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안에 기관총의 거친 소음이 천둥처럼 울려퍼졌다.
하지만 자객은 재빨리 데이빗이 있는 집무실 안으로 진입했고, 총알을 가까스로 피해냈다. 물론 몇 개의 총알이 그의 등에 박혔지만, 깊숙이 들어가지 않았고, 전혀 피를 쏟지도 않았다.
데이빗이 책상 머리 앞에서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문 옆에서 한 장교 군복을 입은 수염이 덥수룩한 장신의 남자가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자객은 순식간에 몸을 돌려 한 손으로 거칠게 날아오는 칼을 움켜쥐었다.
장교가 휘두른 검은 특수합금으로 제작된 날카로운 검이었고, 어떤 물체가 닿아도 두부썰리듯 썰려야만 했다. 하지만 자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검을 쥐고 있었다.
장교가 놀라워 하자 자객은 그의 칼을 비틀며 잡아 낚아 채 던졌다. 가속도가 붙은 검이 정확히 데이빗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그때 데이빗 옆에서 경호를 하는 또 한명의 장교복을 입은 자가 날아오는 칼이 데이빗의 심장에 꽂히기 전에 검을 들어 내리쳤다.
챙
검과 검끼리 부딪히는 날카로운 울림소리와 함께 검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시 옆에 있는 장교가 다른 검을 자객에게 휘둘렀고, 자객은 땅바닥을 구르며 검을 피한 뒤는 공력을 모아 검에 실어 장교에게 휘둘렀다.
순간 거대한 칼바람이 일며 장교의 목이 검에 닿지도 않았는데 그대로 수급이 바닥 위로 피를 뿌리며 떨어졌다.
마지막 경호원이 자객을 향해 권총을 들고 인정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자객은 빠르게 좌우로 총알을 피하며 검을 휘둘러 상대의 목을 정확히 가른 다음 데이빗 앞에 섰다.
데이빗은 권총을 들고 있었지만 자객 앞에서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겨누지 못하고 설득을 해볼 요량으로 입을 열었다.
"왜 내가 죽어야하는 지 그 이유라도 들어봅시다."
자객은 데이비드 앞에서 복면을 벗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밀런 파머스요. 오늘 부터 당신을 대신할.."
그리고 그의 손이 데이비드의 얼굴을 붙들자 갑자기 데이비드가 아닌 일본인 자객의 얼굴로 뒤바뀌는 것이었다.
밀런 파머스는 그가 쥐고 있던 권총을 빼았아 그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일본인으로 변한 데이비드는 그 자리에서 대퇴부에 피를 쏟으며 사망했다.
데이비드의 사망 다음 밀런의 얼굴은 데이빗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의 옷마저 바닥에 피를 쏟고 있는 데이빗의 옷과 빠르게 교체가 되었다.
잠시 후 밖에서 대원들이 총을 들고 데이빗 방안으로 들어왔다.
데이빗으로 변한 밀런은 대원들에게 자신이 자객을 살해했다고 하며 상황을 종료시켰다.
*
밀런의 모든 이야기를 들은 존은 놀란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게 정말 사실인가? 그럼 자네가.."
"그래."
밀런은 빨리 그에게 놀랄 틈을 주지도 못하게 다음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틴을 시켜서 아담 로실드를 살해해야해. 데이비드는 내가 제거했지만 지금 위치에서 난 아담을 죽일 수 없어. 그일을 할 사람은 마틴 밖에 없어."
"마틴이 어떻게 아담 로실드를 죽인단 말인가?"
"한 달 뒤 아담이 타고 있는 아틀라스 1호기와 2호기가 미국 섹터 7에 엔진을 점검하기 위해 착륙할 예정이네. 아담은 1호기의 수리기간에 2호기로 옮겨 탈 것이야. 그때 마틴이 저격하면 돼."
"정말인가?"
"그래. 신속하게 일이 진행되어야하네. 나는 자네만 믿겠네. 모든 자금은 비밀계좌로 부족함 없이 넣어 주겠네."
존래더스는 그의 말에 큰 신뢰를 느끼고 비장한 각오로 대답했다.
"알겠네. 자네만 믿겠네."
밀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야 말로.."
밀런은 조용히 일반 고객으로 얼굴을 둔갑하더니 존에게 두 손가락으로 손경례를 하며 사무실을 벗어났다.
존은 심장이 극심하게 요동쳤지만, 최대한 침착하며 물을 한 잔 마시며 숨을 골랐다.
그는 사무실을 나가 삼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응접실에 앉아 있는 마틴과 마이클에게 다가가 말했다.
"긴급 회의를 진행해야겠네."
마틴과 마이클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며칠 뒤
존래더스와 마틴은 마이클과 리지를 월링턴 카센타에 남긴 채 미국 피닉스로 향해 비행기를 탔다.
피닉스에는 존의 반군기지가 있었고, 그곳에 아담 로실드를 저격하는데 필요한 군사무기가 있었다.
사실상 피닉스 기지는 미군기지였다. 존은 수많은 시간 무기를 수집해왔지만,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미 코브웹의 존재를 아는 미군장교들을 설득하여 미국 내에서 은밀한 반군 미군 장교 세력을 응집하고 있었다. 결국 피닉스 기지는 미군기지였으며, 그 장교 중에 한 명인 마틴이 피닉스 사령관이었던 것이다.
비행기에서 마틴은 존의 이야기를 듣고 밀런이라는 엄청난 아군이 믿을 수 없는 초능력으로 저항군의 수장으로 돌아온 것에 상당히 뿌듯해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이면 아담이 섹터 7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다.
피닉스 기지에서 마틴은 군복을 입고 존과 함께 다른 병력을 물린 상태에서 은밀하게 필요한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마틴은 그의 저격용 라이플 가방 세트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밖에 장갑차가 대기 중입니다. 이제 출발하면 됩니다."
존은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잘 부탁하네. 꼭 살아돌아와야해."
"알겠습니다."
존은 그에게 칩삽입 총을 꺼내보이며 말했다.
"허벅지에 칩을 심어. 위치를 찾아서 구조할 테니."
마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왼쪽 허벅지에 칩삽입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푸쉭 하는 짧은 소음과 함께 빠르게 칩이 그의 허벅지 1.5cm 깊이로 박혔다.
아틀라스 1호는 순식간에 섹터7 기지 지붕 위로 순간이동하여 나타났다. 아틀라스 1호는 곧 기지 외부 사막 위로 착륙을 시도했다.
곧이어 아틀라스 2호기가 순간이동하여 나타났다. 아틀라스 2호기는 아틀라스 1호기 옆에 나란히 착륙했다. 아틀라스2호에 타고 있던 아담은 1호기 함선으로 옮겨 타기 위해 벡스 알렉산더와 경호원들 수십 명들에 휩싸인 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 2호기로 옮겨 타려고 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한발의 굵직한 총격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경호원들에게 휩싸여 있던 아담의 머리에서 피가 튀겼다. 경호원들 틈 사이에 있던 아담은 구멍난 머리에서 피 섞인 골수를 흘리며 쓰러졌다.
섹터 7기지의 담벼락 위에 마틴은 투명 반사 거울 옷을 입고 있어서 기지내의 어느 누구도 그가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투명거울옷은 주파수까지 차단하여 레이다에 잡히지도 않았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원거리 저격용 라이플을 거둔 마틴 루소는 빠르게 담장을 타고 내려와 모래 속에 감추어둔 작은 규모의 공중부양 카의 손잡이를 잡고 시동버튼을 눌렀다. 엔진이 점화되며 푸른 불이 퍼지더니 작은 카의 발판 밑이 마틴과 함께 낮은 고도로 공중 위로 떠올랐다.
그는 빠르게 20키로 미터 밖에 정차해둔 장갑차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아틀라스 1호기의 한쪽 작은 지붕 입구가 열리며 일인 소형전투기 한 대가 부양하기 시작했다.
아담 로실드의 수행 요원인 벡스 알렉산더는 소형 전투기의 조종대를 잡고 공중 위로 올라 사막을 가르며 도주하는 저격자인 마틴을 발견했다.
벡스의 소형 전투기는 거의 빛의 속도로 해도 과장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날아가며 마틴을 향해 고도를 아래로 향했다.
마틴은 공중비행 카를 타고 신속히 장갑차 위로 올라가서 안으로 빠르게 들어가서 도로를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벡스의 소형 전투기는 지상과 1미터 정도 간격을 띄운 채 저공비행을 하며 마빈의 장갑차 뒤를 쫓았다.
벡스는 소형전투기에 장착된 유도 미사일 4개 중 한 개를 장갑차를 향해 발사했다.
마틴이 탄 장갑차의 열을 인식한 미사일이 화염을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쾅.
미사일이 가까스로 장갑차의 뒷부분을 맞추자 거대한 모래 폭풍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 충격에 장갑차가 잠시 공중에 떴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고 지면 위로 착지하며 달렸다.
이번에는 벡스의 전투기에서 두 개의 유도미사일이 불을 뿜으며 마틴의 장갑차를 추격해 날아갔다.
마틴은 확실히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곧 장갑차의 속도를 줄인 뒤 차체 지붕에 달린 문을 열고 사막 위로 몸을 던졌다.
잠시 후 미사일에 맞은 장갑차는 쾅하며 폭발과 함께 종이조각처럼 짓이겨졌다.
벡스는 사막 위로 떨어지는 마틴을 발견하고 신속히 날아간 뒤 타겟의 촛점을 맞춰 기관총을 발사했다. 총알들이 사정없이 사막 위의 모래 뚫고 쓰러진 마틴을 향해 접근해갔다.
그때 뚜렷하지 않은 사람 모양의 물체 나타났다가 빠르게 마틴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마틴이 사라진 자리를 총알이 들쑤시며 모래가 치솟아 올랐다.
*
존은 마틴이 아담을 저격 후 성공 메세지는 받았고, 곧바로 그를 찾기 위해 요원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마틴을 구출하려고 검은 SUB에 탑승하고 출발하려는 찰나에 대원 한 명이 존에게 마틴의 위치를 확인시켜주었다.
"마틴 루소 사령관님이 워싱턴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뭐라고?"
존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떻게 된거지?"
대원은 자신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럼 그를 찾기 위해 워싱턴으로 가야겠어. 일단 움직이자."
그가 피닉스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도로를 타고 빠르게 달는 와중에 피닉스의 하늘이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히고 있었다.
잠시 후 구름사이로 역시 여러 대의 유에프오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존은 창밖으로 유에프오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 물체가 홀로그램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구르르르르르
피닉스 아리조나주에 거대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존의 차량이 지진에 들썩이고 있었다.
