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한민국과 그리스전이 열릴 예정이던 6월 12일 토요일.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으로 강서스쿠버 회원들이 정기 다이빙 투어를 나가는 날.
출발 장소인 서울 강서구 화곡1동 곰솔감자탕집으로 가기 위해 새벽5시에 집을 나섭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장비를 싣고 올림픽대로를 거쳐 비 내리는 춘천고속도로를 달리는 관광버스.
애초에 36명이 가기로 되어 있었으나 비가 오는 관계로 많이들 취소하고 24명이 출발을 했습니다.
목적지는 강릉 경포대해수욕장 끄트머리에 있다는 경포다이브리조트.
춘천고속도로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달리고 달려 아침10시경에 드디어 도착.
막상 대관령을 넘자 강릉에는 비가 오지 않고 있습니다.
간혹 조금씩 내리는 이슬비 정도.
다이빙 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입니다.
오후3시경에는 서울로 다시 출발해야 되기 때문에 서둘러 곧장 첫 다이빙 준비에 들어 갑니다.
리조트 뒤편 농가에 피어 있는 감자꽃.
이슬비를 머금고 활짝 웃고 있습니다.
감자며 옥수수며 콩이며,
당신이 손수 지으신 듯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할머니.
이놈들도 그 미소에 보답코져 무럭무럭 자라날 것입니다.
화려하기는 커녕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는 어촌의 풍경.
그러나 저는 왠지 이런 소박한 풍경에 더 이끌립니다.
꼭 다이빙이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여행중에 하룻밤 묵으면서 바닷가에 빙 둘러서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싶은 곳.
흔히들 "동심으로 돌아가 봤다"는 말을 많이들 하지요.
어린아이들과 흥겹게 어린시절의 놀이를 해 봤을 때 하는 말일 겁니다.
그런데 저는 이 아이가 바닷물을 가지고 노는걸 보고 어른들은 절대 동심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돌아가고픈 소망은 간절할 지언정...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아주 단순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 껏 벌린 상태에서 자신의 최대한의 감탄사를 쏟아내며 경의를 표하는 모습.
어른들은 절대로 흉내조차 내지 못할 모습.
이 아이는 이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겁니다.
오늘의 다이빙을 감독할 강사님 두 분과 뒤로는 리조트 사장님.
왼쪽 강사님은 서울강서경찰서, 오른쪽 강사님은 한강순찰대에 근무 하시는데
우리 회원님들이 앞으로 한강순찰대에 많이 진출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강사님들 표정이 사뭇 비장하고 진지한데 혹시 100미터 정도 들어가려고?
공교롭게도 저와는 직장 동기생들입니다.
저는 아직 오픈워터인데.
물론 끝까지 오픈워터로 남을거지만.
드디어 장비를 갖추고 탑승 완료.
부두에서 약5분 정도 배로 나가면 십리바위가 있다는데 다이빙 명소라고 합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2번에 걸쳐 다이빙을 즐길 예정입니다.
수심은 약10여미터 내외.
여름에는 가족들과 이곳 바위에 내려 다이빙도 하고 가족은 스노클링과 수영을 즐기기도 한다는데
배는 일단 되돌아 갔다가 나중에 시간이 되면 데리러 온다고.
다이빙 포인트에 도착하자 바다 속 상태를 설명해 주시는 리조트 사장님.
한 명씩 입수해서 뱃머리로 이동 줄을 잡고 내려갈 예정입니다.
옹기종기 모여 짝을 확인하고 장비를 최종 점검 후 순식간에 물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물속에서는 만일의 위급 사태에 대비해 2인이상이 조를 짜서 같이 행동을 해야만 합니다.
사람들이 사라져간 시커먼 바다에는 순식간에 정적이 찾아옵니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십리바위이고 오른쪽이 오리바위입니다.
해변에서 오리와 십리 떨어져 있다고 붙인 이름이라는데 정겹습니다.
물속 사진이 없어 경포다이브리조트 인터넷 홍보 사진으로 갈음합니다.
약30분이 지나자 올라오기 시작하는 다이버들.
부두로 가서 공기통을 교체하고 휴식시간을 가진 뒤 한번 더 다이빙을 할 예정입니다.
부두에 도착하니 가족들이 바다낚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놀래미라나 제법 큰 고기도 잡았습니다.
두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기념사진 찰칵.
12명이 찍어야 되는데 사소한 사고로 이탈을 해버려 8명만 똥폼을 잡았습니다.
장비를 수돗물로 깨끗이 씻어 바닷물을 없애고 말리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다이빙도 중요하지만 사후 장비 관리도 중요하겠지요.
즐겼으니 먹어야겠지요.
언제부턴가 우리 모임이 회비가 쌓이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돼지고기가 아닌 소고기를 먹게 되었다고 하네요.
그래요.
다 먹고 살자는 짓 아닙니까.
많이 많이들 드세요.
가운데 붉은악마 싸모님.
서울 강서구 화곡1동에서 곰솔감자탕집을 운영하며
남편을 잘 내조하여 저의 동기생인 남편을 다이빙 강사로 만든 집념의 여인.
