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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김천시, 칠곡군에 걸쳐 있는 금오산(金烏山·976.6m 정상 현월봉)은 천의 얼굴을 가진 산이다.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바라보노라면 오를 틈이 거의 없을 것처럼 암팡진 산세를 지니고 있다. 남쪽 산세 또한 돌병풍을 둘러친 듯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역시 만만찮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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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자기한 기암괴봉들이 장쾌한 조망을 선사하는 부처바위 능선. 오른쪽 뒤로 북삼읍이 바라보인다.
- 그러나 한 발 한 발 접어드노라면 절경의 기암절벽과 수려한 계곡, 그리고 산정 아래 넉넉한 산세에 감탄케 된다. 그런 산세는 천혜의 요새로서 적지였다. 때문에 금오산에는 고려 때 이미 왜적들의 침입에 대비해 산릉을 따라 성이 구축돼 있었다. 그도 단지 방어진지가 아닌 입보피란(入保避亂), 즉 들어와 보호받으며 난을 피하는 요충지로 이용되었던 대규모 산성이다.
4개의 소와 4개의 폭포 이어지는 금오동천
신록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불과 10여일 전인 4월1일 문경 산을 찾았을 때 생강나무꽃과 같은 봄의 화신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숲은 잿빛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따스한 봄날 하루는 만물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켰다. 10여 일 뒤 구미 금오산 기슭은 연두색 신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산 아래 저수지마다 신록 빛이 넘쳐나고, 벚꽃과 개나리꽃으로 화사하게 빛났다.
“정말 멋있어요. 사람도 많이 찾지 않아 자연미도 그대로 남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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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빛이 흠뻑 담긴 물줄기가 금오동천을 따라 흘러내리고 있다. 용시소 부근의 계곡.(왼쪽) / 겨우내 쌓여 있던 낙엽을 헤치며 금오동천을 오른다. (오른쪽)
- 산행 하루 전날 대구시내에서 만난 차재우씨(대구산악연맹 전 회장)의 아내는 칠곡 태생으로 취재팀이 답사키로 한 금오동천(金烏洞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칠곡군 북삼읍 숭오리에 위치한 금오동천이 구미쪽 등로에 비해 산세가 나으면서도 한갓진 코스라고 극찬했다.
그런데 막상 승용차를 몰고 금오동천 기점으로 접어드는 사이 어수선하기 그지없어 차 회장은 사뭇 실망스런 표정이다. 진입로 주변에 식당이 무질서하게 들어서 있고, 풍광이 괜찮다 싶은 암반에는 방갈로가 마구잡이로 자리 잡고 있어 골짜기가 전체적으로 엉망이리라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식당 앞에 차를 세워놓고 골 안으로 들어서자 뜻밖의 풍광에 모두들 얼굴이 펴진다. 숲속에 숨겨진 협곡에는 봄철 갈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우렁찬 소리를 내며 많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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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오동천 산행에 나선 대구 산악인들.
- 산행 시작 후 5분이나 되었을까, 벅시소(제4폭포)가 첫 비경지로 등장한다. 작지만 신비감 넘치는 소 위쪽 기암절벽에 ‘金烏洞天’이라 양각된 글씨가 보인다. 어제 할딱고개 코스를 따라 해운사로 오르던 중 산길 한쪽 기암절벽에 새겨진 ‘金烏洞壑’(금오동학)은 조선 중종 때 명필가인 고산(孤山) 황기로(黃耆老)가 금오산의 깊고 그윽한 자연미에 감탄해 기암에 써넣은 글자라는데, 이 글 역시 고산이 쓴 것인가 아리송해진다. 어쨌든 금오동천이든 금오동학이든 같은 뜻이고 보면 이 골짜기의 풍광도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리라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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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폭포에서 포말을 일으키며 쏟아진 물이 선녀탕으로 떨어지는 순간 명경호수처럼 잔잔해진다.
- 산길은 겨우내 사람이 찾지 않은 탓인지 낙엽이 두텁게 깔려 있지만, 봄의 화신은 이곳에도 전해지고 있다. 겨우내 메말라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새순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돋아나고 노란 생강나무꽃이 활짝 피어 어둠침침한 골짜기를 밝혀준다.