존은 앞에서 선발로 달리는 차가 거대한 지진의 진동에 급 정거 하는 바람에 그의 차 역시 급정거를 하며 몸이 앞으로 쏠렸다.
존은 차에서 내려 주변을 땅이 흔들리는 것을 감지하며 대원들과 함께 차에서 멀어졌다.
그때 사방의 땅이 마구 갈라지기 시작했다.
존과 대원들의 주변으로 땅이 여러갈래로 갈라지며 차량들이 갈라진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존은 놀래서 대원들과 함께 사막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하늘에서 반달 모양의 비행체가 나타나더니 달아나는 존과 대원들을 향해 레이져를 뿜었다.
존과 대원들은 그자리에서 빠르게 타오르며 순식간에 분진이 되어버렸다.
피닉스 일대에 사방이 진동에 모든 집들과 건물들의 창문과 천장의 전등이 깨지고, 액자가 떨어졌다. 사람들은 당황을 하여 집이나 사무실에서 나오지 못한 채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천정이 폭삭 내려 앉고 땅이 푹 가라앉으며 온 세상이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진도 10 가량 되는 대지진이 마치 핵폭탄을 터뜨린 듯 피닉스 지역 전체를 강타했다.
땅이 지하로 1미터 이상 꺼졌고, 땅이 갈라지며 건물들의 허리가 끊기고, 다리가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부실공사로 쓰러져 내리는 건물도 있었다.
존래더스의 요새 마저 직격탄을 맞은 듯 전장터를 방불케 했다. 모든 장소에 화재가 일어났고, 사람들은 부상당하거나 사망했다. 몇몇의 생존자들은 요새를 빠져나오는데 급급했다.
아틀라스1호기의 하프시스템을 운행하는 30대 새라캠벨 박사는 데이빗 라필로의 명을 받아 표적 지진을 일으키고 피닉스 상황을 데이빗에게 보고했다.
"존래더스의 요새는 확실히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하프문이 존래더스와 대원들의 뼈가루 마져 확인 소멸시켰습니다."
밀런은 알았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피닉스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수장됐군. 그런데 대체 마틴을 누가 데려간 걸까?'
**
마틴은 눈 앞에 사막이 아닌 아늑한 호텔 룸의 전경이 보이자 결국 자신이 미사일에 맞고 사망한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하얀 백발의 여인은 분명 천사이거나 지옥의 사자 둘 중에 하나 일 것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어디죠?"
"여긴 호텔 룸입니다."
"호텔 룸이요? 천국이 아니라?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소."
"당신은 죽다가 살아났고, 제가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왔습니다."
마틴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소리에 온몸을 더듬으며 물었다.
"내가 죽은 게 아니란 말입니까?"
"죽는 걸 제가 살렸지요."
"분명 놈의 미사일이 날아와서 장갑차를 날렸고, 나는 가까스로 사막위로 뛰어들었는데, 그 다음이 생각이 안나네요."
"기억이 안나는 게 아니고 그 다음 당신은 저와 함께 순간적으로 이곳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이동했다고요?"
"네. 순간이동."
"그.. 만화에나 나오는 순간이동?"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틴은 급하게 휴대폰을 들고 존을 연결해보았다. 한참을 수신음이 들려도 존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찌된 일이지?"
여자는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듯 그에게 말했다.
"존래더스는 방금 전 피닉스에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실종됐습니다."
"뭐라고요?"
마틴은 기겁하며 물었다.
"어떻게 아담이 그곳에 나타날지 알았던 거죠?"
마틴은 현재 상황에서 누구를 믿어야할 지 몰랐다.
그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잠시 골몰하다가 문득 그의 허벅지에 들어 있는 칩을 떠올렸다. 존 래더스에게 위치를 제공하려는 것이었는데 역으로 적들에게 노출될 상황에 처한 것이었다.
"제 몸에는 추적장치가 있어요. 제가 아담 로실드를 살해했으니 그들은 나를 순식간에 찾아 낼 것입니다. 이곳을 당장 벗어나야할 거예요."
"그래요? 그럼 먼저 제거하고 나서 이곳을 빠져나가요. 혼자 하실 수 있죠?"
"과산화수소와 붕대 만 준비해주신다면.."
"제가 찾아올게요."
여자가 객실을 나가자 마틴은 바지춤에서 칼을 하나 꺼내 바지를 내렸다. 그는 바로 가장 살이 두꺼운 허벅지 살을 손가락으로 집어보았다. 그는 바로 작은 칩이 잡히는 부분을 확인하고 허벅지 살점을 도려낸 다음 작은 칩 하나를 살속에서 꺼냈다.
그가 칩을 꺼내자 마자 금세 여자가 약통을 들고 나타났다.
그의 허벅지에 피를 휴지로 닦은 다음 소독약으로 살점이 뜯긴 부위 위에 약간 부운 다음 약통에서 실이 달린 수술용 바늘을 들었다.
마틴은 그녀가 전문 의약품을 가져온 것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떻게 그걸.."
"병원에 갔다왔어요."
마틴은 그녀의 황당한 대답 다음으로 그녀가 순간이동을 한다는 사실을 재차 깨달았다.
그녀는 마틴의 허벅지를 꿰매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제 이름은 제이미에요. 제이미 레이."
마틴은 그녀가 자신을 소개하자 자신 역시 이름을 말해주었다.
"마틴 루소입니다."
"알고 있어요. 밀런 파머스, 존래더스, 그리고 반군 참모 사령관 마틴 루소를 모를 수가 없죠."
제이미가 마틴의 허벅지를 붕대로 다 감고 나서 말했다.
"자 이제 바지를 입으세요."
마틴은 바지를 입으면서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들어 그녀에게 말했다.
"빨리 이곳을 떠나야할 것 같아요."
"핸드폰도 추적가능하니 초기화시키고 놓고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마틴은 그녀의 의견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초기화 시킨 다음 침대 위에 던졌다.
"복구하면 정보가 많이 드러날 텐데요."
"대포 휴대폰이라 상관없어요."
"그렇군요. 그럼 떠날까요?"
제이미는 마틴에게 손을 내밀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마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이미의 손을 잡았다. 제이미는 허공을 응시하더니 다음으로 이동할 장소를 떠올려보았다.
쾅!
반대쪽 객실에서 거친 폭발음이 들려왔다.
완전 무장한 특수부대가 정문으로 한 팀, 다른 한 팀은 창문을 깨고 동시에 마틴이 있는 호텔룸으로 진입했다.
마틴이 강렬한 진동과 소음에 기겁하자 제이미는 걱정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MI6의 로리타 엘리엇 요원이 마틴과 제이미가 사라진 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사람의 체취가 느껴져서 온갖 의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침대 위에 핏자국과 위치추적칩을 발견하고 대원들에게 말했다.
"마틴 루소! 방금 전까지 있었는데, 사라졌어. "
제이미와 함께 순간이동한 마틴은 바닷가가 훤히 보이는 해변 별장이었다.
마틴은 주변을 살피며 당분간은 안심하고 숨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제이미는 마틴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제가 왜 당신을 구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궁금합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느 소속인지도.."
"사실 저는 밀런파머스의 옥시덴트 초인협회의 요원입니다."
"초인협회요?"
"네. 밀런파머스는 존래더스가 군사력를 확보하는 동안 비밀리에 유전자편집, 유전자변형, 사이보그, 로봇을 연구해왔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실험을 실시했고, 여러 초인들을 배출해냈지요. 그리고 마지막 피험자로 밀런 파머스가 그 대상이 되었는데, 실험 후 그가 갑자기 사라졌어요. 그래서 저는 그를 찾던 중 첩보를 통해 당신이 아담 로실드를 살해할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지요."
"마틴! 밀런을 혹시 만난 적이 있습니까? "
"그를 본지 저도 꾀 되었지요. 존과 완전히 갈라지고 나서는 그를 볼일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아담이 그곳에 오는 것을 알았나요?"
"저도 존래더스의 명령을 수행했을 뿐입니다. 존은 저에게 모든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아요."
"그랬군요."
그녀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그에게 말했다.
"마틴 당신은 지금 아담 로실드를 살해한 범인으로 수배중에 있어서 오늘 밤은 여기서 저와 함께 보내고 충분히 휴식과 음식을 취한 다음 내일 아침 영국으로 이동합시다."
마틴은 그녀가 밀런을 찾으려는 의도가 궁금 했다.
"밀런을 찾는 이유가 대체 뭡니까?"
"그가 키를 가지고 있어요."
"키라니요?"
"저희 본부의 모든 시스템을 다 사용할 수있는 권한이죠. 현재는 사용가능한 것이 절반 이하에요. 그가 키를 건넨다면 코브웹에 대적할만한 시스템을 얻게되는 거죠."
마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질문했다.
"그가 영국에 있을 것이라는 판단은 추측인가요?"
"존래더스와 당신이 영국에 있을 당시 첩보를 얻었지요?"
"그건 그렇죠."
"그래서 영국으로 가는 겁니다."
"지금 저는 MI6의 표적이 되어 있습니다. 영국은 위험할 수도 있어요."
"당신은 어디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요. 하지만 저랑 다니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영국으로 눈깜짝이면 이동할 수 있겠어요."
"그렇지않아요. 피닉스에서 워싱턴 같은 대륙간의 거리는 문제 없지만, 순간이동도 주파수를 따라 가야해서 바다를 건너는 건 불가능해요."
"바다로 순간이동은 불가능하다는 건가요?"
"네. 저의 순간이동 능력은 사실 양자 컴퓨팅 시스템으로 개발한 장치입니다. 저는 제 가슴과 뇌 부위에 트랜스포팅 칩을 심었고, 주파수 파동을 이용해 내부적으로 장착된 네비게이션으로 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가 있게 되어 있지요."
마틴은 별장 내부를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에 있어도 별 문제 없을까요?"
"걱정 마세요. 여긴 비밀 안전가옥이에요. 벽 중앙에 전파 차단 물질이 코팅되어 있어서 해킹으로도 못 뚫어요. 다만 인터넷은 못쓰지만."
마틴은 큰일을 치룬 뒤라 더이상 질문이 떠오르지않았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지친 내색이 역력했고 어디 앉을 곳이 없나 두리번대고 있었다. 그저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뿐이 없었다.
마틴은 해변이 보이는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테라스 의자에 앉았다.
제이미는 그가 잠시 혼자 있고 싶어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냉장고를 살피기 시작했다.
마틴은 지평선에 닿아 있는 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대체 존 래더스가 어디에서 아담 로실드의 첩보를 얻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존 래더스와 연락은 두절 되었고, 그는 최대의 적들의 타겟이 되어 낯선 초능력자에게 의존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유리문을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틴! 차려 놓은 건 없지만 같이 식사해요. 배라도 든든해야 앞날에 대비하죠."
