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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발렌(vitamin_2312@hanmail.net)
팬카페 : http://cafe.daum.net/ValenFancafe
제목 : THE WAY TO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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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Y TO PARADISE
: 천국으로 가는 길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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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나비 어디가!"
막 정원을 지나 일제전통식으로 지어진 그 곳에서 나와 택시를 잡기위해 찻길로 가는 도중
등 뒤로 들려오는 그 녀석의 목소리.
주시율에게 전화를 걸던 나는 핸드폰 플립을 반사적으로 닫아 녀석을 뒤돌아본다.
"왜 나왔어. 오늘 네 생일축하 겸 모인건데. 들어가."
"어디가냐고."
"그냥 급하게 갈 곳이 생겨서…"
"…아버지랑 형이랑 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만큼 급하게 갈 곳이 어딘데."
그래 녀석은 알고있다. 내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란거.
아저씨와 오빠와 함께 있는 시간만큼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도 없다는 사실을 녀석은 잘 알고있었다.
녀석의 집요한 시선과 질문에 마땅히 대답할 거리를 찾지 못한채 고개를 숙이는 나.
"약혼 이야기는 내가 알아서 잘 말할테니까 신경쓰지마.
갈 데 없으면 나랑 밥이나 먹으러가자. 너나 나나 제대로 못 먹은거 같으니까."
라며 내 손을 잡는 녀석, 그리고 그것을 뿌리치는 나.
"또 왜."
"갈 곳 있다고 했잖아."
"어디가는데."
"너한테 알려줄 이유 없어."
단호한 내 목소리에 왜 이렇게도 작아보이니. 강래인 너 왜 이렇게 작아보여. 이런거 네 모습 아니잖아.
나쁜남자 못된남자, 그게 강래인이잖아. 근데 지금 왜 이렇게 따뜻해.
왜 이렇게 몰라보게 변해서 사람을 힘들게 하니. 지금 이나비는 네 따듯함, 관심, 사랑 모두 낯설어.
낯설 뿐만 아니라 두렵고 무서워.
이기적인 내 마음이 결국 널 사랑한다고 말할까봐.
기어이 나 혼자 망가진것으로 모자라서 강래인 너까지 다치게 만들까봐.
"하아- 왜 이러냐 진짜. 이나비 왜 이렇게 변했냐."
"……………."
"그래 내가 이런 말 할 자격 없지. 그런 말 할 자격도 없는 새낀거 알겠는데. 너 너무 무섭게 변했잖아.
이나비 너무 무섭게 변했잖아. 왜 이렇게 숨도 못쉬게 강래인 힘들게 하고 그러냐.
예전처럼 강래인 사랑해줄순 없어도 그렇게 매정하게 뿌리치지 마, 멀어지지 마 차갑게 보지마."
"대체 나한테 왜 이래."
대체 나한테 왜 이래. 대체 왜 이렇게 나를 흔들어 놔.
사랑을 원할 땐 그 렇게 잔인하게 날 뿌리치더니. 아무것도 줄수 없는 이나비에게 왜 이제서야
사랑을 원해. 왜 이제서야 사랑해.
"나 좀 내버려둬. 제발. 강래인 부탁이야. 너야말로 변하지마. 네 모습 나 너무 낯설어.
그냥 예전처럼 차갑게 무뚝뚝하게 이나비 벌레보듯 봐. 제발 그래줘. 나 너 너무 낯설고 무서워.
이나비 사랑하지마, 이나비를 사랑한다는 강래인은 무섭도록 낯설어."
"…하. 미쳤어?"
"나 하나도 안미쳤어. 제발 나 좀 내버려둬."
"싫어. 그렇게 못 해. 못된 강래인 이나비한테 잔인하게 대하고 함부러 대한거 알아.
근데 적어도 과거에 난 이나비한테 강래인 사랑하지 말라는 그런 가슴아픈 소리는 한적 없어."
어디도 가지 못하게 내 팔목을 꽈악 잡고 외면하지 못할 만큼 슬픈 눈동자를 하고있는 녀석.
