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
* '숫눈'이란?
눈이 와서 덮인 후에 아직 아무도 지나지 않은 순백의 상태.
‘숫처녀’, ‘숫총각’, ‘숫음식’ 따위의 말에서 접두어 ‘숫-’은 ‘다른 것이 섞이거나 더럽혀지지 아니한, 본디 생긴 그대로’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리고 숫눈이 쌓인 길을 ‘숫눈길’이라 한다. 눈이 쌓인 모습에 ‘순결함’의 인상을 투영시킨 말이다. ^^
🍒 '시(詩)와 노래'를 좋아하며 '자유(自由)로운 영혼' 이고픈 '달사랑(M.L)'의 트레킹 노트 中에서 ...... ^♡^
요즘 몇일째 한파주의보에 엊그제 내린 눈도 제법 쌓였지만, 춥다고 마냥 집에만 있을 순 없다. 겨울은 추우니까 겨울이지. 'Latte is horse'를 외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의 겨울에 비하면 사실 요즘은 그리 추운 것도 아니다. 어릴 땐 낮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부지기수고, 영하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도 꽤 많았으니까.
2022.12.17(토)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달 12월도 절반이 지나고 벌써 세번째 토요일이구나. 세월은 쉬지않고 빠르게 잘도 간다. 이틀이나 쉬었으니 오늘은 어디든 걸어야 할텐데...... 하지만 생각만 있을 뿐 미적미적대다가 또 시간만 간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과감히 방탈출을 감행한다.
이리하여 사전에 계획도없이 시작된 겨울날 오후의 트레킹 !
동네 한바퀴로는 성이 안차고 지난번 미처 못걸은 남동둘레길 4코스를 걸어볼까? 난이도 중급으로 되어 있으나 비교적 짧은 코스니까 해가 짧은 요즘도 오후에 가능한 거리긴 한데.....
몇일 후면 절기상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니까 엄청 짧은 낮이 점점 더 짧아진다. 17:00만 조금 넘으면 벌써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니까. 하절기도 아닌데 다소 무모해보이는 오후의 트레킹을 그것도 눈 덮힌 산길을 한파주의보 속에 ?
문제는 또 있다.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다는게 함정. 집에서 약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곳인데...... 내 발걸음은 생각보다 빠르게 어느새 지하철역에 닿아있었다. 까짓거 한번 가보지 뭐. 조금 부지런히 걸으면 되겠지.
2022.12.17(토) 오후에 집을 나선다. 지하철을 두 번씩이나 환승. 인천지하철 2호선 인천논현역에 하차해 걷기 시작한다. 시간은 이미 14:30을 넘어서고 있는데...... 인천 남동둘레길 4코스는 3코스 종점 청년미디어타워에서 부터 약6.5Km이며 난이도 중급코스로 2시간이 소요 되는 걸로 되어있다.
중급이라고한 이유는 듬배산, 오봉산을 지나기 때문인 듯 한데 그리 높지 않은 산이므로 남동둘레길만 놓고 봤을 때 중급이 아닐까 한다. 오봉산 봉우리를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하니까 평지길보단 당연히 쉽지않고 운동도 많이 되는 길이겠지.
인천논현역 3번 출구로 나가서 청릉대로로 직진하다가 첫번째 사거리에서 논현고잔로로 우회전하면 저만치 인천 논현경찰서 건물이 보이고 맞은편 우측에 스탬프북에 소개된 논현2동 행정복지센터가 있다.
본래는 청년미디어 타워에서 시작해서 논현고잔로를 따라서 약 1Km를 걸어 와야하나 이미 걸었으므로 논현역부터 이어 간다. 눈이 제법 두텁게 쌓인 인도에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뽀드득 소리가 난다. 날씨는 예상보다도 훨씬 더 춥다. 내가 옷을 너무 슬림하게 입었나보다. 장갑도 놓고 나와 손 끝이 엄청시리고 최근에 걸었던 날씨중 가장 추운 듯한데. 아직은 낮시간이라 그나마 버틸만 한데 해 질 무렵이면......?