제이미가 고개를 내민 채 말하고 있었다.
마틴은 아주 잠깐 생각에 젖은 사이에 어떻게 식사 준비까지 다했나 싶었는데, 시계를 보니 그가 테라스로 나간지 한 시간이나 지난 것이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다니요."
"고민이 많아 보이시네요. 오늘 밤은 시름을 잊고 허기진 배나 채우자고요."
제이미는 미리 냉장고에 식재료가 다 준비되어 음식을 만드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틴은 식탁 앞에 따뜻한 국물이 있는 수프,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스테이크와 샐러드를 보고 군침이 바로 돋았다.
"이런 음식도 다 있었군요."
"네. 안전가옥이라 미리 준비해놨었어요. 식기 전에 어서 먹어요."
"목숨도 구해주시고, 식사까지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이미는 어깨를 살짝 들고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앞으로 제가 마틴에게 받을 도움이 더 많을 거예요."
제이미는 식탁 한 쪽에 있는 와인을 들고 마틴의 잔에 채워주며 말했다.
"스테이크랑 같이 곁들여 먹야 제맛이죠."
마틴은 적포도주 잔을 제이미로부터 받았다.
제이미도 자신의 잔에 와인을 채운 뒤 그와 함께 잔을 부딪혔다.
팅!
제이미는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물었다.
"마틴 정말 밀런을 본 적은 없나요? 그런데 어떻게 존이 아담의 위치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던 건가요?"
마틴 역시 고기를 씹으며 입맛을 다시면서 대답했다.
"존은 자신의 심복을 아틀라스에 심어 놓았다고 했어요. 다만 그가 누구인지는 기밀이라고 했지요."
"가장 신뢰해야할 마틴 루소에게 비밀을 할 정도면 뭔가 뒤가 구린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피닉스 본부 한 가운데 지진이 일어났고, 그의 생체 에너지가 전혀 잡히지가 않아요. 정말 죽었거나, 실종되었다면 폐쇄된 밀실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당신들의 초인협회라는 곳은 장비가 대단한 모양입니다. 생체 에너지까지 포착이 가능한 정도라니 말이에요."
"물론 그의 몸 속에 아무런 디바이스도 없었다면 확인이 불가능했겠죠. 하지만 그는 당신과 끊임없이 통신하고 있는 와중에 사라졌어요."
"그의 몸에도 칩이 있었단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있었어요. 그래서 알 수 있었죠.
마틴은 스테이크 하나로는 배를 채울 수 없었는데, 이미 제이미가 넉넉히 구워놔서 다섯 개를 흔적도 없이 다 헤치워 버렸다.
제이미와 마틴은 식사를 마치고 함께 정리를 했다.
피곤끼가 역력한 마틴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궈야 할 것 같았다.
"좀 씻어야겠어요. 먼저 가도 되겠죠?"
"네. 그러세요."
마틴은 뜨거운 욕조에 물을 채운 뒤 옷을 벗고 몸을 담갔다. 뜨거운 물이 경직되었던 몸을 제대로 풀어주었다.
그는 가운을 입은 채 욕실을 나오자 제이미가 기다리고 있다가 그에게 준비한 옷을 건네며 말했다.
"속옷이에요. 찾을까봐 미리 드리는 거예요. 방 붙박이 장롱에 보면 입을 만한 옷이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제이미는 예쁘게 눈웃음 치며 욕실로 들어갔다.
마틴은 부엌과 연결된 거실을 지나가 단 하나 밖에 없는 방문을 열어보았다.
침실은 마치 신혼부부를 위해 마련된 곳처럼 아늑해보였다.
"이런 둘이서 한 방를 쓰게 생겼어. 내가 바닥에 내려가야겠군."
그는 침대 위에 있는 베개를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누웠다.
제이미가 샤워를 마치고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큰 타월로 가슴과 허벅지 위를 가리고 있었다.
마틴은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옆으로 누운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키 170센치미터에 가슴도 풍만하고, 몸매는 마치 정으로 조각해 놓은 듯 아름다운 각선미를 가지고 있었다.
제이미는 약간 부끄러운 듯 침대 뒤로 돌아들어가며 그에게 말했다.
"침대에서 주무시죠. 왜.."
"아니에요. 제이미가 거기에서 주무세요. 전 여기가 편해요."
"그럼. 실례할게요."
제이미는 큰 타올을 벗어 놓고 알몸 상태로 바로 침대 위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젖힐 때 그녀의 가슴과 음모가 살짝 들어났다.
그녀는 이불을 덮은 채 몇초간 천장을 바라보다가 왠지 미안한 기분이 들어 침대 아래 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불편하면 올라오세요."
마틴은 그녀의 말에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괜찮은데.."
"어서요."
그녀가 이불을 열어보이며 자신의 알몸을 다보였다.
마틴은 제이미가 자신의 치부를 다 드러내며 자신을 유혹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젊은 이성간에 끌리는 마법같은 호르몬 탓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는 두 번 거절하면 그녀의 마음의 문이 닫힐 것 같아 용기를 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상의를 걸치고 있던 잠옷을 벗으며 팬티만 입은 채로 살며시 침대 위로 올라갔다. 하지만 조금은 창피한 기분이 들었는 지 그녀를 등진 채 누웠다.
제이미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 팔근육의 상박 위아래를 가볍게 쓸어올렸다가 내렸다.
여인의 따뜻한 온기가 팔뚝을 타고 전해지자 그는 몸을 옆으로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둥근 눈에 예쁘게 결진 쌍커풀과 갸름한 턱과 오똑한 코, 등 그녀의 생김새를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제이미 역시 마친가지로 조각으로 파놓은 듯한 마틴의 얼굴을 분석하고 있었다. 그녀는 완벽한 그의 눈을 바라보며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틴! 정말 잘생겼어요."
마틴 역시 화답하듯 말했다.
"제이미야 말로 모델처럼 예뻐요."
제이미는 그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며 그의 입술에 한번 키스를 한 뒤 고개를 들어 그의 눈치를 살폈다.
마틴은 제이미의 입술이 닿는 순간 뻐근했던 온몸이 순식간에 풀리며 온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면서 아랫도리가 뜨거워지며 힘이 가해지고 있었다.
마틴의 입술은 마치 자석에 빨리듯 제이미의 입술로 빨려들어갔다. 격정적인 키스와 동시에 제이미의 풍만한 젖가슴 위로 마틴의 두 손이 올라왔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유두를 자극하며 유방 주변을 가볍게 터치하며 애무를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자신의 팬티를 끌어내렸다.
제이미가 짜릿한 기분에 질 속에서 음액흐르는 것을 감지하고 바로 허벅지를 크게 벌렸다.
마틴의 페니스는 딱딱하게 굳어 곧바로 그녀의 중앙을 깊이 파고들었다.
"으음!"
제이미는 간만에 느끼는 쾌감에 살짝 신음을 했다.
마치 차의 시동을 걸듯 그의 상체와 엉덩이가 천천히 상하로 움직였다.
그리고 속도를 내는 기차처럼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눈이 반쯤 풀린 제이미는 그의 어깨를 붙든 채 마틴의 눈과 마주쳤다. 마틴과 제이미는 감정이 하나가 되어 행복감에 웃고 있었다.
절정의 최고조에 쾌락이 오감을 완전하게 정복한 순간 두 알몸의 허벅지와 고관절 주변으로 뜨거운 열폭풍이 일어났다.
"허허억!"
마틴이 외마디 신음을 하자 제이미도 마지막 절정의 짜릿한 통증을 느꼈다.
"아아아!"
한 차례 폭풍이 쓸고간 자리에 남은 것은 포근한 잠자리였다.
마틴과 제이미는 서로 포개고 누워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동쪽 창문을 통해 살며시 스며들고 있었다.
눈을 뜬 마틴은 옆 자리에 제이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거실로 나가보았다.
제이미가 아침으로 어메리칸 브랙퍼스트를 만드는 중이었다. 그녀는 온몸이 다 드러나는 남청색 수트를 입고 있었다.
"제이미 벌써 일어났어요?"
마틴이 묻자 제이미는 베이컨을 굽다가 고개를 돌려 밝은 미소로 마틴을 대했다.
"네. 잘잤어요, 마틴? 든든하게 한끼 해결하고 영국으로 가야죠."
"네. 제가 거들건 없나요?"
"스푼과 포크, 접시만 좀 테이블에 세팅해주세요. 다른건 다 준비됐으니까요."
"네."
잠시 후 테이블 위에 스크램블과 베이컨, 소시지가 담긴 음식이 올라왔다.
마틴은 식사를 하며 물었다.
"아직 배편도 확인 안됐어요."
제이미는 베이컨을 씹으며 피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사실 아침에 확인해봤는데, 배로 가는 것도 위험할 것 같아요. 그래서 본부에 지원요청을 했어요."
"지원요청을 했다고요?"
"네. 사실 좀 기밀이긴 한데, 저희 전용 수용기가 있거든요. 그것으로 일단 영국으로 갈 예정이에요. 그래서 일단 식사한 다음에 제가 순간이동으로 본부로 이동해서 이쪽으로 타고 올 예정이에요."
"아! 좋은 생각이네요."
"오전 10시에 해변 앞으로 나와 있어요."
"그래요? 지금이 9시인데, 금방이네요."
제이미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서두르셔야 할거예요."
"알겠습니다. 정리는 제가 할게요."
제이미는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식사 후 제이미는 먼저 순간이동하여 사라지고, 마틴은 주변 정리를 한 다음 입을 만한 옷을 옷장에서 찾아보았다.
농안에는 제이미가 입은 기능성 수트 같은 것이 여러 벌 걸려 있었고, 남성복과 여성복으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그는 블랙수트 한 벌을 꺼내 입어보았다.
수트는 단벌로 위아래 통으로 이어져 있었다.
마틴은 바지를 먼저 입고 중간 허리에 지퍼로 연결된 상의를 입고, 허리의 지퍼를 잠궜다. 지퍼는 이음새에 덮개가 지퍼의 모양을 잘 덮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는 거울로 가서 자신의 몸을 비춰보았다.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나 마치 미국 히어로 영화에나 등장하는 인물들과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마틴은 제이미가 순간이동으로 사라진 다음 부지런하게 채비를 마치고 10시가 되기 전 백사장 모래 위에서 제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하게 10시 초침과 분침이 합쳐지는 순간 해변 한 가운데에서 둥그런 홀 형태의 파도가 형성되다가 비행체 하나가 수면을 뚫고 올라왔다.
그는 깜짝 놀라며 뒤로 서너 발자국 물러났다.