조금 더 찝어 말해서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그 모습이었다.
쓸쓸해보이는, 지독히도 씁쓸한 얼굴. 내가 사랑한 그 모습을 한 녀석은 그렇게 말 한채 내 팔목을 잡은채
날 놓아주지 않는다.
"사랑해."
내가 사랑한 그 모습을 하고서 녀석이 그렇게 말한다.
난 또 그런 그 녀석을 향해 잔인해 져야만 했다. 내가 더 아플걸 알면서도 말한다.
"…웃기다, 웃겨 강래인. 꼭 나 철봉에 메달려서 세상을 거꾸로 보는 느낌이야.
너 어떻게 이렇게 달라지니.
우리 사이 무슨 부침개 뒤집듯이 한번에 뒤집어져선 상황 대 반전. 우리 둘 왜 이렇게 변했니.
불과 3년전까지 이나비를 잔인하게도 짓밟던 강래인이 3년이 지난 지금 내 팔목을 잡고 말해.
사랑한다고.
하하. 웃겨 정말. 웃겨 정말. 제발 그만해. 재미없어. 네 이런 모습 낯설고 무서워."
무서워. 그러니까 제발 그만해 래인아.
그냥 거짓말이였다고 해. 그저 소유욕에 눈이 멀어서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나비를
참을수가 없었다고 그렇게 말해. 그럼 되. 그럼 또 3년전과 똑같을 뿐이니까.
다를 거 없으니까. 그냥 그렇게 말해줘.
거짓말이라고. 웃기지 말라고. 착각하지 말라고.
강래인은 이나비 사랑하지 않는 다고, 사랑따위 하지 않는다고 말해줘.
그냥 해 본 말이라고. 내 장난감이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분했을 뿐이라고 그냥 그렇게 말해줘.
예전처럼 잔인하게 날 짓밟아줘.
아무리 안된다고 말해도 널 향해 반응하는 이 심장을, 자꾸만 커져가는 이 사랑을 잔인하게 짓밟아줘.
"철봉에 거꾸로 메달린것도 아니고, 부침개 뒤집듯 뒤집어진것도 아냐.
원래 이 모습이였어. 이나비만 몰랐던거야. 강래인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이나비 바라보고 지켜오고
사랑했어. 12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나비만 봐왔는데 그걸 이나비만 몰랐을 뿐이지.
변한것도 달라진것도 없어.
그 자리에서 단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이나비만 보고 있었어.
단지 조금 멀리 있었을 뿐이야. 그것도 이나비가 다칠까봐 무서워서 조금 멀리 있었을 뿐이야.
강래인은 항상 이나비만 보고있었어."
"…………."
"변한거 없어. 이나비만 몰랐을 뿐이지."
녀석의 까만 눈동자가 나를 향한다. 슬프게 빛나는 그 눈동자가 나를 향하고 그 눈동자가
나를 아프게 한다. 미치게 만든다.
"아니 강래인 너, 무섭도록 많이 변했어."
"이나비도 마찬가지야. 강래인 무섭도록 이나비 변했어."
"넌 지긋지긋 하게 변했다."
"강래인이 변하는 이유는 항상 이나비 밖에 없어. 강래인은 이나비 때문에 변해."
강래인이 변하는 이유는 항상 이나비 밖에 없어, 강래인은 이나비 때문에 변해.
녀석의 그 한마디가 가슴 깊숙히 못 박혀 목이 메여온다.
"제발 그만해."
"…생각해보니 이거 병신이네, 어떻게 12년동안 모르냐."
"그만해 강래인."
"티도 많이 났는데. 다들 티 난다고 했었는데…."
내 말을 듣는건지 마는건지. 분명 날 바라보는 녀석인데도 마치 내 말이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내게 말하고 있는 모습이 날 슬프게 만든다. 왜 이렇게 변했어, 강래인.
"그만하라구."