다이빙 투어나 야외 나들이를 나갈때면 많은 음식 준비를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먹는 우리들이야 순식간에 맛있게 먹어 치우지만
준비하는 사람은 오죽 많은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겠습니까.
우리 회원님들은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을겁니다.
원래는 잡으면 안돼지만 가족들 맛만 보라며 아주 최소하게 잡은 해산물.
문어, 도다리, 해삼, 멍게, 성게, 골뱅이.
요즘 해삼, 멍게 값이 장난이 아니라고 합니다.
바닷물의 수온이 너무 차가워서 해녀들이 잠수를 못한다고 하네요.
식당개 3년이면 라면도 끓인다더니
다이빙을 다니면서 회 뜨는 솜씨나 문어 데치는 솜씨가 일품이 되었다네요.
안주가 좋다보니 술이 금방 동이 났습니다.
저도 일조를 하는 바람에 소주 2박스가 금방 없어졌다고.
이 맛에 다이빙을 다닌다는 사람도 있을 정도.
아내의 헌신적인 내조 덕분에 다이빙 강사가 된 제 동기생이 제자 한명을 키워 냈습니다.
힘든 교육과정을 거치고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자랑스러운 오픈워터 자격증을 취득한 회원님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어립니다.
자신이 앞으로 평생 착용할 마스크에
스승이 소주를 가득 들이붓고 제자는 단숨에 마시게 하는 우리의 전통.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에게는 약간의 무리가 있겠지만
평생에 한 번 밖에 없는 기회요 행사이니 감수하시길.
제자가 술을 들이키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붉은악마 강사님.
그 옆 선그라스 남자도 제 동기생이자 강사인데
이번에 아내가 영등포구 구의원에 당선되셨다고 하는군요.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대단한 아내들을 두신 동기들께 부러움의 찬사를 보냅니다.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느라 카메라를 접는 저에게 꼭 좀 찍어보라고 하여 찍긴 찍었는데.
엉덩이 밑에 버린 골뱅이 껍데기가 "떵"같긴 하나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 오후3시가 되었습니다.
빨리 서둘러서 서울로 출발을 해야만 합니다.
그리스와의 축구 경기가 저녁8시 30분이라고 하니 그 안에 서울에 도착해야겠지요.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한명씩 돌아가며 강제로 노래를 시켰습니다.
흥겨웁게 때로는 감미롭게 불러주는 노래소리가 자장가 되어
회원님들의 피곤한 하루를 싣고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모전자전.
잠자는 모습이 판박이입니다.
무사히 시간내에 서울에 도착 우리나라 축구를 응원 했습니다.
거기다가 2:0으로 승리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최고의 하루를 보낸 셈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회원님들의 다이빙 투어에 즐겁고 행복함이 가득하길 기원하며 여행을 마무리 합니다.
못 다한 이야기.
투어에 참가하지 않은 회원님들은 참고하세요.
첫번째 다이빙을 나갈 때 여성회원 두분이 물이 차갑다는 말을 듣고 다이빙을 포기하고 참관만 하였는데
두번째 다이빙을 나갈 때 물에 들어가겠다고 하여 다이빙에 참가를 시켰습니다.
그 중 한분은 배에서 멀미를 일으켜 다이빙을 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무리하게 입수했다가
컨디션 난조에다가 저체온증(?)으로 추정되는 호흡곤란을 일으켜 비상탈출을 하였고
119응급소방차로 감압챔버가 구비되어 있다는 강릉시내의 병원으로 응급후송 하였다가
다행히도 금방 회복이 되어 응급실에서 다시 되돌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배우고 연습한대로 침착하게 탈출하여 위급에서 무사히 벗어 난 회원님에게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는 이번일을 교훈삼아 몸이 아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무리하게 다이빙을 하지 말것이며
설혹 본인이 하겠다고 고집하여도 주변에서 과감하게 말리고 제지하여 주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침착한 탈출로 우리를 걱정에서 해방시켜준 회원님에게 감사드리며
저도 이번일을 계기로 평소 훈련과 체크다이빙에 소홀하지 않을 것을 다짐해 봅니다.
깜박 할 뻔한 이야기.
다이빙 수강생을 수시로 모집합니다.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훈련을 도와줄 강사님이 든든하게 포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교육비도 저렴할 뿐더러 장비도 값싸게 대여가 가능해 전혀 부담이 없답니다.
주로 활동하는 회원님들이 서울 강서구, 양천구, 영등포구에 많이 있으니 참고하시고,
다이빙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최강사님: 011-660-3473 으로 연락주시길.
남자 회원님들이 넘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여성 회원님들이 많이 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봅니다.
첫댓글 모두건강해보입니다..멋진 취미이네요
가족과 함께 즐따 하셨군요, 부럽습니다. 기회가 되면 같이 참석 해보고 싶습니다. AD이며 목동에 삽니다.^^
멋진~ 대한의 사나이들...!! 젊음이 부러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