진청색 바탕에 날개와 앞 부리가 마치 갈귀처럼 연결된 삼각형 형태에 가로 세로 폭 10미터 * 15미터 * 5미터 규모의 비행체가 웅 하는 소음을 일으키며 비행체가 백사장까지 음속으로 날아와 마틴의 머리 위에서 멈추었다.
그는 눈 앞에서 진기한 광경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이미가 갑자기 마틴의 눈앞에서 번쩍하며 나타나 방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마틴이 제이미의 손을 잡자 둘은 금세 비행체로 이동됐다.
제이미가 조종석에 앉으며 마틴에게 부조종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 앉고 안전벨트 매요. 이제 출발합니다."
"네. 제이미!"
허공에 떠 있던 음속비행체의 엔진에서 노란 빛이 번쩍이더니 고속으로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마틴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체 이 비행기의 기술은 무엇입니까?"
"이름은 매치스페이스라고 불러요. 초음속 스텔스 기능이 장착되었고, 유에프오 테크놀러지가 가미된 첨단기술의 수륙양용제트기에요. 잠수함, 창공 어디서든 활보가 가능하지요."
"대단하군요."
매치스페이스는 단 30분 만에 대서양을 건나 영국으로 진입했다. 물론 영공을 통과할 때 미국이나 영국의 레이다에 전혀 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영국 리버풀의 한적한 해변의 헬기장에 매치스페이스가 가볍게 착륙했다. 단층 집에 넓은 헬기장이 있는 사유지였으며, 그곳 역시 초인협회 본부의 소유지였다.
제이미는 마틴에게 그와 같은 내용을 설명해주며 나머지 당부를 남겼다.
"여기 주소를 기억하셨다가 만약에 우리가 서로 헤어지더라도 이곳에서 만나야해요. 알았죠?"
"알겠어요."
"그리고 우리 어제 몸도 섞었는데, 말도 편하게 할까? 허니?"
"아! 그럼 오늘이 2일째네?"
"그래. 난 그냥 막 몸을 휘두르는 여자 아니야. 정식으로 사귀고 싶어."
"나도 사실 제이미가 마음에 들어. 그러자."
"오케이 일단 이동하고."
마틴과 제이미가 손을 잡고 자취를 감추었다. 두 사람이 사라진 공간에 먼지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마틴과 제이미는 영국의 링컨 카센타 입구 앞에서 순간이동으로 나타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카운터를 보고 있던 리지 존스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님을 맞듯 그들을 대했다.
"어서오세요."
마틴이 그녀에게 다가가자 그를 알아본 리지가 다시 한번 놀란 듯 물었다.
"마틴? 어떻게 된 거죠?"
마틴은 리지에게 그간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또 다른 아나키스트인 초인협회의 제이미를 소개했다.
"제가 아담 로실드를 저격하고 반격을 받던 중 절 구해 냈지요. 우리와 같은 반정부단체인 제이미는 초인협회 사람이고, 지금 밀런 파머스를 찾고 있답니다."
"아버님은 실종되셨잖아요."
제이미가 중간에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실종되셨죠. 그래서 찾으려고 하는 겁니다. 그는 저희와 같이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분명 당신이 남편 맥빈과 함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거든요."
리지는 존 래더스로부터 맥빈이 데이빗 라필로의 성에 있다고 했던 말을 기억했다.
"맥빈과 함께 월링턴으로 왔을 때 그는 MI6에의해 연행됐어요. 그런데 존이 마틴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맥빈이 데이빗 라필로회장의 성에 잡혀 있을 거라고 했거든요."
리지는 초인협회가 무엇인지, 그녀가 왜 밀런 파머스를 찾는지 궁금해졌다.
"대체 초인협회가 어떤 곳이죠? 반정부 단체라고요?"
제이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리지에게 자신의 소속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실은 밀런 파머스는 초능력협회를 비밀리에 이끌어온 회장이었어요. 그리고 그림자 정부에 맞서는 부호들이 모든 자금을 끌어모으고, 기술을 들여와 초인협회를 만들었어요. 결국 저희는 같은 동맹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밀런회장이 갑자기 실종된 이유를 알아내야해요.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이는 인류에 닥칠 운명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리지는 심각한 상황이라 가게 문을 닫고 마이클 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이클 케인은 외부에 있었고, 곧 도착한다고 했다.
그들은 한 동안 존래더스의 지령이 없어서 카센타만 운영하는 업무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리지는 3층 응접실로 그들을 안내해서 커피를 돌렸다.
제이미는 커피를 마시며 최신 정보를 그들에게 공개했다.
"저를 비롯해서 우리 동료들은 앞으로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지진이 일어날 것을 예감하고 아틀라스를 탈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아틀라스 7호기가 한국에서 떠오르기 전에 밀런 파머스는 우리를 버리고 사라져버렸죠. 아틀라스 7호기의 등장은 하나의 신호탄입니다. 7호기의 등장과 동시에 숨겨져 있던 아틀라스 6대가 모습을 드러냈거든요. 얼마 전 한국의 상황을 첩보 보고를 받았습니다. 저희 해커능력자가 해킹에 성공하여 알아낸 정보였지요. 현재 코브웹을 장악한 것이 인공지능이라고 합니다."
마틴은 이야기를 듣던 중 제이미의 초인협회에 누가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당신들의 모임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분들입니까?"
"저희는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먼저 컴퓨터 해킹 전문가가 있는데, 그는 스스로 웹 내부의 스페이스로 들어가 모든 정보를 캐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또 한 사람은 힘이 강력한데다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점프 능력이 뛰어난 능력자가 있으며, 어떤 이는 삼일 후의 일을 미리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사람, 물 속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을 잘 치는 사람 등등 각자의 능력이 다양합니다. 인원은 별로 안 되요 한 스무 명 남짓, 더 많은 초인을 모집하는 중이지요. 그들의 능력에 단점이 있다면 단 한 가지만 초인의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밀런 파머스는 우리가 가진 많은 능력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어요. 그는 변신술이 가능하고 공중부양능력, 전투력, 해킹술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만약 인공지능이 그들을 통제하고 있다면 그 역시 인공지능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리지 존스와 마틴은 놀라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데이비드 라필로의 성에 머무르고 있던 맥빈은 리지의 소식이 여간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맥빈은 성 내부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전화기를 찾아보았다. 개인휴대폰을 MI6요원들에게 빼앗긴데다 밀런이 휴대폰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리지와 헤어진 뒤로 한 순간도 그녀를 잊은 적이 없는 그였으며, 어떻게서든 통화를 해야만했다. 가능하다면 밀런에게 허락을 얻어 리지를 그곳으로 불러들일 계획도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성 안을 아무리 돌아다녔지만, 그는 어디에서도 구식 전화기 조차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온 군데를 샅샅이 뒤자다가 문득 골동품 같은 옛날 전화기 하나가 장식품처럼 전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혹시나 해서 전화기를 들어보았다. 돌려서 거는 전화였는데 선이 연결이 되어 사용이 가능했다. 그는 재빨리 리지의 휴대폰으로 걸어보았다.
리지는 MI6에게 잡혔을 때 그들은 그녀의 또 다른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았었다. 작은 폴더형 대포폰을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었고, 요원들은 그녀로부터 숨겨놨던 휴대폰을 압수하지 않았었다.
제이미와 마틴과 함께 대화를 나누던 중 한 통의 전화가 오자 혹시 맥빈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품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리지. 지금 어디야? 무사한 거야?"
"맥빈! 네. 지금 존레더스의 안가에 있어. 당신은? 괜찮은 거지?"
"그래. 지금 난 데이빗 라필로의 성에 구금되어 있어."
"거기에 왜?"
맥빈은 아버지 밀런이 데이빗으로 변신을 하고 있는 사실을 말해서는 안되었다. 아내조차도 전화 통화상이라서 비밀로 할 수밖에 없어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MI6가 날 이곳으로 데려왔어.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서 나갈 수가 없군."
제이미는 옆에서 통화를 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직감적으로 맥빈이 그곳에 있는 이유를 판단했다. 그녀는 리지에게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리지! 통화를 하고 있다면 바로 그를 만나게 해드릴게요."
제이미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밀런의 비밀을 파헤쳐야 했다.
그녀는 곧바로 리지와 마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리지가 눈을 깜박하는 사이에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먼지를 날리며 사라졌다.
제이미, 마틴, 그리고 리지는 구 전화기를 들고 있는 맥빈 파머스 앞에 나타났다.
맥빈은 놀라워하며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이 환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리지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를 껴안았고, 그제야 맥빈은 그녀가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리지! 어떻게 된거야?"
리지는 제이미를 소개했다.
"이분도 우리와 같은 반정부 소속이셔."
맥빈은 마틴을 잘 알아서 눈인사를 했지만 제이미는 초면이었다.
제이미는 손을 내밀며 자신을 인사했다.
"반가워요. 일단 이곳을 빠져나가죠."
맥빈은 그녀와 악수를 하면서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밀런은 아틀라스 1호기 사령관 좌석에 앉아있었다.
그는 눈을 감은 채 라필로 성에 맥빈 옆에 나타난 리지와 마틴, 그리고 제이미를 카메라의 연결된 회로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제이미가 여기까지 접근하다니. 다른 녀석들도 함께 끌고 올참인가?'
밀런은 눈을 뜨며 아틀라스 순간이동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담당 승무원은 순간이동실험을 주도해온 레이먼 박사였다.
"레이먼 박사! 사람 하나를 이리로 옮겨야겠소."
이모랄은 그의 회로에 데이빗 라필로가 순간이동실에서 누군가를 이동시키려는 것을 눈치 채고 카메라 회로를 통해 지켜보기 시작했다.
밀런은 이모랄의 시선을 의식하고 잠시 고민을 했다.
'맥빈을 데려오면 무슨 변명을 대야할까?'
이모랄은 단 한번도 데이빗을 의심해 본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데이빗의 활동에 큰 의심을 두지 않고 그저 무심히 그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가슴 한 가운데 연결된 인간의 심장이 불안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곧 있을 대규모 행사였다. 그의 행사는 인간들을 대재난의 지옥 속으로 보내는 일이었다.
밀런은 마음속에 이모랄에게 변명거리를 생각해 놓은 뒤 곧바로 레이먼 박사에게 맥빈의 위치를 지정해주었다.
"이쪽으로 순간이동 시켜주시오."
레이먼은 작은 의심도 없이 그의 명을 따라 순간이동프로그램을 열고 맥빈의 위치를 포착한 뒤 최종 실행 버튼을 눌렀다.
마틴이 맥빈에게 무슨 말을 건네려는 찰나였다.
