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화제의 인물] 신속한 응급처치로 선수 생명 구한 조성철 경기감독관

[윤민호母]

제주도에서 만난 조성철 경기감독관 ⓒ손춘근

지난 2월 18일 ‘춘계 중학교 축구연맹전’이 열린 강구중학교 운동장. 구름 낀 하늘 아래 격렬한 경기를 하던 세 선수가 강하게 충돌했다. 두 선수가 경기장에 떨어졌고, 한 선수만 일어났다. 대륜중의 이재석 선수는 정신을 잃었고, 몸은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일분 일초가 급박한 상황. 그 순간 조성철 경기감독관이 나타났다. 제주도에 살면서 경기감독관으로 현장에 파견됐던 조성철 감독관은 능숙한 흉부압박 심폐소생술로 응급처치를 했다. 심폐소생술과 제세동기를 거쳐 병원으로 이송된 이재석 선수는 이튿날 새벽 3시, 정상적으로 깨어났다. 현재 그는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와 땀을 흘리고 있다.

　신속한 응급처치로 한 선수의 생명을 구해낸 조성철 경기감독관. 그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로 날아갔다.

주심은 부상 여부를 신속히 판단해야 한다 (사진은 이 글과 관계없음) ⓒ이상헌

- 당시 굉장히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들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한다면?

　아침에 눈과 비가 내린 쌀쌀한 날씨였다. 다른 날과 다름 없이 운동장 시설, 지면, 응급차량, 의료진, 산소호흡기, 그리고 제세동기 등을 체크하고 경기를 시작했다.

　두 번째 경기였는데, 대륜중과 통진중이 그라운드도 미끄러운데 너무 열심히 뛰었다. 그러다 전반 20분경 중앙선 부근에서 세 선수가 정면으로 부딪혔다. 선수들 다리 사이로 한 선수의 머리가 땅을 치면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간호사와 바로 뛰어 들어갔다.

　도착했을 때도 온 몸에 경련이 있었다. 간호사에게 “빨리 응급처치 하세요”라고 말했는데, 간호사가 너무 당황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직감적으로 내가 나섰다.

　선수를 만져 보니까 뻣뻣했다. 나도 굉장히 당황을 했지만, 선수를 똑바로 눕히고 바로 흉부 압박을 시작했다. 동시에 간호사에게 제세동기를 가져오라고 시켰고, 응급차량을 들어오라고 지시했다.

- 흉부압박은 어떻게 했나?

　너무 당황에서 자세한 기억은 없다. 다만 60초에 100회의 속도로 하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누가 선수의 얼굴을 만지려고 해서 만지지 말라고 했다. 나수경 대기심이 뛰어와서 선수의 고개를 돌려 기도를 확보해줬다. 선수의 입에는 충돌로 인해 피가 고여있었다.

　흉부압박을 3세트 정도 했을 때 제세동기가 도착했다. 제세동기는 경기 진행석 탁자 위에 있었다.
선수의 상의를 위로 올리고 간호사와 함께 제세동기를 가슴에 붙였다. 제세동기 사용법에 대해서는 간호사가 잘 알고 있었다. 제세동기를 켜니까 음성이 나오면서 제세동기가 스스로 진행했다.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더욱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사진은 이 글과 관계없음) ⓒ이상헌

- 그 후의 진행 상황은?

　제세동기에서 ‘1분 후 다시 체크하겠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왔다. 호흡이 있다는 뜻이다. 의식은 없었다. 옆에서 대륜중 감독이 이름을 부르면서 선수를 깨우려고 했다. 제세동기에서 1분 후 ‘2분 후 다시 체크하겠습니다’라는 음성이 나왔다. 호흡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 대동 하에 응급차량에 태워 병원으로 보냈다.

- 병원에서는 어떻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었나?

　3~4시간 후에 간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누가 심폐소생술을 했냐고 하길래 내가 통화를 했다. 포항의 큰 병원이었는데 응급조치를 잘 하셨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 대륜중 감독을 만났는데, 그 선수가 새벽 3시에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다고 했다. 집에 전화해서는 ‘자기가 왜 여기 있냐’고 물었단다.

- 이후 그 선수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나?

　4일 정도 후에 영덕군 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대륜중 감독이 데려고 와서 안아줬던 게 기억난다.
건강한 모습을 다시 봐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시 안았을 때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선수가 잘 회복해서 너무 뿌듯하게 생각한다.

응급요원은 반드시 경기장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사진은 이 글과 관계 없음) ⓒ이상헌

- 심폐소생술로 한 축구선수의 생명을 살리셨다. 심폐소생술은 언제 배웠나?

　5년 전에 우연찮게 학교 운동장을 지나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 그 무렵 개인적으로 소방서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응급처치를 했다. 이후에 신영록(전 제주) 선수의 응급 상황 때문에 자세히 알게 됐다.

　이후에 매년 소방서를 찾아 교육을 받고 있다. 경기감독관 교육에서도 강조를 많이 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전에는 선수의 호흡이 없으면 기도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고 알았지만 그것보다 심장을 뛰게 해야 한다고 들었다. 심장이 정지되면 모든 근육이 굳는데, 산소는 몸 속에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혀를 끄집어 내기보다 심장을 뛰게 해야 혀가 자연스럽게 풀린다고 한다.

- 응급처치를 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제세동기를 먼저 찾았다. 제세동기가 진행석에 있었기 때문에 흉부압박을 한 것이다.

　그리고 응급 상황에서는 허공에 지시를 하면 안 된다고 배웠다. 간호사에게 제세동기를 지시했고, 특정 사람에게 응급구조차량을 들어오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1분에 100회의 속도로 흉부압박을 하는데 집중했다.

그 역시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은퇴했기에 위험요소를 누구보다 잘 안다 ⓒ손춘근

- 응급처치 과정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느낀 점은?

　응급차량의 이동경로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지정병원까지의 이동 시간과 경로가 미리 약속이 돼 있어야 될 것 같다. 당시에는 지정병원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초기 대응이 잘 됐다.

　보통 골절상 같은 경우에 응급 차량이 아닌 학부모 차량 등 보조차량을 이용하기도 한다. 응급 차량이 없으면 경기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절 같은 경우는 내부에서 피가 나기 때문에 과다출혈로 쇼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골절 상황에서도 응급 차량을 통해 이송을 시켜야 한다.

- 앞으로도 경기감독관을 하실 텐데, 이번 일이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

　경기감독관 4년차다. 이번 일로 인해 정말 큰 보람을 느꼈다. 나도 축구선수를 하다 연세대학교 1학년때 골절상으로 은퇴했다. 한동안 축구를 떠났었는데, 다시 경기감독관을 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글=손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