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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Andreas Schaaf
BMW 그룹 코리아 세일즈&마케팅 부사장
회사 경영진이 아니라 마치 브랜드 이미지 컨설턴트 같았다. 그런가 하면, 제품의 특징에 대해 묻자 이번에는 테크니컬 트레이너로 변신했다. 올 봄 BMW 그룹 코리아에 부임한 안드레아스 샤프 세일즈&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BMW 브랜드를 위해서라면 수백 번의 변신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한국의 슬로건 있죠? 다이내믹 코리아. 그거 멋있어요. 한국이랑도 딱 어울리고, 듣자마자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팍 주잖아요.'
한국을 깨나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한국에 부임한지 6개월이 지난 BMW 그룹 코리아 안드레아스 샤프(37세) 부사장은 마주 앉자마자 한국에 대한 인상의 편린들을 연거푸 끄집어냈다. '한국은 모든 게 정말 빠르잖아요. 사람들의 걸음걸이, 생각, 판단 모든 게 정말 빨라요.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로 말입니다. 아, 유행도 정말 빠르게 확산되죠.'
그가 한국의 역동적 이미지를 좋아하는 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그저 한국이 그렇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어때요, BMW의 다이내믹한 성격이 한국과 잘 어울리지 않나요? 다이내믹한 BMW와 다이내믹 코리아. 그 자체만으로도 벌써 시너지 효과가 일기 시작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깜박 잊고 있었다. 그는 인도와 베트남, 이스라엘, 중앙아시아, 중부 및 동부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일해온 세일즈와 마케팅 전문가. 그의 말을 그저 '한국 땅을 밟은 지 반년 된 외국인 기업체 임원의 소회' 정도로만 듣고 있었던 지라, 정신이 퍼뜩 드는 것만 같았다. 그가 하는 말의 99퍼센트는 결국 '그래서 우리 BMW는…'으로 귀결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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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한국과 BMW의 성격에서 비슷한 면을 찾을 수 있어서만이 아닙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라인지라 그만큼 일하기가 정말 재미있고 편해요. 어물어물 넘어가는 일이 없으니까. 시장 측면에서도 아주 중요합니다. 한국은 주요 성장국가 중 하나일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는 나라죠. 세계 5~6위권 자동차 생산국이기도 하고요.'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자동차 업계의 시장지향적 상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샤프 부사장은 지난 1993년부터 지금까지 만 14년째 오직 BMW에서 마케팅 업무에만 집중해온 인물이다. 특히 2002년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아프리카, 동유럽에서 신제품의 지역 포지셔닝 전략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시장과 BMW 제품군 분석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발전되고 세련된 분위기에요. 특히 국민들의 기대 수준과 가치 판단 기준이 아주 높습니다. 이 시장에서 경쟁하자면 품질이 실로 중요하지요. 게다가 첨단기술 습득과 트렌드에 대단히 민감해요. IT나 텔레커뮤니케이션 등 세계 업계를 리드하는 산업 분야가 많잖아요. 자동차 업계의 혁신 리더인 BMW와 비슷한 면이라 할 수 있죠.'
대단하다. 이번에도 IT 리더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여지없이 BMW의 앞선 혁신성과 연결되었다. 억지 비유라면 트집이라도 잡겠지만, 틀린 말도 아니다. 샤프 부사장의 한국 시장과 한국 내 BMW의 포지션에 대한 연구는 이미 상당부분 마무리 된 것 같아 보였다.
'7시리즈와 i-드라이브를 예로 들어보죠. 디자인 면에서 실로 강력한 혁신이고, 인터페이스 면에서 완벽한 개혁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이를 수용해냈죠. 새로운 트렌드에 열려있는 마인드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입니다. 반면 도입 초기 온갖 불평을 터뜨리던 북미와 유럽 시장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이를 소화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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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 부사장은, BMW가 차를 개발할 때는 언제나 5~10년 뒤를 내다보고 작업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몇 년 뒤 세상을 지금 살아가는 셈이다. 그렇게 본다면 i-드라이브가 도입된 지 7년여 지난 지금 받아들이고 있는 유럽보다 한참 이전부터 이를 별 거부반응 없이 수용한 한국 시장이 더 별난 게 아닐까 싶었다.
'한국 소비자들은 BMW 브랜드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감정적 접근이 잘 이뤄진 셈이지요. 초기부터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졌고, 무엇보다 장기 계획 아래 장기적 투자가 이뤄지면서 모든 부분이 단계적으로 진행돼온 게 성공적 정착의 열쇠였다고 생각합니다. 딜러 네트워크 확대와 효율적 운영에도 정말 공을 들였어요.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가 한국에서 판매 선두권을 유지하는 건 기적이다? 죽어라 일한 결과지, 절대 기적이 아니에요. 기적이라고 하면 직원들이 섭섭할 겁니다(웃음).'
BMW 그룹 코리아는 수입차 시장에서 금융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했고, 초기부터 다양한 차종을 공격적으로 들여왔다. 또한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인 '프리미엄 셀렉션'을 운영해 수입차의 가치까지 관리하고 있다.
