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말은 이번 스피드 스케이팅을 통해서 증명되었다고 생각해요.
- 감동 두 배, 기쁨 두 배의 좋은 소식과 재미있는 해설을 들어서 아주 즐거웠던 올림픽이었는데요. 어떤 올림픽으로 기억되시나요?
정말 좋았어요. 아시다시피 역사적으로 기록적인 나날이었죠.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내줬고, 단독 방송으로 해설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제자였던 규혁(이규혁 선수)이의 마지막 올림픽을 중계할 수 있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 이번 올림픽에서 제갈성렬 감독님의 해설이 많은 이슈를 만들었는데요. 스스로의 해설을 평가하신다면요?
제가 해설을 해온지도 4~5년이 되어가는데요. 그 동안 스피드 스케이팅은 비인기 종목이었습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이 쇼트트랙과 달라서 500m, 1000m를 제외하면 나머지 종목에서는 지루한 면이 있는데요. 그래서 좀 더 쉽고, 재미있고, 현장감 있고, 박진감 있는 해설을 하려고 생각했었어요. 인기를 얻거나 어록이 만들어지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사실 외국 해설자들은 (샤우팅 해설이)저보다 더 해요. 전통적인 해설에 익숙해져서 저의 해설이 거부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요. SBS 단독방송이어서 오히려 더 집중조명을 받았고, 그래서 작은 실수에도 더 많은 의견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하나, 둘’, ‘샤우팅’ 해설을 다시 한번 듣고 싶은데, 혹시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해설에 복귀하실 의향이 있으신지요?
당연히 해야죠. 그 쪽에서 먼저 제의가 있다면, 언제든지 할 용의가 있어요. 밴쿠버 올림픽 현장에서는 후배들이 정말 잘해줘서 흥분을 안 할 수 없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기절 안 한게 다행이다' 라고 생각해요.(웃음) 근데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은 조금 섭섭해요. 1조부터 마지막 조까지 체력적인 측면, 심리적인 측면, 장비적인 측면, 기술적인 측면을 시청자들이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 노력했거든요. 단지 한국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면, ‘아주 좋아요’ 등의 감탄사 위주로 했던 것 뿐 입니다. 스피드 스케이팅 전문가들과 체육계 교수님들은 너무 너무 잘 했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 한국에 돌아와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었나요?
한국에 와서 반응은 좋은 것 같아요.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고요. 친분이 없었던 장훈 형님(가수 김장훈)이 직접 전화를 주셔서 “백번 울었고, 백번 감동했고, 백번 웃었다. 이런 것이 진정한 해설이다. 한번 만나자, 꼭 사인을 받고 싶다.”라는 말도 전해주셨고요. 그 중에서도 가장 보람 있었던 부분은 “이렇게 스피드 스케이팅이 재밌는지 몰랐다. 해설 때문에 더 기다려졌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은 스피드스케이팅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데요. 후배들이 잘해주니까 어떤 마음이 드시던가요?
사실 500M, 1000M에서는 예상을 했어요. 그 중에서도 규혁(이규혁 선수)이랑 강석(이강석 선수)를 예상했었고, 모태범까지도 예상은 했었는데, 은메달이나 동메달 정도였죠. 정말 놀랐고, 자랑스러웠고, 역사적으로 큰일을 해줬어요. 대단한 거예요. 세계를 경악시켰고, 전 세계가 '충격적인 메달이었다'라고 극찬했잖아요. 김연아 선수의 메달도 멋졌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에서의 메달도 멋졌다고 생각해요.
- 스피드 스케이팅을 비롯하여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종목에서 유난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어떠한 배경들이 이와 같은 성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십니까?
스피드 스케이팅은 근 15년 전만 하더라도 전부 실외 경기장이었어요. 실외 경기장은 바람이 많이 불고, 얼음판이 강해요. 그래서 유럽선수들 같이 체격이 좋은 선수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어요. 야외에서 하게 되면 기술적인 측면도 물론 중요하지만, 체격적인 측면을 더 요구하거든요. 그러다가 실내로 전환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얼음이 부드러워지고, 패스트아이스(fast-ice)로 바뀌게 되었죠. 그러면서 이전까지 체구가 크고 근력 좋은 선수들이 잘 탔는데, 이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이 바뀌면서 슬림하고 체구가 작은 아시아 선수들도 잘 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또한 훈련 환경도 많이 바뀌게 되면서 대한민국이 강한 종목인 쇼트트랙 훈련이 스피드 스케이팅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지구력 향상, 코너 테크닉의 상당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보완할 수 있었죠. 결국 체력보다 기술적인 부분이 더 중요하게 되었죠. 협회의 끊임없는 지원과 선수들의 노력. 이러한 것들이 잘 접목이 되면서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5000M나 10000M(이승훈 선수 출전)는 기대를 안했어요.