"하여튼 둔팅이. 꼭 말로 해줘야 아냐. 12년동안 얼마나 맘고생 했는…"
"그만, 그만. 그만하라구!!!!!!!!!!!!!!!"
"……………."
녀석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결국 녀석의 말을 자르고 들어가서는
기어이 눈물을 쏟아내며 악에 바친 듯 녀석을 향해 고래고래 악을 지르는 나와 잡고있던 내 팔을
놓치고 마는 녀석. 녀석의 까만 눈동자가 잠시 동안이나마 흔들렸다.
"뭘 그만해."
그러나 잠시였다. 조금은 따뜻했던, 낯선 목소리에서 차갑게 변한 놈의 목소리에
쭈뼛하고 온몸에 신경이 곤두선다.
"…………."
"하아- 씨발, 또 너 사랑하지 말라는 그런 개 소리할꺼면 닥쳐."
"제발 그만, 그만하자."
"뭘 그만해. 네가 원하는게 뭔데."
냉기가 풀풀 날리는 말. 차디찬 그 시린 눈동자가 나를 차갑게 얼려버린다.
3년전 내가 사랑했던 그 모습 이것만, 그때와 다르게 너무 아팠다.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녀석의 냉기가 풀풀 날리는 말에 시니컬한 눈동자였는데.
지금은 왜 이리도 아픈건지. 낯설다고 외쳐놓고서 그새 난 그 녀석의 변한 모습에 적응 해버린걸까.
차갑게 혹은 무심하게 나를 향해 물어오는 그 눈동자에게 말한다. 녀석에게 말한다.
"네 감정 나한테 낯설고 무섭고 부담스러워. 거북해, 싫어."
"그럼 신경꺼."
"제발, 제발 이러지마!!!!!!! 그만해. 낯설어! 무서워! 부담스러워! 거북해! 싫어!
싫다구! 제발 이러지마. 강래인 제발 이러지마…."
미친여자처럼 길 한복판에서 녀석의 팔 하날 잡고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하는 나.
"…………."
대답없는 녀석을 두고 녀석의 따뜻한 오른쪽 손을 잡고 주저앉은 내가 그렇게 엉엉 울어버리고 만다.
미안해, 미안해. 래인아 미안해.
"흐으윽-
제발 이러지마, 싫어 너무. 그냥.그냥 너와 좋은 친구가 되고싶어."
거짓말. 그리고 친구로라도 너의 곁에 남고싶은 내 욕심.
눈물로 애원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애원하고 있었고 녀석은 대답이 없었다.
그저 대신 매케한 담배냄세가 코끝을 자극한다. 녀석을 올려다 본다.
내가 좋아하는 그 모습이었다.
지독히도 쓸쓸해보이는 그 얼굴, 그 눈동자.
멍하니 허공을 응시한 채 담배를 태우던 녀석이 나를 내려다본다.
"…내가 그렇게 싫냐."
전혀 높낮이가 없는 녀석의 목소리였다. 알싸한 담배냄세가 코끝을 자극한다.
나를 내려다보는 그 녀석의 그 까만 눈동자가 지독히도 쓸쓸했다.
내가 사랑한 그 모습을 하고서 날 내려다보는 그 녀석이 묻는다.
내가 사랑한 그 모습을 올려다보며 눈물에 흠뻑 젖은 내가 말한다.
"……끔…찍 해…."
나는 잔인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그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나를 지독하게 애타게 원하는
그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말 고집스럽게도 말하고 만다. 목에 꽉꽉 막히는, 뱉어내는 도중도중
내 온몸 구석구석을 긁고 지나가버리는 그 말을 하고 만다.
"…끔찍하게 싫어. 더 이상 다가오지마."
뾰족한 가시가 사방에 달린 그 말을 끄집어내고 끄집어 낸다.
내 마음이 더 아픈 그 말.
입밖에 나오기 전까진 내 안에서 나를 아프게 하더니 이제 녀석을 아프게 하는 걸까.
