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바레스 회장, 그가 맡자마자 마법같은 일이
■ '몰락위기' 푸조 시트로엥 부임 1년여만에 되살려낸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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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프랑스 양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PSA 푸조 시트로엥 그룹은 침몰하고 있었다. 당시 금융시장에서 PSA그룹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회사채의 부도를 대비해 판매하는 파생상품)은 PSA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51%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2년 동안 50억파운드(약 7조4415억원)의 적자를 냈고, 핵심 시장인 유럽에서 매출이 20%씩 떨어졌다. 대규모 인력 감축과 함께 채권단 및 정부와의 협상이 시작됐다. 노조의 힘이 가장 세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만 1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줄여야 했다. 2014년 1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사람이 바로 카를로스 타바레스 현PSA그룹 회장이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그는 PSA의 국내 최대 라이벌인 르노의 2인자(최고 운영책임자)였다.
지난해 PSA그룹은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다. 10억파운드(약 1조4883억원)의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5%를 달성했다. 타바레스 회장이 2014년 부임 이후 '레이스로 복귀(Back in the Race)'라는 그룹 재건 계획을 밝힌 지 불과 2년이 채 안 돼 거둔 성과다. 당시 45개였던 판매 차종을 4년 동안 26개로 줄이고, 부품을 공통화하는 등 비용 절감이 이 계획의 핵심이었다. 사실 이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보편적인 성공 공식'이다. 누구나 알지만 실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는 성공할 수 있었을까.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는 지난 6일 방한한 타바레스 회장을 서울시 성동구 한불모터스(푸조·시트로엥의 한국 내 딜러) 본사에서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단독 인터뷰했다. 그는 '노조와의 윈윈'이 PSA가 살아날 수 있었던 가장 핵심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타바레스 회장은 "자동차 업계의 글로벌 경쟁은 극에 달했다"면서 "(노조와 대화에서) 사측이 어떤 복지를 줄지 얘기하는 것으로는 직원을 보호할 수 없다. 노사 간 대화에서 사측은 정확한 전략과 비전, 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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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 인상 주장을 하던 노조와 대립이 심각했다. 이를 어떻게 해결했나.
▷그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 나는 그게 우리 회생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한 기업을 흑자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거둬내는 것이 핵심이다. 부임 직전이었던 2013년 12월에 기업의 목표치를 세워 직원들 앞에서 발표했는데 전부 비현실적이라며 당황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다른 자동차 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고, 그 기업들에서 달성했던 목표치를 PSA그룹에서도 달성할 자신이 있었다. "당신들도 그만큼 할 수 있다. 당신들도 그만큼 훌륭하다"라고 이야기해주고 우리의 상황에 대한 팩트를 전달했다. 우리 회사가 다른 경쟁사에 비해 가치 하락 속도가 빠르고, 가변비용과 고정비용도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렇게 노조와 이야기할 때 어떤 것도 숨기지 않았다.
― 당신이 부임하기 전 PSA그룹은 파리 근교 오네 공장을 폐쇄하고, 1만1200명을 감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노조가 사측에 신뢰를 보이기는 힘들 것 같다.
▷공장 문을 닫은 것은 직원들에겐 큰 트라우마였다. 그렇다고 현실을 속일 수는 없다. 나는 PSA그룹에 처음 부임했을 때, 전 직원이 얼마나 충성도가 높은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탕 발림을 하기보다는 자동차 업계의 경쟁은 상대성 게임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강조했다. 우리가 전진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전진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노조는 감원과 공장 폐쇄의 트라우마에도 결국 이게 맞는 방향임을 인정하고 잘 따라와줬다. 최근 내가 '레이스에의 복귀' 다음으로 '추월 작전(Push to pass)'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80%의 노조원이 동의해줬다.
― 노조와 협상을 잘하는 비결이 있나.