“와~, 금오산이 이렇게 물이 많은 줄 몰랐는데요. 야경만 좋은 산으로 알았는데 말이에요.”
한 굽이 돌아서자 협곡과 야트막한 폭포를 배경으로 자리잡은 용시소(제3폭포)가 나타나 눈이 휘둥그레지고, 또 한 굽이 돌아서자 골짜기에 박힌 거대한 바윗덩이를 타고 흘러내린 물이 스며드는 구유소(제2폭포)의 신비로운 풍광에 다시 한 번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오늘 산행에 동반한 산악인들은 대구클라이밍센터 소속의 클라이머들. 암벽등반뿐 아니라 도보산행도 즐기는 이들은 모두 금오산을 산행해보긴 했지만 금오동천쪽은 처음이란다.
용시소에서 100m쯤 더 올랐을까, 골짜기가 거대한 절벽으로 막히고, 물줄기가 그 절벽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제1폭포인 눈물폭포와 그 아래 선녀탕이었다. 선녀탕은 용마를 타고 천상에서 내려온 선녀가 목욕을 즐기곤 했다는 곳이고, 눈물폭포는 목욕하는 사이 용마가 사라져 천상으로 오르지 못한 선녀가 옥황상제께 하늘나라로 올라가게 해달라고 눈물로 기원하여 생겼다는 얘기가 전하는 폭포다. 또한 구유소는 용마가 물을 마셨고, 용시소에서는 용마가 몸을 씻었다는 전설이 깃들은 곳이었다. 그러나 눈물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도 많은 물이 절벽과 절벽이 맞닿은 바위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고, 15m 높이의 폭포 맨 위쪽은 커다란 바윗덩이가 얹혀 있어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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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엽송 사이로 호젓한 산길이 나 있는 성안. 널찍한 분지를 이룬 곳이다.
- 눈물폭포를 지나면서 골짜기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4개의 소와 폭포가 이어지는 초반부가 세련된 도시 아가씨를 보는 분위기라면 폭포 위쪽은 수더분한 시골 처녀가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는 분위기다. 그래서일까, 선녀탕을 지나면서 모두들 차분한 분위기로 산길을 따른다.
- 폭포를 지나면서 산길은 오히려 잘 닦여 있다. 참나무와 오리나무들이 엉성하게 숲을 이룬 가운데 물가의 가녀린 나무들은 파란 새순을 돋아내며 봄을 구가하고, 보랏빛 현호색 꽃은 산사면을 융단처럼 장식하고 있다. 졸졸거리는 물소리는 봄을 알리는 교향곡이었다. 봄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게 아니었다. 물, 새싹, 나무-, 모두 땅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회장님, 이제 한물 간 것 같아요.”
차재우 회장이 계속 뒤로 처지고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위에서 기다리던 후배들이 은근히 놀리는 말투다. 그러나 차 회장은 보름 전 갈비뼈 한 대는 부러지고, 또 한 대는 금이 가 있는 상황이라 힘을 몰아 쓸 수 없었던 것. 그 상황을 전해듣자 후배들은 “대단하십니다”로 표현을 바꾸고 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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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사한 빛깔의 진달래꽃이 반겨주는 금오동천 산길.(왼쪽) / 성을 지키는 병사와 주민들의 애환이 담겨 있는 성안 연못. (오른쪽)
- “우리 아이들도 이곳에 데리고 오면 좋아할 텐데요.”
오늘 동행한 대구 산악인 중 박진호(대구 선영학교 교사), 장선희(″), 김민지씨(부산 성지초교 병설 유치원)는 특수학교 교사들이었다. 때문에 봄 풍광에 즐거워하면서도 제자들과 함께 이러한 자연을 함께 누릴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했다.
오묘한 분지에서 일제 때에 3천여 주민 거주
골짜기를 3분의 2쯤 지나면서 끊어졌던 물줄기는 막바지에 다다를 즈음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다시 너덜 밑으로 모습을 감추고, 너덜을 올려치자 능선 위로 올라선다.
