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핵심부인 팰로앨토 멘로파크 우드사이드를 가로지르는 약 5.6마일 길이 도로인 샌드힐로드. 스타트업의 순례자 길이라고도 불리는 도로다.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 150여 곳이 밀집돼 있는 곳으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이곳을 거닐면서 투자 유치를 위한 발표인 '피치'를 하기 때문이다.
샌드힐로드의 벤처캐피털은 미국 빅테크 기업을 길러낸 산증인이자 동반자다. 1972년 클라이너 퍼킨스가 이곳에 처음 둥지를 틀었는데, 투자를 넘어 스타트업 경영진을 직접 교육시키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퍼킨스를 거친 빅테크만 해도 아마존, 구글, 넷스케이프, EA, 제넨텍, 트위터, 슬랙, 로빈후드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샌드힐로드의 벤처캐피털들은 빅테크 기업이 성장을 하면서 함께 커져갔다. 미국에서 1970년대 상장하는 기업의 단 0.5%만이 벤처캐피털의 투자 자금을 지원받은 데 반해, 1995년에는 이 비중이 76%까지 치솟았다. 오늘날은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상장이라는 자본 회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샌드힐로드는 오늘날 큰 도전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이 더 큰 자본력으로 스타트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비상장사와 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우수 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뉴욕 기반의 타이거 글로벌이 운용하는 벤처 투자 운용자산은 무려 6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터줏대감인 세콰이어캐피털의 운용자산 규모 380억달러를 월등히 앞선다.
이에 대항하고자 샌드힐로드의 벤처캐피털들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뭉칫돈들이 지속적으로 스타트업 업계에 들어오고 있고, 미국 내 경쟁자들은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콰이어캐피털 차이나가 투자한 중국 기업만 놓고 보면 알리바바, 헝다부동산, 메이퇀, 핀둬둬 등 오늘날 중국 기술을 떠받치고 있는 기업들이다.
또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조기에 간파해 선점하겠다는 포석도 놓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는 매년 두 차례 여는 스타트업 경진대회인 '배치'에서 스타트업을 1000개씩 뽑아 투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올 3분기 누적 국내 벤처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또 한국투자공사(KIC)나 KDB산업은행이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것은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되고, 해외 스타트업의 성과를 조기에 확보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시선을 조금만 멀리 보면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빅테크의 태동은 샌드힐로드의 끝없는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asiris27@mk.co.kr(asiris27@mk.co.kr)
첫댓글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