▷지금 그 질문은 노조로부터 하나를 얻어내고, 사측은 하나를 포기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를 전제한 것 같다. 나는 그 부분에서 근본적으로 생각을 다르게 한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기업과 노조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이 있다. 모든 노동자는 견고한 수익이 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이 있다. 노사가 힘을 합쳐서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사측 역시 직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트레이드오프의 시대는 끝났다. 자동차 업계의 글로벌 오픈마켓 경쟁은 극에 달했다. 사측이 어떤 복지를 주고, 또 주지 않을지는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로 작동할 수 없다. 노사 간 대화에서 사측이 보여줘야 하는 것은 정확한 전략과 비전, 기업의 경쟁력이다. 서로가 받을 것과 줄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미래 가치를 함께 어떻게 창출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보다 생산적인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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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임 첫해인 2014년 그룹 흑자 전환을 이뤘고 2015년에는 이익의 폭을 크게 늘렸다. 성공 요소가 뭐라고 생각하나.
▷손익 분기점을 100만대 판매만으로 맞출 수 있도록 낮췄다. 손익 분기점을 낮추면 그 안에서 시도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의 넓어진다. 수익성도 금방 플러스로 전환이 가능하고, 기민한 상황 대처가 가능하다.
― 어떻게 손익 분기점을 낮출 수 있었나.
▷자동차 업계에서 많은 기업이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고 모델 수를 점차 증가시키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내 생각엔 포트폴리오가 세분화될수록 비즈니스 효율성은 떨어진다. 제원을 다양화하고 다각화할수록 신차에 대한 홍보력은 떨어지는 것이다. 기업별로 비즈니스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업무가 적절한 밀도를 갖출 수 있을 정도로만 복합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PSA그룹의 각기 다른 차량들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했고 인력, 재료, 기계 등 엔지니어링을 그룹 안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 2013년 281만대를 저점으로 판매량이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300만대라는 목표는 여전히 너무 작지 않나(현대차그룹의 연간 판매대수는 약 800만대다).
▷중요한 건 우리가 흑자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가장 적정한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서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 신기술과 신제품에 투자할 수도 있다. 사업을 키우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는 규모라는 것이다. 폭스바겐, GM, 도요타 등은 모두 큰 규모만을 목표로 한다. 많은 물량을 생산하면서 연구개발(R&D) 비용을 희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원부자재 구입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도 유리한 지점이다. 그런데 자동차 업체의 지배력이 너무 강해져 2, 3차 벤더들이 몰락한다면 그건 역효과다. 또한 R&D 비용을 지나치게 희석한다면 기술을 위한 기술만이 개발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물량은 절대로 유일한 해답이 아니다.
― '추월 작전' 계획의 핵심은 무엇인가.
▷생산 공습이다. 유럽 시장에서만 6년 안에 26개 신모델을 출시할 것이다. 유럽에 다소 치중된 비즈니스 모델도 전 세계로 넓힐 예정이다. 인도와 이란 같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1992년 철수했던 미국 시장에도 다시 도전한다(PSA그룹은 2021년까지 평균 영업이익률을 6%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지난 2년간 긴축 경영을 했기 때문에 신모델에 대한 연구를 별로 못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R&D 비용과 CAPEX(미래 이윤 창출을 위해 지출되는 비용) 사용의 효율성을 높였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투자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 착실하게 진행돼왔다. 특히 R&D 영역은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계획했던 개발 프로젝트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 R&D와 CAPEX의 효율성을 높인 것만으로 추가 재원을 확보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얻었다. 우리는 이제 하이브리드 차량, 전기차 엔진 개발, 커넥티비티카나 자율주행차량 등 서비스 개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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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그룹은 디젤 엔진 위주의 브랜드다. 한국에서 판매 중인 전체 차량에 디젤 엔진이 장착돼 있을 정도다. 이런 브랜드의 수장으로서 디젤 게이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디젤 게이트라는 말부터 바로잡고 싶다. 디젤 게이트는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말이고, 나는 속임수 게이트(Gate of cheating)가 더 적합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스캔들은 스캔들이고 기술은 기술이다. 현재 마치 디젤보다는 가솔린이, 내연기관차보다는 전기차가 더 나은 것처럼 몰아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건 좋지 않다.
일본만 예로 들어도 디젤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만큼 개끗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어떤 엔진을 쓰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과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얼마나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지가 중요하다. 전기차가 탈 때야 친환경적이겠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도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석탄을 투입해도 친환경차라고 할 수 있나. 에너지 공급과 이동성
― 자동차 증가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해 나갈 방법이 있다면.
