겨 심어야 했다. “농업 돈 너무 적게 버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이렇게 수많은 노동의 과정을 거치는데 한 뿌리에 500원도 못 받을 거라는 게 ‘후려치기’로 다가왔다.
반복 작업을 신입 쌤과 수다를 떨며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비가 오는 고요한 시골 분위기도 좋았다. 농업에는 함께 할 사람이 꼭 필요한 것 같다. 청년이 없는 농촌에 청년이 정착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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