- 현업에 계신 분으로서 빙상종목에서 더욱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어떠한 개선점과 보완이 뒷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듣기론 선수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대한민국 선수 등록 인원이 550명인데요. 이중에는 동호회 사람들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을 모두 포함한 숫자예요. 그리고 초·중·고·대·실업선수 모두 포함한 숫자거든요. 선수수급문제는 일단, 저변확대가 안돼요. 학교 체육이 사회 체육으로 전환 되면서 학교에서는 공부만 하게하고, 학교 체육에서는 도움을 못 주는 현실이에요. 또 중요한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예요.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니까 어렸을 때부터 선수를 하는데 부담을 느끼시는 학부모님들이 많으세요.(실제 선수용 스케이트는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선수들이 줄어들면서 선수들의 수가 삼각형 모양이 되어야 하는데, 역사각형의 기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요. 그래서 선수 수급문제가 현재 많이 대두되고 있죠. 현재 빙상 실업팀이 10개정도 있어요. 근데 이러한 상태라면 유지하기 힘들겠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어야 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라는 요소도 포함하고 있어요.
- 빙상종목의 성공의 비해 설상종목의 활약은 미비했습니다. 빙상종목과 비교해 설상종목의 부진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환경적인 요건으로는 외국에 있는 스키장 환경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요. 따라서 설상종목의 경우는 외국에 나가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데, 이로 인해 금전적인 부분들이 많이 필요하게 되죠. 1년 내내 나가서 타도 될까 말까 인데, 불과 몇 개월동안 나가서 탄다고 해서 세계정상권의 실력을 내기란 어렵죠. 스키 종목의 강국인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프랑스와 같은 나라들은 어렸을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스키를 타거든요.
열악한 연습 환경과 투자도 잘 안 되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설상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외국에서 1년 내내 거의 모든 훈련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보다 5배 이상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힙니다. 더 많은 국민의 관심과 기업의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설상종목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늘어날 거예요. '잘 타야 도와준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죠. 기본적으로 투자가 뒷받침 되어야 어린선수들도 꿈을 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봐요. 또 선수들이 내가 이 종목을 했을 때 비전이 있구나 라고 느껴져야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거거든요.
다시 말하지만 동계 종목의 강국들을 보면, 대부분 경제대국들이 많아요. 즉, 동계 종목은 나라의 경제력과도 비례한다고 보거든요.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투자한 만큼 그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거거든요. 특히 동계종목이 더 그렇다고 봅니다.
- 대한민국 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셨으면 합니다.
먼저 해설을 잘 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일단 전하고 싶고요. 그리고 더욱 더 빙상종목의 발전을 위해서 공부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동계 스포츠 많이 사랑해 주시고, 샤우팅 제갈성렬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설상종목을 응원하는 국민들도 설상종목을 '직접'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 12년간 알파인스키선수였고, 3년간 국가대표생활을 해왔습니다. 한국의 동계스포츠의 강세는 주로 빙상 종목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대한민국에서 스키선수로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었나요?
항상 연습과 훈련을 해야하는 선수로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국내에선 ‘겨울’에만 탈 수 있다는 것이에요. 유럽이나 다른 스키강국들은 여름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즌에 스키를 탄다는 것은 일상적인 일인데요. 이러한 ‘환경적 차이’가 경험과 연습량의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뿐만 아니라 좀 더 선진화되고, 수준 높은 스키를 구사할 수 있게 하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시급합니다. 모든 지도자들이 공통된 매뉴얼을 지키는 가운데서 자신들의 경험을 덧붙인다면, 더 나아진 지도시스템이 구축되리라 봅니다.
- 김연아 선수의 오서 코치처럼 유능한 외국인 지도자를 초빙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물론 가능합니다. 외국인 지도자를 초빙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겠지만, 역시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네요.
- 현 시점에서 스키 및 기타 설상종목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겨울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는 연습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전지훈련을 떠나는 수밖에는 없는데, 이 역시 금전적인 문제가 장애물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차차 나아지고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에는 없었던 총 감독(허승욱)이 생겼어요. 총 감독의 역할은 선수를 지도하는 역할이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에서 지원을 얻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현재 알파인스키대표선수가 남자 7명, 여자 3명 총 10명인데, 아직까지는 이를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편이에요.
