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tle. 데이트 메이트 (Date mate.)
written by. 오감동 (qpflk@hanmail.net)
Genre. 로맨스
<2>
"진짜 돌았냐 너?"
한참 지한이와 함께 있어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막 생성될때...
저 재수없는 낯짝이 드디어 나타나신거다.
"여기 딸기우유!"
"딸기우유가.....왜 이렇게 뜨거워"
아차.... 딸기우유를 사고선 30분이 넘도록 내가 손으로 주물럭..주물럭... 대는 바람에..
야아...그런 미친년 보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란 말이다-_...지한이가 옆에 있을때 만큼이라도..
그리곤 갑자기 그 곱게 곱게 펴진 강찬솔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고 .....그래...난...
난.................진정으로.......쫄았단......말이다...
나에게 받아든 딸기우유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이해할수없는 행동을 해보이는 강찬솔.
북- 북- 우유 마시는 입구를 찢어 벌리더니.... 그러더니.....
그러더니....저 미친놈이...........................
'졸졸졸졸...'
"강찬솔"
첫째는 상큼한 분홍빛 딸기우유가 아까 나의 멜롱젤리처럼 콩크리트 바닥으로 흘러가는 소리요,
둘째는 나만큼이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고선 강찬솔의 이름을 부르는 지한이다.
그리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듯한 강찬솔의 막말이 들려왔다.
"걸레가 손으로 만져댄 우유 마셨다가 나까지 걸레병 걸리면 큰일나잖아"
저.....저런 싸이코가... -_
"병희연이 왜 걸렌데"
지한이가 굳은 표정으로 강찬솔에게 물었다. 병.희.연이 왜 걸레냐고!! 병.희.연!!! 내 이름을 불러줬다 이말이다...!!!!!
아 어쨋든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 맞아. 나도 참말로 궁금했던게 내가 왜 강찬솔한테 걸레 소리를 들어야 했는지.
청소도구라면 스팀청소기부터 시작해서 빗자루, 쓰레받기, 먼지 털어주는 털털이까지.
또 별칭이라면 삽살이. 쫄병. 왕따. 개죽이 등등 여러가지 수식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하필 걸레인지.
나 역시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찬솔의 입만을 주시했을때
강찬솔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걸레같이 생겼으니까"
무...뭐...????? 뭐 저런 십숑바퀴벌레오줌같은게 진짜!!!!!!!!!!!!!!!!! (십숑바퀴벌레오줌은 과연 뭘까요)
열을 삭히자........후.............후오..........
이래뵈도 어렸을적부터 얼굴이 못났다거나, 보기싫을정도로 생겼다거나, 보면 죽여버리고픈 얼굴이라던가,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귀신보다도 더 끔찍하게 생겼다던가, 길바닥 하수구 구멍보다 저질같이 생겼다던가,
뭐 그딴 소리는 듣지 않고 살아왔던 나이건만... (그런 소리는 누구나 듣기 어려운 말....)
그렇게 혼자 좌절감에 빠져 '걸레같이 생겼으니까' 란 말만이 내 머릿속을 윙윙 맴돌았고,
그때, 나의 천사 지한이가 통쾌하게!! 한방에!! 나의 복수를 해주었다.
"너도 걸레네 그럼"
"뭐?"
"입"
"야 유지한"
"너도 입 그따위로 놀리면 니 입 더럽네 대걸레네 아주"
사.랑.해.요! 유.지.한!!!!!!!!
당.신.없.인.못.살.아!!!!!!!! 후오!!!!!!!!!!!!!!!!!!!!!!
이미 내 마음 한구석에선 유지한을 경배하는 축제가 열리기 시작했고,
푸...풉..푸하하하하하하하!!!!!!!!!!!!!!!!
네놈의 표정이 가관이 아니로구나!! 정말 지나가던 개똥을 주워 먹어도 과연 저 표정보다 더 썩을수 있을까??
아 ...아아... 다시 엔돌핀이 생성되는구나... 요우..요우...
보기 좋을대로 구겨진 표정의 강찬솔은 의외로.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을 지나쳐 너무나도 의외의 행동을 보이곤 이 자리를 떳다.