▷각국 정부와 규제 담당자가 더 야심 찬 배출가스 규제 목표를 세워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엄격하고 높은 배출가스 달성 목표가 수립되면 엔지니어는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그에 상응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장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는 '문제 해결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깨끗한 형태의 이동수단을 내놓아 우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기술 포트폴리오는 네 가지다. 가장 대표적인 건 디젤이다. 우리가 수십 년 동안 개발해온 SCR(선택적 촉매 환원 저감 장치)는 최고의 디젤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시장의 트렌드가 바뀐다면 거기에 맞출 준비도 돼 있다.
두 번째는 가솔린이다. 직분사 터보 엔진을 개발해 이산화탄소 및 배출 오염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기술로 한국 협력업체와 함께 개발 중이다. 네 번째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다. 시장에서 어떤 요구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다방면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어떤 트렌드에도 맞출 수 있는 융통성을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규제당국은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등 특정 기술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기술 중립성을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 중립적이지만 엄격한 배출 규제를 세워놓고, 엔지니어들이 각각의 기술을 거기에 맞추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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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는 소유에서 공유로 변화해 나가고 있다. 이런 게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차량 공유 서비스에 직접 뛰어들 계획을 갖고 있다. 자체 차량 공유 서비스를 만들어 3년 안에 우버를 따라잡겠다. GM이나 폭스바겐 등 경쟁사들이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이미 1억유로(약 1264억원)를 스타트업 회사들에 출자했다. 이달 열리는 파리 모터쇼에서는 다음 투자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다.
― 기존 업체들과 제휴가 더 안전한 선택이 아닌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서비스업체와의 계약으로 자동차 가격이 하락하면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넘겨줘야 할 수도 있다. 또한 그런 제휴는 자동차업체가 실제로 차량을 이용할 소비자들과의 계약에서 제외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자동차산업에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직접 관련 서비스를 만들어 소비자들이 자동차 또는 운전자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겠다.
― 한국에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 파트너와 함께 한국 내 비즈니스를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지난해 한불모터스가 판매한 PSA그룹 차량은 7572대로 전년 대비 약 2배 늘어났다). 파트너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적절한 지원책을 모색하고 향후 공동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왔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는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트렌드와 소비자 기대치를 파악하는 게 우리로서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는 높은 수익과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적절한 기술력을 갖춘 제품을 출시할 것이다. 딜러들을 방문해 파트너 관계를 다지는 것도 중요 일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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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후 한국 시장에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한국 소비자 입맛은 어느 나라 소비자보다 까다롭다. 한국 시장이 자동차 업체들에 하나의 테스트 베드(시험무대)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 안에서 점유율을 늘려갈 수 있다는 잠재력만 입증할 수 있다면 더 글로벌한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우리는 이 안에서 2배 이상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시장 점유율이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공략도 강화할 것이다.
― 한국의 어떤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나.
▷LG와 장기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구체적 업무도 이미 진행 중이다. 현재 수입사로 있는 한불모터스를 중심으로 PSA그룹의 한국 사업 폭을 늘려갈 것이다. 특히 향후 트렌드가 될 친환경차, 커넥티비티카, 무인주행차량 등 부문에서 파트너와 접점을 찾아가는 데 있어 한국은 전략적 요충지다.
■ He is…
'30년 르노맨'…곤 후계자로 꼽히기도
라이벌 회사로 전격 이적, 부활 이끌어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 푸조 시트로엥 그룹 경영이사회 회장은 1958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에콜 상트랄 파리를 졸업하고 1981년 르노자동차에 입사해 30년 넘게 한 회사에서 일한 '르노맨'이었다. 르노그룹이 일본 닛산자동차와 얼라이언스를 결성한 후에도 승승장구해 2009년에는 닛산 북미총괄 자리에 올랐다. 2011년에는 르노그룹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르노를 떠난 후 다음해 경쟁사인 PSA의 최고경영자가 됐다. PSA그룹은 푸조, 시트로엥, DS 등의 브랜드를 생산하는 프랑스 기업이다. 푸조는 다임러 벤츠 등과 함께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 중 하나로 1974년 같은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시트로엥을 인수했다. 현재 대주주는 창업자인 푸조 가문, 중국 둥펑자동차, 프랑스 정부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