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12. 사라지지 않을 직업 – 미래를 점령할 새로운 직업
지금 있는 직업들의 변모에 관해 몇 가지 생각해 볼까요? 앞으로 사라지지 않을 직업엔 뭐가 있을까요? 약사는 사라질 직업이라고 얘기해요. UN 미래보고서에서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직업으로 약사를 꼽았어요. 근데 약학 연구자는 어떨까요? 필요하죠. 버스, 화물차, 열차, 비행기, 선박 운전자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언젠가는 없어질 수도 있어요. 왜냐면 사람은 졸음운전을 하는데, 자율주행 운전자는 절대 졸지 않습니다. 사람보다 주변 상황을 더 잘 파악하고요.
주식 시장 분석가는 꽤 전문직이죠? 그런데도 뉴욕의 주식 시장에서 주식 시장 분석가가 감원되었다고 해요. 국회의원은 어떨까요? 안 없어져요. 왜냐면 국회의원들은 스스로가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켜야만 국회의원이 없어지는데, 그런 법안을 통과시킬 이유가 없겠죠. 예술가와 과학자는 앞으로 점점 더 유망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기존에 있는 것과 비슷하게 만들어 내는 예술가의 생존은 장담 못하겠지만,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롭게 표현해 내는 예술가는 점점 더 많아질 겁니다. 왜냐면 우리가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더 많이 체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상상력과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게 되는 거죠.
한편 예전에는 과학 실험 장비가 구비된 대학과 같은 곳에서만 가능했던 연구자들이 이제는 저비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사물 인터넷 시대에 지구상에는 수백억 개의 센서들이 생길 거고 수많은 데이터들이 수집될 겁니다. 지구인이 사용할 수 있는 많은 계측 장비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일반인이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경쟁적으로 시장에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면 일반인들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과학기술 개발과 연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거예요. 그러면 스티븐 호킹 박사나 아인슈타인 같은 세계적 석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적 연구 활동은 이제 많은 시민들한테 기회를 제공할 겁니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과학적 사고를 하고 과학적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기본적 마인드가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이집트 과일박쥐’의 언어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박쥐에게도 언어가 있을까요? 박쥐도 지능적인 행위를 하는 동물이죠. 박쥐들의 언어가 있다면 단어나 문장이 몇 개 정도 될까요? 3,000개?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이집트 과일박쥐의 24시간을 영상으로 기록하고 관찰한 다음 일곱 마리의 암컷 박쥐가 낸 1만 개 이상의 음성과 그 다음에 어떤 행동이 연결되는지를 분석한 결과 먹이와 자리, 잠, 원치 않는 이성 상대와의 짝짓기 시도 등 크게 네 가지 주제에 대해 대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박쥐의 음성 주파수 패턴과 관련 정보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컴퓨터에 학습시켜 박쥐 언어 번역기를 만들었다고 해요. 정확도가 꽤 높다고 합니다. 이 방식은 다른 동물들의 언어를 분석하는 데에도 활동될 수 있을 거예요.
과거에는 이런 동물의 언어를 연구하려면 마치 제인 구달 박사처럼 몇 십 년 동안 고릴라나 침팬지만 연구하는 활동을 했어야 했어요. 지금은 이집트 과일박쥐의 경우처럼 무척 손쉽게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죠. 미지의 영역이었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 낸 거예요. 우리도 이렇게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겠죠.
개미들에게도 언어가 있을까요? 우리가 보지 못한 미생물이 있을까요? 손톱 안에는 몇 종류의 미생물이 있을까요? 배 속에 있는 대장균 중에 어떤 게 유익하고 어떤 게 유해할까요? 어떤 것이 비만과 관련된 미생물일까요? 우리가 모르는 대기의 흐름, 바다 조류의 흐름이 있을까요? 있다면 어떤 패턴일까요? 다른 지구 현상에 영향을 미칠까요? 등등. 호기심을 갖고 계측 장비를 가진다면 누구나 데이터를 모을 수 있습니다. 또 그것을 분석하는 방법을 검증해 보고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우리도 과학적 발견과 통찰력을 지닐 수 있을 겁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대해 낙관적으로 봤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경계하고 윤리적․정치적 판단을 해야 하지만, 약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문제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겁니다. 그래서 전공과 상관없이 기계학습 인공지능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과 교양 정도를 갖춘다면 어떤 일을 하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기본소득과 로봇세 – 정치적 선택
다음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중요한 게 있어요. 공산주의의 문제예요. 기본소득제란 말은 들어봤지요? 근데 공산주의란 말은 누가 먼저 얘기했을까요? 러시아가 아니라 독일의 카를 마르크스가 처음 했어요. ‘가난한 노동자 계급이 혁명을 일으켜서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공산주의를 세워야 된다.’ 라고요.