맥빈은 자신의 몸에 이상 증상이 느껴져 손을 들어보니 손가락들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가 리지를 향해 경악한 눈빛을 보냈을 때는 이미 늦은 때였다. 그는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제이미는 황급히 상황을 판단하고 그가 사라진 경로를 따라 순간 이동했다.
제이미의 몸이 나타난 곳은 거친 바람이 몰아 닥치는 창공이었다. 백미터 떨어진 곳에 거대한 아틀라스 함선이 떠 있었다. 그녀는 그 함선을 응시하면서 땅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잠시간 창공을 강하하다가 순간 이동하여 다시 라필로의 성으로 돌아왔다.
성 안의 보안 요원들이 그들의 침입을 발견하고 무장한 상태로 몰려들고 있었다.
무장 보안요원들이 문을 열고 막 들이닥치려는 찰나 제이미는 리지와 마틴을 붙잡고 사라졌다.
맥빈은 알 수없는 밀실에 순간이동되어 나타났다.
거실도 있고, 텔레비젼도 있으며 창문도 있는 8평 정도 되는 객실이었다.
안에는 화장실도 있으며 부엌도 있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음식들도 들어 있었다.
그는 밖으로 나가보려고 안에서 현관 손잡이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어디에도 손잡이는 없었고, 미닫이 형태의 자동문이라서 그의 접근을 불허한 듯 문은 열리지 않았다.
밀런은 맥빈을 아틀라스로 옮긴 뒤로 그를 일부러 찾아가지 않았다. 자칫 맥빈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이 들통이라도 나면 안되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모랄이 그에게 맥빈을 불러들인 이유를 묻는다면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는 반정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명분으로 그를 가두는 것이라고 속일 참이었다. 물로 맥빈은 그 비밀스러운 옥시덴트에 대하여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이모랄은 아틀라스 7호기의 사령관 자리에 금속인 육신인 상태로 앉아 모든 상황을 지켜 보고 있었다. 맥빈이 아틀라스 1호기로 데이빗에 의해 옮겨지고, 라필로 궁에서 제이미, 리지, 마틴이 다시 다른 곳으로 순간 이동하는 것까지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밀런 파머스가 데이빗으로 둔갑하여 그 역시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은 꿈에서 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마틴과 제이미는 리지와 함께 다시 월링턴 링컨 카센타로 돌아왔다.
제이미는 맥빈이 아틀라스로 이동했다는 것을 설명해야했다.
"리지! 맥빈이 간 곳은 창공에 떠 있는 아틀라스 쉽이에요."
리지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어떻게 그가 거길 갈 수가 있죠? 그곳에 갈 이유가 없는데요."
"라필로 성에 갈 이유도 마땅이 없었죠. 뭔가가 있어는 게 분명해요."
마틴은 제이미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추측하는 것이 제이미의 생각과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혹시 밀런 파머스가 아틀라스에?"
제이미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죠. 맥빈이 거기에 갈 이유는 단 하나에요."
"그럼 왜 리지를 두고.."
"만약 밀런이 아틀라스쉽에서 한 자리 꿰차고 있다면 아마 리지를 며느리로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봐야할 지도 몰라요."
제이미의 말에 순간 리지의 안색이 창백하게 돌변했다.
제이미는 리지가 상처받은 것 같아 말을 수습했다.
"하지만 맥빈은 리지를 사랑하잖아요. 그는 리지를 버리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 않나요? 그가 이동된 것도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 였으니까요. 그는 지금 납치된 거라고요."
리지는 더이상 그들의 대화에 끼고 싶지 않았다.
"죄송해요. 더이상 맥빈도 당신들도 보고 싶지 않아요."
마틴이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리지에게 물었다.
"리지!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맥빈을 찾아야할게 아닌가요?"
"아니요. 맥빈은 절 버렸어요."
그때 외부에 나가 있던 마이클 케인이 카센타로 돌아왔다. 그는 3층 응접실에 모여 있는 그들을 발견하고 반가워 했다.
"마틴! 언제 왔어?"
"마이클 케인은 마이클을 반기는 눈치를 보내다가 순간 리지와 마이클 사이에서 이상한 에너지를 감지할 수 있었다.
"마이클!"
"그래. 임무는 잘 수행했다고 들었어. 그런데 존래더스와 통신도 두절되고, 연락이 안되는 군. 피닉스 본부가 지진이 났다는 소식을 전해들어서 계속 알아보는 중이었어. 자네 역시 연락도 안되어서 많이 걱정했지."
마틴은 그간 벌어졌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나는 아담을 제거한 뒤 초인협회 제이미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왔어. 존래더스는 나를 구출하려다가 실종된 것 같아."
"다행이야. 그런데 초인협회라는 곳은 처음 듣는군."
마틴은 대략 설명을 해주고 제이미에게 그들을 떠나야겠다는 눈치를 주기 위해 잠시 창가로 옮겼다. 제이미가 그에게 다가오자 마틴은 조용히 속삭였다.
"리지와 마이클이 서로 바람을 피운 것 같아. 더이상 리지도 맥빈에게 미련이 없어보여."
제이미 역시 눈치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나도 느꼈어. 일단 이곳을 떠나야겠어. 어차피 우리가 뭉쳐봐야 아무런 소득이 없어."
그때 제이미의 스마트 폰으로 진동기 감지되어 꺼내서 켜보았다.
스마트폰 화면이 켜지며 전세계 지도가 나타났다. 일본 도쿄, 한국 서울, 미국 알라스카, 샌안드레아스, 아르헨티나, 멕시코, 인도네시아, 중국 베이징, 태국, 스페인, 터키, 리비아, 소말리아, 인도, 베네수엘라, 칠레, 러시아 쿠릴 등 기본 적으로 진도 5정도 수시로 일어나던 지진이 갑자기 7이상의 진도로 솟구치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세계에 지진이 산발적으로 7이상 일어나고 있어. 이쪽 지역에서 가까운 곳은 스페인, 터키, 리비아, 인도 순이에요. 당장 떠나야해."
제이미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란 마틴이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
제이미는 그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이건 전세계 지진 탐지기 앱이에요. 이것봐요. 붉은 색은 진도 7 이상을 의미해요. 이정도면 뉴스에 나올거예요."
마이클이 제이미의 말을 듣고 재빨리 텔레비젼을 켰다.
BBC 채널에서는 1분 전에 일어난 전세계 지진을 보도하고 있었다.
리지와 마이클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은근히 서로 안으려는 제스추어를 보이고 있었다.
마틴은 마이클에게 다가가 말했다.
"마이클 같이 가자."
마틴은 두 사람의 불륜을 감지했지만, 모르는 척 해주고 함께 할 것을 종용했다. 그런데 의외로 마이클은 더이상 반정부에 대한 미련이 없는 사람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난 여기에 있겠어. 어차피 지진이 일어나도 안전한 곳은 없어. 내가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인지도 모르고 말이야."
마틴은 그를 설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마이클은 휴대폰을 하나 그에게 건네며 말했다.
"연락하라고. 우리는 여길 지킬게."
"알았어. 연락할게."
마틴은 리지를 보고 작별인사를 했다.
"리지! 그럼 잘 있어요. 몸조심하고요."
"네. 마틴도요."
인사를 마친 마틴은 뒷걸음 치며 제이미의 손을 잡았다. 제이미도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마친 뒤 마틴과 함께 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리버풀 해변 안전가옥에 있던 매치스페이스 내부로 순간이동한 제이미는 바로 엔진을 켜고 지진 지역을 정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마틴 역시 부조종석에 앉아서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다.
제이미의 스마트 폰에 다시 붉은 점이 다른 지역으로 변경되어 나타났다. 그때 순간 미세한 진동이 감지되며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마틴은 긴장하며 제이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영국도 터질 것 같아."
"어. 일단 이륙해야겠어."
"어디로 갈 건데?"
"사실 밀런을 찾지 못하면 본부로 갈 수 없어. 일단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한 다음 작전을 짜야해."
우드드드
몇초 사이에 새로운 지진이 감지된 듯 좀전보다 더 큰 진동이 느껴졌다.
하부 엔진룸에 푸른 빛이 둥그렇게 발하며 기체가 서서히 떠오르다가 순식간에 10미터 이상을 치솟아 올랐다. 마치 창공에 레일이라도 단 듯 미동조차 없이 정교하게 뻗어 오르던 비행체는 100피트(30미터) 창공에서 상승을 멈췄다.
마틴은 하늘의 구름이 커다란 굵기로 여러 갈래로 갈려져 있는 것을 보고 제이미에게 물었다.
"저게 뭐지?"
"어마어마한 고주파야. 전세계가 아작나겠어."
제이미는 조종석 모니터에도 지진을 일으키는 고주파 수치를 감지하며 나타내고 있었다.
"이건 자연지진이 아니야. 아틀라스 내부에 하프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고 들었어. 그들이 인류를 완전히 소멸시키려고 작정한 거야."
매치스페이스가 떠오른 자리 위로 갑자기 땅이 갈라지며 안전가옥의 지붕과 벽체가 부서지고 있었다.
"영국도 곧 끝날 거야. 리지와 마이클을 구해야해.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왔어야하는 건데."
"아니야. 잠깐 만 조종대를 고정한 상태로 기다려 내가 다녀올게."
"안돼! 위험해. 이걸로 이동해. 갑자기 이동한 곳이 쑥 대밭이면 어떡하려고?"
제이미는 살짝 깜박 한 듯 모니터 패드를 확대하여 월링턴 카센타를 검색하고 엔터를 눌렀다.
영국의 수십 군데 지진이 감지됐고, 진도 9이상이었다. 그중에 월링턴 옆 맨체스터 진도 9가 감지됐다.
"그래. 월링턴이면 3분이면 도착해."
제이미는 음속장치를 켜고 위치를 정한 뒤 방향을 이동시켰다.
매치스페이스가 동쪽 방향으로 살짝 돌더니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월링턴
리지와 마이클은 카센타가 심하게 흔들려서 급하게 밖으로 뛰쳐 나왔다.
그런데 사방이 흔들리는 와중에 주변의 건물들에서 잔해가 떨어지고, 차들의 사고 소음이 빗발치고 있었다.
마이클은 리지와 손을 붙잡은 채 소리쳤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해."
리지는 기겁한 듯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마이클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건물이 없는 공원쪽으로 달렸다. 땅이 극심하게 흔들려서 이동하기가 어려웠고, 건물에서 떨어지는 잔해와 바람에 날리는 분진 때문에 앞을 제대로 가늠하기 힘들었다.