지독히도 아픈 눈, 지독히도 쓸쓸해보이는 모습. 내가 사랑하는 모습을 한 녀석이 아파하고 있었다.
정말 끔찍한건 네가 아니였는데. 네가 아닌데.
"…끔찍까지 하냐, 씨발 무섭다 이나비. 3년전엔 날 사랑한다고 말하더니 지금은 내가 끔찍하데.
진짜 무섭게 변했네. 인정해야겠다 진짜."
"…………."
"12년 동안 사랑했어. 한 순간에 모래성 처럼 와르르 무너질 사랑 아니야."
바보야, 고집부리지마. 그렇게도 모르겠어?
"네가 정 내가 끔찍하다면 네가 원하는대로 해줄께. 하-
끔찍하다는 말 한마디에 진짜 강래인 단박에 무너지네. 오래걸릴지도 몰라. 그때까지 그냥 내 마음 모른척 해.
들은 적도 없고 알았던 적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 내 마음에 오늘부로 신경꺼. 네가 원하는 대로 그 빌어먹을
새끼로 돌아가 줄께. 그럴께. 끔찍히도 싫다는데.
무섭다는데, 낯설다는데 부담스럽고 거북하다는데. 이나비가 원하는대로 해줘야지."
"…………."
무섭도록 차가운 얼굴을 한 그 녀석이 말한다.
그러고서 이내
"끔찍히도 싫다는데, 내가 더 해줄수 있는게 이것 뿐이네…."
…………!
철렁,
녀석이 내가 잡은 그 손을 놓아버린 순간 철렁하고 심장이 내려 앉는 느낌이 받고 말았다.
내가 부여잡고 있던 자신의 그 손을 냉정히 빼내어 버리는 녀석.
내가 주저앉아 잡은 그 손을 차갑게 빼내는 녀석. 아니 정확히 말해 내 손을 뿌리쳐낸 것이었다.
쳐내지는 그 순간 녀석의 손이 무섭도록, 너무도 차가웠다면 내 착각이였을까.
담배를 발로 지져끄고서 새 담배를 문 녀석이 조용히 내게서 멀어져간다. 뒷모습 마저 아파보여서
내 가슴이 더 슬프고 애달프다. 분명 눈물젖은 그림자였다.
내가 사랑하는 그 쓸쓸한 뒷모습을 한 녀석이 내가 너무도 끔찍히도 사랑하는 그 낮은 보이스로
들릴 듯 말 듯 내게 말한다.
"…그래도 끔찍하단 소린 하지 말지 그랬냐. 잔인하다 이 나비."
멀어져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운다. 멀어져가는 만큼 눈물에 번지는 녀석의
뒷모습에 마음이 쓰리고 저리다가 이내 없어져버리고 마는건지 멍청히 바보처럼 주저앉아있는 나.
지이이이잉.
그런 내 빈틈을 견딜수 없었던건지 때 마침 울리는 핸드폰 진동, 주시율이었다.
이젠 사라져버린 녀석의 마지막 점으로 남아있던 그 곳을 주시한 채 플립을 연다.
잔뜩 메여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억지로 쥐어짜낸다.
"여…보세요."
'조민이 보고싶으면 한시간 반 뒤 늘 푸른 공원뒤 공사장으로 와.'
뚜욱.
제 할말만 전한채 뚜욱 끊겨버린 전화. 현재시각이 9:30분이니 10시 30분까지 가면 되겠구나.
눈물을 닦아내고 일어선다. 녀석이 걸어간 그 길로 나 또한 걷는다. 아직도 녀석의 체온이 남아있는 내 손.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체 걷는 내게 또 다시 핸드폰의 진동이 느껴진다.
또 주시율인가 하고 액정을 들여다보지만 이번엔 은희다.
얼마전에 풀긴했지만 여전히 아직 어색해서 잠시 액정을 들여다보다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야 열두시까지 집으루 와. 너희 집. 강래인 깜짝 생일파티 준비중이니까.'
"아. 저기…."