빛의 속도로 걸어야지 마음은 먹었으나 길이 다소 미끄러워 신경이 쓰인다. 은봉로와 만나는 삼거리에 이르러 횡단보도를 건너 산자락으로 통하는 길로 접어든다. 높이 약 50여m의 듬배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남동둘레길 이정표 번호 246번이 눈에 들어온다. 과연 몇번까지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고......
비록 낮은 산이라도 경사가 살짝 있으니 눈이 쌓인 산길은 미끄럽다. 아무리 급해도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자칫하면 빨리 마치긴 커녕 아예 낭패를 보기 십상이니까. 생각만큼 속도를 막 낼 수 없다. 이정표상의 5봉 방향으로 간다.
인천종주길 7코스 일부를 잠시 역방향으로 지나가는 길이다. 서해랑길 리본도 눈에 띈다. 오늘도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천종주길 이정표보다 서해랑길 리본을 따라서 가는게 길 찾기도 쉽고 길 상태도 조금 더 좋다는 것이다. 잠시 갈라져도 결국은 곧 다시 만나며 두 길이 끝까지 거의 같이 가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해서 5봉 안부에서 오늘은 그냥 이정표에 충실하게 4봉을 향해 걷는다. 5봉 사진이 없는 이유다. 예전에 인천 종주길을 걸을 때 몇백m 떨어진 5봉에 들렸으므로.....
그리 높지도 험하지도 않은 육산이라 눈 덮인 산길이 운치는 있다. 오봉산 봉우리를 하나씩 전부 오르고 내린 끝에 마침내 제1봉에 도착한다. 높이는 100여m밖에 되지 않는 산이지만 만만하진 않았다. 마음은 급하고 다소 미끄러운 경사구간도 있는데 봉우리마다 계속 오르내림을 반복하다보니......
오봉산 제1봉에는 넓은 전망 데크 쉼터가 있고 운동기구도 있었다. 잠시 잊고있던 인천종주길 7코스 스탬프함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래산이 좌측 가까이 보이고 우측으로 소래습지 생태공원이 보인다. 오늘도 시계가 그닥 좋지는 않지만 멀리 남산 서울타워와 제2롯데월드 타워도 희미하게 보인다.
이미 해가 많이 기울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걸어온 탓에 땀도 살짝나고 몸에 열이 막 나서 다행히 처음보다 추위는 덜하다. 손끝도 덜 시린걸 보니 아직은 혈액순환이 잘 되고 있는 건가? ㅎㅎ 하지만 빨리 걷느라 옷 속에 살짝 배어난 땀이 멈춰서면 곧 식어서 춥다. 목만 잠시 축이고 바로 오봉산을 내려간다.
경사가 제법 있는 긴 내리막이지만 다행히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계단이 없는 구간엔 밧줄이 매어져 있어 다소 미끄러운 경사면도 하산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날도 춥고 좀 늦은 시간인데 오봉산을 오르는 사람이 간간이 있다. 아마도 1봉 전망데크까지만 다녀올 주민들로 보인다.
오봉산을 반쯤 내려오니 멀리 자동차 전용도로에 헤드라이트 불빛들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해는 어느덧 서산을 넘어 가기 직전이다. 마침내 산에서 내려서니 서해랑길 이정표가 먼저 보인다. 남동체육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인천종주길과 함께 잠시 역방향으로 온 것을 알 수 있다. 인천종주길을 걷던 때의 오봉산 생각이 이제야 어렴풋이 난다.
전봇대 한 켠엔 조그만 인천종주길 이정표도 있고, 남동둘레길 바닥 이정표가 눈에 덮힌 채로 오봉근린공원을 가리키고 있다. 가로등 불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오봉근린공원도 그간 많이 달라졌다. 잘 단장된 아담한 공원에서 남동둘레길 4코스 '희망 이음길' 마지막 종점 스탬프를 찍는다. 인천논현역에서 약 한시간반쯤 걸렸고 트랭글상 거리는 약 4.5Km 나왔다.
3코스 종점(4코스 시점) 청년미디어타워부터 인천논현역까지 약 1Km 쯤 되니까 남동둘레길 4코스의 거리는 약 5.5Km가 채 안되는 셈이다. 스탬프북에서 안내한 6.5Km보다 약 1Km 이상이 더 짧구나.