마이클과 리지는 딕슨스트레이트를 달리며 뱅크공원을 향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 쪽으로 달리고 있었고, 이미 도로 위에 차를 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쿵
거대한 소음과 진동이 사방에 전해지며 양편에 있던 수많은 건물들이 뼈대만 남은 채 무너져 내렸다.
도로 위를 달리던 사람들의 찢어질 듯한 단체 비명소리가 들렸다. 순간 눈 앞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이 거대한 싱크홀과 함께 땅 속으로 파묻혀 버렸다.
리지와 마이클은 놀라서 뒤로 벌러덩 넘어졌고, 여러 사람들도 동시에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때 마이클이 바지속에 넣어놨던 휴대폰의 진동을 느꼈다.
진동소리와 소음때문에 감지를 못하다가 잠시 소강상태에서 휴대폰 진동이 느껴진 것이었다.
그는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마이클 어디야?"
"마틴! 여기는 딕슨스트리트에서 뱅크파크로 가능 가운데 도로에 있어."
"알았어."
쾅!
딕슨스트리트의 땅이 순식간에 갈라지며 사방의 사람들이 모두 땅 속으로 떨어졌다.
순간 마이클은 리지의 손을 잡았고, 리지는 10미터 정도 벌어진 땅 속을 떨어질 뻔 한 것을 겨우 매달려 있었다.
"리지!"
"마이클!"
"조금만 버텨!"
마이클은 있는 힘을 다해 그녀를 끌어올렸다.
리지도 최대한 다른 손으로 부서진 바닥을 잡고 갈라진 땅 벽을 딛였다.
겨우 올라온 리지와 마이클은 인도 쪽으로 피한 뒤 이미 부서진 건물들 사이로 달렸다.
월링턴 뱅크파크에 도착한 매치 스페이스는 쓰러져가는 건물 위로 저공비행을 하며 마이클과 리지를 찾기 시작했다.
제이미는 마틴에게 모니터패드 위에 검색단추를 설정한 뒤 말했다.
"마틴! 번호, 마이클 번호를 쳐!"
마틴은 황급히 휴대폰의 마이클 번호를 확인하고 번호를 하나하나 눌렀다.
번호를 다 입력한 뒤 제이미가 엔터를 누르자 마이클의 위치가 지도위에 표시되었다. 제이미가 위치를 손으로 클릭하자 정확한 위치가 확대됐다.
매치스페이스가 웅 소음을 내며 빠르게 이동했다.
완전히 폐허가 된데다 계속되는 강도 7이상의 여진으로 건물 계속 흔들리거나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 가운데 건물 사이로 두 명의 사람이 포착이 됐다.
마틴이 소리쳤다.
"저깄다."
제이미가 그에게 말했다.
"마틴! 조종대!"
마틴이 부조정석 조종대를 거머쥐자 제이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순간 건물의 파편이 떨어지며 마이클과 리지를 덮었다. 그 잔해 옆으로 제이미가 나타났고, 거의 실신 직전에 굵직한 파편 속에 파묻혀 보이는 리지의 몸을 잡았다. 그때 또 다른 파편이 제이미의 머리를 치면서 동시에 사라졌다.
갑판 위로 나타난 사람은 제이미와 리지 둘 뿐이었다. 리지는 괜찮아 보였는데, 제이미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마틴은 조종을 하다고 놀라서 뒤를 돌아보고 소리쳤다.
"제이미!"
제이미는 어지러워져 그대로 실신했고, 리지가 급하게 그녀의 옷으로 제이미의 머리에서 나는 피를 막았다.
마틴은 제이미에게 배운 대로 매치스페이스를 상승시켰다. 기체는 곧바로 직선으로 창공 위로 솟구쳐올라 100미터 정도에서 멈추었다. 그는 자동 모드로 전환한 뒤 급하게 갑판 쪽으로 달려와 구급상자를 찾아 제이미 옆에 내려놓고 덮개를 열어젖혔다.
리지는 당황한 듯 마틴을 보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가 안멈춰요."
마틴은 구급함에서 큰 천을 꺼내 제이미의 머리를 감싼 뒤 한참을 멈추고 기다렸다. 잠시후 피가 멈추었고, 그는 천을 제거하고 머리가 찢어진 부위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냈다. 그리고 갈고리 모양의 바늘에 실을 끼고 머리를 꿰매기 시작했다.
마틴은 완전히 봉합을 하고 나서 리지에게 말했다.
"벽 수납장을 살펴보세요. 머리를 댈만한 것좀 찾아주세요."
"네."
리지는 황급히 일어나 그가 구급함을 가져왔던 주변의 벽체를 확인해보았다. 그리고 한 곳에서 수납장을 밀어 열어 패드 하나를 발견하여 그에게 가져왔다.
마틴은 제이미 머리의 찢어진 부위가 위로 가도록 두게 옆으로 뉘였다.
마틴은 일단 리지에게 제이미의 뒷 간호를 부탁했다.
"리지! 제이미를 부탁해요.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해서요."
리지는 눈가에 눈물이 고인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틴은 조종석에 앉아 벨트를 채운 다음 모니터 패드에서 설정 모양을 눌러보았다. 기능은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사용 기호와 매우 흡사하여 익숙한 기분이 드는데다 대체로 영어의 약자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짜놓아서 그런지 대략 유추해서 확인이 가능했다.
그는 설정 옵션에서 외부의 상황을 더욱 확실하게 볼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대체로 영어의 약자를 사용해서 설명서를 읽지 않고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들여다보다가 T.W의 약자가 Total Window 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에 클릭을 했다.
그때 갑자기 기체내 모든 천장, 바닥, 벽면이 투명해져 밖이 다보였다.
"꺅!"
깜짝 놀란 리지는 자신이 추락하는 줄 알고 비명을 질렀다.
"리지! 놀라지 말아요. 밖의 상황을 자세히 보려고 설정한 거니까요."
마틴은 외부와 내부의 어느 정도 구분을 위해 설정에서 T.W 부분 설정을 확인해보았다. T.W 옆에는 P.W가 있었고 옵션을 누르자 여러 형태의 투명창 옵션들이 떠올랐다. 그가 5/10줄무늬 형식의 옵션을 선택하니 혼동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외부를 확연히 볼 수 있는 투명창이 열렸다.
리지는 눈물을 흘리며 100피트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난상황을 지켜보았다.
영국 서해에서 밀려온 쓰나미가 리버풀을 덮고 지나와 월링턴을 쓸어가고 있었다.
"젠장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이런 기술을 가진 자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아."
마틴은 혼자말로 되뇌다가 순간 사람들을 구해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리지! 정신차려요. 지금부터 고층 빌딩에 사람들을 최대한 이 비행체에 실을 겁니다."
리지는 여전히 흐르던 눈물을 닦고는 상체를 세우며 나약한 말투로 물었다.
"사람들을 구한다고요?"
마틴은 그녀의 반응이 영 섞연치 않자 순간 화가 밀려왔다.
"그럼 사람들을 그대로 두자는 겁니까? 질문이 좀 그렇네요."
"아니 그게 아니고."
리지는 순간 부아가 오르더니 그에게 약간 언성을 높여 말했다.
"사람을 이상하게 몰지 말아요. 저는 어떻게 사람을 구할지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마틴은 화를 내는 리지의 표정을 보고 한심하다는 기분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생존자끼리 서로 반목하면 앞으로 더 갈길이 험하고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요. 그럼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시도해봅시다. 지금이 가장 처절한 상황입니다."
"알았어요. 화내서 미안하고요. 아무튼 최대한 도울게요."
"당연하죠. 우선 고층빌딩 주변으로 저공비행할 겁니다."
"알았어요."
마틴은 조종대를 잡고 비행체를 아래쪽으로 향하게 방향을 틀었다. 매치스페이스는 앞으로 날아가다가 점점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매치스페이스가 구름을 뚫고 고층 건물과 근접했을 때 50층 건물 위로 사람들이 옥상에 올라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리지는 옥상 위에 보이는 사람들이 적어도 도합 30,40명 정도는 될 거라고 보고 마틴에게 물었다.
"여기 평수가 저정도 인원이타면 앉아 있을 공간도 없을 것 같아요."
마틴은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대체 어떡해야하는 거지? 이럴 때 제이미가 의식을 잃다니."
리지는 여전히 사경을 헤매고 있는 제이미 상태를 지켜보았다.
"저들이 올라와도 어떤 사람들이 올지도 알 수 없어요. 자칫 식량을 빼앗길 수도 있잖아요."
"리지! 이 비행체도 무한 에너지는 아니에요. 확인해보니 태양광 순환 배터리와 수소, 전기로 에너지원을 삼고 있어요. 이대로 그냥 있다가 우리도 짧은 시간 안에 죽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건데요?"
"일단 안전한 지역을 물색한 다음에 사람들을 이송하는 방법으로 움직여야해요. 추후에 우리가 생존할 쉘터 말입니다."
그때 제이미가 실눈을 뜨며 마치 둘의 대화를 다 들은 듯 짧게 한마디를 내뱉었다.
"끙, 마틴! 매치스페이스로 알아볼 수 있어."
마틴은 제이미의 의식이 돌아오자 반가워하며 소리쳤다.
"제이미! 괜찮아?"
제이미는 잠시 잠들었다가 깨어난 표정으로 상체를 일으키며 대답했다.
"응. 괜찮은 것 같아. 잠깐 뇌진탕으로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 이제 좀 나아졌어."
리지도 제이미의 등을 다독여주며 그녀의 얼굴을 둘러보며 말했다.
"제이미! 다행이에요. 이렇게 의식이 돌아와서."
"아니에요. 잠깐 잠들었던 것 뿐이에요. 어쨌든 사람들을 구하려면 마틴 말대로 쉘터를 먼저 확보해야해요."
마틴이 설정 패드를 두드리며 안전한 지대를 물색해보았다. 하지만 좀처럼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제이미가 일어나며 머리를 더듬더니 꿰맨 실밥이 손에 닿아 마틴에게 물었다.
"마틴! 내 머리가 찢어졌었나봐?"
"어! 급하게 응급조치한다고 구급약통에서 바늘과 실로 꿰맸어."
"내가 의식만 있었어도 레이져 봉합 스틱으로 했을 텐데."
"그런게 있는 줄 몰랐네."
"어쨌든 상관없어."
제이미가 조종석으로 이동하려 하자 리지가 그녀를 부축해주었다.
그녀는 부조종석에 앉은 뒤 패드에 떠오르는 옵션을 선택한 다음 A.I.V(Artificial Intelligence Version)라는 이니셜 버튼을 눌렀다.
"이제 말로 물어보면 대답해줄 거야. 마틴."
"이런 이렇게 좋은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했을 텐데."