'열두시까지 와라. 강래인한텐 비밀루 하고 밥 먹고 다시 병원으로 보내. 넌 그전에 와서 같이
음식이랑 준비좀 하자. 끊는다'
또다시 끊겨버린 전화를 허망하게 바라보던 내가 눈물을 닦아 내고서 일어난다.
약속시간까지는 아직 한시간 반이나 남아있었다.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안잡혀 정처없이 걷다가
택시를 잡아타는 나.
녀석의 생일선물을 사기위해 시내로 향한다.
-THE WAY TO PARADISE-
"…흐으음."
여기 저기 돌아다녀 보지만 뭘 사줘야 할지 잘 알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녀석과 알고 나서
녀석이 한국에 없던 삼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생일을 챙기지 않는 다거나 선물을 주지 않은적은 없었다.
단지 모두 어김없이 버려져서 문제지. 못된 놈.
꼭 그렇게 눈 앞에서 버릴건 뭔데. 날 좋아했다면서. 적어도 이번엔 버리지 않으려나….
"…후우."
그래도 그 녀석 내 생일을 잊진 않았었다. 무성의하게 그냥 던저주는 선물이긴 했다.
그것도 일명 '강래인추종자'들에게 받은 선물들 중 아무런거나 집어서 나에게 팩하니 '너 가져라'라는
한마디를 하면서 정말로 던져주곤 했었다.
아무거나 집어 던져주긴 했지만 선물들은 무척이나 맘에 드는 것들이였지.
시계를 해줄까. 시계는 해준 적 있었다. 물론 포장이 뜯어지지도 않은 채 버려졌었지만.
그저 한 집사는 가족 혹은 친구인 그녀석과 나.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
3년전까진 그렇게 고민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주고싶은 것을 주면 됬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선물을 가려야 하는 실정이었다. 사실 옷이나 모자 등등 잡다한 것들 모두
선물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고민이었다. 물론 쓰레기통으로 던져져 나를 초 비참하게 만들었었지만.
결국 강래인 주변의 다른남자애들이 아깝다며 쓰레기통에 던져진 선물들을 꺼내곤 했었지만.
여튼 선물이란 걸 해줘야 하긴 할 것 같은데 뭘 해줘야 할까.
선물도 걱정, 이따 녀석 얼굴을 보는것도 걱정이었다.
벌써 선물코너를 두바퀴째 돌고 있었지만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아, 거기 그 매장에 지포라이터 정말 이쁘더라. 내가 흡연자였으면 당장에 사는건데.
그 가게 주인 봤어? 잘생겼드라아."
"난 나중에 우리 자기 선물이나 해줘야겠다."
지포라이터라는 단어에 솔깃 하는 귀.
그 여자 둘의 뒤를 따라붙으며 대화를 엿듣는다. 그래 그거다.
이건 뭐 라이터를 사주면 담배 피라고 권하는것 같긴 하지만. 어차피 끊을 놈도 아니고 지금 쓰고있는
지포 라이터 제법 낡아보이던데. 거기다 좀 웃기지만 그 녀석 담배 필 때 참 멋있으니까.
"…저기요."
두 여자의 뒤에 붙어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내가 두 여자에게 중얼이듯 말한다.
그러나 내 목소리가 들린건지 당황하는 빛으로 나를 돌아보는 두 여자.
"저 죄송한데 그 지포라이터를 파는 매장이 어디있나요?"
"아아. 거기요? 여기 나가셔서 쭉 걷다가 코너 하나 돌으시면 새로 개업한 'Tobacco'라는
곳이 있어요. 무슨 수입담배부터 라이터 등등 잡다한 거 팔던데…….
근데 라이터가 제법 비싸던데. 뭐 다 정품이라나 뭐라나. 여튼 가보세요."
"아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그녀들은 비흡연자들 인 듯 나를 조금 위아래로 훑어보더라. 아무래도 내가 담배를
핀다고 생각하나 보다. 뭐 안피는 건 아니니까. 어느새 발걸음이 빠르게 그 곳을 나와 그 여자의 설명대로
길을 걷는다.