'오직 차에만, 그것도 프리미엄 차에만 집중하는 명확한 전략이 BMW의 최대 강점이에요. 미니-BMW-롤스로이스로 이어지는 브랜드 군(群)은 제각기 세그먼트에서 최고의 프레스티지를 인정 받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다 그룹 내 각 브랜드들이 철저히 구별된 성격을 유지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강점입니다.'
그는 세계 프리미엄 시장에서 톱 브랜드에 올라있는 BMW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도 넘버원을 유지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냥 두루뭉실하게 대답하는 법이 없다.
'한국 시장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잖아요. 향후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한국 시장 파악을 위해서는 일본 시장을 참고하게 되는데요, 그렇게 볼 때 한국에서의 수입차 점유율은 앞으로 7퍼센트 선까지는 올라가지 않을까 싶어요. 언제쯤? 글쎄, 5년에서 7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요?'
한국 수입차 시장 톱 브랜드에 대한 BMW의 욕심은 얼마 전 단행된 5시리즈의 가격 인하에서도 엿볼 수 있다. 워낙 높았던 5시리즈의 인기는 528i의 값을 6천만 원대로 내리면서 날개를 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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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해보자 식으로 갑작스레 내린 결정이 아니라니까요(웃음). 아주 오랜 내부 논의를 거쳐 내린 전략적 결정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에요. BMW도 계속 함께 성장해 넘버원을 유지하고 싶죠. 그러기 위해 5시리즈는 정말 중요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BMW의 척추와 같은 차죠. 시장성과 고급성을 모두 갖춘 핵심 모델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성향에도 잘 맞고…. 인기를 지속적으로 끌고 가고 싶었어요.'
BMW 그룹 코리아는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도 판매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판매대수 선두를 지키는 건 흔치 않은 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너무 볼륨 확대에 치중하면 자칫 브랜드 가치 하락의 부작용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에서 BMW는, 아주 빨리 성장했죠. 판매면에서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 판매 증가나 시장 석권에만 집중할 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생각치 않아서는 절대 안 되지요. 많은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현재의 성장세를 지속화 할 생각입니다.'
최근 들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떠오르고 있는 이슈는 바로 디젤 승용차다. 이제는 시장 상황도 많이 달라진 느낌. 이를 반영하듯 아우디는 이미 디젤 세단을 시판 중이고, 메르세데스 벤츠도 올 겨울 신형 C클래스 디젤 버전의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이전에 디젤에 대해 강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잖아요. 많이 해소됐지만,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로서는 신중하지 않을 수 없어요. 대략 2008~2009년쯤이면 5시리즈 디젤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 물론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죠(웃음).'
다이내믹한 한국 시장에 다이내믹한 BMW가 너무 신중하게 접근하는 건 아닐까? 샤프 부사장은 그럴 리 있냐며 시원한 웃음에 질문을 흘러보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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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장은 터프해요. 거듭 말하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역동적이죠. 역동적이라는 말에는 또 다른 무서운 면이 숨어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게 변해버릴 수 있는 시장이란 말이죠.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잡지 못하면 이 곳에서의 비즈니스는 어려워집니다. 한국에서 수입차 마케팅을 펼치지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죠. 다이내믹한 시장이라고 해서 '오케이' 하며 달려들 수는 없잖아요.'
올해로 공식 시장개방 20년을 맞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최장수 브랜드 중 하나인 BMW 그룹 코리아가 초창기부터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객들의 기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철저히 고객 본위의 시장이기 때문에 허투루 할래야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고객들을 항상 만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고객들을 BMW로 유혹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일단 끌어들인 다음 만족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 하는 겁니다.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열어서 기술적 트레이닝뿐 아니라 서비스와 브랜드 이미지 등 다양한 직원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고객 입장에서 최대한 많은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한데, 서비스 전반을 매달 체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많은 수입차 브랜드들로부터 중요한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장 규모 자체로는 중국과 일본 등 주변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새발의 피'인 게 사실. 판매가 주목적인 자동차 메이커에게 규모도 작은 한국은 정말로 중요한 시장인가.
'정말로 중요한 시장입니다. 물론 시장 규모만 놓고 보면 크지 않죠. 하지만 한국은 그것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점을 지니고 있어요. 이 정도로 고객들의 교육 수준이 높고, 입맛이 까다로운 시장은 결코 흔치 않습니다. 신모델이 나왔을 때 아태지역에서 한국 시장에 맨 먼저 투입해본다든가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죠. 아주 중요한 파일럿 마켓입니다.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서울 삼성전시장만 해도 새로 선보일 글로벌 CI를 처음 도입해 꾸몄어요.'
샤프 부사장은 인터뷰 막바지에 '내년은 BMW 그룹 코리아에게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연말께 네 가지 정도의 주요 모델을 새로 투입할 예정이며, 그 밖에 거의 매달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펼쳐나갈 계획이란다. 신형 520i도 '적절한 가격대'로 들여올 참이다. 무척 바빠지겠다고 하자 후련한 웃음을 한바탕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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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상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자동차 시장(the most dynamic car market on earth)입니다. 늘 기대가 되죠.' 그의 표정은, 정말 기대감으로 가득찬 듯했다.
에디터/김우성·사진/김대웅(샘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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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략 2008~2009년쯤이면 5시리즈 디젤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요 대목에 집중하실 회원님들 있으시죠? ^^ㅋ
냐하하~!
웃는 모습과 인상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