"챙겨주는척하지마 그러다가 너도 걸레병 옮아 새끼야"
...이말 한마디만을 남기곤 멀어져 가는 강찬솔.
뭔가 이상한 강찬솔의 행동에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그러고 보니.. 강찬솔은 여태까지 구은탁, 유지한과는 싸운적이 한번도 없었다...
항상 주위에 친구가 널려있던 강찬솔이여도 꼭 한번씩은 시비가 붙어 왕따를 만들곤 했었는데..
오로지 촐싹대는 구릴라 자식과 나의 왕자 지한이 한테 만큼은 절대로 손댄적 없는 녀석이였다.
흠....지한이는 그렇다 쳐도... 그 요상하게 생긴..구릴라는 도대체 왜 챙겨주는 것일까...-_
어렸을적 부터 사람은 외모로 판단하는것이 아니라고 귀에 박히도록 들었건만.... 구릴라는 정말 구린내 난단 말이야...
"우유 아깝다. 내가 선수쳐서 먹어버릴껄"
아직도 언덕길을 따라 끝없이 흘러가고 있는 딸기우유의 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말하는 지한이.
"미안.. 괜히 나땜에 강찬솔 너한테 화나서.."
"상관없어"
"...어..?"
"이런 사소한일 찬솔이는 다 이해해주거든"
이해.....
이해라..... 이해란 말은...즉.. 남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감싸주며 배려해준다는 뜻의 단어가 아닌갑쇼.....
과연 제가 18년 인생을 살아오면서......이해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고 살았다는 건가요...
난 그냥 방금 지한이가 내게 한말은 물흐르듯 흘려버렸고 지한이가 너무 너무 착하다 못해 천사같은 성격이여서
그 거지같은 강찬솔을 감싸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착한 지한이가 그런 별 벌레같지도 않은 녀석과
친구라는 인연을 맺은 것일까.............
궁금증을 더 이상 못 참고 용기내어 물어보는 병희연.
"저기.."
"말해"
"어떻게 하다가 강찬솔이랑 친구가 된거야..?"
"궁금해?"
"응!"
나는 약간 귀여운듯 '응!' 이라는 대답을 하였고 나스스로도 금방 말투 너무 귀여웠단 생각에 홀딱 젖어있을때.
"그건 너랑 나랑 친해지면 말해줄께"
"....어..?"
"어차피 곧 친해질텐데 뭐. 조금만 참아"
.....어차피 곧 친해질텐데...????
방금 지한이가 나에게 한말이다!! 어차피 곧 친해질텐데!!! 진짜 오늘은 여러번 흥분의 도가니구나..
그렇게 난 강찬솔과 유지한이 왜 친해졌는지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려던 목적은 까맣게 잊고
지한이가 내게 말한 '어차피 곧 친해질텐데 뭐' 이 말만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 * *
"다녀 왔습니다요..."
"야!!!!!!"
"..나 피곤해 건들지마"
"니가 내 트렁크팬티 입었지!!!! 이 변태같은게 진짜!!"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_..
하나밖에 없는 친누나가 그깟 헐렁헐렁 다 떨어져 나가는 빤스 좀 빌려입었다고 이 호들갑을 떨고 지롤이니 대체...
내가 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괴음과 함께 나를 달달 볶아대는 이 녀석.
그렇다. 나의 하나뿐인 한살터울 남동생 훈이 훈이 병훈이다...........근데 이새끼는 진짜 쪼잔하게 그깟 빤스하나같다가..-_
"야!! 내가 왜 변태야!! 어차피 너 그거 입지도 안잖아!!"
"또라이야!! 난 그거 없으면 잠이 안온다고 잠이!! 어제 잠 못자서 얼마나 괴로웠는 줄 알어 니가!!!???"
"아이고 드럽고 치사해서 안입어!!!! 그깟 똥빤스 나도 더러워서 안입는다!!"
"뭐?? 똥빤스?? 이게진짜!! 내놔!!! 안입을꺼면 내놓으라고!!!!!"
쏙 하고 들어와버린 내 방안엔... 그리고 내 침대위엔... 나의 사랑스런 트렁크 팬티가 편히 누워계셨고..
아... 주기엔 너무 아까운데.. 드럽고 치사해서 안입는다고 말은했지만... 내 생에 이렇게 편안한 반바지는 첨이였다고...-_
여전히 내 방 밖에선 훈이의 고함소리가 끈임없이 들려오고..