“여기가 성안이에요. 2중으로 되어 있는 금오산성의 내성이지요. 연못이 3곳에 샘이 4곳이나 있었다는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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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아래 들녘에서부터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부처바위 능선.
- 능선 위에 올라서자 구미시가지가 내려다보이지 않고 들녘처럼 너른 분지가 펼쳐진다. 이 산에 물이 많은 것은 바로 이러한 지형 덕분이었다. 정상 서쪽에 자리 잡은 너른 분지에서 분출한 물은 주계곡인 대혜골을 거쳐 금오산저수지로 스며들지만 일부는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금오동천으로 흘러내린다. 차재우 회장은 “70년대까지도 이곳에서 화전민들이 살았다”고 알려준다.
성안에 들어서자 대구 여성산악인들은 모두 봄처녀가 되어 풀밭에서 먹을거리 뜯느라 바쁘다. 달래다. 숲 우거진 내성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면적을 이루고 있었다. 호젓한 산길은 제법 널찍한 연못으로 일행을 이끈다. 바닥이 비칠 정도로 맑은 물이 담긴 연못가에는 봄기운이 스며든 나무들이 새순을 피워내고 있다. 살짝 튀어나온 둔덕을 넘어서자 낙엽송 숲 사이로 제법 많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도 나타난다. 하기야 이 정도로 물이 넉넉하니 조선 때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3,500여명의 군사가 주둔했고, 일제 때에는 3,000여 명의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지 않았으리라 싶다.
개울가 풀밭에 앉아 점심을 먹는 사이 기온이 점점 떨어진다. 반팔 티셔츠에 긴팔 옷을 덧입고, 파일재킷까지 껴입었는데도 을씨년스런 분위기다. 그런데도 봄기운 스며드는 숲속에서 먹는 점심은 어떤 성찬 못지않게 맛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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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수교로 이어진 약수암 범종루. 기암절벽의 풍광과 조망이 멋진 곳이다. (왼쪽) / 금오산 정상 현월봉에 오른 대구 산악인들. (오른쪽)
- “금오산은 1970년 제1호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어요. 산세가 좋기 때문이겠지요. 자연보호운동의 발원지이기도 하지요. 얘기들은 적 있죠, 박대통령이 산 북쪽 대혜골을 오르다 명금폭포(대혜폭포) 아래 널려 있는 병조각을 발견하곤 우리 산하를 이렇게 놔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연보호운동을 벌였다는 얘기 말입니다.”
젊은 날 클라이머로서 명성을 날렸던 차재우 회장은 금오산에 대해 설명하면서 “높이 30m의 명금폭포 빙폭을 초등할 때는 얼음을 깨내 스텝을 만들며 오르느라 이틀이나 걸렸다”고 회상한다.
12시 반경 다시 산행에 나선다. 안개가 짙어지고 바람마저 불어대는 데도 등산인들이 줄지어 산길을 오르내린다. 궂은 날씨가 산정을 향하는 등산인들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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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선을 따라 쌓아놓았던 성 흔적이 남아 있는 금오산 남릉. (왼쪽) / 스릴 넘치는 바윗길로 이어지는 부처바위 능선. (오른쪽)
- “다들 어디 간 거야?”
안개는 그러나 우리 일행에게 걸림돌로 등장했다. 앞서간 일행과 뒤처져 걷던 황원선씨와 기자가 서로 헤어지고 말았다. 그런데도 걱정되지 않는다. 정상 바로 아래 약수암 입구에 있는 석간수에서 물 한 통 채워 넣은 뒤 기암 안에 자리 잡은 약수암으로 내려선다. 동국제일문(東國第一門)을 지나 바위협곡을 내려서자 절벽 위에 오롯이 올라앉은 약수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 오래 되어 보이지 않으나 들어앉은 자리는 누가 보아도 명당이다 싶다. 게다가 현수교로 연결해 놓은 범종각은 여느 암자에서는 만날 수 없는 풍경을 보여주었다.
- 일행과 다시 만난 것은 30분쯤 지나 정상에서였다. 자욱한 안개에 보이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도 모두 즐거운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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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소식을 전해주는 달래를 캐고 환한 웃음을 짓는 여화영씨.
