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당첨으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이유
복권은 참 희한한 게임이다. 매주 당첨이 안되서 실망하지만, 또 기대를 갖고 사게 된다. 또, 주말이 지나 실망하고, 당첨된 다른 사람을 부러워한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또 기대를 갖게 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까지 사게 된다. 그렇다면 그 악순환의 끝은 어디일까.
악순환의 끝은 당연히 복권 당첨이다. 우리 나라는 보통 매주 복권이 당첨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매주 억만장자가 태어난다는 소리다. 한 달에 최소 4명, 일년이면 대략 50명 정도의 억만장자의 탄생이다. 이는 매년 우리 나라 인구의 백만분의 1의 숫자가 억만장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권 당첨될 확률만큼 백만분의 1의 확률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물론, 그래도 복권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복권의 경제학, 복권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를 위해서 존재?
복권 판매로 얻는 수입은 정부에서 관리한다. 복권 사업을 하는 곳에 일정 부분 떼어주고, 공공 사업에 쓸 재원도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복권 및 복권기금법이 있는데, 이 법에 따르면 복권 수입금의 70%를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 저소득층의 주거안정 지원사업, 국가유공자에 대한 복지사업,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 문화ㆍ예술 진흥 및 문화유산보존사업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지출한 돈은 정부의 사업, 복권사업자 수익 그리고 복권사업자가 사업을 하기 위한 제반 비용 등을 제외한 후 복권 당첨금으로 결정된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복권의 판매 대금을 모두 개인에게 당첨금으로 돌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당첨 상금은 매주 10억이 넘는다. 최소 1000원을 투자한 후 10억을 벌 수도 있기에 결코 밑지는 도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꽝이라도 다음 주에 기회가 있다.
그런데 한가지 웃긴 점이 있다. 정부는 복권의 판매 금액에서 이미 공공 사업을 위한 자금을 떼어 갔는데, 복권 당첨금에도 또 따로 세금을 뗀다는 사실이다. 즉, 정부는 판매 금액에도 세금을(물론, 정부는 세금이라고 명명하지는 않지만, 정부에서 돈을 미리 걷어가니 원천징수나 다름 없다), 당첨 금액에도 세금을 떼는 어떻게 보면 이중 과세를 한다는 것이다. 당첨금액 범위에 따라 그 율은 다르지만, 개인에 대한 기타소득세라는 이름으로 보통 3억원 이상의 당첨금에 33%의 세금을 떼간다고 알고 있다.
이중 과세는 보통 정부의 시스템적 오류에서 발생된다. 예를 들어, 우리 나라에서 몇 년전까지 주식을 사서 배당을 받을 때, 배당에 이중세금(법인세와 소득세)을 내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오류를 바로잡고, 배당 소득에 일정한 비율을 곱해 세액을 공제하여 이 오류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복권에는 그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행성이 깃들어 있다는 이유로 정부는 이 이중 과세를 암묵적으로 허용한 격이다. 즉, 사람들이 복권의 악순환에 더 빠져들수록 개인이 아니라 정부가 '이중'으로 돈을 버는 시스템인 것이다.
과연 로또만이 방법일까?
◆복권 억만장자의 탄생과 그 몰락의 이유
아무리 정부가 복권으로 돈을 많이 가져간다고 해도 사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뿐더러 신경도 쓰지 않는다. 오로지 당첨금을 따고 싶다는 기대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매주 억만장자가 생기고, 자신도 이 억만장자가 되고픈 꿈과 희망이 있다. 복권은 말 그대로 운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평등해 보이기까지 한다. 모두에게 똑같은 확률을 주지, 부자들이 혹은 정치인들이 더 큰 확률을 갖거나 하지는 않는다. 우리 나라에서 평등과 희망을 동시에 주는 것은 아주 드물기에 이 복권은 정말 희한하고도 신기한 물건인 것이다.
하지만, 억만장자의 꿈을 이뤘다고 해도 계속 억만장자, 즉 부자로 살아가기에는 힘들다. 이미 많은 스토리가 있다. 몇 백억 복권당첨이 되었는데 다시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영국의 한 환경 미화원 아저씨를 비롯, 복권 당첨 후 오히려 인생을 망쳤다는 비슷한 얘기가 우리 나라에도 더러 있다. 힘들게 복권 구매의 악순환을 끊었는데, 그래서 희망을 얻었는데 왜 이렇게 복권 당첨자들은 부자로 살기 힘들까.
우선, 복권 당첨으로 일확천금을 이뤘다. 당연히, 그 돈을 쓰기 위해 당첨이 확정된 날에 뭐할까 다 계획을 세울 것이다. 아니, 당첨 발표 전날 미리 다 세워뒀는지도 모른다. 차를 바꾼다든지, 새집으로 이사 간다든지 등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거의 무용지물이 된다. 쉽게 얻은 돈은 그만큼 쉽게 나간다는 옛말도 있듯이, 계획은 그냥 계획일 뿐 흥청망청 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심리를 분석하려는 '리처드 탈러'라는 미국의 경제학자가 한 포커 게임 실험을 했다. 첫 판에서 많은 돈을 딴 사람은 이후 베팅이 과감해졌고, 첫 판에서 패가 상대적으로 안 좋아 많은 돈을 잃은 사람은 좋은 패가 나와도 조심스럽게 베팅을 해 나갔다고 한다. 이렇게 첫 판에서 많은 돈을 딴 사람은 이후 게임에서 조금만 좋은 패가 나와도 과감한 베팅을 했고, 결국 게임에서 돈을 몽땅 잃고 말았다. 우리 나라의 오랜 속담(?) ‘첫 끗발이 개 끗발이다’라고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이 실험에서 보듯이, 복권이 당첨되어 큰 돈을 한꺼번에 얻게 되면 판단력이 흐려져 계획대로 하기는커녕 기분에 따라 무모하게 돈을 쓴다는 심리학적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렇듯, 복권 당첨자는 수일 만에 억만장자에서 다시 무일푼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심리학적 이유가 충분히 있다. 아니면, 오히려 그 소비습관을 버리지 못해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도 있다.
과연 로또만이 방법일까. 물론, 로또가 한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만약 복권이 당첨된다 하더라도 최대한 위와 같은 심리에 휩쓸리지 않고 흥분하지 않으며 자제력을 잃지 않는 정신이 '꼭' 필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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