"야!!!!! 입지말라고 그럼!!!! 빨리 내놔!!!"
"야! 기부했어 그거!"
".....뭐?..."
아뿔...사... 역시나 사고를 치고 마는 병희연... 침대위에 있던 훈이의 빤스를 꾸겨서 내 속옷 서랍에 넣어버렸고
그리고... 훈이에겐..몇일전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이라는 수거함에 넣어버렸다고...
별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해버리고야 말았다...................
"아 시발....흐어으..시...발..........니..끄즛게...무언데...흐..시.....발...."
"야 내가 미안하다고 한개 사주겠다고 그만 좀 울라고"
"...으..흐..우......됫..어...이...마귀...야.."
나보다 3살도 아닌 2살도 아닌, 딱 1살 어린 나의 동생 훈이....
고등학생 1학년이나 되가지고 그깟 트렁크팬티 한개땜에 벌써 20분째 눈물 콧물 다 흘리고 있는...
참말로 귀여운 나의 동생 훈이...
"훨씬 비싼 브랜드 있는걸로 사줄께!! 응?"
"저리 꺼져!!!!!!!!! 이 악한것아!!!!!!!!! 저리로 좀 가라고!!!!!!!!"
.......그래... 부디 이 못난 누나를 용서해라...
하도 꺼지라고 지랄해대는 병훈땜에 난 내 방에 들어왔고 ...그리고......
움...움하하하핳!!!!!!!!!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빤스를 내 손안에 넣었도다!!!
훈이가 들리지 않게 난 팬티를 부여안고 조용히 환호하였고 그때 벌컥 열리는 내 방문.
"아...아빠.."
"그래. 애비다"
난 재빨리 장농 밑꾸녕으로 훈이의 빤스를 꾸겨 집어 넣었고, 아빠에게 상콤한 미소를 선보였다.
.....외면하는 아부지....-_..............
"근데 왜 아빠?"
"...이거"
수줍은듯 아빤 쇼핑백 한개를 내 앞으로 던졌고, 그리고 그 안엔...
"왠...가방이야..?"
"크..큼! 저번에 보니깐 니 가방 많이 헐었더라"
그래서...그래서 내 생각해서 이렇게 새가방 가져온거야... 아빠....?
순간 울컥해지는 내 마음.
우리아빤 벌써 10년째 세탁소사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뭐 다른애들처럼 갖고 싶은 옷 조금 덜 갖고,
먹고 싶은 비싼것들 조금 덜 먹고, 하고 싶은것들 조금 덜 하면서 그렇게 자라온 나였지만...
그래도 늘 내 마음속에 자랑할수 있던 단 한가지. 바로 부모님이다. 울 엄마와 아빠.
언뜻 보이는 아빠의 손에는 일일히 다 찔려버린 바늘자국과 흉터들.
어렸을때 부터 손재주가 유난히 좋았다고 했던 아빠는...그래.....
이 가방..... 보기만 해도 알수 있다. 아빠의 정성이 듬뿍듬뿍 담긴 직접 만든 가방이라는 걸.
"맘에는 드냐"
"아빠"
"왜"
"희연이의 울트라 홀딱가는 뽀뽀세례를 받으세용!!!!!!"
"....-_....."
난 그렇게 쉴새없이 아빠의 볼이고 팔이며.....
하다못해 보거스처럼 불룩하고 나온 중년의 마스코트..배까지........ 뽀뽀를 쉴새없이 해대었다.
아빤 질렸다는 표정으로 내 방문고리를 힘없이 당기며 나갔고.
난...아빠의 사랑스런 그 가방을 보며 수줍게 웃고 있었다.
내일은 꼭 이가방을 자랑스럽게 매고서 학교에 갈 것이라고.
누구보다도 따뜻하게 꼭 껴안은 채로 그렇게 고된 하루를 마치며 잠들었다.
"우....움.....사당해여......쪽..쪽...움야....사당해혀혀..."
다음날 아침 훈이가 욕이란 욕은 잔뜩 퍼부었던 그 요상스런 잠꼬대와 함께.
첫댓글 희연이너므겹네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