- 금오산은 백두대간 상의 삼도봉(1,177m) 남쪽 대덕산(1,291m)에서 남동으로 가지를 친 수도산(1,317m)에서 북동쪽으로 맥을 틀어 삼방산(864m)~염속산(870m)~백마산(715.7m)을 지난 능선이 감천과 낙동강에 가라앉기 직전 솟구쳐 오른 산이다.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 조망 좋기로 이름난 산이기에 산정 부근에 서면 남으로 팔공산과 단석산, 동으로는 가야산에서 수도산까지 뻗는 장쾌한 산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리라 기대했건만 아쉽게도 우리에게 그런 눈 호사를 누릴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정상에 들어선 방송중계탑과 무선전화기지국을 보호용 철책을 끼고 남쪽으로 내려서자 널찍한 헬기장이 나타난다. 정상 동쪽 법성사 방면에서 올라오는 등산인들은 이제 정상으로 다가서고 있다. 헬기장을 가로지르고 급경사 내리막을 거쳐 앞서간 일행을 따르는데 뭔가 이상하다. 뚜렷한 산길은 주능선이 아닌 성안으로 이어지는 지능선 길이었다.
옅은 안개 사이로 주능선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 방향을 잡게 해준다. 도수령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자연암벽이 성곽 역할을 하는가 하면 수백 년 전 돌덩이를 켜켜이 쌓아 만든 성벽이 간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축성 흔적이 끊기자 '도수령(1.5km), 숭오리(2.4km), 금오동천(2.4km)' 푯말이 나타난다. 계속 능선을 따르면 도수령을 거쳐 숭오리나 법성사쪽으로 내려설 수 있으나, 우리는 오른쪽 지능선을 타는 금오동천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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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오산 남릉. 기암절벽 위에 서면 아찔하지만 멋진 조망을 즐길 수 있다.
- “와~, 여기서 뛰어내리면 차 대놓은 곳까지 한 번에 가겠는데요.”
금오동천(2.1km) 길 갈림목에서 소림사 방향 지능선으로 접어들어 모처럼 하늘이 터지자 여화영씨(몬쥬라 대구 수성점)와 김민지씨는 하늘을 날고픈 마음이 드는가 보다. 바위 위에 올라서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고 북삼읍 일원과 산허리를 뚫거나 골짜기를 가로지른 KTX 철길도 빤히 내려다보인다. 북삼읍뿐 아니라 도수령 너머 구미시는 천혜의 요새와 같은 지형을 이룬 금오산을 등지고 앞으로는 너른 벌이 펼쳐져 풍요롭게 느껴지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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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림사 위쪽에 있는 기도터. 50평은 족히 되는 넓은 덧장 바위다.
- 아슬아슬한 바윗길을 따라 기암을 내려서자 ‘부처바위’라 불리는 기암이 앞에 솟아오르고 안부 양쪽에 있는 유리 상자 안에 촛불이 밝혀져 있다. 안부 아래 움막이 지어져 있는 이 일대는 기도터다. 하기야 풍수에 대해 문외한인 우리가 보아도 영험하다 싶은 곳이니 무속인들이 그냥 놔둘 리 없다 싶어진다.
선계의 돌병풍 능선에 화들짝 놀라
부처바위에서 오른쪽 사면 길을 따르지 않고, 더 나은 조망을 기대하며 계속 능선길을 따른다. 얼마 전 일어난 듯한 산불에 산길은 거의 사라진 상태고, 잔가지는 수시로 발목을 붙잡아 애를 먹인다. 그런데도 간간이 나타나는 바위지대에서의 장쾌한 조망에 눈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게다가 밑으로 내려설수록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신록이 더욱 가까워지니 정신이 한층 풍요로워지고, 산릉에는 연분홍빛 진달래가 활짝 피어나고 산아래 들녘에는 보리가 파랗게 빛나며 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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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적을 막기 위해 계곡을 가로질러 구축한 금오산성. 대혜문이 내려다보인다. (왼쪽) / 27m 높이의 기암절벽을 타고 성안의 물이 쏟아져 내리는 대혜폭포. 금오산을 울린다 하여 명금(鳴金)폭포라고도 부른다. (오른쪽)
- “와~, 이거 완전히 돌병풍인데, 돌병풍이야-.”
