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를 둘러 싼 갖가지 해프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첨되지 못한 경우로는
1등 당첨 로또복권이 분실됐다며 누군지 모를 복권 습득자를 고소한 김모씨(34)의 경우가 대표적. 하지만 조사 결과 김씨 주장처럼 뒷면에 이름과 출생연도가 적힌 1등 복권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당첨번호를 맞혔지만 시간이나 돈이 없어서 복권을 구입하지 못해 땅을 치는 사람들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의 한 중국집 배달원은 1등 당첨번호를 복권용지에 기입까지 해놓고 3회차(20여억원) 때는 돈이 없어서, 10회차(64억여원) 때는 마감시간이 넘어 대박을 날렸다고 한다.
당첨번호가 아닌데도 당첨된 걸로 착각해 국민은행을 찾아오는 ‘김칫국 마시기’형도 있다.
1등 당첨자가 나온 로또 판매소에는 다른 지방에서까지 찾아와 ‘명당의 기’를 얻기 바라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판매소 업주에게 번호를 직접 찍어달라는 사람도 있다. 4백7억여원의 ‘대박 주인공’이 자동선택 번호로 당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전까지 14%밖에 안되던 자동선택 번호 비율이 30%를 웃돌기도 했다.
1등에 당첨한 경우는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은 과연 ‘인생 역전’에 성공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당첨과 동시에 ‘인생 역정’이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신분이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그 출발점이다. 신분이 알려지는 순간 닥쳐올 신변에 대한 불안감과 주위의 시선들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다. 인터넷에는 ‘요일별 행동요령’ 등을 담은 ‘당첨자 행동수칙’이 나돌 정도다.
6회차 1등 당첨자인 조모씨는 신원이 알려지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 기부금을 요구하는 각종 단체들의 전화와 “돈 갖더니 변했다”는 이웃의 쑥덕거림은 고통 그 자체였다. 조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잦아졌다. 단란했던 가정이 ‘인생 역전’해준다는 로또로 인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19회차 로또 1등으로 당첨돼 4백7억여원을 거머쥔 박모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의 신원이 강원 모 경찰서의 경찰관으로 알려지자 그가 근무한 경찰서엔 신원을 밝히지 않는 사람들의 전화가 쇄도했다. 언론사들이 그의 집앞에 진을 치고 기다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박씨는 당첨금을 수령한 뒤 하루만에 사표를 내고 가족과 함께 잠적했고, 지난 26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수백억원짜리 복권 당첨자들의 삶이 행복했던 경우는 드물다. 2백50억원의 복권 당첨자가 11년만에 당첨금을 모두 잃고 파산하는 등 당첨 후 인생이 이혼, 재산분쟁, 마약 및 알코올 중독 등 불행으로 치달은 경우가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