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여행기 형식이라 가벼운 어체로 썼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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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직이 자영업이라 토요일에도 늦게까지 일을 하는 것에 어지간히 익숙해져 있다. 시간과 마을을 들여 내린 어떤 고민이나 판단의 결과로 인한 것이 아닌 시간이 되면 일어나고 자는 것처럼 토요일 오후까지 일하는 것은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한 주를 열심히 살아왔기에 주어지는 보상이 있으니 행복할 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 추측 아니 확신하건데 그들이 불금을 기대하며 금요일 오후 시간이 되면 비싼 영양제를 먹은 듯 없던 힘이 불쑥 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웃음이 되돌아 오고 마침내 업무를 종결했을 때 또 한 주를 해 냈다며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말해주는 칭찬을 뒤로하고 집으로 내달리는 것처럼 나 또한 바이크를 실을 트레일러가 있는 곳으로 평소와는 사뭇 다른 속도를 내며 차를 몰아간다.
이제는 순서마저 익숙하게 정해져있어 재빠른 동작으로 짐을 챙기고 바이크를 트레일러에 싣고 밤길을 달려 춟발지 주변의 모텔을 향해 달린다. 아. 모텔이 가까워오면 편의점에 들러 나의 토요일 밤을 빛내줄 맥주를 사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한 캔도 못마시고 잠들겠지만 항상 4캔에 12000원 하는 맥주 4캔을 사는 작은 호사를 즐긴다.
차갑게 식어있는 바이크에 불꽃을 당긴다.
거친 포효가 나를 기쁘게 한다.
이제 나의 시그니처가 된 스타트 포즈를 기분좋게 날려본다. 자!! 오늘도 달려 보자구!!
낙동강 하구언의 딱 1/10정도 되는 귀여운? 방조제를 만났다. 날이 좀 흐리고 미세먼지가 심해서 아침 기온이 차다. 괜히 메쉬자켓을 입고 나온 것을 후회하며 바람막이를 자켓 안에 입고 출발한다.
일몰 전망대에 도착했다.
썰물에 드러난 갯벌과 작은 섬들 사이로 떨어지는 낙조는 다음에 봐여겠다.
고흥 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도로에는 편안하고 다소곳한 바다가 잔잔한 가을하늘처럼 펼처진다.
천문대가 있기에는 좀 낮은 듯한 언덕에 있는 우주천문과학관에 도착했다. 공기가 맑고 밤이 되면 불빛하나 없을 것이니 좀 낮아도 별이 보이겠지.
당황한 것은 따로 있었는데 내 생에 처음으로 오후 2시에 개관하는 공공시설을 만났다는 것이다. 운영시간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나왔지만 이렇게 멋진 풍경을 선물로 받게 되어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고흥 일주는 섬과 섬을 연결하는 각양 각색의 많은 다리를 만나게 된다. 이제는 육지의 일부가 되어버린 소록도와 거금도로 향한다.
거금도를 한바퀴 도는 거금일주로는 기대와 달리 좀 지루했다. 오천 몽돌해변에는 쓰임새를 알수 없는 엔진 없는 배들이 점령했고 몽돌이라 부르기 부끄러울듯한 자갈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삶 속에 휴식 한조각을 바라며 찾아온 여행자의 눈에는 오천항 또한 어부들의 고된 삶의 흔적만이 즐비하여 그저 지나쳐야민 했다.
거금도를 한바퀴 돌아 나외 녹동항에 들어서자 일요일 상춘객으로 혼잡한 교통정체를 겪는다.
이럴땐 나도 잠시 쉬어가야 한다.
교통정체로 버릴 시간을 허기진 배를 채우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본다.
녹동항 앞에 만들어진 바다정원의 조형물을 보자니 갑자기 회가 먹고 싶다. 오늘 저녁은 회를 먹어야겠다.
이제 나로호를 쏘아올린 나로도로 향한다.
나로도가 가까워올수록 들고 나는 차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도로를 달리길 좋아하는 나에게 이런 모습은 본능적인 불안함을 가져다준다.
이윽고 나타난 플랭카드에는 때맞춰 개최된 우주항공축제(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로 차에서 내려 셔틀버스로 나로호 우주센터까지 가야 한다고 한다.
오후 3:40분.
셔틀로 다녀오면 오늘 일정을 여기서 접어야 하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되돌아 나와 고흥 반도의 동쪽을 항해 달린다.
지붕이 없다. 그런데 작품도 없다. 하지만 내 애마가 작품 그 자체이다.
나로호 우주센터의 정북쪽에 있는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저기 멀리 어딘가에 있다는 우주센터를 게슴츠레 실눈을 뜨고 찾아보다가 돌아나왔다.
용이 살았다는 용굴과 용이 하늘로 승천하며 발톱으로 긁은 자국이 남아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용바위.
해는 길지만 언제 어둠이 올지 모르기에 오늘의 마무리 점프를 뛰어본다.
팔영대교를 거쳐 적금도에 들고 적금대교를 거쳐 낭도로 들며 낭도대교를 건너 둔병도로 들고 둔병대교를 건너 아침이 일찍 든다는 조발도로 들고 조발대교를 건너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여수 해넘이전망대에 이르렀다.
5개의 다리를 건너 4개의 섬을 지나온 길이지만 단 20분의 시간이 걸릴 뿐이다.
복귀 길에 들러 볼 요량으로 지나쳐온 조발도 전망대, 적금도 전망대로 되돌아간다.
나처럼 사진 찍기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카메라를 열게 하는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을 쉽게 지나치기가 어렵다. 오늘 여정이 끝나가지만 아직 해가 떠 있어 혼자 놀며 시간을 즐긴다.
적금도 전망대에서 또한번 카메라를 세팅한다. 떡하니 사진 찍으라고 만들어 놓은 곳을 지나칠 재간이 없다.
혼자지만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며 오늘 하루도 감사하며 힘차게 마무리 점프를 뛰어본다.
첫댓글 보기좋습니다!
좋은 풍경 잘 보고 왔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하긴 했지만 생각을 잊게 만드는 도로를 잘 돌아다니고 왔네요.
오랜만에 점프사진과 더불어 투어후기를 읽으니까 반갑네요 안라하시고 자주 올려 주세요
항상 응원해주시는 독도님. 감사합니다. 원래 월요일에 여수도 한바퀴 돌까 했는데 메쉬자켓 입고오는 바람에 추워서 돌아왔습니다. 다음번 투어도 글 올리겠습니다. 독도님도 건강하시고 안라 하십시오.
경치도 여유롭고...길도 여유롭고..
거기다 라이딩할때...두두둥거림.... 완전 환상적이죠.
할리맨들만 아는 그 느낌이죠. 👍
즐감했습니다. 좋은 한 주되세요.
여수에서 바이크 타고 있습니다~
포즈 멋지시고 글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