그리고 코너를 돌자 'Tobacco'라는 가게가 보인다. 뭐랄까 특이하고 묘한 분위기의 외관에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제법 구경중인 모습이 보이고 나 또한 그 곳으로 들어선다.
라이터와 담배가 주업종인 듯 싶고 그 외에도 문신과 피어싱을 전문으로 해주는 곳이었다.
주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내 팔과 등 날개뼈에 있는 타투를 본건지 제법 호기심 있게 다가온다.
"이야 그 타투 돈 좀 많이 들였겠네요. 타투하러 오신거에요?"
얼굴은 남자답게 생겨서 살짝 무서워 보였는데 막상 말을 걸어온 남자는 왠지 모르게 순진함이 묻어나온다.
그 언밸런스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고 머리를 긁적이며 웃어보이는 남자다.
"…아. 죄송해요, 타투는 아니고. 라이터 좀 보려구요."
"아아. 본인이?"
"아뇨. 선물이요."
"아아. 남자친구우---"
그 남자는 말 끝을 길게 늘이며 지포라이터가 진열된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나를 향해 말했고
나는 그저 작게 웃어보일 뿐이다.
"…이 쪽은 가격이 좀 쎄. 일단 순은도 많이 들어가있고 기스도 쉽게 나지 않고 지포를 열었을때의
기름 냄세도 나쁘지 않고 요쪽 건 진짜 좋은거라 열었을때 찰캉찰캉 소리부터 다르지.
여기 듀퐁라이터는 아주 명품으로 들고만 있어도 간지가 좔좔 나고. 지포사의 지포라이터는 가격은 듀퐁
보다 조금 저렴하지만 뭐 실용적이고 평생AS야.
요쪽은 아까 저쪽 보다 가격이 좀 약하지. 보통 학생들이 많이 사가.
여튼 지포라이터 하면 남자들의 로망이지. 그 남자 담배에 불 붙일때마다 네 생각을 할꺼야."
"불 붙일때마다 내 생각을 한다라…."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중얼거리며 진열된 라이터들을 둘러본다. 종류가 엄청 다양하다.
확실히 비싸다고 한 쪽은 문양도 이쁘고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학생 같은데 이쪽에서 사. 더 싸게 해줄께."
그가 오른쪽의 가격이 낮은 곳의 라이터들이 진열되있는 쪽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 곳엔 아무리 둘러보아도 눈에 띄는 라이터가 보이지 않았다. 종류가 너무 많아 막 눈이
아파오는데 문득 내 눈을 사로잡는 라이터 하나.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응? 이거? 이건 가격이 좀 쎌텐데."
"괜찮아요. 보여주세요."
머리를 긁적이던 그 남자가 유리진열대 안의 그 것을 꺼내어 올려 놓는다.
은색의 깔끔한 지포라이터 위에 새겨진 나비. 그 나비문양만 유독 보라빛이 나는데 무척이나 예쁘다.
"…진짜 은 들어서 고가야. 그게 이쁘긴 해. 그 정교한 조각하며 그 보라빛 나비 문양의 몽환적인
느낌을 주지. 매력적이야. 빛에 비추면 더 예뻐. 소리도 한번 들어봐."
남자의 말에 지포라이터 뚜껑을 엄지로 밀어 연다.
찰캉- 찰캉.
맑고 청아한 기분 좋은 소리였다. 살짝 스며 나오는 기름냄세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너무도 예뻤다.
보라빛이 나는 나비 문양. 그 남자의 말대로 조명 아래서 지포라이터를 이리저리 움직여보자
정말로 더 예뻐 보였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의 매력적인 지포라이터다.
"이걸로 할게요."
"좀 비싼데…."
"괜찮아요. 선물할꺼니까 포장해주세요."
"…이게 메이커에다가 수공이라 좀 많이 비싸. 23만원."
