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나의 실수 (화촉을 밝히는 날)
조미경
붉은 장미가 담장에서 너울거리며 춤추는 주말, 좁은 골목 어귀에는
누군가 잠시 맡긴 화분에는, 수줍어 달빛 고요한 밤에 은은한 향기를
품으며 눈길 사로잡는 달맞이꽃이, 계절의 여왕인 꽃들을 제치고 피어있다.
주말은 늘 분주하다. 미뤄둔 과제 제출과 읽어야 할 소설 리뷰가 마음을
소란스럽게 한다. 이번 주말에는 결혼식이 서울과 안성에서 있었다.
두 군데 모두 참석해야 하지만, 시간상 한 곳만 참석했다.
친구들 자녀 결혼식을 보면, 나의 젊은 시절 초조하고 떨리던 순간이 떠오른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웨딩 마치를 울리던, 철부지는 사라지고, 지금은 거울 속 나에게
시간의 흐름이 아쉬워 웃고 마는 내가 있다.
오늘도 나는 작은 헤프닝에 나이 탓인가? 하고 반문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번 일로 이젠 아주 사소한 일에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 혼주와 인사하고 인증샷을 날릴 때까지는 괜찮았다.
축의금 봉투를 내밀고, 방명록을 쓰고 나서 결혼식장 내부 구경하고
미리 도착한 동창생들과 만나려 식당에 갔다. 조금 전 받은 식권을 확인하고는
내 머리를 탁… 쳤다.
내가 찾은 친구 아들 결혼식에서 실수로 신부 측에 축의금 내고 방명록까지 작성한 것이었다.
오마이갓……
이렇게 미안한 일이 있을까.
접수대를 확인하지 못한 나의 실수였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행동해야겠다.
오늘 일은 두고두고 반성할 일이다.
오늘 친구 아들 결혼식에는 멀리 세종에 사는 기진이. 또한 그동안
삶이 바빠 동창회 참석하지 못한 해은이를 몇 년 만에 만났다.
동창생들이 모여서 함께 축하했다.
같은 날 안성에서는 미정의 딸 결혼식이 있었다. 사진으로 본 미정은 참 이뻤다.
어쩜 그리도 한복이 잘 어울리는지…
잘 키운 딸을 부모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보낸 미정에게, 직접 참석은
못했지만 고생했다고 박수를 보낸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벗들이
시어머니가 되고 장모님이 되는 것을 지켜보며, 이젠 진정한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끝으로 미자 미정 두 친구 앞날에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