요즘 이 코뮤니즘, 즉 공산주의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누구일까요? 북한의 김정은일까요? 아닙니다. 미국 CEO들이 얘기해요. 전기자동차회사 ‘테슬라’를 만든 일론 머스크나 ‘페이스북’의 창업자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기본소득을 주어야만 자본주의가 유지된다고 주장합니다. 카를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공산주의 구별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fully automated luxury communism’ 이라고 한답니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한다면 ‘완전하게 자동화되어 있는 사회의 고급 공산주의’가 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공산주의가 아닙니다. 모두가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농업 생산이나 공업 생산은 이미 충분히 되어 있어요. 힘든 일을 굳이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기계와 인공지능 로봇한테 시키는 시대도 가능해지고 있고요. 그런데 고도로 발전한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대체하고 사람들은 일하지 않은 관계로 소득이 없고, 그래서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한다면 자본주의 기업과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IT 기업의 리더들이 그런 기본소득제를 지지하고 있는 거예요.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은 없어도 소비를 위한 소득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를 위해서는 임금 소득이 아니라 일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소비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급해 주는 기본소득의 방식으로 가야 된다고 보는 거예요. 이게 지금 미국의 초고 잘나가는 기업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산주의입니다. 물론 자본주의 시스템은 유지되는 거고요. 이 문제는 우리에게도 다음 대통령 선거, 늦어도 그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큰 정치적 쟁점이 될 겁니다.
▣ 일과 놀이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여기서 상상 숙제를 하나 드릴게요. 우리 “일해야 돼.” 그러면 하기 싫죠? 공부하려고 막 내 방에 들어가는데, 엄마가 “너 이제 공부해야지.” 그럼 어떤 기분이 들까요? 공부하기 싫어지죠?
우리 사회에서 지금까지 일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힘든 노동, 힘든 직장생활로 여겨졌어요. 일의 반대 개념은 놀이였죠. 그런데 만약 기본소득이 만들어지고 인간이 수행해 왔던 위험하고 힘들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게 된다면 그때 사람들은 뭘 해야 할까요? 힘든 일 말고 새롭고 즐거운 일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때 그 일이 굳이 소득과 연계되지 않으면서 내가 하고 싶고, 인류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그 무엇을 한다면 ‘이건 일일까요? 놀이일까요?’ 일이기도 하고, 놀이일 수도 있어요.
인공지능 시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는 일과 놀이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갖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가장 즐거워하는 일만 하세요.” 라는 건 그동안 상상 정도 비현실적인 말이었지만, 앞으로는 어느 정도 현실적인 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굳이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인데도 임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격증을 따고 취업 원서 쓰고, 프레젠테이션 하는 게 바람직한 진로 준비나 취업 준비가 아닌 시대가 올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문제를 즐겁게 해결하기 위해서 열심히 놀 것이냐?’ 이게 진로 비전의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어요.
마지막 이야기는 역사 속으로 가보겠습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는 어느 나라가 만들었습니까? 고려죠. 그 금속활자가 지금은 안 남아 있어요. 그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자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직지심체요절》로 존재합니다. 그게 우리는 1372년이라고 추정하죠. 독일에서는 1460년에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술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1370년에 금속활자 인쇄술을 만들고, 그로부터 70년 후에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지 체계인 한글을 만들었어요. 바로 세종대왕이죠.
전 세계에서 배우기에 가장 쉬운 문자가 한글이래요. 수많은 한자를 배우려면 몇 년 걸리잖아요. 우리는 빠르면 반나절, 늦어도 일주일 정도만 배우면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 체계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 우린 금속활자 인쇄술도 가지고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쉬운 문제 체계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근대화와 산업화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내지는 못했습니다. 일본에 강제 점령을 당하는 굴욕을 겪었죠. 그런데 유럽은 구텐베르크 인쇄술이 만들어지자마자 유럽 전역으로 번져 나갑니다. 유럽의 중세 시대를 지배했던 가톨릭 중심의 체계가 무너지며 누구나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죠.
‘나도 이제 신의 뜻을 해석할 수 있어’ 라며 신교, 즉 프로테스탄트가 나오죠. 그리고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과 지식을 책으로 써서 남에게 보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급속하게 과학 지식이 유럽 전역을 휩쓸게 됩니다. 중세 유럽에서의 지식은 성직자와 귀족들만 책으로 접할 수 있었는데, 신분이나 계급과 상관없이 지식을 접하고 특히 과학을 접할 수 있게 되었죠.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유럽의 산업혁명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됐죠. 그리고 그것이 근대화를 이끌었습니다. 그 이후에 몇 백 년간 유럽과 미국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현재까지의 세계사를 만들어 온 것입니다.
우리가 인쇄 기술을 더 먼저 개발했고, 더 좋은 문자 체계도 있었어요. 지식을 전파할 수 있는 더 좋은 체계를 기술과 기호, 두 측면서 모두 갖고 있었는데, 우리는 더 발전된 모델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20세기에 와서야 많은 백성들이 문자 교욱을 받을 수 있었죠. 반면에, 유럽은 빠른 근대화를 이루었죠. 이게 우리에게 어떤 역사적인 문제의식을 주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기술에 압박당하지 않고, 기술을 활용하면서 국민의 잠재력이 어떻게 사회 발전을 꾀할 수 있느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짜로 중요한 건 기술적 상상력만이 아니라, 산업적․사회적 상상력이에요.
권순이 외 7인. 미래 인재를 만드는 4차 산업혁명 멘토링. 북캠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