소림사가 빤히 내려다보이는 지점에서 능선을 벗어나 급경사 바위지대로 내려선다. 앞서 내려서던 차재우 회장이 뒤돌아서는 순간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정상에서 도수령으로 이어지는 능선 남사면은 산수화에서나 볼 수 있는 돌병풍이었다. 우리가 오후 반나절 동안 머물던 곳이 다름 아닌 선계였던 것이다.
그런 풍광 때문인가, 일행 모두 걸음이 한층 늦어지고, 덧바위 기도터를 지나 소림사에 내려서자 모두들 내려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텅 빈 암자 앞마당에는 목련에 생강나무, 탱자나무 꽃까지 활짝 피어 있었다. 그 앞마당 풀밭에서 대구 여성산악인들은 산골처녀와 같이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달래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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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길잡이
대여섯 시간에 가능한 당일 산행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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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딱고개 코스에서 내려다본 금오산저수지와 구미시.
- 금오산은 구미시와 김천시, 칠곡읍을 끼고 있는 데다 대구광역시도 가까이 위치해 인기가 높은 산이고, 산길 또한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나 있다. 그중 구미시 남통동 금오산저수지 기점 할딱고개 코스와 대혜골 코스, 칼다봉 코스가 대표적이나 공원관리사무소는 5월31일 산불예방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할딱고개 코스에 한해 개방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지역 등산인들이 칼다봉 코스뿐 아니라 법성사 기점 코스 등 여러 코스를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에 답사한 금오동천~성안~정상~남릉~부처바위~소림사 코스는 호젓하고도 부드러운 계곡을 거슬러 금오산 최고의 명소인 성안에 올라설 수 있는 코스다. 비교적 산길이 잘 다듬어져 있는데도 교통편이 불편한 탓인지 한갓진 분위기 속에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산행은 식당가 맨 위쪽 금오식당에서 계곡으로 접어들면서 시작한다(식당 못미처 대원사에서도 시작). 약 30분간은 협곡과 폭포, 소가 연이어 속출하면서 감탄케 하고, 선녀탕(눈물폭포) 이후 성안에 올라설 때까지는 수더분한 산세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계곡이다. 약 1시간30분 소요.
성안에 들어서면 산길은 연못가를 지나고 개울을 건넌 다음 된비알을 거슬러 정상으로 이어진다. 정상 일원에는 TV중계소와 무선전화 기지국들이 들어서 있고, 시설물 보호용 펜스가 설치돼 있어 최정상에는 올라설 수 없다. 때문에 조망을 즐기고 싶다면 정상 남쪽과 북쪽의 헬기장이나 약수암 입구의 조망바위를 이용토록 해야 한다. 식수는 약수암 입구 석간수에서 구할 수 있다.
부처바위능선으로 접어들려면 정상석이 세워진 봉우리에서 펜스를 끼고 남릉을 따르다 헬기장을 가로지른다. 한번 뚝 떨어진 다음 산길이 오른쪽으로 휜다 싶으면 방향을 왼쪽을 틀어 주능선을 찾도록 해야 한다. 주능선은 조망이 뛰어난 바위지대와 산성 구간을 지나 부처바위 능선과 갈라진다. 숭오리(2,4km)·도수령(1.5km), 금오동천(지경리·2.4km) 푯말에서는 오른쪽 금오동천 방향으로 꺾어들어야 한다. 능선길은 10분쯤 지나 또다시 갈라진다. 오른쪽은 금오동천(2.1km)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왼쪽 능선길은 소림사(1km)를 거쳐 굴암사(1.7km)로 이어진다.
부처바위 기도터 안부에 닿으면 오른쪽 길을 따르도록 한다. 이후 능선은 산불로 많이 망가져 제대로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상에서 부처바위를 거쳐 굴암사까지는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굴암사에서 북삼읍까지는 콜택시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금오동천을 거쳐 정상에 오른 다음 약사암과 마애보살입상(보물 제490호)을 답사한 뒤 대혜폭포(명금폭포)를 거쳐 채미정으로 내려서는 산행도 시도해볼 만하다. 금오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부근 관광단지에는 식당과 숙박업소가 밀집되어 있다.