"마틴! 난 아직 말 할 힘이 없어서 그러니 자기가 해줄래?"
"알았어. 그런데 매치스페이스라고 부르면 되겠지?"
"응. 매치라고 쉽게 불러도 될거야. 알아서 설정하니까."
"그래. 매치! 현재 생존가능한 쉘터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줘."
마틴의 질문에 AI매치가 푸른 색 형광빛을 발하며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는 그린란드가 가장 유력한 장소로 확인되고 있지만, 주변 바다에서 점진적 강도로 지진이 전달되고 있으니 10분 뒤면 그곳 역시 초토화 될 예정입니다. 그린란드가 최종 쉘터였으며, 이제 더이상 생존 가능한 육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 두 곳 만 제외하고.."
"그 뒤곳이 어디인지 확인부탁해."
"첫 번째는 육지가 아닌 창공에 있는 아틀라스 7대, 두 번째는 옥시덴트 수중도시입니다."
"아틀라스는 갈수 없고, 수중도시는 처음 듣는 예기인데?"
제이미는 솔직한 AI에 제한 설정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대신 답변해주었다.
"수중도시는 갈 수 없어."
마틴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소리에. 그곳이 유일한 곳이라고 하잖아."
"안돼."
"왜지? 이유를 말해봐."
"가능했다면 진작에 사람들을 대피시켰을 거야. 지금도 우리가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없다고봐야해."
"우리만 살자는 얘기야?"
"불가능해. 당장에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마틴! 오히려 너의 생각이 잘못된 거야. 차라리 저 사람들과 함께 죽는게 더 양심적이라고 해."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데?"
"밀런을 찾아서 그를 설득해야해. 그 방법 밖에는 없어."
흥분한 마틴은 더이상 할말을 잃은 채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눈 앞에 사람들이 처절하게 구원을 요청하지만 그는 아무 조취도 취할 수 없었다.
제이미는 다시 한 번 마틴을 설득했다.
"마틴,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우리가 생존한 것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해."
마틴은 갑자기 조종대를 잡고 천천히 잠식되어 가는 30층 건물을 지나갔다.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저들 중 일부만을 구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결국 거대한 홍수의 수위가 불어나며 30층의 옥상의 사람들을 모조리 쓸어가버렸다.
그는 해일에 쓸려간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워 하며 주변을 살피며 아직 살아 남은 사람들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치스페이스를 빌딩 사이로 천천히 이동시키다가 50층 아파트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다섯 명의 사람들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제이미 형편상이라도 저정도 인원이면 타도 될 거야. 최선을 다해야지."
제이미는 50층 아파트 옥상에서 자신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좋아. 저 사람들 위에서 멈춰봐."
마틴은 재빨리 비행체를 이동시켜 5명의 사람들 위에서 멈추었다. 다섯 명의 사람들 가운데에는 아이와 70로 보이는 남성도 있었다. 그들은 거대 해일이 온 도시를 휩쓸고 그들이 있는 건물마저 집어 삼키려고 하자 거의 패닉 상태거나 자포자기한 표정들이었다. 그들 머리 위로 비행체 한 대가 유에프오의 움직임으로 나타났지만, 그다지 기대를 안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바라볼 뿐이었다.
제이미가 패드 설정에서 Q.E(Quantum Evacuation)를 누르자 갑판의 후미 쪽 바닥 입구가 둥그런 모양으로 열렸다. 그리고 양자중력장 에너지가 사람들을 향해 비춰졌다.
회오리 같은 투명에너지체가 한 사람 한 사람을 비행체 안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마틴은 놀라워 하며 제이미에게 물었다.
"대체 저건 무슨 기술이야? 아까 마이클과 리지를 구할 때는 안썼잖아?"
"물체나 사람이 정확하게 포착되어야해서."
"그럼 내가 처음에 탈때는 왜 안썼지?"
"그때는 그냥 내가 널 데리고 가고 싶었고."
마틴은 그럴듯한 그녀의 대답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양자중력장 에너지로 끌어올려진 다섯 명의 사람들은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노인과 14세 여자아이, 7살 남자아이와 30대 아이 엄마, 30대 청년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난 것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그 가운데 노인이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옆에 서서 자신들을 보고 있던 리지에게 물었다.
"여, 여기가 천국이오?"
리지는 두 손을 흔들며 걱정말라는 듯 설명해주었다.
"아니에요. 여긴 비행기 안이에요."
30대 청년이 놀라워하며 물었다.
"아까 그 유에프오 안이란 말인가요?"
"맞아요. 유에프오는 아니지만.."
삼십대 여인은 7살 딸을 안은 채 놀란 가슴을 달랬다.
"애밀리! 살았어. 우린 살았다고."
엄마가 감격에 눈물을 흘리자 아이도 따라서 울기 시작했다.
14세 여자아이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조종대 앞으로 달려와 마틴과 제이미에게 청원을 했다.
"저희 엄마랑 내 동생, 우리 아빠 좀 구해주세요."
여자아이는 그말을 터뜨린 순간 울음보가 터져버렸다.
마틴이 안타까워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엄마는 어디계신데?"
여자아이는 눈물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해리를 찾으러 갔다가 헤어졌어요. 아무도 아파트 옥상에 올라오지 못했어요."
"넌 이름이 뭐니?"
"사라에요. 사라 스미스!"
제이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여자아이를 안아서 다독여주었다.
엄마같은 제이미의 따뜻한 체온이 한동안 지속되자 흥분했던 사라는 금세 진정이되었다.
제이미는 민지의 어깨를 잡고 냉정한 눈빛으로 설득했다.
"사라!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었어. 이젠 산사람이라도 정신을 추스려야해."
제이미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저희도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싶지만 이제 더이상 불가능합니다. 이 비행체에는 비상식량이 2년 치가 딱 3인분에게 맞춰져 있어요. 이제 5명이 들어왔으니까 적어도 절반은 줄었다고 봐야해요. 하지만 그 안에 지구에 쉘터가 다시 발생한다면 다행이고요. 그러니 지금은 기다리면서 휴식을 취하세요. 그리고 이 안에서 식사에 관련해서는 규칙을 정할 겁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다들 좌우측에 있는 좌석에 앉아서 편하게 기대고 안전벨트는 맨 상태로 쉬고 계세요. 우리는 현재 상공에 있고 위험한 상황은 계속 지속될 거니까요."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아서 벨트를 매기 시작했다.
7살 애밀리의 엄마는 딸을 먼저 자리에 앉힌 다음 민지를 좌석에 앉혀서 벨트를 채워주었다.
"이름이 애밀리구나. 걱정말고 저분들이 하자는대로 하자. 응? 알았지?"
애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70대 노인도 자신을 소개해야할 것 같아서 직접 나서서 이름을 말했다.
"나는 릭 존스라고 합니다. 우릴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뭐든 잘 협조할게요."
30대 청년도 인사말을 남겼다.
"저 역시 감사합니다. 뭐든 도울게요. 전 캐빈 입니다."
애밀리의 엄마도 자신의 이름을 알려야할 것 같았다.
"애밀리 엄마, 제시에요."
그때 리지의 주머니에 있던 전화벨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마틴과 제이미는 궁금한 표정으로 리지를 동시에 쳐다보았다.
리지는 대체 어디에서 전화가 오는 지 궁금해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보! 리지! 나야. 맥빈!"
"맥빈?"
리지는 순간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에 대한 원망도 원망이었지만, 그가 살아있으리라고는 꿈에도 꾸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신 어디야?"
리지가 묻자 맥빈이 곤란한 목소리로 대답 아닌 답을 했다.
"사실 말을 할 수가 없어."
제이미는 두 사람의 대화내용을 옅듣기 위해 패드에 통화 전파 동기화를 설정을 누른 뒤 문자로 전환시켰다. 그러자 전화 내용이 문자로 변형되어 패드 위로 홀로그램 글자들이 눈 앞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왜지? 왜 말할 수 없는거야?"
"그건.."
"당신 무사한 거야?"
"무사해. 자기는?"
"나도."
"사실 믿을 수가 없어. 지금 지구는 완전히 초토화 되었어."
"나역시!"
"어디에 있는데?"
"나도 말할 수 없어. 당신이 나에게 숨기는데 내가 말해줄 이유도 없지. 그리고 당신은 날 버리고 갔잖아."
"아니야. 내가 널 버린 게 아니야. 나는 잡혀 온거라고."
제이미는 계속 패드를 두드리며 통화상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리고 금세 매치 스페이스 AI는 마틴이 있는 장소를 알려주었다.
'아틀라스 스페이스 쉽 1호기'
마틴은 홀로그램에 뜬 글자를 보고 깜짝놀라며 제이미를 바라보았다.
"이럴 수가!"
제이미는 조용히 마틴에게 속삭였다.
"거봐 내말이 맞잖아."
"난 믿고 있었어. 제이미."
"그런데 뭔가 있어. 밀런 파머스의 아들 맥빈이 왜 데이빗에 의해 아틀라스에 있는지 말이야."
"왜지?"
"내 생각에 데이빗은 맥빈을 납치한 게 아니고, 밀런이 맥빈을 구한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밀런의 초인 능력으로 데이빗을 죽이고, 그는 데이빗으로 둔갑한 상태에서 대지진을 일으키기 전에 맥빈을 구한 거지."
"그거 말되네."
리지는 끝까지 캐물으려고 했지만 맥빈은 답을 주지 않아서 결국 큰 결단을 내리듯 그녀의 결정을 말했다.
"세상도 아작났고, 우리도 끝났어. 나는 언제 죽을 지 몰라. 그러니 이제 서로 잊자."
맥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끊는다. 잘 살아."
리지는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제이미는 마틴에게 말했다.
"난 확신해 맥빈이 있는 곳에 밀런이 있다고."
"그럼 어쩌지?"
마틴이 묻자 제이미가 결의에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시간이 없어 밀런을 찾지 못하면 국물도 없다고."
마틴은 그녀의 자신감에 동화되어 힘차게 대답해주었다.
"오케이!"
제이미는 부조종석에서 매치 AI에게 명령어를 말했다.
"아틀라스 1호기 위치를 확인부탁해!"
"네. 제이미! 설정완료했습니다."
마틴은 제이미와 눈을 마주치며 조종대를 잡고 설정된 방향을 따라 전진하기 시작했다.
매치스페이스는 음속으로 아틀라스 1호기가 떠 있는 창공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밀런 파머스는 통제실에서 반경 1키로미터 앞으로 나타난 비행체를 발견하고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적의 공격이 예상된다. 비상사태 경보를 발령한다!"
갑작스러운 공격명령을 받은 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 대의 하프문 비행체가 삼각 편대를 이루며 아틀라스 아래 출구에서 내려왔다.