인천도림초등학교앞을 지나 큰 길로 조금 나가니 논고개로다. 인근에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도림주공1단지'라고 되어있다. 17:00이 좀 지났을 뿐인데 벌써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있다. 연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가 가까워졌으니 한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다행히 버스 노선이 여럿 있고 배차간격도 비교적 양호한 듯 하다. 해가 지고 땀이 식으니 추위가 더 많이 느껴진다. 속이 비어서 그런 이유도 있는 듯하여 저녁을 먹고 갈까도 했으나 버스가 곧 온단다. 건너편 정류장으로 가서 16-1번 버스로 인천논현역으로 윈점회귀해서 일정을 종료한다.
열차시간도 딱 들어 맞아서 오늘 저녁은 집에서 먹는 걸로...... 잠시 이동식(간식)으로 허기를 면하고 열차에 오른다. 이렇게 4코스 '희망 이음길'이 종료되고 남동둘레길은 이제 2코스 '향기 가득길'만 남기고 있다. 순서대로 걷지 않은 탓에......
2코스는 약 10Km의 길로 난이도는 중급코스로 되어있는데 인천대공원 내의 상아산과 관모산을 넘기 때문인 듯 하다. 지난 번 3코스를 변형코스로 걷느라 남겨진 3코스 초반부를 마저 이어 걸으면 소래포구까지 총 거리는 약 15Km 정도가 된다. 소래포구역이나 월곶역에서 마칠 계획이다. ^^
인천 지하철 2호선 인천논현역 3번 출구에서 직진 / 그늘진 인도(人道)엔 하얗게 눈이 쌓여있다.
남동둘레길 바닥이정표 : 듬배산을 향해 간다. (양지녘은 눈이 녹았다. 염화칼슘의 영향일 수도......)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인천 논현경찰서가 보이고...... / 겨울 해는 벌써 낮게 내려와 있다.
가다보면 경찰서 맞은 편에 논현2동 행정복지센터가 있다.
남동둘레길 바닥 이정표 : 오봉산까지 1.2Km !
은봉로상의 횡단보도를 건너서 직진하고 ......
계단을 올라 산자락을 향해서 간다. 듬배산이다.
남동둘레길 이정표 번호 : 246번
듬배산으로 오른다.
남동둘레길 이정표
눈쌓인 산길이지만 비교적 완만하다.^^
5봉까지는 약 600여m !
서해랑길 리본도 눈에띄고 ......
남동둘레길 이정표 251번 & 인천종주길 이정표
서해랑길 리본을 따라서 ......
계속해서 5봉을 향해간다.
계단을 오르고 ......
인천종주길 7코스 이정목
작은 운동장이 있고......
남동둘레길 , 서해랑길 , 인천종주길이 같이 간다. // 시간상 5봉은 들르지 않고 그냥 통과해 4봉으로 ......
남동둘레길 이정표 번호 259번
눈 덮힌 오봉산길
제4봉 도착 / 3봉으로 ......
남동둘레길 261번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
인천종주길 이정표
서해랑길 이정표
남동둘레길 이정표 263번
3봉을 거쳐 2봉으로 ...... / 봉우리마다 오르내림이 있다.
2봉도착
운치있는 산길 ! 소나무숲길 !
남동둘레길 4코스 이정표 258번
마침내 1봉을 향하여 ......
남동둘레길 이정목
경사진 곳엔 로프 난간이 ......
도림초등학교 방향으로 ......
오봉산 제1봉 정상 데크 쉼터
오봉산 제1봉 / 소래산이 보이고 ......
인천종주길 7코스 스탬프함이 데크 가운데 서있고 ......
오봉산에서 바라본 전망 / 시계는좀 뿌옇지만 소래산, 남산, 롯데월드타워, 소래습지생태공원 등이 조망된다.
