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왜 대한민국은 사이비 교주의 천국이 되었는가?
신천지와 신앙촌, 통일교, JMS, 증산도, 대순진리회의 뿌리와 역사를 짚어본다. 대부분 기독교 계통인데 당시 교주가 어느 라인에 교적을 두고 배우며, 독립 후 개업(?)을 했는지 낱낱이 밝힌다. 아울러 오늘날 변질된 기독교 문화와 신비주의가 판을 치게 된 근본적인 원인도 역사적인 환경과 맥락을 통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비 교주는 언제부터 자신에게 신격을 부여하기 시작했을까? 초대 기독교는 원시종교와 무속을 과감히 버렸을까?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독교의 관행과 관습은 언제부터 전파되었을까? 종교와 무교를 떠나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를 제시하는 책이다.
차례
1부 이단과 사이비
교리형성의 구조
이단과 사이비
사이비 종교로부터 엑소더스
2부 신을 배신한 사람들
신천지
이단의 뿌리
신앙촌
통일교
JMS
증산도
대순진리회
책 속으로
참 치사한 이야기인데, 아무튼 2005년 1월 19일 대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대구의 서현교회(중구 남산동에 있는 대형교회입니다. 아주 가까운 곳에 ‘청라언덕역’이라는 지하철역이 있는 곳입니다)에서 목사 약 2천 명이 모여 전광훈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주제는 ‘성령의 나타남’이었는데 실제로는 많은 목사들이 모여서 전광훈의 ‘비법’을 전수받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전광훈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신도가 내 신도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으면 빤스를 벗어보라고 해서 벗으면 그게 내 신도다”라고 했습니다.
— 2부 프롤로그
신천지는 우리나라 종교(사이비 종교도 종교라고 한다면) 중에서는 가장 먼저 ‘다단계조직기법’을 종교에 도입했습니다. 실제로 다단계판매조직의 시작이 미국의 기독교 계통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별로 이상할 일도 아닙니다.
신천지의 교주는 이만희입니다. 이만희는 나이가 아주 많습니다. 1931년생이니까 올해 나이가 우리나라 나이로 무려 92세입니다. 고향은 경상북도 청도인데, 이 사람이 처음으로 종교집단과 관례를 맺은 것은 1957년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신천지 중에서
천주교는 우리나라의 지식인은 물론 기층민중에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는데, 개신교도의 수가 천주교도의 수를 능가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평양대부흥’이라는 사건입니다.
평양대부흥으로 일어난 개신교 교파는 이단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금도 우리 사회의 주류(mainstream)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대부흥의 면모를 보면 우리나라의 기독교가 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듯하여 이부터 시작합니다. 평양대부흥은 1907년에 일어났던 사건인데 세계 기독교사에 정확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정도로 큰 사건이었습니다.
— 이단의 뿌리들 중에서
우리나라에는 3개의 신앙촌이 있거나, 있었습니다. 하나는 부천 소사에 있지만 재개발되어 지금은 힐스테이트 아파트가 들어서 있고, 다음은 덕소에 있는 신앙촌인데, 이 또한 두산위브아파트가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신앙촌은 부산에 있는 기장 신앙촌이 전부입니다. 모든 이단 종교들이 그렇듯이 신앙촌 또한 누가 만들었는가가 중요합니다. 바로 박태선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 신앙촌 중에서
통일교는 앞날이 보이지 않습니다. 교주 문선명이 죽고 난 이후에 생긴 문제인데,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아직 상당 기간은 제법 이어가겠지만 불교의 아난존자, 기독교의 사도 바울이 나오지 않으면 아마도 대충 이러다 몇십 년 후에는 거의 소멸할 것으로 보입니다.
— 통일교 중에서
최근 넷플릭스에서 JMS를 중심으로 한 시리즈를 방영해서 아주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제 JMS로 갑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소개한 교주들은 그래도 그나마 조금 뭔가가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JMS를 이끈 정명석은 절대 그 정도 수준마저도 안 되는 인간입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JMS라는 곳은 없습니다. 자신들은 ‘기독교복음선교회’라고 하는데, 누가 보더라도 이건 교주인 ‘정명석’의 이니셜입니다. 그런 말을 하기가 좀 거시기했던지 뭐 이상한 이야기도 갖다 붙입니다. 예수의 새벽별(Jesus Morning Star)이라고도 하고, 예수, 메시아, 구원자(Jesus, Messiah, Savior)라고도 합니다만, 다 개 풀 뜯어먹는 소립니다.
— JMS 중에서
출판사 서평
‘신학과’를 두고 소싯적부터 늘 이해가 안 가는 사실이 하나 있다. 소위 신학을 공부하려면 영어는 기본이거니와 구약성서의 원전을 읽어야 하니 히브리어와 아람어를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신약성서를 연구하려면 헬라어를 습득해야 하며, 독일 신학을 상위로 쳐준다면 독일어도 공부해야 하고 교부 신학을 읽으려면 라틴어까지 섭렵해야 한다. 게다가 신학의 소양을 쌓으려면 역사를 알아야 하고 글을 해석하는 능력과 종합적인 분석력도 필요할 것이다. 한마디로 학구열과 머리가 좀 받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실정은 어떤가? 신학과는 입시 커트라인의 최하위에 속한다. 그래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주위에서 “신학과라도 가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곤 했다. 실제로 어느 선배도 공부 안 하기로 소문이 났는데 유명한 담임목사 추천서 받아서 대학에 진학했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공부를 무지막지하게 해야 하는 학과에 공부를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들이 득실거리면 결과가 어떻게 될까? 바로 한국의 사이비 교주를 비롯하여 신학적인 깊이 없이 신비주의에 빠진 이들이 그 결과를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사이비 이단에 기독교계가 유난히 눈에 많이 띄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성경보다는 눈에 보이는 기사와 이적과 돈과 변질된 문화에 더 관심이 있다.
기독교계 사이비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흡한 신학적 바탕에 기존의 원시종교 즉, 무속과 유교 문화가 혼합되면서 괴상망측한 돌연변이 종교가 탄생하고 만다. 이를테면, 기독교에서 흔한 기도문화의 모태가 길선주 목사에게서 유래했다는데 애당초 기독교가 아닌 수련 차원에서 했던 루틴을 개종한 뒤 그대로 차용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이라면 충격을 받을 기독교인이 적지가 않을 것 같다. 어쩐지 한국에만 있는 교회 문화라 의심이 들긴 했다.
길선주 목사가 기독교에 귀의하기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도 충격적이긴 하지만 필자는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기독교 신앙을 가질 수는 없으니 온갖 원시 신앙과 무속이 판을 치던 이런 척박한 땅에 복음이 심어졌다는 사실에 새삼 안도했다. 종교 여부를 떠나 한국 사이비의 역사와 뿌리를 알고 싶다면 일독을 적극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