하프문 비행체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며 매치스페이스를 향해 레이져포를 쐈다.
마틴이 깜짝 놀라며 조종대를 돌리자 매치스페이스는 공중곡예를 하듯 한 바퀴 돌며 세 개의 레이져 탄을 피했다.
제이미가 상황이 급하다는 것을 깨닫고 마틴에게 소리쳤다.
"내가 저 지붕 위로 올라가서 안으로 진입할 거야."
마틴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물었다.
"위험하지 않을까?"
제이미는 벽에 붙어 있는 레이져 무기를 꺼내 손에 쥐어 총구를 위로 향한 채 대꾸했다.
"방법이 없어. 가서 밀런을 설득해야해."
"확신하는 거야? 저기에 있다고?"
"내 두눈으로 확인하러 가는거야. 일종의 도박이라고."
"조심해! 허니!"
"응."
마틴과 제이미는 키스를 했다.
제이미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마틴은 마치 작별 인사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거친 바람이 불어 닥치는 창공에 나타난 제이미는 바로 십미터 아래 아틀라스를 발견하고 위치를 잘못 잡았다고 판단하고 다시 순간이동했다.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외부 순간이동 차단 파동 때문에 그녀는 다시 아틀라스 지붕의 5미터 위에서 나타났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바람을 타고 지붕 위를 구르기 시작했다.
그때 지붕 위의 자동 입구에서 도너츠 모양의 드론 세 대가 올라오더니 빠르게 제이미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제이미는 거친 압력에 튕겨져 나가기 전에 빠르게 순간이동하며 한 대의 드론 뒤에 나타나 레이저 건을 발사했다.
쾅
거친 소음과 함께 한 대가 폭발했고, 나머지 두 대가 빠르게 접근하며 레이져를 쏴댔다.
하지만 한 수 위였던 제이미는 다시 두 대의 드론 뒤에 나타나 레이저 건을 겨누고 빠르게 두 발을 발포했다.
두 대의 드론 역시 공중에서 폭발하여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러자 또 다시 바닥의 입구가 열리며 다 섯대의 드론이 지붕 위로 올라왔다.
제이미는 그때가 기회다 싶어 드론이 나오는 입구의 주파수를 파악하고 빠르게 순간이동했다.
그녀는 아틀라스 내부로 진입하였다.
그리고 주변에 출동 준비를 하고 있는 드론들을 발견했다.
드론들이 마치 놀란 듯 레이져 포 방향으로 그녀로 향해 일제히 집중하자 제이미는 재빨리 순간이동을 했다.
그녀는 아틀라스 내부 사람들이 다니는 복도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놀라서 주춤하며 그녀를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데이빗이 있을 만한 위치를 눈을 감고 파악하기 시작했다.
전술 대원들이 레이져 건을 들고 나타나는 순간에 통제실을 확인한 그녀는 재빨리 순간이동했다.
통제실에는 데이빗 라필로가 통제권을 가지고 중앙 사령관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이미 그녀가 침입한 상황을 선두 지휘하며 제이미를 제거하려고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앞에 제이미가 나타났고, 데이빗은 자리에서 벌떡 일이서며 허리에 찬 긴 검을 꺼내 들었다.
제이미는 레이져 건으로 겨누며 소리쳤다.
"데이빗 당신의 정체를 알고 있어! 당신은.."
데이빗은 그녀의 눈빛을 빨리 교환하며 의식을 보냈다.
'제이미 안돼! 난 여기에 잠입해 있단 말이야.'
그가 제이미에게 의식을 보내는 동안 대원들이 레이져 건을 들고 몰려 들어왔다. 데이빗은 그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공격을 중지시켰다.
제이미는 그의 의식을 전해 받고 그에게 생각을 전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그런데 밀런 당신은 어째서 이곳에 있는 거죠?'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들은 너무 강력해.'
'이제 저희는 갈곳이 없어요. 당신이 우릴 받아줘야해요.'
'그럴 수 없다는 것 너도 잘 알잖아.'
'왜죠? 매치스페이스에 사람이 있다고요.'
'진작에 구할 것 같았다면 지진을 일으키지도 않았지.'
'당신이 일으킨 건 아니잖아요.'
밀런은 살짝 뜸을 들이다가 다시 의식을 보냈다.
'사실 내가 시일을 앞당겼어.'
제이미는 분노가 치밀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이봐 제이미 네가 들어올 장소는 이곳에 없어. 그만 포기해.'
'밀런! 우린 해저도시도 잃었어요. 저는 매치스페이스를 타고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당시 해저도시가 왜 폭발했는지 알 수 없어요. 분명한 사실은 당신이 떠난 직후에 폭발했다는 사실이에요.'
'미안해. 사실..'
'사실 뭐요?'
'사실 내가..'
제이미는 그가 해저도시를 고의로 폭발시켰다고 말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내가 그랬어.'
제이미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전율이 올라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잠깐 눈물을 쏟던 그녀는 독기어린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노려보며 레이져 건을 겨누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밀런의 뒤에 있던 사령관 의자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이미 제이미의 레이져를 피한 밀런은 섬광처럼 그녀의 우측을 지나가며 그녀의 왼팔과 가슴을 베어버렸다.
잔인하게도 함께 핏물이 사방으로 튀기며 왼쪽 팔이 떨어져나가며 가슴 부위가 반토막이 나면서 심장이 두 가닥으로 절단되어버렸다. 그녀는 그대로 바닥으로 미끌어지며 쓰러졌다.
데이빗은 바닥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칼에 묻은 피를 떨구며 칼집에 집어넣었다.
'미안하다. 제이미 저승에서 다시보자.'
데이빗은 다시 등받이가 구멍난 사령관 석에 앉아 명령을 내렸다.
'매치스페이스를 파괴하라!'
대원들은 그의 명령을 수령하고 일부는 제이미의 시신을 치우고, 다른 대원들이 흩어지며 하프문 격납고 쪽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아틀라스 1호기 배 밑 부분 입구가 큰 홀 모양으로 열리며 10대의 하프문 제트기가 출격했다.
마틴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매치스페이스를 돌려 하프문을 피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10대의 하프문 제트기에서 레이져를 뿜으며 매치스페이스를 추격해오자 마틴은 정신없이 조종하며 가까스로 레이져를 피해 도주했다.
매치 스페이스 안에 있던 리지와 사람들은 안전벨트를 맨 채 비행체가 뱅글뱅글 돌 때마다 온몸이 위아래로 쏠리고 있었다.
그때 레이져가 한 방이 빠르게 매치 스페이스의 날개를 명중했다.
계기판 액정에서 정확히 손상된 부위가 붉은 선으로 표시되자 마틴은 당황하며 비행기를 구름속으로 몰았다. 하지만 비행체는 좌측 날개에서 연기와 화염이 휩싸인채 바다 쪽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마틴은 조종대를 꽉 붙들었지만 더이상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거야?"
그가 소리치자 매치 AI가 대답했다.
"좌측 날개 손상으로 1분 후에 바다로 추락할 예정입니다."
"젠장! 어떻게 좀 해봐!"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 45초 후에 추락합니다."
"매치 좀 도와줘!"
"40초 남았습니다."
"젠장!"
매치 스페이스가 추락하자 리지와 노인 릭, 청년 캐빈, 그리고 엄마 제시와 딸 애밀리, 여중생 사라의 얼굴이 사색으로 돌변했다.
채윤은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큰 소리로 울었고, 채윤의 엄마는 채윤의 손을 잡은 채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리지가 마틴을 향해 소리쳤다.
"이제 죽는 건가요?"
마틴은 홀로그램 액정에서 30초를 가리키는 것을 확인하고 리지에게 답했다.
"미안해요."
리지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소리쳤다.
"마틴!"
"왜요?"
"마이클과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녀의 한마디에 마틴은 순간 리지를 의심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미안해요. 리지! 정말 미안해요. 제가 오해를 했어요."
리지도 함께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다.
"아니에요. 다 제 잘못인 걸요. 마틴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인 걸요. 전 당신에게 오히려 더 고마워요."
매치 스페이스 AI가 무정하게 카운트다운을 소리내어 말했다.
"20초, 19초, 18초, 17초."
"마틴 당신은 절 구했어요. 그러니 잠깐 오해한 걸 미안해 안해도 되요. 전 당시 맥빈이 원망스러웠어요. 그래서 그랬던 거예요."
마틴은 고개를 돌려 리지와 눈을 마주치며 흐느끼며 말했다.
"리지 말해줘서 고마워요."
"10, 9, 8, 7, 6"
"리지! 그리고 여러분 잠시라도 즐거웠습니다."
리지와 사람들도 함께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3, 2, 1"
쾅!
매치스페이스의 양 날개가 바다의 수면과 충돌하며 박살이나며 양옆으로 쓸려 가버렸다.
큰 파손과 함께 물속으로 들어간 매치스페이스가 해저 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아직 물이 내부로 스며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초 지나지 않아 물이 안으로 조금씩 새기 시작했다.
엄청난 충격으로 마틴과 리지, 그리고 사람들은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들은 얼굴을 떨군 상태에서 발목 위로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잠시 후 물은 기절해 있는 어린 애밀리의 허리를 채웠다.
물이 애밀리의 어깨까지 차오르기 직전이었다. 탕탕탕하는 외부에서 기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마틴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그는 물이 새어나와 허리까지 차오르자 안전밸트를 재빨리 빼고 기절한 리지와 사람들 쪽으로 물을 저으며 다가갔다.
탕탕탕
밖에서 누군가 구조라도 하려고 시도를 하는 것 같았다.
그는 리지의 몸을 흔들며 깨웠다.
"리지! 리지!"
리지는 그가 흔들어 깨우자 잠에서 깨어난 듯 피곤한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리지의 안전벨트를 제거한 뒤 말했다.
"리지 일어나요. 사람들을 구해야되요. 물이 차오르고 있어요."
리지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탕탕탕
쇠붙이를 두드리는 소리에 사라, 애밀리와 제시, 그리고 캐빈이 깨어났다.
마틴은 노인 릭을 흔들었지만 그는 이미 충격으로 사망한 것 같았다. 그는 목젖에 손가락을 대보고 그가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릭은 돌아가셨어요."
리지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 주어진 애도의 시간은 매우 짧았다.
물이 이미 어깨를 넘긴 상태였다.
애밀리는 엄마 제시의 어깨에 매달려 간신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마틴은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입구쪽으로 헤엄을 치며 가보았다.
탕탕탕 쿵
순간 문이 부서지는 소음이 났다.
그리고 밖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순식간에 밀려들어오는 거친 압력에 충격을 받은 마틴은 물속에서 의식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