오봉산 제1봉에서 도림주공방향으로 하산 ...... / 남동둘레길 이정표엔 번호 외에도 이따금씩 방향표시 화살표가 있다. ^^
하산길이 다소 길고 경사도 있으나 계단이 놓여있 고, 밧줄 난간이 있어 걷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눈쌓인 계단을 내려서고......
서해랑길 리본 / 4코스는 이 리본이 보이는 길을 따라서......
인천종주길과 서해랑길 이정표가 같이 있다.
남동둘레길 이정표 번호
삭막한 겨울이나 눈이 덮혀 운치있는 산길.......
남동둘레길 (4코스) 마지막 이정표 / 번호는 274번 !!!
(혹시라도 275번이 있을까 주변을 두리번 거렸으나.....)
남동둘레길 바닥이정표가 눈에 덮힌 채로 오봉근린공원을 가리키고 있다. / 그리고 더 이상의 이정표는 없었다.
오봉산에서 내려서는 길에 보이는 서해랑길 이정표 / 남동체육관에서 오는 길을 잠시 역방향으로 걸은 셈.
인천 도림 초등학교 / 불빛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한다.
오봉근린공원 / 오래전 종주길을 걸을 때와는 완전 딴판이다.
남동둘레길 안내판 / 4코스 안내도
남동둘레길 (4코스) 마지막 스탬프함. / 파란색이 흰눈을 배경으로 산뜻하게 보인다.
아직 완주는 아니고 2코스가 남아있다. ^^
화장실
오봉근린공원 입구
오늘도 수고했어. 다 잘될거야 ! ^♡^
눈 쌓인 오봉근린공원에도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
어느덧 땅거미가 지고 가로등이 하나 둘 들어온다.
논고개로 버스정류장(도림주공 1단지)이 가까이에 있다.
여기서 타면 1호선(송내역) 및 인천1호선 방면으로 갈 수 있다. / 서울역행 광역버스도 있고 버스노선이 많다.
건너편 정류장 / 여기서 타면 '인천논현역' 방향으로 '원점회귀' 한다. (검색 결과 이쪽이 먼저 오길래 여기서 16-1번 버스를 탔다.)
스탬프북엔 청년미디어타워로부터 6.5Km로 되어있으나 실제로는 약 5.5Km ! (논현역에서는 약 4.5Km 남짓)
첫댓글 저요!!
274번
추운 날 기어이 완주의 기쁨을 맛보셨군요
수요 야간 도보로 익숙한 곳도 보이네요
사방팔방 여러 번 다녀왔지만, 체계적으로 다시 걸어야 하겠네요
항상 동기부여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빙고 ~ !!! ^^
아직 완주는 아닙니다.
제가 원래 순서대로 가질 않잖아요.ㅋ
수요일에 2코스 걸어야 끝납니다. ^^
이번 토요일 경기둘레길 가시는거죠?
국유림방문 신청도 이미 했겠다,
임도길 이번엔 무조건 갑니다.
동기부여가 좀 되셨나요. ㅋㅋ
저와 비슷한 '올빼미과'? 이신 듯.
늦은 시간, 아니 매우 이른 시간인가? ㅎㅎ 감꽃~'님의 관심과 댓글 고맙습니다.^^
Merry Christmas !^^
드디어
남동둘레길 도~전 !
달사랑님 2코스 걸음 후 완주하는 날
남동둘레길 시작할 수 있게 되어 ~
고맙습니다 ^^
이제야 모처럼 시간이 나시는 모양이군요.
썬플라워님의 남동둘레길 도전을 응원합니다.
님의 홈그라운드에서 가까우니 금방 마치실겁니다.
저의 후기가 작은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길은 1코스만 조금 주의하면 나머진
찾아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실겁니다.
1,3코스 스탬프함의 정확한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두시면 도움이 되실겁니다.
남동둘레길을 걷는 도중에 인천둘레길과 인천종주길 스탬프함도 있으니 참고하시고......
제게 남은 구간은 남동둘레길 '2코스+3코스초반'
즉 '인천대공원~소래포구' 약15Km 입니다.
저는 비록 홀트를 주로 하고있으나 언제든
어느 길이든 원하시는 분의 동참은 환영합니다.
썬플라워님의 관심과 댓글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