- ‘국가대표’라는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스키점프’에 관한 관심이 커졌고, 많은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밴쿠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지원이 미비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지 않은가요?
단기적인 지원으로 큰 효과를 바란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에요. 지속적으로 꾸준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수시절 역주하는 정다운 선수 ⓒ 정다운
- 설상종목 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등 6개 설상 종목에 12명의 선수를 출전시켰지만, 성적은 좋지 않았습니다. 다음 대회를 생각했을때 당장 알파인 스키가 갖고 있는 가능성이라면 어떤 점이라고 보시나요?
전반적인 가능성이라기보다는 알파인 스키에 정동현(22, 한국체대)선수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볼 때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고 생각되는 선수입니다. 한국 알파인 스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죠. 현재 이와 걸 맞는 성적도 내고 있습니다.(2010년 FILA컵 용평 국제알파인스키대회 1위) 최소 수영에서의 박태환 선수만큼의 성적은 내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의 빙상종목들의 선전이 두드러졌습니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할텐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사실 빙상 종목은 실내링크장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1년 내내 연습이 가능해요. 아까도 말했듯이 설상종목들은 환경적인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스키장 수(약 20여개)와 선수의 수는 각각 약 10배예요.
-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국내환경에서 나머지 시즌에는 어떠한 대처방안이 있을 수 있을까요?
두 가지를 들 수 있어요. 하나는 인라인스키인데요. 인라인스키는 실제스키의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좋은 종목입니다. 그래서 추천해 드리고 싶고요. 다른 한 가지는 실내스키장이에요. 현재 부천 웅진플레이도시(前 타이거월드) 한 군데 밖에는 없지만, 차차 확대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 최연소 코치라는 명함을 달게 되었습니다. 어떤 코치가 되고 싶나요?
일단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은 기본이고요. 여기에다 알파를 더하고 싶습니다. 선수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코치가 되고 싶은데요. 예를 들면, 선수생명은 짧기 때문에 은퇴 이후를 위한 적절한 방향제시를 해 줄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어요. 성적만을 다그치는 코치이기 보다는 고민이나 상담을 들어주면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때 경기력 향상도 극대화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현재 설상종목 선수들과 설상종목을 응원하는 국민들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먼저 설상종목선수들에게 말하자면, 꾸준하고,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좋겠지만, 다치지 않고, 연습시간이 제한적이더라도 몰입함으로써 연습성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좋은 결과도 따르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설상종목을 응원하는 국민들도 설상종목을 직접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설상종목에 직접 참여함을 통해 매력을 느끼게 된다면, 설상종목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지속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관심이 곧 동계스포츠 강국의 지름길!
그 어느 때 보다 좋은 성과를 냈던 '2010년의 밴쿠버 올림픽'이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과제와 아쉬움은 남아 있다. 예상치 못한 스피드 스케이팅과 피겨 스케이팅에서 새로이 가능성을 보여준 반면에 눈 위에서 펼쳐지는 '설상 경기' 종목에서는 여전히 높은 세계의 벽을 체감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스피드 스케이팅 분야에서 감독으로 있는 제갈성렬 전 해설위원과 여전히 열악한 조건 속에서 훈련을 해 나가고 있는 알파인 스키 종목의 정다운 코치의 인터뷰는 이러한 한국 동계 스포츠의 현실을 제대로 알게 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의 동계 스포츠가 골고루 가능성을 보여 주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국민의 관심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들의 관심이 기업들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그 기업들의 관심을 통한 훈련 환경의 개선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키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 되었을 때, 한국의 많은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큰 활약과 좋은 성적을 거둬 올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2010년 밴쿠버에서는 그 어떤 동계 올림픽 때 보다 많은 태극기가 포디움 위로 올라갔다. 스포츠가 보여주는 가능성이 국민에게는 희망이 되고, 국민들의 희망이 결국은 국력으로 이어진다.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것이 스포츠의 힘인 것이다. 평창 올림픽의 유치를 위해서도 종목에 관계없는 동계 스포츠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글/신동백(문화체육관광부 대학생 기자)
문화부 놀이터/활기찬 [체육] 2010/03/30 06:19
첫댓글 제갈성렬 감독.. 방송에서 보면 운동선수 같지 않게 말을 참 맛깔나고 조리있게 잘하는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