그저 웃으며 카드를 내밀자 고개를 끄덕인 남자가 카드로 계산을 한 후 라이터를 원래 박스상자에
넣는다. 포장을 하려는지 포장지 여러장을 꺼낸다. 뭘로 하고싶냐고 묻는 듯 이것 저것을 내 눈앞에
흔들어보였고 난 녀석과 잘 어울리는 블랙의 포장지를 선택했다.
"남자친구가 좋아하겠다. 나중에 헤어져도 이 라이터만 보면 너 생각할껄."
"…………."
남자친구가 아니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왠지 입이 꾹 닫혀서는 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못됬다 이나비. 결국 강래인처럼 너도 무서워 하고 있잖아.
정말로 녀석이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을까봐. 돌아서 버릴까봐 겁먹었잖아.
"이 라이터 이름이 'Butterfly Effect' 그러니까 우리말로 '나비효과' 였어.
이 라이터를 디자인한 남자가 한 여자의 단순한 작은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에 마치
바다위를 표류하는 배가 거대한 폭풍을 만난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지.
그 남자가 그 여자를 미친듯이 사랑했다고 하더군.
그 사랑이 이루어졌는지는 나도 몰라, 듀퐁사의 수석디자이너 였는데.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사표를 내고 어디론가 꽁꽁 숨어 잠수를 타 버렸다더군. 아무래도 그 여자와
잘 안됬나봐. 쿡쿡."
가게안의 이것저것을 구경하는 내게 그가 웃으며 설명한다.
나비효과라…. 그 녀석도 나비효과인건가.
"…아아."
"지포라이터에도 다 숨겨진 로망스와 사연들이 있는거지. 자 됬다."
그가 검은색의 심플한 포장지로 포장된 선물상자를 내 민다.
제법 손재주가 있는지 포장이 그럴 싸했다. 그가 손바닥보다 좀 더 큰 상자가 들어갈 만한 작은 쇼핑백에
그것을 담아 주었고 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이쁜이, 다음에 또 와! 남자친구랑 오래가고!"
그 곳을 나와 케잌을 사려다 문득 든 생각에 시계를 바라본다.
어느새 녀석 선물때문에 고민하고 돌아다니고 'Tobacco'에서 시간을 보냈더니
어느새 10시가 넘어버렸다. 빵집을 들어서다 급히 몸을 틀어 시내외곽의 차가 다니는 도로로 향한다.
빈 택시를 향해 손을 뻗었고 곧 내 앞에 멈춰서는 택시에 올라탄다.
"**동 늘 푸른 공원이요."
한산한 도로위를 달리기 시작하는 택시.
선물한 지포라이터가 든 쇼핑백을 쥐어잡은 손끝에서부터 묘한 기분이 나를 엄습해오고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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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지포라이터 메이커 중에서 듀퐁과 지포는 정말 있습니다.
물론 그 수석디자이너에 얽힌 나비효과 비화는 저의 개뻥이구요..-_-; 실제나비효과란
라이터는 존재하지 않을거에요 아마도.
여튼 이것때문에 지포라이터에 좀 알아봤는데 이쁘더군요.으흣.
* 나비효과: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N. 로렌츠가 처음으로 발표한 이론이지만 나중에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반적으로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로 쓰인다.
첫댓글 재밌어요. 둘은 또 엇갈리는군요ㅠㅠ
설마또그선물못주는건아니겟죠ㅠ_ㅠ..
긴장되요ㅠㅠㅋㅋ선물 전해주게해주세요ㅜㅜ,.ㅋㅋ님 화이팅
꺄악 어뜩해 이거빤낭 결과 내려주시면 안되요??ㅠㅠ
"나비효과"라이터 있음!!!!!!!ㅜㅜㅜ 지포 돌댕기다가 찾았음!!!!!! BUTTERFLY EFFECT 라이터가 있었다!!!!!!!발렌님짱짱,ㅋㅋㅋ
후앙~~ 제발 둘이 잘되게 해주세용~~~!!!!
..라이터,.. 정말 특별하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