교통
경부선 열차를 타고 구미나 왜관에서 하차, 산행기점까지 노선버스나 택시로 접근하는 게 가장 빠른 접근법이다.
서울→구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에서 40분 간격(06:00~20:00)으로 운행하는 고속버스(3시간 소요, 요금 일반 12,500, 우등 15,000원)나, 동서울터미널에서 1일 21회(07:10~20:30) 운행하는 직행버스 이용(3시간 소요, 요금 13,600원).
대전→구미 동부시외버스터미널(042-624-4451~3)에서 1일 16회(06:35~19:30) 운행(1시간30분 소요, 요금 6,100원).
대구→구미 북부터미널(053-357-1851~3)에서 10분 간격(06:00~22:00) 운행(45분 소요, 요금 2,900원), 서부터미널(053-656-2824~5)에서 1일 29회(06:50~22:00) 운행(1시간 소요, 요금 3,200원).
서울역(부산)→구미역 경부선 열차가 1일 36회 운행.
숭오리행은 구미역 앞에서 06:10, 10:10, 15:05, 18:10 출발하는 62번 버스 이용. 요금 1,850원. 금오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행은 12번 버스가 1일 9회 운행. 구미시내버스 안내 054-481-5625(일신교통), 452-2528(구미버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왜관 나들목에서 빠져나와 4번 국도를 타고 왜관읍과 약목읍, 북삼읍을 거쳐 김천 방향으로 진행한다. 4월 말 현재 4차선 확포장공사 중인 이 도로를 따르다 보손리 숭산초등학교 앞을 지나자마자 도로 오른쪽에 ‘승오2리·3리’ 팻말이 서 있는 길목으로 들어서면 소림사쪽으로 향하고, 계속 도로를 따르다 오른쪽으로 휘는 구도로로 들어서면 ‘금오동천’ 입구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등산지점과 하산지점이 다를 경우 북삼읍에서 콜택시(054-973-2233)를 부르도록 한다. 읍내에서 오더라도 10,000원 정도면 차를 대놓은 지점까지 이동할 수 있다. 북삼읍에서 숭오리 금오동천까지는 8000원, 석암사까지는 7,000원. 구미 콜택시는 구미택시 443-9292, 오성콜 465-5000, 구미개인 457-7575, 구미개인호출 444-9999, 운불련 444-3333.
금오산 케이블카 요금 어른 왕복 5,000원, 편도 3,500원. 어린이 3,500원, 2,000원.
숙박(지역번호054)
금오동천 들머리에는 금오식당(972-0363, 010-3113-4141), 동천식당(972-2876), 동천식당계곡(972-2876) 등 식당이 많이 있으나 잠을 잘 만한 집은 없다. 따라서 숙소는 북삼읍내나 구미시 또는 금오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부근의 관광단지 내의 숙박시설을 이용해야한다. 금오동천 들머리나 공원관리사무소 부근 관광단지에는 닭이나 오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많이 있다. 오골계한방백숙·씨암탉백숙 45,000원, 토종닭백숙 35,000원, 찜닭 30,000원, 오리한방백숙·훈제 40,000원, 오리로스구이·불고기 35,000원.
맛집
- 오평한우식당 | 육질 부드러운 암소고기
북삼읍 인평리 인평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오평한우식당은 질 좋은 한우를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다. 4월 초 개업한 이 식당에서는 북삼읍 일원의 아홉 농가에서 키워낸 한우 암소 고기를 내놓는다. 새송이버섯을 재배한 톱밥에 깻묵 등을 섞은 배합사료 등을 먹여 육질이 부드럽고 신선하면서도 고소하다는 게 업소측의 자랑이다. 600g 1근이면 3명이서 술안주를 겸해 밥까지 먹을 수 있다. 600g당 요금은 스페셜 70,000원, 등심 35,000원, 모듬 30,000원, 갈비살 40,000원, 언양버섯불고기 30,000원으로, 1층 정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해 1층이나 2층 식당에 올라가서 양념값 1인당 3,000원씩을 내고 구워 먹는다. 전화 054-973-0600, 정육부 973-9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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